한상기 | 포르쉐 뉴 911 카레라4 GTS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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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911 카레라4 GTS는 911 카레라 S와 GT3 사이에 포진하는 모델이다. 카레라보다는 빠르지만 GT3보다는 덜 하드코어하다. 가속이나 주행 성능이 딱 중간에 위치한다. 4WD 모델답게 런치 컨트롤을 이용한 급가속도 안정적으로 해치운다. 부담 없이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반면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서는 좀 더 단단해진 하체가 부담스러울 수 것이다. 911 카레라 S에 만족하지 못했다면 GTS가 대안이 될 수 있다.
포르쉐의 성공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판매와 상품성을 모두 잡고 있으며 기존의 브랜드 밸류는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포르쉐처럼 고가의 라인업을 운영하면서 판매도 큰 폭으로 오른 건 흔치 않은 일이다. 기본적으로 상품성도 좋지만 제품 기획력과 마케팅 실력도 상당하다고 봐야겠다.
98/99 회계연도만 하더라도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는 4만 3,000대를 조금 넘었을 뿐이다. 당시에는 911과 박스터만 있었고 카이엔이 나온 02/03 회계연도부터 본격적으로 글로벌 판매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경제 위기를 제외한다면 포르쉐의 글로벌 판매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포르쉐는 가장 어려운 시기였던 08/09 회계연도에도 7만 6,739대로 선전했다. 그리고 6년 만에 판매가 두 배로 늘었다. 처음으로 연간 판매가 10만대를 넘은 것은 2011년이며 2013년에는 16만 2,145대, 작년에는 18만 9,850대를 팔았다. 전년 대비 17%가 증가한 것이다. 올해는 20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포르쉐의 증가세는 전문가들은 물론 포르쉐의 예상보다도 빠른 것이다. 목표가 계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당초 계획으로는 2018년 연간 판매 목표가 15만대였다가 20만대로 상향 조정됐다. 그런데 지금은 20만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포르쉐는 기존의 911 라인업도 탄탄하지만 무엇보다도 SUV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마칸이 나오면서 포르쉐의 판매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율이 60%를 넘고 있다. 그만큼 마칸과 카이엔의 인기가 좋다. 흐름을 정확히 읽었으며, 이와 함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상품성의 차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가짓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포르쉐는 GTS라는 버전을 새로 런칭했고, 지금은 모든 라인업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반 모델과 고성능 버전의 사이를 메우는 게 GTS 버전이다. 이것도 요즘에는 트렌드가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예를 들어 메르세데스는 최근 AMG 스포트라는 라인업을 새로 만들었고, 기아 같은 대중 브랜드도 GT 라인이라는 틈새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포르쉐는 앞서 말한 브랜드와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틈새 모델이라는 전략 자체는 비슷하다.
911 카레라 GTS도 업데이트가 됐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911 카레라 GTS는 RR과 카레라4, 쿠페와 카브리올레 4가지 트림으로 나온다. 엔진 성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운동 성능도 높였다. 911 라인업에서는 카레라와 GT3 사이에 위치한다. 시승차는 카레라4 GTS 쿠페이다.
EXTERIOR & INTERIOR
포르쉐의 911 카레라4는 전통적으로 와이드 보디가 특징이다. 911 카레라4 GTS 역시 와이드 보디가 중압감을 더한다. 넓고 낮은 스탠스가 고성능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기다 차고도 10mm가 낮아졌다. 10mm는 잘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차이지만 알게 모르게 다른 느낌을 준다.
물론 앞에서만 보면 GTS 모델임을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뒤를 따라가는 차는 911 카레라의 GTS 모델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911의 커다란 엉덩이에 GTS 로고가 커다랗게 박혀 있다. 그리고 도어의 하단에도 자그맣게 GTS 로고가 새겨져 있다.
검은색 휠과 광폭 타이어는 경주차를 연상케 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휠 스포크 디자인은 디자인보다는 기능성을 더 우선시 한 것 같다. 20인치 휠이 강해 보인다. 거기다 경주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 볼트 타입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디스크와 빨간색 캘리퍼도 외관의 강인함을 더한다.
실내의 테마는 빨간색이다. 시트부터 대시보드까지 온통 빨간색으로 도배했다. 기본 디자인은 같지만 색상으로 느낌을 달리 했다. 포르쉐가 늘 그렇듯 시트는 완벽한 자세를 제공하며 원하는 포지션을 찾기도 쉽다. 그리고 911 GTS를 타는 사람이 좋아할 만큼 낮은 운전 자세가 나온다. 시트 포지션을 가장 낮게 해도 전방 시야는 그렇게 답답하지 않다. 반면 툭 튀어나온 리어 펜더 때문에 사이드미러를 통한 시야가 좋지는 않다. 시트는 헤드레스트 일체형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파워트레인은 3.8리터 6기통 엔진과 7단 PDK의 조합이다. GTS의 엔진은 기존의 3.8리터를 더욱 강화한 것이며 이전의 GTS보다 출력도 높다, 7,500 rpm이라는 높은 회전수에서 430마력, 44.8kg.m의 최대 토크는 5,750 rpm에서 나온다. 최대 토크가 나오는 시점이 일반 승용차 엔진의 최고 출력 회전수와 비슷하다. 전형적인 고회전 엔진이다. 리터당 113마력이니까 자연흡기로는 최고 수준의 엔진이라고 할 수 있다.
911 카레라만 해도 가속력은 탁월하다. 그런데 GTS는 출력을 더욱 높인 버전이고 이전 모델보다 힘도 세졌다. 속도가 거침없이 올라간다. 제한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달리려면 신경을 써야할 정도이다. 가속 페달을 약간만 힘 줘서 밟고 있어도 제한 속도 이상으로 올라가 버린다.
포르쉐의 3.8리터는 이론을 무시하는 엔진이다. 보통의 개념으로 기통당 600cc 엔진은 고회전에 불리하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지만 911 GTS의 3.8리터는 기통당 600cc가 넘음에도 불구하고 고회전을 아주 좋아한다. 타코미터의 숫자 ‘8’에 가까이 갈수록 더욱 힘이 솟구친다.
911을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 6기통 유닛은 돌리다 말은 느낌이 난다. 그러니까 더 상위 버전을 위해 8,000 rpm 이전에서 회전을 끝내는 느낌이다. 자동 변속 되는 시점을 보면 충분히 더 회전수를 올리고도 남을 만한 여유가 있다. 묵직한 토크를 토해내지만 회전수의 바늘은 날래게 움직인다.
고성능 자연흡기 엔진의 묘미는 역시 고회전을 돌릴 때의 질감이다. 7,000 rpm을 넘을 때의 느낌이 짜릿하다. 고회전에서는 소리를 통해서도 엔진이 맹렬히 돌아간다는 걸 알 수 있다. 고회전에서는 전기 모터가 회전하는 것 같은 착각도 준다. 911 GTS의 엔진은 가진 힘을 모두 쏟아내는 것 같은 소리를 낸다.
가속은 정신없이 진행된다. 가속과 변속이 빨라서 정확히 살펴볼 여유가 없다.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대략 75, 125, 170, 220km/h이다. 200km/h까지도 빠르지만 이후의 가속도 매우 인상적이다. 200→250km/h까지의 가속도 만만치 않다. 5단으로 순식간에 250km/h을 돌파하고 270km/h에서 6단으로 기어를 넘긴다. 6단으로 6,500 rpm이 되면 디지털 속도계는 275를 가리킨다.
250km/h 이후부터 숨을 돌리는 정도지 이전까지는 정신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기세를 보면 300km/h도 무난하게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911 카레라4 GTS의 최고 속도는 302km/h이다. 그리고 모든 911 GTS의 최고 속도가 300km/h을 넘는다.
파워트레인의 완성도 또는 질감이 좋은 것에는 변속기를 빼놓을 수 없다. 변속기가 엔진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고회전에서도 절도 있게 변속하고, 미끄러짐도 느껴지지 않는다. 특히 스포트 모드에서 기어를 내릴 때는 정말 빠르다. 일반적인 승용차라고 한다면 시프트 패들을 당겼다가 놓을 때 기어가 내려간다고 표현할 수 있다. 반면 911의 7단 PDK는 시프트 패들을 당김과 동시에 다운시프트 된다.
7단 PDK가 좋은 건 수동보다 나은 성능을 발휘하면서도 다루기가 쉽다는 것이다. 엔진의 성능을 더 쉽게 뽑아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런치 컨트롤이 있다. 런치 컨트롤은 911 GTS가 갖고 있는 가장 빠른 순발력을 가능케 한다. 포르쉐 드라이버도 런치 컨트롤보다 빨리 출발할 수는 없다고 했다.
런치 컨트롤 사용 방법도 간단하다. 기어 레버를 수동에 놓고 스포트 플러스 모드로 전환한 다음,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동시에 꽉 밟으면 된다. 그러면 엔진의 회전수가 뜨면서 런치 컨트롤 준비가 끝난다.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가장 빠른 순발력으로 달려 나간다.
400마력이 넘는 차에 엔진이 뒤에 있으면 급출발 때 불안정 해질 수 있다. 911 카레라4 GTS는 4WD로 이 같은 불안함도 잡았다. 런치 컨트롤로 급출발하면 두 바퀴가 쏟아지는 엔진의 토크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앞바퀴와 나눠 갖는다. 급출발 때 보면 2단까지는 앞뒤 토크 배분이 50:50이고, 그 뒤부터 조금씩 앞으로 가는 토크가 줄어든다. 고속으로 달릴 때는 20:80 정도 된다. 물론 정속 주행 같은 상황에서는 토크 배분이 더 달라진다. 큰 힘을 쓰지 않을 경우에는 리어 액슬로 대부분의 힘이 전해진다.
따라서 911 카레라4 GTS는 급출발도 깔끔하게 해치운다. 비틀거림 없이 아주 안정되게 뛰쳐나가서 약간은 심심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7단 PDK는 고성능과 편의성을 모두 만족하는 아이템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최고 속도를 제외한다면 7단 PDK가 수동보다 빨리 가속된다.
예를 들어 0→100km/h 가속은 7단 PDK가 4초, 수동이 4.4초로 0.4초의 차이가 난다. 참고로 0→200m 가속은 7단 PDK가 13.8초, 수동은 1.46초, 0→400m는 12.1초, 12.5초, 0→1000m는 21.8초, 22.4초이다. 고속으로 가면 7단 PDK와 수동의 차이가 줄어들긴 하지만 가속력 자체는 PDK가 우위에 있다. 수동이 최고 속도만 2km/h 높을 뿐이다.
당연할 수도 있는 얘기지만 하체는 일반 911보다는 단단하다. 기본적인 댐핑 자체가 911보다 짧다. 출력만큼의 차이가 있다. 보다 단단해진 하체가 조금은 부담스럽다. 일반 911을 탈 때와는 다른 감각이다. 브레이크는 긴 말이 필요 없다.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잘 멈춘다. 고속에서 제동하면 무섭게 속도가 줄어든다.
911 카레라4 GTS를 통해 일반 카레라 S와 GT3 사이에 틈이 있다는 걸 알았다. 포르쉐는 이 틈새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모델을 만들었다. 카레라 S보다는 나은 성능을 발휘하지만, 그렇다고 GT3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는다. 이 ‘조절’의 능력이 대단하다. 흔히 포르쉐는 차를 잘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한다. 포르쉐는 차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판매하는 기술도 뛰어난 회사다.
글 / 한상기 ( 글로벌오토뉴스)
주요제원 포르쉐 911 카레라4 GTS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09×1,852×1,296mm
휠베이스 : 2,450mm
트레드 : 1,538/1,560mm
차체중량 : 1,490kg
트렁크 용량 : 125리터
연료탱크 용량 : 68리터
엔진
형식 : 3,800cc 가솔린 수평대향 6기통 직분사
최고출력 : 430마력/7,500 rpm
최대 토크 : 44.8kg.m/5,750 rpm
보어×스트로크 : 102×77.5mm
압축비 : 12.5:1
구동방식 : 4WD
트랜스미션
형식 : 7단 듀얼 클러치
기어비 : 3.91/2.29/1.65/1.30/1.08/0.88/0.62
최종감속비 : 3.33/3.44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맥퍼슨 스트럿/멀티링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타이어 : 245/35ZR/20, 305/30ZR/20
성능
최고속도 : 302km/h
0-100km/h 가속 시간 : 4초
최소회전반경 : --
연비 : 8.2km/리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 217g/km
가격 : 1억 7,130만원
(작성일자 : 2015년 3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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