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 아우디 A1 스포트백 30 TDI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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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은 아우디 디자인을 응축한 듯한 스타일링이 특징이다. 작은 차체에 아우디 디자인의 정수를 담았다.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가장 작은 아우디지만 고속 안정성은 큰 아우디에 못지않다. 직진성이 아주 뛰어나다. 1.6리터 디젤의 동력 성능은 평균 수준이고, 꾸준하게 속도를 올리는 타입이다. 평지에서는 제원상 최고 속도를 내는 게 쉽지 않다.
A1은 아우디의 라인업 넓히기 전략을 잘 보여주는 모델이다. 늘어나는 프리미엄 미니 세그먼트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모델이고, 플랫폼은 폭스바겐 폴로 등과 공유한다. 플랫폼 및 파워트레인 공유를 통해 완성도는 높이고 개발 기간은 단축했다. 데뷔는 2010년의 제네바 모터쇼이다. 생산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한다.
A1 이전에도 작은 아우디는 있었다. 지금도 회자되고 있는 A2이다. A2는 알루미늄 섀시를 채용해 뛰어난 연비를 자랑했지만 판매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차의 크기에 비해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A2는 2005년 단종된바 있다. 지금의 A1을 A2의 직접적인 후속 모델로 보긴 힘들지만 엔트리급이라는 공통점은 있다.
A2에 비교해 보면 A1는 현실적인 패키징이다. 15년 전의 아우디와 지금의 아우디는 기술력은 물론 차를 만드는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 A1은 스틸 모노코크 섀시를 사용했고, 소형차의 정석과도 같은 맥퍼슨 스트럿과 토션빔 서스펜션을 조합했다. 그리고 충분히 성능이 검증된 엔진과 변속기도 가져왔다. 데뷔 초기에는 무겁고 비싼 콰트로도 없었다. S1이 나오기 전까지 콰트로가 없는 유일한 아우디였다.
A1은 3도어가 우선적으로 판매됐고, 스포트백으로 불리는 5도어는 2011년 11월에 나왔다. 유럽 이외 지역의 판매는 2012년 봄부터다. 출시 첫 해인 2010년에는 2만 5,100대에 그쳤지만 이후부터는 계속 9만대를 넘었다. 2011년 9만 7,900대, 2012년 9만 8,200대, 2013년 9만 6,000대, 2014년 9만 4,000대로 미니를 제외한다면 세그먼트에서는 가장 잘 팔린다.
작년의 유럽 판매는 미니에 근소하게 뒤진 2위이다. 프리미엄 스몰 세그먼트는 경쟁 차종이 적어서 A1을 제외한다면 미니와 판매로 겨룰 수 있는 모델이 없다. 작년 세그먼트의 전체 판매는 20만대를 조금 넘을 뿐이다. 시트로엥 DS3와 알파로메오 미토가 있지만 미니, A1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A1은 유로 6 엔진으로 업데이트된 모델이다. 보디는 3도어와 5도어(스포트백) 두 가지로 출시되고, 엔진은 1.6리터 디젤 한 가지만 나온다. 차후 다른 엔진도 추가될 전망이다. 시승차는 A1 스포트백 30 TDI이다.
외관 디자인은 전형적인 아우디이다. 라인업에서 가장 작지만 아우디 특유의 디자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싱글 프레임 그릴과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 등은 차급 이상의 느낌을 준다. 특히 대형 싱글 프레임 그릴이 특징이다. 작은 차는 디자인도 어딘가 허술한 경우가 있는데, A1은 전체적으로 균형이 잘 잡혔다.
작은 차체에 아우디의 디자인을 빽빽하게 집어 넣었다. 반면 미니를 경쟁 모델로 생각한다면 A1의 디자인이 너무 익숙하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휠과 타이어도 차급 이상이다. 작은 차체에는 과분해 보이는 사이즈와 타이어이다. 시승차에는 18인치 알로이 휠과 브리지스톤의 포텐자 S001(225/35) 타이어가 적용돼 있다. 스포트백의 차체 사이즈는 3,973×1,746×1,422mm로, 3도어(3973×1740×1,416mm)와 전장은 동일하지만 조금 넓고 높다.
실내도 전형적인 아우디지만 디자인이나 소재는 차급에 거는 기대 이상이다. A1의 실내 소재는 구형 A3보다 괜찮다. 시선이 잘 안 닿는 곳의 소재는 고급 브랜드에 맞지 않지만 그 외의 질감은 충분히 납득할 만하다. 마무리도 빈틈이 없다. 디자인에서는 센터페시아와 송풍구가 특징이다. 송풍구는 보기에도 좋고 만질 때의 질감도 좋다. 안쪽의 플라스틱과 테두리 금속의 질감 차이는 좀 있는 편이다.
센터페시아 디자인은 최근의 아우디와 흡사하다. 모니터 하단에 자주 쓰는 메뉴, 그러니까 전화와 내비게이션, 카, 미디어 버튼을 잘 정리해 놨다. MMI 다이얼이 센터페시아에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조작은 약간 불편하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작은 부분에서 고급감을 느낄 수 있는데, A1의 경우 다이얼을 들 수 있다. 센터페시아의 다이얼은 조작감이 좋은 것은 물론 소리까지 좋다.
모니터는 메르세데스의 소형차처럼 탈착이 가능하게 생겼다. 내비게이션의 맵은 좋지만 화질은 보통 수준이다. 대부분의 기능은 모니터에 통합돼 있다. 주요 메뉴로는 카와 내비게이션, 미디어, 음향 효과, 정보 등이 있고, 생각보다는 세부 기능이 많다. 엔트리 모델이라서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 메뉴는 이피션시와 오토, 다이내믹 3가지만 있다.
기어 레버 앞에는 컵홀더가 마련돼 있다. 가장 좋은 컵홀더의 위치라고 생각된다. 컵홀더도 깊고 크다. 실내에서 아쉬운 부분은 USB 단자의 부재이다. 폭스바겐 그룹은 아직까지 USB 도입에 인색하다. 요즘 들어서는 USB의 활용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불편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계기판은 간단하고 명료한 디자인이다. 타코미터나 속도계 모두 시인성이 좋다. 계기판의 액정을 통해서는 순간 연비와 나침반, 디지털 속도계 등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D 컷 스타일의 스티어링 휠은 실내의 분위기를 살리는 부분이다. D 컷 스타일의 스티어링은 기능성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크진 않다. 하지만 시각적으로 스포티한 맛을 준다. 그리고 운전대를 돌릴 때 손바닥을 스치는 느낌도 좋다.
2열 공간은 좁다. 성인이 앉기에는 무릎이나 머리 위 공간 모두 부족하다. 차가 작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2열 공간은 어린아이 정도가 앉기에 적당하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270리터이고, 2열 시트를 접으면 920리터로 늘어난다.
파워트레인은 1.6리터 디젤 엔진과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로 조합된다. 1.6리터 디젤 엔진은 116마력, 25.5kg.m를 발휘하며, 리터당 출력이 높은 편은 아니다. 대신 토크 밴드가 넓다. 최대 토크가 1,500~3,200 rpm 사이의 넓은 구간에서 나온다.
A1이 조용한 차는 아니다. 공회전에서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이 잘 들린다. 전반적으로 방음이 부족하다. 고속으로 주행 시 바람 소리는 크지 않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있는 편이다. A1은 남성보다는 여성, 디젤보다는 가솔린이 더 어울리는 차라고 생각된다.
A1 스포트백 30 TDI의 0→100km/h 가속 시간은 9.5초이다. 빠른 순발력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동력 성능은 제공한다. 실제로 달려보면 수치 이상의 가속력을 보인다. 디젤 특성상 밀고 나가는 힘이 좋고, 체감은 그 이상이다. A1의 차체 사이즈를 생각하면 1.6리터 디젤이 그리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많은 저배기량 디젤 엔진이 그렇듯, A1 30 TDI 역시 기어비가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1~5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각각 30, 55, 80, 120, 155km/h이고, 이때까지는 활기차게 가속된다. 대신 6단부터는 가속력이 둔화되고, 7단에서는 아주 조금씩 속도가 올라간다. 7단으로 3,500 rpm이면 190km/h를 기록한다. 제원상 최고 속도는 200km/h인데 평지에서는 190km/h 이상의 가속이 힘들다.
앞으로 달리는 동력 성능은 평범하지만 그 이외의 주행 성능은 급 이상이다. 우선 직진성이 매우 좋다. 가장 작은 아우디지만 특유의 주행 안정성은 그대로 확보하고 있다. 높은 속도로 편안하게 내달릴 수 있다. 가라앉는 듯한 안정성도 좋지만 운전대로 전해지는 느낌이 매우 안정적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바람 소리도 적다.
특히 좋은 것은 주행 감각이다. 작은 차 같지 않다. 일반적으로 작은 차는 차체의 롤이 많고 뒤뚱거리기 쉬운데, A1은 그런 부분이 최소화 돼 있다. 하체가 부드러운 것과는 별개로 탄탄하게 차체를 지지한다. 주행 감각만 보면 차급 이상의 성능을 발휘한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가는 성능도 일품이다. 잘 세팅된 서스펜션과 좋은 타이어의 조합이 뛰어난 코너링 성능을 발휘케 한다. 리어 서스펜션이 토션빔인 것을 감안하면 A1의 승차감과 코너링 성능은 더욱 인상적이다.
공인 연비는 스포트백(18인치 기준)이 리터당 16km이다. 차체 사이즈와 배기량을 생각하면 A1의 공인 연비가 가장 좋은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실제 주행 연비는 빼어나게 잘 나온다. 90km/h 정속 주행 시 웬만하면 리터당 25km를 넘는다.
고급 브랜드의 가격을 보면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차가 작을수록 더욱 그렇다. A1의 작은 사이즈를 감안하면 가격이 높다고 느껴지는 게 당연하다. A1 살 돈이면 훨씬 차체가 크고 편의 장비도 많은 국산차도 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선택의 폭은 매우 좁아진다. 불합리함을 감수하고 구매력을 끌어내는 게 프리미엄 브랜드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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