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기 | 스코다 뉴 파비아 1.0 MPI 독일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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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다 파비아의 장점은 검증된 파워트레인과 넓은 실내 공간이다. 트렁크를 포함한 실내 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은 수준이다. 스코다의 장기이자 가장 주력으로 내세우는 장점이기도 하다. 동력 성능은 1리터 60마력 엔진에 기대하는 만큼이다. 대신 소음에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고, 특히 음색이 안 좋다. 주행 안정성도 같은 급의 폴로보다 떨어진다. 외관 디자인은 호불호가 갈릴듯하다.
파비아는 1999년에 데뷔한 스코다의 B 세그먼트 모델이다. 펠리치아를 대체하는 모델이며, 시티고가 데뷔하기까지 스코다 라인업에서 가장 작은 차였다. 1994~2001년까지 생산된 펠리치아는 스코다의 독자 플랫폼으로 생산된 마지막 모델이었다. 따라서 스코다는 파비아를 통해 과거와의 연을 완전히 끊었다고 할 수 있다.
스코다는 1895년에 설립된 체코의 자동차 회사이다. 다임러, 오펠, 푸조 등과 함께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역사는 오래됐지만 90년대 이전까지 특별히 부각된 적은 없다. 중유럽과 동유럽을 중심으로 소소하게 차를 판매했을 뿐이다. 실제로 폭스바겐이 지분을 참여하기 시작했던 1991년만 해도 연간 판매가 17만대에 불과했다. 그리고 파비아가 나온 1999년에도 연간 판매가 39만대를 넘지 못했다. 폭스바겐의 투자가 없었다면 이마저도 힘들었을 게 확실하다.
체코 정부는 1990년에 폭스바겐을 스코다의 파트너로 선정했고, 1991년 3월에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의 스코다는 오래된 플랫폼과 구식 엔진으로 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발전된 기술이 필요했다. 폭스바겐은 우선적으로 스코다 지분 30%를 인수했고, 1994년에는 60.3%로 높였다. 스코다는 폭스바겐 그룹의 4번째 브랜드가 됐다. 그리고 1995년 12월에는 지분을 70% 이상으로 높였다.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폭스바겐은 스코다에 본격적으로 투자를 했다. 판매는 해마다 높아져서, 2000년에는 처음으로 40만대가 넘었다. 특히 2000년대 들어서의 스코다는 폭스바겐 그룹의 주요한 성장 동력 중 하나였다. 비슷한 위치인 세아트와 달리 스코다는 꾸준하게 성장했다. 현재 스코다와 세아트의 판매는 거의 3배 차이가 난다. 심지어 스코다는 세계적 경제 위기였던 2008~2010년 사이에도 계속 판매를 늘렸다. 그리고 작년의 글로벌 판매는 103만대를 넘었다. 스코다의 글로벌 판매가 100만대를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스코다의 베스트셀러는 옥타비아이고, 그 다음이 파비아이다. 작년에는 라피드가 더 많이 팔리긴 했지만 파비아는 여전히 스코다 라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종이다. 파비아도 꾸준한 판매를 보였다. 1999년(823대), 2000년(12만 8,000대)를 제외하면 연간 판매가 계속 20만대를 넘었다. 그러다 작년에 판매가 16만대로 떨어졌는데, 이는 모델 체인지가 임박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팔렸던 때는 2011년의 26만 8,800대이다.
작년 유럽 판매는 11만 6,300대로 세그먼트 9위, 신차가 나온 올해 상반기는 7만 6,900대(+27%)로 8위에 랭크돼 있다. 구형 파비아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있어서 2011~2012년에는 연속으로 4만 8,000대를 넘겼다. 파비아는 2012년 5월에 누적 생산이 300만대를 넘겼다. 이중 1세대는 178만 8,000대, 2세대가 121만 1,900대이다.
현행 모델인 3세대는 작년의 파리 모터쇼에서 데뷔했다. 신형은 플랫폼을 바꾸고 엔진도 업그레이드하면서 실내 공간과 효율이 더 좋아졌다. 현행 파비아는 플랫폼과 부품의 절반은 MQB, 41%는 폴로가 사용하는 PQ26, 나머지 9%는 기존 PQ25를 공유한다. 최신의 품질과 비용을 감안한 결정 같다. 차체 중량은 구형 대비 65kg이 가벼워졌다.
엔진의 경우 1리터 3기통이 새로 추가됐다. 1세대에도 1.0(4기통 8밸브)이 있었지만 오래된 엔진이었고, 2세대는 엔트리 엔진이 1.2 MPI였다. 신형은 1.0 MPI 3기통 가솔린이 새 엔트리 엔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파비아의 1리터 엔진은 60마력과 75마력 두 가지 버전이 나오고, 시승차는 60마력 버전이다.
옥타비아처럼 파비아 신형도 스타일링의 변화는 크지 않다. 기존의 디자인을 다듬은 정도다. 현재 스코다의 얼굴이 중국 취향에 맞아서라는 말도 있다. 전면은 누가 봐도 스코다임을 알 수 있는 얼굴이고, 세로 바 그릴이 특징이다. 그릴을 포함한 스코다의 패밀리룩은 호불호가 갈릴듯하다.
보디의 디테일은 최근 폭스바겐처럼 변했다. 이른바 종이접기식 디자인이 측면과 후면에 적용됐다. 선이 간결해졌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라인은 폭스바겐은 물론 최근 나온 아우디의 신형 A4에서도 볼 수 있다. 공유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도 든다. 간결한 라인의 보디는 보기 좋을 수도 있지만 생산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트렌드대로 파비아의 차체(3,992×1,732×1,467mm 휠베이스 : 2,470mm)는 전고와 전장은 줄고 전폭은 늘었다. 구형과 비교 시 전폭은 90mm가 확대됐고, 전고는 30mm가 낮다. 전장은 8mm가 짧아진 대신 휠베이스는 10mm가 늘었다. 차체 사이즈는 폴로보다 약간 크다.
최저 사양의 렌터카다보니 휠은 당연히 주철이다. 휠 커버 자체도 아주 단순한 디자인이다. 타이어 사이즈는 185/60R/15로 엔진이 1.0 자연흡기인 것을 감안하면 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타이어는 금호타이어의 에코윙 ES01이다. 차체 크기를 감안하면 0.32의 공기저항계수는 높은 편에 속한다. 참고로 1.2 TSI는 0.316으로 약간 더 좋다.
실내는 편의 장비를 쏙 뺀 사양이고, 내장재의 질도 낮다. 소위 말하는 깡통 사양이다. 편의 장비가 정말 없어서 렌터카용으로 특수 제작한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실내에 적용된 플라스틱은 아주 싼 티를 간신히 벗어났다. 딱딱하기도 하지만 보기에도 질감이 떨어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시선에서 밑으로 내려갈수록 질감이 더 나쁘다. 같은 급의 포드 피에스타나 현대 i20보다 못하다.
최저 사양이기 때문에 흔히 모니터가 있는 자리에는 가로로 길쭉한 수납 공간과 간단한 오디오 패널이 마련돼 있다. 길쭉한 수납 공간은 의외로 깊어서 여러 가지 물건을 넣기에 좋다. 물건이 움직이지 말라고 고무 패드도 깔려 있다. 이 고무 패드는 너무 쫀득해서 물건을 넣고 빼거나 그 안에서 움직일 때 약간은 불편한 감도 있다.
오디오 패널은 아주 간단한데 의외로 기능이 있다. 오디오 세팅이나 라디오, USB 등의 정보가 동그란 액정에 뜬다. 이 액정의 크기는 500원짜리 동전보다 약간 큰 정도여서, 표시되는 정보를 보는 것도 답답하다. USB를 연결했을 때의 반응도 느린 편이다.
의외로 좋은 것은 오디오의 음질이다. 차급, 편의 장비, 내장재를 생각할 때 오디오의 음질이 꽤 좋다. 달릴 때도 소리가 잘 들린다. 거기다 오디오의 볼륨이 속도에 비례하는 최신 기능도 있다. 예를 들어 볼륨을 10으로 맞추고 달리다 차의 속도가 낮아지면 오디오 소리도 그에 맞춰 낮아진다. 이때는 오디오 볼륨이 너무 낮아지는 감이 있어서, 오히려 달릴 때보다 음악이 더 안 들린다.
공조장치 다이얼은 아주 간단하고 따라서 사용이 직관적이다. 디자인 자체는 구식이지만 쓰기에는 편하다. 공조 장치 하단에는 AUX와 USB, 시거잭이 딱 하나씩 마련돼 있다. 보통 센터 콘솔 박스가 있으면 후면에 시거잭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지 않은 파비아는 실내를 통 털어 딱 하나 뿐이다.
기어 레버 앞의 수납 공간은 쓸 만하다. 크기가 다른 컵홀더가 2개 있고, 그 앞에는 깊은 수납 공간이 있다. 잡다한 물건을 넣기가 좋다. 다만 컵 수납 시 물건 넣고 뺄 때 약간 손이 걸린다. 기어는 5단이고 레버의 질감은 특히 싼 티가 난다. 그리고 레버가 짧아서 손과의 거리가 좀 있다. 시트가 약간 높은 편이어서 멀게 느꼈을 수 있다.
직물 시트의 조작은 모두 수동이다. 여러 폭스바겐처럼 등받이 각도는 다이얼식으로 한다. 한 번에 많이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시트는 보기에는 좀 그럴 듯 해보이지만 불편하다. 우선 쿠션의 크기가 작고, 1시간만 운전해도 엉덩이가 아프다. 최근 타본 차 중 시트가 가장 나쁘다. 암레스트도 없는 것도 불편하다.
계기판도 매우 간단한 디자인이다. 좌우에 타코미터와 속도계가 있고, 가운데에 액정이 배치된 흔한 디자인이다. 액정에는 문 열림과 안전벨트 착용 여부, 연료 게이지만 있다. 수온계는 없고, 트립 컴퓨터도 빠진 사양이다. 누적 거리 확인만 된다. 차를 받았을 때는 주행 거리가 16km에 불과했다.
3스포크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에도 일체의 버튼이 없다. 스티어링 휠은 약간 크게 느껴지고 무게도 있는 편이다. 도어 포켓은 그래도 병이나 물건을 넣기 좋게 디자인 됐다. 2열 유리가 수동이니까 도어 트림에도 1열 유리 버튼 2개만 있다. 아무리 최저 사양이어도 보통 운전석 유리의 하향 정도는 원터치인데, 이 파비아는 모두 원터치가 아니다. 유럽에서 차를 타면서 운전석조차 원터치가 아닌 차는 파비아가 처음이다.
스코다의 가장 강점 중 하나는 실내 공간이고, 파비아 역시 마찬가지다. 1열처럼 2열도 머리 위 공간이 넉넉하다. 무릎 공간이 약간 좁은 감이 있긴 하지만 차급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물론 시트는 그렇게 편하지 않다. 330리터의 트렁크 용량은 B 세그먼트 중에서는 가장 큰 수준이고, 거의 C 세그먼트에 육박한다. 참고로 폴로가 280리터다. 그리고 트렁크 한 쪽에는 2개의 수납 공간도 마련돼 있다.
파워트레인은 1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5단 수동변속기의 조합이다. 최고 출력은 60마력, 최대 토크는 9.7kg.m으로 파비아 라인업에서는 가장 성능이 낮다. 리터당 출력이 60마력이니까 요즘 기준으로 보면 최저 수준이다. 요즘 자연흡기 엔진은 리터당 75마력도 흔하고, 리터당 토크도 10kg.m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이 1리터 엔진은 75마력 버전도 나온다.
60마력 3기통 엔진은 최소한의 동력 성능을 발휘한다. 시내나 가까운 거리를 오갈 때는 그럭저럭이지만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여지없이 힘 부족을 나타낸다. 배기량과 출력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음색이 거친 건 저속에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아주 낮은 회전수에서의 음색은 듣기가 거북한 수준이고, 회전 질감도 좋지 못하다. 다른 1기통 엔진 차종(업!, 스파크, 피에스타)과 비교해도 차이가 많다.
회전수 6,500 rpm 기준으로 1~4단에서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40, 80, 125, 160km/h이다. 계기판 기준으로 4단에서 160km/h까지 나가고 5단에서는 아주 조금씩 속도가 붙는다. 시간을 들이면 170km/h까지 나가고, 이때 내비게이션의 속도는 160이다. 제원과 동일하다. 5단 가속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사실상 의미 없다.
많은 유럽의 수동 자동차들처럼 파비아도 계기판에 시프트 업 하라는 숫자가 뜬다. 예를 들어 2단으로 달리고 있으면 ‘3’이라는 숫자가 나타난다. 연비를 위해 3단으로 시프트 업 하라는 뜻이다. 항상 나타나는 건 아니고 급가속할 때는 표시가 안 된다. 그리고 급가속 시에도 5,000 rpm이 넘으면 시프트 업 숫자가 뜬다. 파비아는 현재 사용 중인 기어의 숫자도 표시가 된다.
아직 길이 안 들어서 엔진의 음색이 안 좋을 수 있다. 같은 이유로 기어의 변속감도 뻑뻑하다. 쏙쏙 들어가는 맛은 없다. 클러치 페달의 무게도 약간은 무거운 편이다. 보통 출력이나 배기량이 낮으면 클러치 페달도 가볍다. 파비아는 엔진을 생각하면 클러치가 다소 무겁다. 피에스타나 포커스에 비해 1, 2단 변속 시 울컥거림이 없는 건 장점이다. 비교적 미끈하게 변속된다.
1.0 자연흡기 엔진의 파비아는 도심에 초점이 맞춰진 차다. 엔진 출력 자체부터 연비 위주이다. 주행 안정성도 마찬가지다. 높은 속도로 달릴 때 그렇게 편하지 않다. 롤이 많고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도 많다. 120km/h 정도까지는 괜찮은데 그 이상에서는 안정성이 떨어진다.
스코다는 재작년의 구형 옥타비아와 이번에 탄 파비아가 두 번째다. 두 차종만 타본 경험으로 얘기하면, 스코다는 같은 급의 폭스바겐보다 서스펜션의 상하 움직임이 많다. 차별화를 둔 것이 아닌가 싶다. 정확히 얘기하면 차별화가 아니라 못하다. 거기다 승차감도 떨어지고, 스티어링 감각도 정확한 편이 아니다.
옥타비아와 파비아를 통해 본 스코다의 장점은 뚜렷하다. 폭스바겐과 공유하는 파워트레인을 통해 좋은 연비와 성능을 확보하고, 가격은 낮게 책정한다. 가격이 낮은 만큼 주행 성능도 떨어진다. 대신 트렁크를 포함한 실내 공간은 동급에서 가장 넓게 확보하고 있다. 옥타비아의 경우 폭스바겐 상품성의 80% 이상이었다. 반면 이번에 탄 파비아는 그보다 못하다. 옥타비아와 달리 파비아는 돈을 더 주더라도 폴로가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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