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SUV 대결, BMW X5 vs 볼보 XC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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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포르쉐는 카이엔 S E-하이브리드를 앞세워 럭셔리 하이브리드의 새 길을 열었다. 지난해 말 메르세데스는 GLE500e를 몰고 이 시장에 들어왔다. 그리고 올해 볼보, BMW와 아우디가 일제히 뛰어들었다. 틈새시장에 좀 더 든든히 자리 잡았고, 그 싸움은 점점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처럼 유럽에서도 이 틈새시장이 번창할지는 두고 봐야한다. 포르쉐와 메르세데스는 다기통 휘발유 터보 엔진을 달아 유럽시장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와는 달리 신형 볼보 XC90 T8과 BMW X5 x드라이브40e는 축소형 4기통 엔진을 얹었다. 실생활에서 재래식 디젤에 맞설 중장거리 연비를 자랑하는 엔진이다. 올해 말 아우디의 Q7 e-트론도 처음으로 V6 디젤-전기 플러그인 파워트레인을 시장에 들여놓는다. 그러나 이 비교시승에서는 신형 볼보와 BMW를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그렇다면 볼보와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SUV가 기존의 디젤 엔진보다 뛰어난 장점은 무엇인가? 앞서 엔진을 거론했지만, 다시 세부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둘 다 휘발유 엔진이 2.0L를 약간 밑도는 배기량을 갖췄다. BMW는 터보를 달아 242마력에 도달했다. 볼보는 터보와 배터리가 함께 동력과 배터리 충전 기능을 한다. 그러면 터보 휘발유가 실제로 전형적인 200마력 4기통 디젤보다 연비가 더 좋을까?
두 SUV는 다 같이 약 9.0kwh 리튬이온 고압 구동 배터리를 실었다. 볼보는 7인승을 그대로 지켰고, BMW는 5인승. BMW는 단일 전기모터를 통해 111마력과 25.4kg·m를 뿜어낸다. 한편 볼보는 메인 전기모터와 그보다 작은 시동발전기를 통해 133마력과 38.6kg·m를 추가했다. 이로써 볼보의 총출력은 300마력을 훨씬 넘어섰다.
실제로 XC90의 파워트레인은 파워를 바퀴에 완전히 쏟아붓지 않았다. 그래도 볼보의 전체 '시스템 출력'은 크게 앞섰다. 볼보의 401마력과 65.1kg·m는 BMW의 309마력과 45.7kg·m를 압도했다. 나아가 볼보의 무배기 시스템은 도로에서 접근하기 쉽고 강력했다. 거기에는 기술의 특성과 두 모델의 특별한 파워트레인이 전기와 엔진 파워를 아우르는 방식에 이유가 있었다.
기술적 측면을 깊이 파고들기 전에 이들을 살 때의 구체적인 손익을 따져보기로 하자. 이들은 엄청 비싼 차가 아니고, 대등한 디젤보다 성능이 같거나 뛰어나다. 게다가 상당히 알찬 가치를 지니고 있다. 가령 자주 충전하고 단거리 운행을 한다면 비교적 유지비가 적게 들어간다.
현대적이면서 럭셔리한 SUV의 폭넓은 재능을 갖춘 대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시험하려면 파격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초정밀 휘발유-전기 파워트레인의 경우는 더욱 치밀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특히 XC90 T8과 X5 40e의 시승에 대비해 300km의 시승코스를 둘로 갈랐다. 제1구간은 길이 60km. 시가지의 출퇴근로,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의 혼합 구간이었다. 배터리를 완전히 충전하고 출발해 버밍엄 남쪽 홉우드 파크 휴게소에서 끝난다. 영국인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성능, 운전 기능과 경제성을 비교하기 위해서다.
제2구간은 길이 240km 코스. 상당한 거리의 고속도로와 함께 점차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는 북부 웨일즈의 험난한 A와 B급 도로로 구성했다. 우리는 한 쌍의 하이브리드 SUV를 촬영하고 끝마무리하는 데 가장 적합한 장소를 골랐다. 스노도니아의 디노윅 수력발전소로 이웃 관광센터에서는 전기가 난다는 뜻에서 일렉트릭 마운틴(Electric Mountain)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먼저 비교시승의 결정적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두 라이벌 사이에 분명히 있을 품질, 특성과 실내 품질의 격차를 알고 난 뒤에야 기능과 역동적 기질로 넘어갈 수 있었다. 분명히 XC90은 매력적인 제품이었다. 볼보의 새 디자인 언어는 예리한 모서리와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기하학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그에 비해 BMW는 보다 푸석하면서도 자유롭게 흘렀다. 어느 쪽을 택할지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XC90은 감각적 실체와 현대적 스타일에 더 큰 인상을 받는다. 그에 비해 X5의 스타일은 스타일과 감각에서 상상력이 부족하고, 상대적으로 평범하다는 인상을 떨치지 못했다.
두 라이벌은 실내공간과 같은 실용적인 면에서 거의 대등했다. 볼보는 트렁크 공간과 7인승에서 점수를 더 땄고, 상대적인 추천 항목에서는 격차가 없었다. 한편 BMW는 보다 편안한 좌석과 분할식 테일 게이트로 반격했다.
합리적 고객들은 실생활에서 어느 차가 더 경제적이냐를 알고 싶어 한다. 러시아워의 제1구간 60km 혼성 코스에서 XC90의 연비는 18.7km/L인데 X5는 14.8km/L. 이로 미뤄 둘 중 하나는 디젤차를 꺾을 잠재력을 갖췄으나, 다른 한 대는 그렇지 않았다.배터리 완전 충전 상태에서 제1 시승구간은 XC90의 손을 들어줬다. 전력만으로 달릴 때 주행거리가 좀 더 길었을 뿐 아니라 반응이 더 뛰어나고 강력하고 믿음직했다.
X5의 전기모터는 재래식 엔진과 같은 기어박스와 연결됐다. 따라서 재래식 엔진처럼 동력전달에 순간적인 저속 지체와 간섭이 일어났다. XC90의 완전 전기 모드는 뒤 액슬을 직접 구동해 저속에서도 스로틀 반응이 훨씬 깨끗했다. 완전 전기차의 힘들지 않는 즉각적인 반응에 더 가까웠다. 간선도로와 고속도로에서 속도가 올라가자 BMW의 전기모터가 볼보보다 빨리 힘이 떨어지고, 휘발유 엔진의 도움 없이 가속하기에 힘겨웠다. XC90은 시속 95km까지 재래식 엔진 차가 끼어들지 못하게 할 만큼 강력했다. 아무튼 배터리는 순발력을 유지했다.
뒤이어 제2 시승구간에 들어갔다. 재미있고 탁 트인 웨일즈의 A급 도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배터리는 거의 바닥이 났다. 따라서 연료 효율은 주로 운전 성능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에너지 절약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얼마나 능률적인가를 밝힐 수 있었다. 곧 두 라이벌의 트립 컴퓨터는 상당히 떨어진 연비를 보여주고 있었다. 볼보는 15km/L를 약간 밑돌고, BMW는 10km/L를 웃돌았다. 우리는 상당히 힘차게 몰아붙였다. 게다가 일상적인 경우보다 더 먼 거리를 달렸다.
연비가 전부는 아니다. 꼬부랑 산길에 들어서자 금방 알 수 있었다. 두 SUV는 전형적인 디젤 4x4보다 더 활기차게 달리기에 몰두했다. 그러나 여기서 볼보가 눈부시게 빛났다. 우리 시승차의 어느 한쪽도 본격적인 고성능 4x4의 확실한 근력이 없었다. 절실히 필요한 시속 60~110km의 주행 가속에서 긴박감을 더했다. 두 라이벌은 다 같이 서스펜션, 파워트레인과 스티어링에 스포티 모드가 들어 있었다. 아울러 수동기어가 있었다. 하지만 볼보는 BMW보다 출발이 더 빨랐다. 어느 디젤 SUV도 꺾을 수 있는 순발력을 보여줬다. 반면 X5는 추월할 때 조금 흔들리며 긴장했다.
볼보의 승차감과 핸들링도 BMW보다 훨씬 앞섰다. 코너링이 한층 안정되고 자연스레 균형을 잡았으며, 보다 유연하게 달렸다. 좀 더 묵직하고 감각이 뛰어나고 예리한 스티어링이 이 모두를 뒷받침했다. 볼보는 스프링이 더 부드러웠다. 따라서 약간 승차감이 거칠고, 때로는 댐핑이 미약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승차감은 탁월했다.
예상대로 BMW는 다급할 때 대담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스티어링은 정중앙에서 너무 느렸고, 피드백은 무감각했다. 이처럼 큰 차가 꼬부랑 도로를 힘차게 공략하기에는 너무 부정확하고 일관성이 없었다. X5는 불필요하게 승차감이 딱딱했다. 캠버 변화와 바퀴자국에 지나치게 민감했고, 시승차가 신고 나온 런플랫 타이어 탓에 약간 조잡했다.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 볼보에 비해 BMW는 성능의 한계와 싸우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내 우리는 뜻밖의 결론에 도달했다. 이 시승에 앞서 우리는 휘발유-전기 럭셔리 SUV가 경제성에서 디젤을 누를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XC90 T8이 운전자에게 매력적인 동시에 합리적인 장점을 갖추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볼보는 두 가지를 모두 이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갖춘 럭셔리 SUV의 미래가 다가온다면, 볼보가 새 시대를 앞장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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