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의 정석,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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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명가 토요타가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의 대명사 RAV4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접목한 RAV4 하이브리드를 국내에 선보였다.
캠리 하이브리드, 렉서스 ES300h에 적용되는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2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차체 앞에 얹고, 뒷바퀴의 구동력을 위해 1개의 전기모터를 추가로 뒷바퀴에 결합시켰다. 즉, 1개의 가솔린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인 것이다. 이 시스템은 이미 렉서스 NX300h를 통해서 선보인 것과 같다. 결국 NX300h의 토요타 버전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토요타 RAV4는 혼다 CR-V, 기아 스포티지 등과 함께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대명사다.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의 원조는 1993년 등장한 기아 스포티지다. 하지만 스포티지는 프레임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반면 오늘날처럼 승용차형 모노코크 바디로 개발된 크로스오버로서는 RAV4가 최초다. RAV4는 1994년 3도어 형태로 처음 등장했고, 2000년 등장한 2세대 모델부터는 오늘날처럼 5도어 형태로 바뀌었다.
이번에 소개된 RAV4 하이브리드는 지난 2012년 출시된 4세대 모델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에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모델이다. 국내에는 페이스리프트 된 가솔린 모델이 먼저 선을 보였는데, 그 모델을 아직 시승해 보지 못했기 때문에 RAV4 하이브리드 모델을 통해서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처음 만나게 됐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최신 킨 룩 디자인을 완성도 높게 다듬어 더욱 산뜻하게 바뀌었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더욱 가늘게 다듬으면서 토요타 엠블렘을 중심으로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으로 완성됐다. 그러면서 헤드램프 부분이 더욱 강조됐고, 바이-LED가 적용됐다. 범퍼 아래 부분도 레이어를 입힌 것처럼 입체적으로 다듬었다.
옆모습은 변화가 거의 없다. 뒷모습에서도 가장 크게 변한 것은 램프류다. 리어 램프가 좀 더 날카롭게 디자인됐고, 독특한 면발광 램프도 추가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곳곳에 하이브리드 엠블렘이 추가되고, 토요타 엠블렘도 하이브리드용 파란색 엠블렘이 더해졌다.
4세대 RAV4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크기는 4,605 x 1,845 x 1,705mm에 휠베이스 2,660mm로 페이스리프트 이전 모델보다 길이가 35mm 늘어났다. 가장 큰 경쟁모델인 혼다 CR-V의 크기가 4,555 x 1,820 x 1,685mm에 휠베이스 2,620mm이므로 CR-V보다는 살짝 더 크다. 기아 스포티지의 크기 4,480 x 1,855 x 1,635mm와 휠베이스 2,670mm와 비교하면 길이가 125mm 길고, 휠베이스는 10mm가 짧다. 결국 여러 경쟁모델들이 크기 면에서는 대동소이 하다고 하겠다.
인테리어도 페이스리프트 전과 큰 틀에서 변화는 없다. 지금 봐도 디자인은 매우 참신하다. 특히 센터페시아 부분을 가로로 길게 선반처럼 처리한 것이 돋보이고, 그 부분을 감싼 가죽의 쿠션감과 질감도 뛰어나다. 다만 센터페시아 모니터의 크기가 최신 모델들에 비해 다소 작고, 버튼류의 디자인과 배열도 너무 대중차 느낌이 강하다. 최근 현대 기아차를 비롯한 많은 양산 브랜드들이 앞다투어 인테리어를 고급스럽게 꾸미는 것에 비하면, 토요타 모델들의 인테리어는 여전히 대중차 다운 투박함이 남아 있다. 향후 토요타 모델들이 크게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계기판에 회전계 대신 하이브리드 전용 에너지 게이지가 적용된 점이 차이다. 엔진 스타트 스톱 버튼이 파란색인 점도 눈에 띄고, 기어 레버 앞쪽에 머그컵의 손잡이까지 포용하는 새로운 디자인의 컵 홀더를 선보인 것도 재미있다.
2열 시트는 등받이 각도 조절이 되고, 6:4로 분할 폴딩 된다. 트렁크는 전동 게이트가 적용됐다. 트렁크 바닥이 낮아서 짐을 싣고 내리기 편리한 점도 돋보였다.
파워트레인은 앞서 말한 것처럼 1개의 가솔린 엔진과 3개의 전기모터가 조합됐고, 변속기는 e-CVT다. 우선 엔진은 4기통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으로 최고출력 152마력/5,700rpm, 최대토크 21.0kg.m/4,400~4,800rpm을 발휘한다.
전기모터 2개는 앞쪽 엔진 룸에 엔진과 함께 직병렬 혼합식으로 연결된다. 전통적인 토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같다. 전기모터는 최대 143마력을 발휘하며 엔진과 전기를 합친 시스템 출력은 최대 197마력에 이른다. NX300h의 경우 시스템 출력이 199마력으로 파워트레인은 거의 같다고 볼 수 있겠다. 참고로 같은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가 더해진 캠리 하이브리드와 렉서스 ES300h의 경우 엔진이 158마력, 시스템 출력은 203마력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평상시엔 토요타의 전륜구동 하이브리드 시스템처럼 앞바퀴에 100%의 구동력이 가해지지만 상황에 따라서 후륜에 트랙션이 필요할 경우 최대 50:50까지 구동력이 배분되는 E-Four 시스템이다. 기본적인 앞과 뒤의 출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앞 뒤 모두 최대출력이 가해질 경우에는 50:50이 될 수 없지만, 출발 시 등 상황에 따라서 후륜 전기모터와 동일한 양만큼 앞쪽에서 출력을 발생시키면 50:50의 구동력 배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후륜에 전기모터를 직접 장착함으로 인해 후륜에 기계적으로 동력을 전달하는 트랜스퍼 케이스나 드라이브 샤프트가 전혀 필요 없이 전기 배선 만으로 구동력을 전달할 수 있어, 무게 균형이나 공간 활용성 면에서 유리하다.
스타트 버튼을 누르면 배터리가 충분할 경우 엔진 시동 없이 출발 준비가 끝난다. 출발은 전기모터만으로 충분하다. 지긋이 가속할 경우 약 40km/h 정도까지 전기모터 만으로 가속이 가능하다. 만약 시내 신호대기 등에서 출발할 경우 'EV'모드를 선택하면 엑셀을 절반 정도 밟은 상태에서 주변 흐름과 비슷한 정도로 EV모드 가속이 가능하다. 역시 40km/h 정도가 넘어서면 엔진 시동이 걸린다. 충전되어 있는 배터리를 저속에서 최대한 많이 사용하려고 할 때는 EV모드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
전체적인 가속감은 특별히 빠르지 않고 무난하다. 중속으로 주행 중에 추월 가속을 할 때도 토크감이 강력하지는 않다. 특히 전기모터가 즉각적으로 강력한 토크를 뿜어낼 때 느낄 수 있는 순간적인 토크감도 그리 크지는 않다. 전체적으로 효율에 맞춰 부드럽게 세팅되어 있는 듯하다.
EV모드, 에코모드와 함께 스포츠 모드도 마련되어 있어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다소 빠른 응답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가속감이 그렇듯이 스포츠 모드에서도 강력한 토크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프리우스만 하더라도 중속에서 재가속할 때 꽤 두터운 토크감을 느낄 수 있는데 그것과 분명히 차이가 난다.
기어 레버를 왼쪽으로 밀어 수동모드로 전환하면 기어는 항상 4단에 들어간다. e-CVT는 수동모드에서도 회전수를 높게 유지하면서 속도를 꾸준하게 올려주는 CVT의 특성이 거의 그대로 나타난다. 현재의 프리우스처럼 아예 수동모드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최근 타사의 CVT들은 매우 다이나믹한 특성을 보이는 것처럼 e-CVT도 좀 더 적극적인 수동 변속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필요는 있겠다.
E-Four 시스템은 상황에 따라 후륜도 전기모터로 구동해 주행안정성을 높여 주는데, 시승이 비교적 평이한 구간에서 이뤄진 관계로 특별히 탁월한 안정성을 체험해 보지는 못했다. 눈길이나 빗길 커브 등이라면 진가를 느낄 수 있었으려나?
승차감은 일상적인 주행에서 매우 안락하면서 적당한 안정감도 느낄 수 있다. 고속에서도 직진 안정성은 큰 불안함 없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고속에서 급 차선 변경을 시도할 경우 롤은 상당히 큰 편이다.
연비는 복합 13.0km/l (도심 13.6km/l, 고속도로 12.4km/l)다. 이번 시승은 연비 위주의 운전은 전혀 하지 않고, 고속 주행과 급가속 테스트를 많이 했는데도 약 10~11km/h 정도의 연비를 보였다.
토요타 RAV4 하이브리드는 세계적으로 매우 인기 높은 도심형 크로스오버 SUV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뛰어난 연비와 탁월한 정숙성, 그리고 매우 높은 활용도를 갖췄다. 특히 렉서스에서 오랫동안 사용해 온 E-Four 4륜구동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과 4륜구동의 안정적인 주행성을 극대화한 시스템으로 하이브리드 크로스오버의 정석을 잘 보여준다.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면서 선보인 디자인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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