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500X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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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트 친퀘첸토(500) 시리즈의 크로스오버 500X를 시승했다. 피아트가 크라이슬러그룹을 인수한 이후 지프 레니게이드와 공동 개발한 첫 번째 모델이다. 500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500과는 다른 볼륨감과 실용성을 무기로 하고 있다. 크로스오버 열풍의 시대를 위한 B세그먼트 SUV, 혹은 해치백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2.0리터 멀티젯 터보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피아트 500X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피아트 친퀘첸토(500)시리즈는 BMW 미니와 폭스바겐 비틀과 같은 성격의 모델이다. 역사 속의 명차를 부활시켜 이 시대의 취향을 가미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레트로 모델이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폭스바겐 비틀. 세계 제 2차 대전 전에 개발되어 전쟁이 끝나고부터 생산되어 1978년 단종될 때까지 2,100만대가 팔린 밀리언 셀러카다. 그것이 1999년 다시 부활했고 지금은 미니와 마찬가지로 미국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미니는 2015년 미국시장에서 5만 8,514대가 팔렸고 비틀은 2013년에 4만 3,134대가 팔렸다.
두 번째인 피아트 친퀘첸토(500)는 처음 소개된 1957년부터 생산을 종료한 1975년 8월 4일까지 18년 동안 모두 389만 3,294대가 팔렸다. 1957년 여름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된 피아트 누오바 친퀘첸토 (Fiat Nuova 500)는 세계2차 대전 직후 피아트의 재도약을 이끌었던 모델로, 피아트 그룹 창업자 조반니 아녤?Giovanni Agnelli) 피아트 회장의 자리를 이어 받은 비토리오 발레타 (Vittorio Valletta)와 디자이너 단테 지아코사 (Dante Giacosa)에 의해 탄생된 모델이다.
세 번째로 1959년 데뷔 이후 2000년 9월까지 5,387,862대째를 끝으로 단종됐던 미니는 BMW에 의해 2001년 4월 다시 부활됐다. 미니는 공장 출하시 10만대 당 한 대 정도밖에 같은 차가 없다. 가장 눈에 띄는 루프와 휠의 컬러 선택에서부터 시작해 익스테리어에서 300가지, 인테리어에서 370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다.
2007년 제네바 오토쇼를 통해 다시 태어난 친퀘첸토는 커스터마이징 모델을 지향한다. 기본적으로 팝(Pop)과 라운지(Lounge) 그레이드가 있고 카브리오를 비롯해 구치(Gucci)와 공동으로 작업한 모델, 그룹 내 튜닝 전문 브랜드인 아바스(Abarth)가 손을 댄 스페셜 모델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시장을 겨냥한 500L은 한층 넓은 공간으로 시장에 따른 대응을 보여 주는 모델이다.
친퀘첸토의 이런 차 만들기는 15개의 외장 컬러와 인테리어 컬러, 보디 베리에이션 등으로 무려 50만 가지의 각기 다른 모델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피아트 500은 미국시장 상륙 첫 해인 2011년 1만 9,769대를 시작으로 2014년에는 4만 6,121대가 팔렸다. 미니와 골프가 그렇듯이 이런 세그먼트의 모델이 큰 차 위주의 미국시장에서 거둔 실적이라는 점에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장르의 모델의 인기가 일과성일 수 있다는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본거지인 이태리에서는 국민차로 자리 잡아가고 있고 해외에서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입지 확장해 가고 있다.
아직은 미니의 보디 베리에이션에 비해 부족하지만 500X는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을 배경으로 세그먼트와 장르 확장에 나선 피아트의 의지의 산물이다.
A세그먼트의 500과 달리 500X는 B세그먼트로 분류된다. 역사속 500은 RR레이아웃이었다. 지금은 FF다. 친퀘첸토에서 파생된 모델인데 500X의 이미지는 베이스 모델과는 많이 다르다. 크기 때문이다. 500은 전장이 3,545mm 인데 500X는 4,250mm다. 전장이 4,125mm인 르노삼성의 QM3보다 길다. 휠 베이스는 500X가 2,570mm, QM3가 2,605mm로 다르다. 500보다는 700mm나 길다. 전폭도 170mm 넓고 전고도 100mm 높다. 이로 인해 이미지는 500 시리즈의 패밀리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지만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고 언뜻 받아 들이기 쉽지 않다.
3도어 모델 500은 ‘앙증맞은’ 이미지가 있지만 500X는 상대적으로 전형적인 SUV 풍을 풍기고 있다. 앞 얼굴에 사용되는 라인의 처리를 중심으로 한 그래픽은 500과 일맥상통한다. 같은 분위기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미니와 같이 강한 독창성이 두 모델에서 똑 같이 비춰지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 차체가 큰 500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측면에서는 2박스카의 전형적인 프로포션이다. 존재감을 강조하는 미국차의 터치가 느껴진다. 공동 개발된 지프 레니게이드와 그래픽은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는 같다. 부풀려진 펜더를 비롯해 18인치의 거대한 휠 등으로 뚜렷한 차별화 포인트를 내 세우고 있다. C필러 부분을 경사지게 처리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500과 같은 터치라고는 할 수 없다.
뒤쪽도 톨 보이 느낌이 나는 500과는 다른 오늘날 유행하는 크로스오버의 비율이다. 돌출된 디자인보다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는 시대적인 흐름을 따르고 있다.
인테리어는 대시보드 가운데 차체와 같은 컬러의 패널을 넣고 펀(Fun)을 살리기 위한 수법으로 원을 사용한 것을 제외하면 500과는 같으면서 다른 디자인이다. 실렉터 레버의 위치 등 레이아웃도 뚜렷이 구분된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디테일에서 500패밀리의 일원임을 주장하는 터치가 보인다.
센터페시아의 맨 위 6.5인치 AV모니터와 그 아래에 원형 버튼, 그리고 에어벤트, 다시 공조 시스템을 위한 버튼 등이 조금은 복잡해 보이는 그래픽이다. 조작성을 위해 상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에어벤트 위에 세 개의 원형 버튼은 500과 같은 것이다. 젊은 층을 타겟마켓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는 디자인이지만 한 등급 상급 모델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유커넥트(Uconnect®)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이 시대에 필요한 기본적인 장비를 망라하고 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도 베이스 모델과 비슷하다. 오디오의 음량 조절과 선곡을 하기 위한 스위치가 스티어링 휠 좌우의 스포크 뒤쪽에 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클러스터가 세 개로 하나 뿐인 500과 구분된다. 왼쪽에 속도계, 오른쪽에 엔진회전계를 배열하고 가운데 별도의 LCD 계기판은 디스플레이창으로 이용하고 있다. 3.5인치 TFT-LCD 운전 정보 시스템(EVIC)은 연비, 외기 온도, 주행 가능 거리 등 차량 내부 및 외부 환경뿐만 아니라 차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정도의 크기라면 내비게이션도 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비용의 한계를 보여 준다. 센터 콘솔 앞쪽에는 실렉터 레버와 컵 홀더가 배치되어 있다. 센터 암레스트가 앞뒤로 이동하는 것은 이 등급의 차로서는 드문 것이다.
시트는 5인승. 히프 포인트가 지상에서 670mm로 SUV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운전석은 8방향 전동 조절식이다. 착좌감은 나쁘지 않다. 지지성도 이 등급의 차로서는 보통 수준이다. 장시간 운전 해도 둔부에 무리가 오지는 않는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접이식. 머리공간과 무릎 공간이 의외로 여유가 있다. 좌우 공간은 성인 두 명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공간이다. 리어 시트백이 수직에 가깝다. 2단 글로브 박스를 비롯해 곳곳에 수납공간이 많다. 트렁크 플로어를 들어 올리면 자잘은 물건을 보관할 수 있도록 여러 개로 구분된 수납함이 보인다. 스페어 타이어는 없는 대신 수리 공구가 있다. 트렁크 용량은 350리터. 테일 게이트의 형상으로 인해 크지는 않다.
엔진은 1.4리터와 2.4리터 멀티 에어 가솔린과 2.0리터 멀티젯 디젤 엔진 등이 있다. 국내에는 1.4리터 사양은 들어오지 않는다. 시승차는 1,956cc 멀티젯 II 터보 디젤로 최고출력 140ps/4,000rpm , 최대토크 35.7kg.m/1,750rpm을 발휘한다. 이 엔진은 170ps 버전도 있다.
변속기는 9단 AT. 지프 체로키부터 채용하기 시작한 ZF제 9단 AT. 지프에는 없었던 패들 시프트가 있다. 아이들링 스톱도 있었으면 좋겠다. 구동방식은 4WD.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9단에서 1,700rpm 부근. 조금은 높은 편이다. 레드존은 붉게 표시되지는 않았지만 4,600rpm부터 굵은 선으로 처리하고 있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0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0km/h에서 2단, 60km/h에서 3단, 85km/h에서 4단, 115km/h에서 5단, 150km/h에서 6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회전수를 높게 사용할 수 없는 디젤 엔진을 이렇게 잘게 나누어 놓으면 가속감은 떨어진다. 그러니까 효율성을 중시하는 타입이라는 얘기이다. 반응도 직설적이지는 않다.
달라진 점은 크라이슬러 200에서와는 다른 매핑이다. 200에서는 변속 포인트라는가 안정감에서 부족한 느낌이 많았다. 그리고 9단까지 올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9단으로 올라가도 미세한 토크 변화에 의해 시프트 다운이 됐었다. 500X는 그 점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있다. 80km/h 중반대부터 9단으로 시프트 업이 된다. 그 상태에서 오른발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시프트 다운이 되지 않고 통상적인 감각의 가속이 된다. 9단으로 주행하다가 풀 스로틀을 하면 5단으로 내려간다. FCA는 그동안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고 프로그램 수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차시의 진동이 스티어링 휠을 통해 전달되는 정도가 크다. 초기에는 상당 부분 억제되어 나오고 1~2년이 지나면 소음과 진동이 커지는 경우는 있어도 처음부터 이런 예는 드물다. 뒤쪽에서의 풍절음이 들리는 것 등 차체의 세밀한 부분에서는 개량이 필요해 보인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맥퍼슨 스트럿.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그렇다고 출렁거리는 승차감은 아니다. 롤 각이 조금 큰 편이다. 코너링시 뒷 바퀴 한 쪽이 약간 들린다. 그럼에도 리어의 추종성이 좋은 것은 4WD의 효과다. 오늘날 네바퀴 굴림방식 기능은 험로 주파보다는 포장도로에서의 주행안정성에 우선한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약 오버. 그렇게 표현은 하지만 회두성이 나쁘다거나 하지는 않다. 응답성은 평범한 수준.
상황에 따른 운전모드 선택을 위한 아트 무드 셀렉터가 있다. 실렉터 레버 뒤쪽의 다이얼로 선택하는 오토와 스포츠, 트랙션+가 그것이다. 전자식 컨트롤 시스템(Electronic Control System)과 연동된다. 도심형 크로스오버를 지향하는 모델로서 평소에 사용할 일은 드물겠지만 FCA가 지프 브랜드의 모태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내용이다.
안전장비로는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과 진행 경로가 표시되는 후방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있다. ADAS 시스템까지 채용하고 있는 한국산 동급 크로스오버들과의 경쟁에서 어떤 반응을 얻을 지 궁금하다.
피아트 친퀘첸토는 평가자들의 생각과는 달리 예상 외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독창성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500X는 그런 독창성의 베리에이션 확대다. 크로스오버 전성시대와 어울려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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