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BMW i8을 경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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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전기 자동차의 보급이 가장 활성화된 고장, 제주도에서 BMW의 친환경 브랜드인 i브랜드의 모델들을 만났다. 그 중 하나는 BMW의 스포츠카, i8이다. BMW i8은 BMW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양산차임과 동시에, 1978년 등장한 M1 이후, 근 40년만에 양산된 리어 미드십 스포츠카이기도 하다. BMW 친환경차 브랜드인 i브랜드의 이름을 가지고 태어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i8을 직접 경험했다.
BMW i8은 이미 잘 알려진 독특한 외관 디자인이 가장 눈길을 끈다. 2009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BMW의 비전 이피션트 다이나믹스(Vision Efficient Dynamics) 컨셉트와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i8 쿠페 컨셉트 등의 모습이 거의 그대로 살아 있는 i8의 외관은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부분적으로는 2008년에 선보인 M1 오마주(Hommage) 컨셉트와도 유사한 점을 찾을 수 있다.
전면부의 디자인은 과연 스포츠카다운 낮고 날렵한 이미지가 한껏 강조되어 있다. 맥라렌 스타일의 버터플라이 도어를 채용한 점도 특징이다. 하지만 디테일에서는 일견 같은 브랜드에 속해 있는 순수 전기차, i3와의 유사점도 보인다. 차체 곳곳에는 파란색으로 악센트를 주어, 스포츠카이면서도 자신이 친환경차임을 강력하게 주장한다.
하지만 i8의 외관 디자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면 뒷바퀴 부근을 중심으로 한 차체 후방의 입체적인 조형을 꼽고 싶다. 이 부분들은 공기역학적 특성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상단의 스포일러 역할을 대신하는 C필러 부근의 패널을 시작으로, 도어 파팅라인에서 이어지는 입체적인 리어휀더의 형상, 그리고 날개처럼 디자인된 리어휀더 하단의 형상에 이르기까지, 눈을 쉬이 떼기 어렵다.
실내는 BMW의 공통적인 구조와 배치에 스포츠카들이 취하는 극단적인 운전자 중심의 디자인 개념을 녹여 낸 모습이다. 실내 곳곳에는 부드러운 질감의 가죽을 사용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고, i브랜드의 일원임을 밝히기 위해 곳곳에 파란색 스티칭과 튜빙으로 악센트를 주었다.
i8에 적용된 스티어링 휠은 일반 BMW 모델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전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다만, 좌우 스포크의 스위치는 M 스포츠 스티어링휠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그립감이 우수하고, 직경도 적당하여, 스포츠카의 스티어링 휠로서 일말의 손색이 없다. 계기반은 셀렉터 레버를 오른쪽으로 젖혀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시종일관 파란색이다. 스포츠 모드가 아닌 경우에는 속도계와 에코게이지가 표시되며, 스포츠 모드에서 에코 게이지가 회전계로 바뀐다. i-Drive 시스템의 UI도 파란색으로 만들어, 일반적인 BMW모델들과는 사뭇 다르다. 다만, UI 자체는 일반 BMW와 다른 점이 없기 때문에, 조작에 적응하는 시간은 딱히 필요치 않다. 오디오는 하만카돈의 것을 사용한다.
BMW i8에서 좌석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앞좌석뿐이다. 등받이와 머리받침이 일체형으로 설계된 스포츠 버킷시트 형태의 앞좌석은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되어 있으며, 파란색 스티칭으로 멋을 냈다. 단단한 듯 보이지만, 착좌감 자체는 의외로 부드러워서 일상적인 운행에서의 피로감이 적지만, 확실하게 몸을 감싸주도록 설계되어, 과격한 주행 상황에서도 든든하게 운전자의 몸을 잡아준다. 엔진 등이 위치하는 차체 후방에는 별도의 트렁크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BMW의 첫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i8은 직렬 3기통 트윈파워 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 그리고 이들 동력원을 위한 전용의 6단 자동 변속기와 2단 자동변속기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구성한다. 배기량 1.5리터의 직렬 3기통 엔진은 최고출력 231마력과 최대토크 32. 7kg·m의 힘을 발휘하며, 6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한다. 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5.5kg·m의 전기 모터는 2단 자동 변속기를 통해 앞 바퀴로 구동력을 전달한다. 시스템 총 출력은 362마력이며,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다. 아울러, i8에 탑재된 리튬이온 배터리는 총 용량이 7.1kWh이며, 전기모터 구동으로만 최대 37km(유럽기준)의 주행이 가능하며 최고 120km/h의 속도를 낼 수 있다. 가솔린 엔진과의 공조를 통한 주행 가능 거리는 최대 600km(유럽기준)에 달한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i8은 엔진에 예열이 충분히 되어 있고, 배터리의 잔량만 허락한다면 시동 버튼을 누른다고 해도 바로 엔진에 시동을 걸지 않는다. 완전히 전기모터로만 주행하는 eDrive 모드와 연비를 위해 성능 발휘를 제한하는 에코프로(Eco Pro)와 에코프로 플러스(Eco Pro+)모드에서는 운전자가 어지간히 가속을 보채지만 않는다면, 좀처럼 엔진을 깨우지 않는다.
전기차(eDrive) 상태에서는 전기모터의 구동소음이 조금씩 실내에 은은하게 울린다. 가속페달을 밟아서 모터의 힘을 끌어낼수록 구동소음은 그에 맞춰서 커진다. 전기차 상태에서 나타나는 소음은 차량 외부에서도 비교적 또렷하게 들을 수 있다. 엔진에 시동이 걸리게 되면, 독특한 음색을 가진 소음이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저회전을 주로 사용하는 일상적인 운행에서는 굳이 스포츠카임을 감안하지 않고도 충분히 정숙한 모습을 보인다. 승차감은 낮게 깔린 차체와 리어미드십 레이아웃을 가진 스포츠카임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드러운 편이다. 이러한 구조를 가진 자동차들이 대부분 달리기 및 기동 성능을 최우선사항으로 하는 퓨어 스포츠카를 지향하여, 단단하고 거친 승차감을 지니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i8은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 마디로, 운전자가 딱히 보채지만 않는다면, i8은 운전자의 일상과 허리를 괴롭히지 않는다.
하지만 기어 셀렉터 레버를 왼쪽으로 젖혀, 스포츠 모드에 돌입하면, 이 때까지 보여왔던 사근사근한 모습들은 사라지고, 분노에 찬 맹수가 들어 앉는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대화를 나누듯 나긋나긋한 발성을 하던 i8의 3기통 엔진은 돌연 발성법을 바꿔, 전투의 함성을 내지르기 시작한다. 이 때에는 3기통 엔진의 `소음`이 `소리`로 바뀌며, 운전자에게 흥분과 긴장감을 준다. 소음을 `소리`로 환원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고 있는, BMW다운 발성이다.
가속, 그 중에서도 초기 가속에서는 그야말로 막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매서운 추진력이 돋보인다. 앞바퀴는 모터가, 뒷바퀴는 엔진이 스로틀 조작에 따라 하나 되어 움직이며, i8의 차체를 빠르고 즉각적으로 추진한다. 제원 상의 0-100km/h 가속 시간은 4.4초이며, 체감 상으로도 확실히 스포츠카다운 가속력을 만끽할 수 있다. 배터리의 여유가 허락하는 한, i8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고속까지 지치지 않고 몰아 붙인다.
퓨어 스포츠카들이 취하는 낮은 지상고와 낮고 넓은 차체, 공기역학적 차체 구조, 그리고 카본 파이버 섀시를 비롯한 각종 경량화 기술들을 아낌 없이 투입하여 만들어진 i8은 기동력 면에서도 순수한 스포츠카의 기준에 훌륭하게 부합한다. 특히, 구불구불한 제주도의 산간 도로 등지에서 i8은 운전자의 스티어링 조작에 따라, 노련한 늑대와 같은 몸놀림을 스스럼 없이 보여준다. 전동식 스티어링 시스템은 이질감이 적고 일체감이 좋은 편이며, 낮게 깔린 차체와 단단해진 하체, 그리고 가벼움 속의 강건함을 품은 섀시가 하나되며, 코너링에서 흐트러짐을 허용치 않는다.
BMW i8은 기본적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다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비해 배터리의 용량이 훨씬 크고, 더욱 강력한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짧은 출퇴근 등의 일상적인 운행환경이라면, 이론 상 순수 전기차와 다름 없는 상태로 운행이 가능하다. 배터리용량을 3/4 이상 소모한 상태에서도 BMW의 에코 가이드에 따라, 배터리 재충전을 중시하고 엔진을 적당한 때에, 적당한 스로틀 개도량으로 구동해가며 운행하게 되면, 트립컴퓨터 상으로 약 20km/l 이상의 연비를 뽑아낼 수도 있다.
BMW i8은 내연기관을 병행 사용하는 친환경차에 대한 BMW식 접근법이라 할 수 있다. BMW는 i8에 적용된 `eDrive` 기술을 일반 모델들에도 확대해 나가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도 이 신기술의 수혜를 입은 모델들을 만날 수 있을 날도 머지 않았다. BMW 최초의 양산형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는 준수한 실력을 보여주었지만, 무엇보다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개념을 스포츠카의 차체에 신기할 만큼이나 적절하게 녹여 낸 점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전기차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한민국에서는 그다지 매력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지기에 어렵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유의미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같이, 충전소 등의 인프라 확충이 필히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본토에서의 이야기일 뿐, 제주도에서만큼은 BMW i8이 마음껏 누빌 수 있다. 제주도는 대한민국의 전기차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고장이며, 전기차 인프라 보급에 있어서 가장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고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스포츠카 BMW i8은 제주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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