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CUV의 원조 - 인피니티 QX50 3.7 AW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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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승기의 주인공은 인피니티의 크로스오버형 SUV인 QX50입니다. QX50은 기존 EX35의 부분 변경 모델입니다. 인피니티 QX50은 크로스오버형 SUV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CUV로 분류됩니다. CUV는 Crossover Utility Vehicle이라는 말의 머리 글자를 딴 명칭으로 승용차와 SUV의 중간 형태를 취한 모델에 붙여지는 명칭입니다. 긍정적인 의미로 승용차의 장점과 SUV의 장점을 합친 도시 중심의 SUV라고 해석할 수 있고 부정적으로 보면 승용차와 SUV의 특징을 조합하기 위해 SUV 본연의 목적성을 희석한 하이브리드형 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QX50은 인피니티 라인업의 전면적인 재조정 작업이 있기 전까지 EX 시리즈로 불렸습니다. EX시리즈는 크로스오버라는 장르가 생소했던 2007년, 3.5리터 VQ 엔진을 탑재한 EX35 모델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3.7리터 VQ 엔진을 탑재한 EX37 시리즈로 출시된바 있습니다. 현재 BMW X4를 필두로 쿠페 타입의 컴팩트 크로스오버 모델이 각광을 받고 있는데, 바로 이 분야의 원조가 인피니티 QX50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인피니티 QX50의 외형 사이즈는 길이 4,750mm × 폭 1,800mm × 높이 1,615mm로 부분 변경 이전 모델(길이 4,631mm × 폭 1,803mm × 높이 1,589mm) 대비 길이가 115mm나 길어졌습니다. 휠베이스 역시 2,880mm로 기존 모델 대비 80mm 더 길어졌습니다. 늘어난 전장을 감안하면 풀체인지 모델이라고 해도 될만한 변화입니다. QX50은 지난 2014년부터 중국에서 둥펑-닛산이 중국내에서 판매하는 QX50L을 기반으로 하는데, 인피니티 본사가 홍콩으로 이전하면서 중국 시장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국내 판매 가격은 5,090만원으로 대중적인 수입 CUV와 독일 프리미엄 CUV의 중간 수준에 해당합니다.
먼저 외형 디자인에 대해 알아보시겠습니다. 풀체인지 주기가 얼마 남지 않은 모델이기 때문에 외형 부분은 특징적인 부분만 짚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QX50의 외형 디자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피니티 특유의 엘레강스한 곡선과 부드러우면서 두툼한 볼륨감이 한껏 강조되어 있습니다. 전면과 측면 실루엣은 최근 마세라티가 출시를 발표해 화제가 된 바 있는 신형 SUV 르반떼를 떠올릴만큼 우아한 선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면부의 모습입니다. 인피니티 디자인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더블아치 라디에이터 그릴이 보다 입체적이고 존재감 있게 다듬어졌고 과감하고 전반적인 선의 흐름도 스포츠 세단인 Q50 시리즈를 연상시킬만큼 날렵한 느낌을 줍니다.
Q50 시리즈의 베이스 모델이었던 G37 시리즈의 헤드램프를 그대로 옮겨 놓은 QX50의 헤드램프입니다. 곡면 디자인이 프론트 디자인의 핵심으로 역동적인 곡선미를 뽐내고 있습니다. 독립식 LED 헤드램프와 LED 주간 주행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상적인 곡선을 보여주는 헤드램프를 인피니티 더블아치 라디에이터 그릴이 잘 받쳐주고 있습니다. 부분 변경 모델 대비 그릴 사이즈가 좀 더 커졌고 입체적으로 다듬어져 외형적으로 보다 인상적인 느낌을 줍니다.
쿠페 라인이 엿보이는 후면부의 모습입니다. 후면 글래스와 해치 도어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여 SUV의 투박함을 없앴습니다. 곡면으로 누워 있는 형태로 트렁크 공간이 많이 축소되기 때문에 공간 활용 부분에서는 다소 손해를 보고 있지만, SUV에서는 좀처럼 기대하기 어려운 엘레강스한 곡선미는 QX50 외형 디자인의 백미입니다.
측면부의 모습입니다. 지금까지 출시된 SUV, 크로스오버 등 비슷한 컨셉의 모델들과 확연하게 차별되는 라인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프런트 미드쉽(FM) 플랫폼을 얹기 위해 전륜 오버행을 극단적으로 짧게 설계한 부분에서 QX50의 역동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면부의 역동적인 곡선은 후면부까지 연장되어 있습니다. 특히 테일 램프를 볼륨감 있는 곡면으로 디자인하여 전면부와 일체감 있는 느낌을 표현했습니다. 초기 모델은 컴팩트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사이즈였지만, 부분 변경 작업을 거치면서 차체 길이가 110mm나 길어진 탓에 중형 크로스오버라는 명칭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사이즈가 커졌습니다. 물론 곡선 위주의 미려한 라인 덕분에 제법 사이즈를 키운 차체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QX50의 도장면에는 스크래치 쉴드(Scratch Shield) 기능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닛산의 특수 페인트인 스크래치 쉴드는 닛산이 도쿄대학교, 어드밴스드 소프트머티리얼사와 공동으로 개발한 자동차용 도료로 표면에 발생한 자잘한 스크래치를 스스로 복원하는 특수 페인트입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젤과 비슷한 물질이 도장면을 덮고 있어 흠집이 발생한 부분에 합성 수지 페인트가 흘러 들어가 공간을 메워주어 스크레치를 없애는 방식입니다. 일반 페인트보다 스크래치에 강할뿐더러 미세한 긁힘은 하루 정도면 복원되고 비교적 심한 긁힘도 일주일 정도면 회복된다고 하는군요. 닛산측에 따르면 스크레치 쉴드 페인트로 도색을 하면 일반 페인트의 1/5 수준으로 스크레치 발생률이 감소한다고 합니다.
V스포크 타입의 알루미늄 휠입니다. 19인치를 기본 제공합니다. 인피니티는 프리미엄 브랜드 가운데 순정휠 디자인이 훌륭한 브랜드 중 하나인데, QX50의 순정 휠 역시 사이즈, 스포크 디자인 등에서 나무랄데 없어 보입니다. 타이어 제원은 245/45/R19로 전륜과 후륜이 동일합니다.
내부를 살펴보겠습니다. 인피니티의 인테리어는 화려함이 특징입니다만, QX50은 처음 등장 시기가 2007년이었던만큼, 인테리어 구성이 다소 복고적으로 다가옵니다. 센터페시아 상단의 7인치 모니터를 중심으로 운전석과 조수석 센터페시아 패널이 아치형을 이루고 있으며 내장재의 컬러를 일체감 있게 구성하고 재질을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하여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인 점은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탑승자를 감싸는 형태의 센터페시아 패널부와 도어 연결부입니다. 차량에 오르면 주변부가 탑승자를 편안하고 기분좋게 감싸는 느낌을 줍니다. 이러한 구조는 북미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구조이며 QX50은 기본적으로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된 모델입니다. 센터페시아 상단을 빼고 합성 가죽으로 마감한 부분도 좋은 느낌을 줍니다. 천연 가죽이 아닌 것은 아쉽지만 그래도 시트의 천연 가죽과 일체감이 느껴지도록 재질 선택에 신경을 썼다는 점에서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을만한 부분입니다.
두툼한 그립감이 느껴지는 스티어링휠의 모습입니다. 3스포크 타입이며 패들 쉬프트는 채용되어 있지 않습니다. 크로스오버 가운데 스포츠성이 강조되어 있는 QX50에 패들 쉬프트가 제외되었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전동식 텔레스코픽 스티어링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5000만원대 수입 차량으로는 부족함 없는 구성입니다.
일본 브랜드의 경우 크루즈 콘트롤 조작부를 스티어링휠 버튼부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피니티도 그 중에 포함됩니다. 차간 거리까지 조정해주는 2세대 어드밴스드 크루즈 콘트롤이 기본 탑재되어 있습니다.
11스피커 탑재의 보스 프리미엄 오디오 관련 조작 버튼부입니다. 트립 컴퓨터 검색 버튼은 계기반 상단 좌우측에 따로 분리 배치되어 있습니다.
계기반의 모습입니다. 단순하면서 시인성이 좋은 반면, 최신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구성입니다. 두 개의 원형 게이지와 중앙의 정보 전달용 LCD, 좌우의 서브 게이지로 구성된 전형적인 형태입니다.
센터페시아 중앙 패널입니다. 상단에 7인치 모니터를 넣고 통풍구를 좌우측으로 배치하였으며 조작 버튼부를 3단 배치하여 구성력을 높였습니다. 최근 8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기본으로 사용되고 있어서인지, 7인치 사이즈의 모니터가 답답해 보이는군요. 감압식 터치 센서를 탑재하고 있어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세부 메뉴들을 터치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중앙에는 세련된 스타일의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하였고 상단의 7인치 모니터를 통해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보스(BOSE) 프리미엄 오디오가 기본 제공됩니다. 두 개의 서브우퍼를 포함한 11개의 스피커 시스템을 탑재, 순정 오디오로는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시동은 풀스마트키 방식입니다. ‘인피니티 인텔리전트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시동 버튼을 누르는 방식이며 도어 잠금 해제 등의 기능도 지원합니다.
조그 다이얼과 AV 관련 세부 기능을 조작하는 버튼부입니다. 버튼 수는 많습니다만 무난한 직관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능들이 세부적이지만 단순하게 나뉘어져 있어 차량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조작이 어렵지 않습니다.
인피니티의 자랑인 360도 어라운드뷰 기능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앞과 뒤, 좌우 사이드 미러 아래에 어안 렌즈(인피니티에서는 울트라 와이드라고 부릅니다.) 카메라를 넣어 차량의 전후좌우 네 방향을 위에서 내려다 보는 것처럼 모니터에 표시해 주는 기능으로 좁은 공간을 빠져나가거나 시야 확보가 어려운 공간에서 주차를 해야할 때 매우 편리합니다. 차선 이탈 경보 장치인 LPD(Lane Departure Prevention) 역시 어라운드뷰 카메라를 이용합니다.
아날로그 시계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한 몫을 담당하는 아이템입니다. 싼티 나는 디지털 시계로 인테리어 감흥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은데요, 인피티니는 대부분의 모델에 아날로그 시계를 배치하여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살렸습니다.
도어 안쪽의 마감도 훌륭합니다. 암레스트 윗 부분의 트림의 컬러와 하단의 마감재 컬러가 다름을 볼 수 있는데요, 도어 트림에는 천연 가죽이 사용되었고 그 아래 부분은 합성피로 컬러와 재질감을 비슷하게 하였습니다. 도어 손잡이 부분은 알루미늄 패널로 포인트를 주었습니다. 도어 안쪽 마감은 고급스럽지만 수납 공간에 대한 배려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인테리어는 화려하지만 실내 구성의 실용성은 떨어집니다. 일단 수납 공간이 충분치 않습니다. 실내 역시 시종일관 둥글둥글 라운딩 처리되어 있으며 작은 수납 공간이 드러나 있지 않아 휴대폰을 놓을 곳도 마땅치 않습니다.
암레스트는 포지션을 옮길 수 없는 고정 타입이며 내부 수납 공간 역시 그리 실용적이지 못합니다.
암레스트 전면에 수납함으로 활용 가능한 두 개의 컵홀더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컵홀더의 기능성은 다소 떨어지는데, 날씬한 컵이라면 두 개를 거치할 수 있지만 아이스 음료를 담는 두툼한 컵은 두 개를 나란히 놓기가 어렵습니다.
열선 시트 조절 다이얼과 등받이 조절 전동 스위치, 눈길과 같은 험로 주행시 차량 구동력을 조절해 주는 버튼입니다. 즉 미끄러운 노면에서 효과적인 출발을 위해 구동력이 약한 2단을 쓰며 변속 진행을 부드럽게 하여 차량이 코스를 이탈하는 것을 방지해줍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의 센터페시아와 다소 어울리지 않는 구성의 실내 조명등 및 선루프 조작부입니다. 재질이나 마감에서 싼티가 나는군요. 선그래스 수납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선바이저 안쪽에 화장 거울과 조명을 배치하여 여성 운전자들을 배려하였습니다.
시트는 디자인, 가죽 질감, 착석감 등에서 불만사항이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장시간 착석시 가죽 늘어짐 현상을 최소화한 디자인이고 시트 전체가 운전자의 몸을 편안하게 감싸줌과 동시에 적정 수준의 쿠션을 갖추고 있어 장시간 운전시 피로감이 적습니다. 운전석과 동반석은 전동 방식으로 조절됩니다.
2열 시트 구성입니다. 부분 변경 이전 모델의 경우 2열 시트 공간이 충분치 못해 불편감을 주었는데, 휠베이스가 80mm나 늘어난 부분 변경 모델은 운전석 시트를 뒤로 충분히 당긴 상태에서도 위와 같이 8-9cm 정도의 무릎 공간이 확보(시승자 181cm, 82kg 기준)되어 있습니다.
2열 시트 탑승자를 위한 에어컨디셔너 통풍구입니다. 바람의 방향만 조절할 수 있는 간단한 구성입니다. 2열 시트 탑승자를 위한 암레스트 상단에도 2개의 컵홀더를 배치하였습니다만, 큰 컵 두개를 놓기에는 부적절한 사이즈라 활용도가 좋지 못합니다.
트렁크입니다. 부분 변경 이전 모델 대비 트렁크 공간이 확장된 부분도 큰 변화 중 하나입니다. 여전히 트렁크 바닥이 높고 트렁크 루프가 곡면처리 되어 있어 일반 SUV 대비 적재 공간 활용도가 좋지는 못합니다만, 세단의 제한적인 트렁크 공간을 감안하면 크로스오버 타입으로 트렁크 부분에서도 나름 좋은 활용성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트렁크 바닥면에 수납되어 있는 예비 타이어의 모습입니다. 예비 타이어를 고정하는 부분에 서브 우퍼를 배치해 공간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주행능력은 비슷한 사이즈의 경쟁 모델 가운데 돋보이는 수준입니다. 배기량 3.7리터 VQ V6엔진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 엔진은 알루미늄 합금 블록과 헤드, 저마찰 몰리브덴 코팅 피스톤을 특징으로 최고 329마력을 7,000rpm에서 내고 최대 37kg.m토크를 5,200rpm에서 발휘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닛산 VQ 엔진은 20년 가까이 세계 10대 엔진으로 선정되고 있을 정도로 성능, 내구성, 정숙성 면에서 뛰어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대배기량 엔진으로는 독특하게 고회전 영역에서 활발한 반응을 이끌어내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도 인피니티 특유의 역동성을 강조하는데 부족함이 없습니다.
VQ50에 탑재된 V6 3.7L VQ37VHR 엔진은 구형 기술 기반으로 직분사나 과급장치를 사용한 엔진 못지 않은 강력한 파워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특히 낮은 회전수에서 강력한 토크로 밀어부치는 과급 엔진과 상당히 다른 패턴을 보여주는데, 회전수의 상승에 따라 그에 비례하는 힘을 정확히 내주는 VQ 엔진 특유의 질감은 두터운 견인력과 험로 주행에 특화된 SUV보다는 쭉 뻗은 고속도로를 거침 없이 질주하는 정통 스포츠 쿠페에서 기대되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엔진룸을 보면 닛산이 자랑하는 V6 3.7L VQ37VHR 엔진이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QX50은 닛산 FR-L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되어 있습니다. 흔히 '미드쉽' 구조라고 하면 엔진이 전면이 아닌 후면에 장착되어 있는 수퍼카 구조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엔진이 일반 자동차처럼 전면에 배치되더라도 앞 차축을 기준으로 엔진이 뒷 부분으로 들어가 있을 경우 '프런트 미드십'(FM)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엔진이 앞 차축 뒤에 위치한다기 보다는 엔진 정중앙이 앞 차축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요.
닛산 FM 플랫폼은 GT-R 개발자인 미즈노 카즈토시의 지휘로 개발되었으며 닛산의 대표적인 스포츠 쿠페인 370Z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습니다. 역동적인 주행 성능보다는 편안함, 실용적인 가치를 우선시하는 SUV에 FM 플랫폼을 적용했다는 점은 QX50에 시사하는 바가 큰 부분입니다. 이런 이유로 일본에서는 QX50을 '스카이라인 크로스오버'라고도 부르는데, QX50이 근본적으로 '역동성에 기반을 둔 크로스오버'라는 점을 강조하는 표현입니다.
엔진 스펙에서 짐작할 수 있듯, QX50의 주행 성능에서는 이렇다할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자연흡기 방식의 가솔린 엔진을 탑재하고 있음에도 초기 응답력이 상당히 좋고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영역인 80km/h에서 140km/h 가속감도 나무랄데가 없습니다. 추월 가속시 거침 없는 힘을 보여주는 3.7리터 VQ 엔진 특유의 느낌 역시 QX50에서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특히 고속 영역에서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했는데, 기본적으로 200km/h까지 막힘 없는 가속이 진행되었고 이후 영역부터 가속력이 다소 둔화되기는 하지만 240km/h(계기반 기준)까지 속도를 붙이는데 큰 어려움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QX50의 동력 성능은 기대보다 훌륭한 수준을 보여주었습니다. 다운 쉬프트시 레브 매칭으로 인한 인위적인 느낌이 강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동력 성능 부분에서 이렇다할 불만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만족감이 높았습니다.
변속기는 토크컨버터 기반의 7단 자동 변속기입니다. 최근 8,9단으로 단수를 높이고 있는 독일, 일본 프리미엄급 모델들을 감안하면 아쉬운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변속기의 성능 자체에는 이렇다할 불만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빠른 변속을 바탕으로 저단 영역에서의 충격이나 제어력 부분에서도 이렇다할 문제점을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좋은 직결감에 비해 킥다운시 반응이 빠르지 않은 점과 수동 모드시 유용한 쉬프트 패들이 없는 점을 제외하면 변속기는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판단됩니다.
하체 성능 부분도 CUV다운 조율이 돋보였습니다. 서스펜션은 전륜이 더블 위시본, 후륜이 멀티 링크 방식입니다. 후륜 구동을 기반으로 평상시에는 구동력이 후륜에 집중되어 있고 도로 상황 및 주행 상태에 따라 전륜에 구동력을 자동 배분하는 전자식 사륜 구동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차체가 세단에 비해 약간 높은 수준인데다 노면의 상태에 따라 구동력을 50:50으로 배분하는 전자 제어식 4륜 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일상 영역에서의 안정감은 훌륭했습니다. 4륜 구동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주행 안전 장치인 VDC의 개입은 빠르지 않은 수준입니다만 필요한 시점에서 정확하고 정교하게 작동합니다.
승용차와 SUV의 중간 형태를 표방하는 모델답게 댐핑 스트로크 역시 일반 SUV에 비해 짧고 약간 더 하드한 느낌을 주는 반면 세단과 비교하면 좀 더 길고 답력도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셋팅되어 있습니다. 차량 포지션의 특징을 살려 최대한 세단 특유의 드라이빙 감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편안한 조작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셋팅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일반 SUV와 달리 스티어링휠이 묵직하게 셋팅되어 있다는 점도 QX50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입니다. 단순히 무거운 느낌과 묵직하다는 느낌은 안정감에서 큰 차이가 있는데, 무겁다는 표현은 불편함에 더 가까운 느낌인 반면 묵직하다는 것은 안정감 있는 조향감을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QX50의 스티어링휠 답력은 역동적인 느낌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만한 부분이라 하겠습니다.
QX50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8.3km/l(고속도로 10.1km/l, 시내 주행 7.2km/l)입니다. 시승 기간 동안 약 350km의 거리를 오토기어 시승 메뉴얼에 맞춰 주행을 해본 결과 트립 컴퓨터 누적 연비는 리터당 6.2km 내외를 나타냈습니다. 실제 운전자의 주행 환경을 상정하면서 주행을 해보면 도심의 경우 리터당 5km 중반대, 고속도로에서 100-120km/l 내외의 속도로 주행시 리터당 9km 중반대의 연비를 보였습니다. 고속 주행시 연비는 그리 나쁘지 않습니다만, 시내 주행 연비는 최신 모델 대비 떨어지는 수준에 해당합니다.
총평
세단과 SUV를 믹서기에 넣어 곱게 갈아냈다고 할 수 있을만큼 두 형식 사이에서 훌륭한 균형감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정통 스포츠 쿠페 감성이 물씬 느껴지는 고회전 타입의 자연 흡기 엔진, VQ 엔진과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7단 자동 변속기, 편안함과 역동성 사이의 접점을 절묘하게 찾아낸 서스펜션, 비슷한 체급의 크로스오버 모델 가운데 상위에 랭크될만한 주행 성능 그리고 어디에서든 주눅들지 않을만큼 세련된 외관 등 QX50이 담고 있는 상품성은 '이 차가 과연 9년전에 등장했던 모델일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높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본연의 가치보다 과장되어 있는 상품이 있는가하면 본연의 가치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상품들도 많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설계/제작'과 같은 본질적인 부분보다 '마케팅'이라는 부수적인 부분에 더 열을 올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인피니티 QX50은 (국내 시장을 기준으로) 애석하게도 후자에 해당하는 자동차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AMG, BMW M 처럼 극강의 스포츠성(양산 모델 기준)을 추구하는 브랜드가 아닌 이상 디젤 편중 현상이 심한 국내 시장 탓일 수도 있고 빼어난 모델을 9년 넘게 운영해왔음에도 국내 시장에서 상품성을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한 인피니티 마케팅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풀체인지 주기에 다다른 QX50이 여전히 최신 모델들과 견줘도 될만큼 높은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인피니티라는 브랜드를 재고해보게 하는 계기가 된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개선해야 할 부분
부분 변경 작업에서 차체 길이와 휠베이스까지 바꾸는 대공사를 진행한만큼, 실내 인테리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도 전면적인 변화가 이뤄졌다면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을 좀 더 끌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엔진, 변속기, 제원 등 초기 모델 대비 큰 변화가 이뤄진 부분이 많지만, 유독 실내 레이아웃은 초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는데, 외부에서 차를 감상하는 시간보다는 실내에서 차를 조작하는 시간이 휠씬 많은 실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전반적인 실내 구조까지 선보기가 부담스러웠다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계기반 정도만 최신 스타일로 손을 봤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떤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자동차일까?
세단보다 차고가 높아 다양한 용도로 활용이 가능하면서 스포츠 세단에 근접한 기민한 움직임으로 달리는 즐거움까지 두루 충족시켜주는 크로스오버 모델을 찾는 분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만한 모델입니다. 브랜드, 연비 효율보다는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면서 가족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차량을 원하는 분들에게 적합한 모델이라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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