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프리미엄 콤팩트 SUV 대결, MB GLC vs LR 디스커버리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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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강하다는 것과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졌다는 것은 별개의 영역이다. 독자들은 어떤 차를 더 좋아하는가. 둘 다 만족시키는 자동차는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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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V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요즘 SUV는 너도나도 비슷하다. 죄다 크로스오버 스타일에 도시형 SUV를 표방한다.

디자인도, 콘셉트도 별 차이가 없고, 심지어 파워트레인 구성까지 비슷한 차도 있다. 메이커의 주장대로라면 개성 강한 SUV가 많은 것 같지만 막상 비교를 시작하면 눈에 띄는 차를 고르기 힘들다. 개성을 강조하면서 유행으로 몰아가는 패션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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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슬아슬한 영역에 신입생이 하나 추가됐다. 메르세데스-벤츠 GLC. 우리가 알고 있던 GLK의 후속으로 뒷글자 하나가 뀌었다. C에서 잠작할 수 있듯이 C-클래스와 많은 것을 공유한다. 이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GLC만의 개성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하고 무색무취의 SUV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 더군다나 국내 출시된 GLC는 너무나도 익숙한 2.1L 디젤 엔진을 얹은 GLC 220 d 4매틱이다. GLC만의 특징이라면 9단 자동변속기를 얹었다는 정도. GLK의 풀 체인지 모델이지만 낯설지 않은 이유다.

GLC 220 d 4매틱이 익숙하게 느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비슷한 파워트레인을 가진 차들이 많기 때문이다. GLC를 묻히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상대는 바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스포츠다. 이 차는 2.0L 디젤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 네바퀴굴림을 사용한다. 파워트레인이 벤츠와 비슷하다. 그리고 같은 D세그먼트에 속해 크기도 엇비슷하다. 심지어 가격도 6,000만원대로 막상막하다. 이래저래 경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GLC와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보는 사람에 따라 개성 강한 SUV가 될 수도, 정반대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스타일이 경계에 서 있다. 모두 패밀리룩이 강해 브랜드 안에서는 잘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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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GLC. 최신 트렌드에 맞춰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무장했다. 정통 SUV의 각진 모습을 버리고 둥글둥글한 모양새다. 전세대인 GLK와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C-클래스 에스테이트에서 키를 높인 것 같다. 아니면 GLA와 GLE의 중간 어디쯤. 여러가지 특징은 역시 메르세데스-벤츠에 널리 쓰이고 있는 것들이어서 참신하거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 적어도 벤츠 내에서는 말이다.

SUV시장 전체를 봤을 때 GLC의 존재감은 확실하다. 이 정도 우아하고 고급스러움이 묻어나는 SUV가 몇이나 될까 싶다. C-클래스가 그랬던 것처럼 GLC 역시 동급에서 눈에 띄는 미모를 자랑한다. 개성이 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성과 고급스러움, 이 둘은 별개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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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스포츠도 위상이 다르지 않다. 랜드로버가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 라인업을 분리하면서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 디스커버리 스포츠다. 디자인은 이보크와 유사하다. 프론트 그릴이나 보디라인 등에서는 전세대인 프리랜더 2와의 연관성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이보크와 닮았다. 역시 SUV시장 전체를 보면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개성이 강한 편이다. 너도나도 크로스오버 스타일을 강조하는 유행 속에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정통 SUV 스타일은 확연히 눈에 띈다. 너무 딱딱하지 않고, 풍부한 볼륨감을 더해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두 SUV의 개성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메르세데스-벤츠와 랜드로버라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철저히 따르고 있는 것. GLC는 C-클래스 세단이나 에스테이트의 판박이다. 차이라고는 시트 포지션이 조금 높아진 정도. 그래서 아주 편하고 안락하다. 동급 SUV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고급스러움이 철철 넘친다. 외관과 마찬가지로 디자인 완성도만 보면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C-클래스를 따르고 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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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윗급 레인지로버의 실내를 축소한 느낌이다. 랜드로버 특유의 도로를 내려다보는 커맨드 드라이빙 포지션을 바탕으로 꽤 고급스럽게 다듬었다. 단독으로 보면 괜찮은데, 경쟁자인 GLC와 비교하면 평범하다. 곡면이 거의 없고, 수직과 수평을 많이 써서 뒤진 느낌도 준다. 그래도 키가 크고 넓은 차체 덕분에 실내가 널찍한 것은 디스커버리 스포츠만의 장점이다.

GLC와 디스커버리 스포츠 모두 직렬 4기통 2.0L급 디젤 엔진에 9단 자동변속기, 네바퀴굴림을 조합했다. 하지만 주행특성은 차이가 뚜렷하다. 한쪽은 온로드를, 다른 쪽은 오프로드를 지향한다. 이런 특성은 GLC와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제공하는 주행 모드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둘 다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변속기, 스티어링 휠의 반응이 현격히 달라지는데, 쓰임새와 존재 이유가 다르다. GLC의 다이내믹 셀렉트는 컴포트, 에코, 스포트, 스포트+, 인디비주얼 등 5가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딱 봐도 온로드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반면,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지형반응 시스템은 온로드 프로그램을 기본으로 잔디·자갈밭·눈길, 진흙, 모래 등 4가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모두 오프로드를 위한 것이다. 이것이 정통 SUV의 맥을 잇고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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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C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주행특성도 C-클래스 에스테이트와 꼭 닮았다. 평상시의 여유로운 엔진 반응, 코너에서 약간의 롤링을 허용할 것 같은 안락한 서스펜션, 부담이 없는 스티어링 시스템 등이 그것이다. 차이점라면 자동변속기가 7단에서 9단으로 바뀐 정도. 기어비만 짧아졌을 뿐 빠르고 매끄러운 변속특성은 그대로다. 와인딩 로드에서 달릴 때 한계치가 높다는 것도 닮았다.

다이내믹 셀렉트를 스포트+에 맞추고 달리면 GLC의 잠재력에 놀라게 된다. 스티어링이 한층 정직해지고, 엔진과 변속기는 같은 차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빨라진다. 이제야 재밌게 즐길 수 있는 SUV로 변신한다. GLC에 사용된 4매틱은 기본적으로 앞뒤 구동력을 44:55로 배분하며, 안정된 달리기를 이끈다. 평소에 부드럽다고 느꼈던 서스펜션은 의외로 롤링이 적은 편. 좀더 단단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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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가 GLC를 이렇게 만든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오프로드도 잘 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상고가 높지 않고 생김새도 얌전해 오프로드에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생각보다 잘 달린다. 서스펜션의 대응력이 뛰어나 크고 작은 돌을 잘 타고 넘는다. 4매틱의 순발력도 좋아서 어떤 상황에서도 접지력을 잃지 않는다. 이쯤 되니 에어서스펜션이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보통 때는 부드럽다가 본격적인 달리기에 돌입하면 하체를 단단하게 조이는 에어서스펜션이 추가된다면 운전재미가 한층 극대화될 것이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예상했던 대로 흘러간다. 랜드로버에 따르면 오프로드 성능에 치우치지 않고, 온로드 주행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빠르게 코너를 공략하기 위한 차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유인즉 스티어링 휠과 엔진, 서스펜션 등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GLC의 평상시 모습과 비교해도 좀더 부드럽다. 이런 특성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랜드로버 중에서 가장 부담 없이 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아주 좋다. GLC와 비슷한 출력과 토크를 갖췄음에도 힘이 약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면이 억제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이런 특성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스포츠의 이런 성질은 오프로드를 위한 것이니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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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C도 오프로드를 잘 달린다고 생각했는데, 디스커버리 스포츠가 한 수 위다. 역시 이 바닥의 고수는 다르다. 먼저 지상고가 높고, 접근각과 이탈각이 커 심리적 부담감이 덜하다. 여기에 지형반응시스템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내리막길 주행안전장치가 제공하는 든든함도 무시할 수 없다. 디스커버리 스포츠를 타면서 오프로드를 얼마나 달릴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이라도 오프로드를 타고 나면, 온로드에서의 여유로움이 이해된다. 동급 SUV에는 없는 능력이 내 차에는 있다는, 가진 자의 여유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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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C와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개성 강한 차는 아니다. 많이 봐왔고, 익숙한 스타일이다. 주행특성도 마찬가지다.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특성도 같은 브랜드의 다른 SUV 모델에서 이미 경험했던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이 꼭 나쁜 것이 아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것은 오래되어도 역시 좋다. 오래 사용한 사람은 너무 익숙해 지루할지 몰라도 새로운 고객에게는 신세계인 것이다. 오랫동안 쌓아올린 기술력과 경험은 가장 안정적인 시장 접근 방법이기도 하다. GLC와 디스커버리 스포츠는 그 방법을 잘 알고 있는 SUV다.

김준혁 기자
사진
이영석
제공
탑기어
연간 3,700여 종의 학습교재와 교과서를 발간하는 교육출판 전문기업 천재교육의 계열사 ㈜프린피아에서 '탑기어' 한국판을 2015년 10월호부터 발행하고 있습니다. 1993년 10월 창간한 '탑기어'는 영국을 비롯한 미국, 중국 등 전세계 50개국 1,500만 독자들에게 15개 언어로 매달 발행되어 신차 구매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매체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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