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중형 세단의 새 기준, 메르세데스 벤츠 E300 4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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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E클래스는 모든 부분에서 진화했다. 디자인, 성능, 효율 등 뭐 하나 흠 잡을 곳이 없다. 특히 S클래스를 넘어서는 수준의 첨단장비들이 인상적이다. E300의 4기통 엔진 완성도도 기대 이상이다. 구형 V6 엔진은 잊어도 좋겠다.
배운 대로 했다. 버튼을 누르고 주차장 사이를 천천히 지나갔다. 모니터에 빈 주차공간이 떴다. 터치패드에 손을 올려 적당한 자리를 골랐다. 그리고 명령대로 후진 기어를 넣었다. 기자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그때부터 차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티어링 휠을 빙빙 돌리더니 앞으로 쓱, 다시 반대 방향으로 빙빙 돌리더니 뒤로 쓱. 좁은 공간에서의 주차를 눈 깜짝할 새에 끝냈다. 좌우 간격도 자로 잰 듯 일정했다. 그렇게 기자의 첫 경험은 끝났다. 신형 E클래스의 자동주차 시스템, ‘파킹 파일럿’의 신세계가.
그동안 ‘자동 주차’라는 이름을 붙인 장비는 많았다. 하지만 이들은 대개 주차 보조장비에 불과했다. 가속과 감속 페달 또는 변속레버 등을 운전자가 조작해야 했다. 게다가 작동마저 매끄럽지 않았다. 그러니까, 있지만 대부분의 운전자가 잘 쓰지 않는 유명무실한 기능이었다.
그러나 신형 E클래스의 파킹 파일럿은 이들과 차원이 다르다. 주차 자리를 스캔한 후, 명령(변속)만 내리면 끝이다.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한다.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수직(전/후진)과 수평 주차를 모두 지원한다. 주차 속도 역시 현실적이다. 적어도 뒤차에게 볼멘소리를 들을 일이 없을 정도다.
기자가 파킹 파일럿을 처음 겪은 건 지난 5월 E클래스 행사에서였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기자에게는 필요 없는 장비라고 여겼다. ‘명색이 자동차 기자인데, 주차 정도는 직접 해야 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었다. 나름 운전에 자신도 있고. 그러나 이번 시승을 통해 생각이 달라졌다. 그땐 차에게 주차를 맡기고 내릴 준비를 한다는 게 얼마나 편한 건지 미처 몰랐다.
S클래스 수준의 뛰어난 완성도
가장 지능적인 비즈니스 세단. 메르세데스 벤츠는 신형 E클래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세계 최초’ 딱지를 달고 있는 각종 장비로 무장하고 있으니 무리도 아니다. 파킹 파일럿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이 차는 벤츠 라인업의 중심축인 E클래스다. 우리는 첨단장비를 걷어내고 이 차의 다른 부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실 신형 E클래스의 디자인은 이미 예고된 바나 다름없었다. C클래스가 S클래스의 스타일링을 그대로 따랐기 때문이다. 최근 벤츠는 자신들의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하고 있다. 이는 핵심 모델인 C, E, S클래스의 책임이 한층 더 막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벤츠가 이 세 모델의 방향을 비슷하게 잡고, 통일성을 강화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클래스 역시 우아한 비율과 매끈한 면을 자랑한다. ‘스포일러’인 다른 형제들 때문에 신선한 느낌은 조금 떨어지지만, 이전보다 한결 젊은 분위기인 것은 확실하다. 형태는 전형적인 3박스 세단이다. 일부러 루프를 낮추거나 C필러를 뒤로 당기려고 했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4도어 쿠페의 원조, CLS가 있으니 무리할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실내는 S클래스의 축소판이다. 곡선이 너울진 대시보드와 이를 가로지르는 와이드 디스플레이 패널, 그리고 4개의 원형 송풍구 등이 고스란히 겹친다. 장비 구성이나 레이아웃은 굉장히 미래지향적이지만, 디테일은 정반대다. 까끌까끌한 질감을 살린 우드 패널과 스티치를 넣은 촉촉한 가죽 등을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첨단기술과 전통의 조화. 메르세데스 벤츠가 앞으로 점점 더 강화할 인테리어 테마다.
소재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 전체적인 완성도도 S클래스 수준이다. 어디 하나 빈틈을 찾을 수가 없다. ‘최상급 오너 드리븐카’라는 성격과 E클래스 마이바흐 버전을 고려한 설정으로 추측된다. C, E, S클래스 세 모델 모두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유지하며 각 모델의 성격과 등급을 구분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균형 감각이 뛰어난 벤츠이기에 가능했다.
세그먼트를 이끄는 리더
시승차는 E300 4매틱. 최고 245마력, 37.7kg·m의 힘을 내는 직렬 4기통 2.0L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기존 E300의 V6 3.5L 엔진이 252마력, 34.7kg·m를 냈으니 실린더 2개와 배기량 1.5L 가량을 덜어내면서도 출력과 토크는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한 셈이다. 게다가 복합연비도 이제 10.3km/L나 된다.
회전 감각과 가속 감각은 V6 못지않게 활기차다. 멀티 실린더 엔진에 누구보다 집착하는 벤츠가 6기통 대신 만든 4기통 엔진이니 어련할까. 가속 페달을 한 번만 밟아보면 벤츠가 왜 이 차에 250이 아닌 300을 붙였는지 이해할 수 있다.
참고로 4기통 엔진은 현재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엔진이다. 터보, 직분사 시스템, 듀얼 클러치/다단화 변속기 등의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며 6기통을 대체하는 엔진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벤츠 못지않게 고집이 강한 포르쉐가 수평대향 4기통 엔진을 부활시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물론, 회전 감각과 가속 감각만 뛰어난 건 아니다. 실제 성능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1.1초나 줄은 6.3초다(신/구 E300 4매틱 기준). 엔진도 엔진이지만, 이런 결과에는 9단 변속기도 한몫하고 있다. 신형 변속기는 9개의 전진 기어와 민첩한 록업 클러치 등을 무기삼아 엔진의 힘을 휠에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거동의 특성 역시 크게 달라졌다. 신형 MRA 플랫폼을 쓰는 C클래스와 S클래스가 그렇듯, 과거 벤츠의 보수적인 색채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빠른 반응의 스티어링과 균형 잡힌 서스펜션 덕분에 움직임이 아주 매끄럽다. 앞머리는 가볍게 돌아가며, 꽁무니는 이를 잽싸게 따라붙는다. 특히 승차감이 한결 나긋해지는 동시에 접지 한계도 높아졌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신기술은 보통 S클래스를 통해 소개된 후, 다른 하위 모델에 도입된다. 하지만 이번 E클래스는 유독 S클래스를 넘어서는 수준의 여러 장비를 기본 또는 옵션으로 갖추고 있다. 앞 차를 따라 스스로 달리는 반자율주행 장비의 확장판인 드라이브 파일럿, 장애물을 한층 더 정확하게 피할 수 있게 돕는 회피 조향 어시스트, 자동주차 장치인 파킹 파일럿, 측면 충돌시 탑승자를 가운데로 밀어넣어 상해를 줄이는 프리세이프 임펄스 사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벤츠가 E클래스에 이렇게 힘을 싣는 건, 그만큼 E클래스의 역할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E클래스는 벤츠의 늘 중형 세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녀왔다. 항상 세그먼트의 기준이자, 프리미엄 중형 세단 시장의 진보를 이끄는 리더였다. E클래스가 지금껏 쌓아온 위상이 흔들릴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다. 디자인, 성능, 효율, 장비 등 모든 부분이 눈부시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신형 E클래스는 또 한 번 시장의 새 기준이 될 자격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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