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프렌치 크로스오버 왜건, 푸조 508 RX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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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RXH는 508 왜건에 오프로더 성격을 약간 가미한 크로스오버형. 왜건에 대한 시장의 관심만 높일 수 있다면 다재다능하고 매력적인 모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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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산 크로스로버라고 하면 일단 소형차 플랫폼에 미니밴과 SUV의 성격을 곁들인 MPV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해치백의 인기가 뿌리 깊은 유럽은 다른 시장에 비해 SUV나 미니밴이 그리 힘을 쓰지 못해왔다. 그렇다 보니 제대로 된 미니밴이나 SUV들은 명맥만 유지하는 데 그쳤고, 그 특징만 살짝 곁들인 가벼운 변종들이 생겨났다. B세그먼트 해치백 플랫폼에 원박스 보디를 얹은 르노삼성 QM3와 푸조 2008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로, 시장 현실에 적응해 나름대로 진화한 유럽형 크로스오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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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보면 푸조 508 RXH는 유럽차로서는 소수파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중형 이상 왜건 보디에 지상고를 높여 SUV 특징을 섞는 시도는 전혀 새롭지 않다. 스바루 아웃백과 아우디 올로드, 볼보 XC70으로 대표되는 크로스오버 왜건들은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레저용 자동차로서 뿌리 깊은 팬층을 확보해온 이 카테고리는 다양한 크로스오버에 밀려 인기가 예전 같지 않고, 시장은 북미에 편중되어 있다. 게다가 푸조는 1991년 이후 북미에서 완전 철수한 상태. 따라서 508 RXH의 등장은 약간 의외였다. 물론 PSA가 궁극적으로 북미 시장 복귀를 고려 중이라면 이야기는 다르겠지만.

왜건에 오프로더의 성격을 가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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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0년. 이전까지 푸조는 중형 세단 407과 기함 607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경쟁력 높은 소형차들에 비해 상황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이 두 모델을 통합해 508 하나로 줄여버렸다. 경쟁력을 잃었던 중형 이상 클래스에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였던 셈이다. 508은 607보다 살짝 짧지만 휠베이스는 더 길었기 때문에 407 후계라기에는 덩치가 꽤나 컸다. 세단과 왜건이 먼저 만들어졌고 2011년에 RXH라는 크로스오버형이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얹고 데뷔했다. 시장에서 흔치 않은 디젤 4WD 하이브리드도 눈길을 끌었지만 크로스오버이면서도 세자릿수 이름을 사용한다는 점(푸조 크로스오버들은 중간에 00을 넣은 네 자리 숫자명을 사용한다)에서도 푸조 라인업 내에서 희귀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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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과 그 가지치기 모델들은 2014년 가을에 얼굴을 뜯어고쳤다. 데뷔 4년차로서 상품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208, 308 등에 도입된 새로운 패밀리룩을 적용하기 위함이었다. 508 페이스리프트를 처음 보았을 때의 느낌은 ‘못생김을 벗어난 대신 매력도 옅어짐’이었다. 푸조는 여전히 펠린(feline, 고양이과 야생동물)이라는 디자인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신차들은 인상이 크게 바뀌어 야생동물 같은 강렬함이 줄고 보다 세련되면서 단정해진 모습이다. 거부감이 줄어든 대신 개성이 옅어진 평범한 얼굴은 어느 메이커의 엠블럼을 달아도 어울려 보였다. 그런데 이 새 얼굴은 크로스오버 왜건 RXH에서 예상 밖의 시너지를 냈다. 발톱을 연상시키는 세 줄기 LED 주간주행등과 새로운 범퍼가 화사함과 매력을 더해 시선을 잡아끌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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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RXH의 4.8m가 넘는 길이는 어퍼미들 세단에 육박하는데, 실내는 세단형 508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장비는 동급차들에 비해 그리 돋보이지 않지만 마사지 의자와 히팅 시트를 갖춘 점은 만족스럽다. 명문 오디오 브랜드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오디오의 음질도 상당히 뛰어나다. 어퍼미들 사이즈 왜건이라 트렁크공간이 무척 넓은데, 소형 해치백의 명가답게 트렁크 바닥의 패널 아래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고 탈착식 칸막이와 화물 네트를 갖추는 등 꼼한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지붕까지 채울 경우 트렁크의 용량은 570L이며,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1,439L까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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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2.0L 디젤 직분사 터보와 디젤 하이브리드 AWD 두 가지뿐. 이 중 국내에 수입되는 것은 2.0L 블루HDi다.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로 세단형과 동일한 성능이지만 무게가 더 나가기 때문에 연비나 순발력은 살짝 무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8 왜건 계열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디젤 엔진(하이브리드 제외)인 만큼 넓은 영역에서 충분한 토크로 차체를 가볍게 밀어붙이고, 고속에서 힘이 빠지는 1.6과 달리 속도를 높여도 액셀 반응에 여유가 있다. 대신 연비는 12.7km/L까지 떨어졌지만 비포장을 달려야 하는 RXH에게 있어 강력한 토크는 선택사양이 아니다. 아이신에서 가져온 6단 자동변속기는 스포츠 모드와 시프트패들이 달렸는데, 직결감과 변속동작이 뛰어나다. 한때 푸조의 약점이었던 변속기에 대한 우려는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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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날렵한 달리기 성능

지상고가 높아진 만큼 무게중심도 올라가 세단에 비해서는 롤링이나 하중이동이 커졌다. 그렇다고 해도 주행감각은 여전히 승용차에 가까우며 조금 과하게 몰아붙여도 끈끈하게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역시나 푸조답다. 코너에 들어설 때의 움직임은 의외로 안정적이고 민첩해 와인딩을 즐겁게 달릴 수 있다. 다만 타이트 코너를 탈출하며 급가속하면 앞바퀴굴림 방식 특유의 그립부족을 쉬이 드러낸다. 뒷바퀴를 모터로 구동하는 하이브리드 4WD라면 이럴 때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값이 최소 6,000만원을 훌쩍 넘길 이 차를 E클래스나 5시리즈 대신 선택할 고객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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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 RXH의 가장 큰 단점은 바로 왜건이라는 것. 다만 지상고를 높이고 프로텍터를 둘러 오프로더 성격을 살짝 가미했다는 점이 일반 왜건과의 차별점이다. 게다가 화려해진 얼굴이 다소 밋밋했던 얼굴을 매력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높아진 지상고에도 코너를 유연하게 누비며 간단한 비포장도로라면 여느 2륜 SUV 부럽지 않다. 비슷한 가격대의 프리미엄 브랜드 SUV에 비해서는 차체 크기나 실내공간이, 미국이나 일본 SUV들과 비교하면 강력하면서도 연비 좋은 디젤 엔진이 돋보인다. 세계적인 왜건 불모지인 대한민국 자동차 시장에서, 단지 왜건이라는 이유로 무관심하게 넘어가기에는 의외로 다재다능하고 매력적인 모델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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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편집위원
사진
임근재
제공
자동차생활(www.carlif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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