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날아온 개성만점 SUV, 시트로엥 C4 칵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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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4 칵투스의 특징은 파격적인 외모와 낭만적인 실내, 그리고 높은 효율로 간추릴 수 있다. 단점도 분명 있지만, 당신이 스타일과 실용성에 목메는 ‘깍쟁이’라면 꼭 한번 고려해 볼 만하다.
콤팩트 SUV. 시트로엥은 C4 칵투스를 이렇게 정의한다. 이에 대해 딱히 흠 잡을 생각은 없다. SUV의 인기가 수직 상승하며 형태만 비슷하게 다듬고 SUV라고 주장하는 게 트렌드가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차를 단순히 SUV라는 테두리 안에 넣어 버리는 건 꽤 아쉬운 일이다. 그러기엔 색깔이 아주 다양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트로엥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는 디자인에 도가 튼 브랜드. C4 칵투스는 이런 그들의 독창성의 결정체다. 출시 2년 만에 유럽에서만 15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는 사실도, 각종 국제 모터쇼나 페스티벌에서 디자인상을 휩쓸었다는 사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다.
철저하게 계획된 개성
대부분의 소형 SUV가 그렇듯, C4 칵투스도 사실 박스카에 가깝다. 기아 쏘울과 대동소이한 차체에 스키드 플레이트, 검정색 패널 등 SUV를 연상시키는 몇 가지 장치를 더하고 SUV라고 우기고 있는 쌍용 티볼리와 비슷한 전략이다. 미니 컨트리맨, 르노삼성 QM3 등도 터프한 박스카 또는 껑충한 해치백이라고 할 수 있다.
형태만이 아니다. 실내에서의 감각 역시 ‘진짜’ SUV와는 조금 거리가 멀다. 어깨선은 높지만, 루프와 최저지상고가 낮고 유리가 커 승용차에 들어앉은 기분이다. 물론 비슷한 크기의 해치백처럼 옹색한 느낌은 없다. 차체 크기는 티볼리와 비슷한 수준. 티볼리에 비해 35mm 짧고 65mm 좁을 뿐이다.
‘C4’라는 이름과 날카로운 눈매 때문에 한식구인 C4 피카소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둘은 차급과 뿌리 모두 상관없는 별개의 모델이다. 재미있는 건 C4와 그 이름을 단 파생 모델 4종의 관계가 전부 이렇다는 점이다. 차체 크기나 디자인은 둘째치더라도 플랫폼마저 각각 다르다. 플랫폼을 공유하고도 이름을 달리해 관계를 숨기는 게 일반적이라는 걸 감안하면 참 희한한 전략이다. 참고로 C4(해치백/세단)는 PSA PF2, C4 에어크로스(SUV)는 미쓰비시 GS, C4 칵투스 미니밴은 PSA EMP2, C4 칵투스는 PSA PF1 플랫폼을 밑바탕 삼는다.
C4 칵투스의 백미는 독특한 스타일링이다. 차체 구석구석에 검정 패널(일부 모델은 브라운)을 덧대 개성을 강조했는데, 이게 굉장히 자연스럽다. 찬찬히 둘러보면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기획된 느낌이다. 코끝을 꽉 틀어막은 범퍼, 바짝 올려붙인 납작한 LED 주간주행등, 검게 물들인 필러 등 다른 파격적인 요소들은 눈에 띄지도 않는다.
범퍼 모서리와 도어에 붙는 패널에는 공기주머니(에어범프)까지 넣어 작은 차체 손상에도 대비했다. 덕분에 이제 더 이상 ‘문콕’ 등의 테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패널 교환 가격도 9만3,700~9만6,300원(도어 기준, 공임포함)으로 꽤 합리적이다.
물론 불만의 여지도 적지 않다. 반사판 타입의 헤드램프야 차의 성격과 잘 어울리니 그렇다고 해도, 사이드미러가 다른 부분에 비해 다소 평범하게 생겼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열쇠를 꼽아야 열 수 있는 연료주입구와 미니밴의 3열 유리처럼 틸트만 되는 뒷좌석 유리 역시 국내 실정과는 잘 맞지 않는 아이템이다.
낭만에 대한 집착으로 점철된 인테리어
시트로엥이 대단하다고 생각되는 건, 이 독특한 컨셉트를 실내까지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폭스바겐 뉴 비틀, 닛산 큐브, 기아 쏘울(1세대) 등 널리 알려진 과거 ‘컬처카’들도 인테리어에서만큼은 상당 부분 타협을 했지만, 시트로엥은 오히려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납작하게 누른 후 마음껏 비튼 대시보드, 조수석 송풍구와 선바이저 거울 등을 떼어내고 에어백을 천장으로 옮겨달면서까지 고집한 여행가방(캐리어) 스타일의 글로브박스, 가방 손잡이와 비슷한 모양새의 도어 핸들 등 낭만적인 분위기를 강조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그대로 재현했다.
벤치 타입의 앞 시트도 이런 느낌을 부채질한다. 중앙의 팔걸이를 올리면 운전석과 조수석의 경계가 희미해지며 양쪽 탑승자의 친밀도를 높여준다. 물론 과거 벤치 타입 시트의 단점은 꼼꼼하게 지웠다. 등받이나 방석의 형상이 평평하지 않고, 이를 감싸고 있는 직물의 짜임새가 적당하기 때문에 몸을 지지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없다. 매력적인 건 뒷좌석도 마찬가지. 등받이 각도와 무릎 공간 크기가 예상을 웃돈다. 패밀리카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다.
계기판은 단출하다. 속도와 연료량, 그리고 누적거리 정도만 표시한다. 실내 컨셉트를 생각해봤을 땐 적절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PSA의 최신 버전. 내비게이션이 빠져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내비게이션의 사용 빈도가 압도적으로 높으니 크게 흠잡을 거리는 아니다. 오히려 글라스 루프의 햇빛 가리개가 반투명 탈부착식이라는 것과 짐 공간(358L)이 경쟁자에 비해 조금 작은 게 더 아쉽다.
직렬 4기통 1.5L 디젤 터보 엔진은 기대 이상의 성능을 낸다. 출력(99마력)은 낮지만 토크(25.9kg·m)가 높은데다 수동 기반 자동변속기(ETG)의 직결감도 뛰어나기 때문에 가속이 답답하지 않다. 기어를 바꿀 때 연료를 완전히 차단해 운전 감각이 다소 어색하긴 하지만, 무려 17.5km/L나 되는 복합 연비가 이런 단점을 완전히 잊게 만든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에 비해 메인터넌스 부담이 적은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몸놀림은 나긋하다. 서스펜션의 수축과 이완 과정이 언제나 부드럽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푸조 2008보다 한층 더 여유로운 세팅이다. 물론 무게이동 과정만큼은 뚜렷하게 전달한다. 즉, 항상 차의 자세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이야기. 여성 또는 초보 운전자가 많이 찾을 차라는 걸 생각하면 아주 큰 장점이다.
“예쁘네요. 이게 무슨 차에요?” 약 3년 전, 시트로엥 DS3를 시승할 때 어떤 여성에게서 들었던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놀라운 일이었다. 남성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는 있어도, 여성에게 듣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은 그때가 마지막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C4 칵투스를 타며 똑같은 일을 겪었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질문마저도 완벽하게 같았다. “예쁘네요. 이게 무슨 차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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