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스로틀] BMW 모토라드 R18, 베를린서 날아온 정통 크루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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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한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이 어우러졌다. 바로 BMW 모토라드 뉴 R18이다.
84년 전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누렸던 BMW R5로부터 영감을 받아 탄생한 R18은 브랜드 역사와 전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1930년대 감성을 그대로 품고 독일에서 날아온 R18을 만났다.
앞서 9월 R18 국내 출시 현장에서 본 차량은 ‘멋’ 그 자체였다. 동그란 눈과 물방울 모양의 연료 탱크, 거대한 박서 엔진, 그리고 쭉 뻗은 크롬 파이프 등 모든 것이 멋을 외치고 있다.
직접 마주한 R18은 생각보다 더 웅장하고 세련됐다. 온몸에 두른 크롬 장식은 무대 조명뿐 아니라 태양빛도 멋지게 반사했다. 특히나 아름답게 반짝이는 크롬 파이프에 조금이라도 흠집이 난다면 굉장히 뼈아플 것만 같았다.
R18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단연 엔진이다. BMW 바이크 역사상 가장 강력한 1802cc 2기통 공랭식 박서 엔진을 품고 있다. 좌우로 튀어나온 거대한 엔진을 보고 있자면 경외감마저 든다. 커다란 엔진에서 뻗어나와 차체 하단부를 지나가는 크롬 덩어리 배기라인은 R18 디자인의 핵심이다.
두 다리 사이에 중형차급 엔진을 품는 느낌이 묘하다. 최고출력은 91마력, 최대토크는 16.1kgf·m에 달한다. 2000~40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만큼, 실주행 영역에서 출력에 대한 갈증을 느끼긴 어렵다.
시트에 살포시 앉았다. 기울여진 차체를 바로 세우는 간단한 동작에도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 두 다리만으로 바이크를 끌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345kg에 달하는 중량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나마 좌석 높이(시트고 690mm)와 무게 중심이 낮아 불안하지는 않았다.
크롬으로 마감 처리된 클러치와 브레이크 핸들은 두툼한 만큼 쥐는 맛도 일품이다. 덩치를 고려한 것일까. 클러치 답력은 다소 무겁다.
클러치를 쥐고 스타트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걸었다.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심장이 깨어난다. 덩치만큼이나 배기음도 우렁차다.
스로틀을 가볍게 조작하니 부드럽게 출발한다. 도심에서 살살 몰면 배기음도 얌전한 수준이다. 그러다 스로틀을 조금 더 과감하게 전개하니 목이 꺾일 듯 튀어나간다.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양발 바로 앞에 자리한 엔진 헤드는 존재감이 상당하다. 헤드가 좌우로 쭉 뻗은 탓에 좁은 길에서 장애물에 닿을까봐 꽤나 신경 쓰인다.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헤드가 바닥에 닿을 일은 없겠지만, 급격한 코너링에서 행여나 닿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R18은 스포츠 모드 ‘ROCK’, 노멀 모드 ‘ROLL’, 빗길 모드 ‘RAIN’ 등 세 가지 주행 모드를 지원한다. ‘락 앤 롤’이라니, BMW의 네이밍 센스에 미소가 절로 나온다.
도심을 벗어나 교외로 나갔다. 락 모드에서는 스로틀이 한층 민감하게 반응하며 서스펜션도 더 거칠어진다. 살짝만 당겨도 으르렁거리며 튀어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락 모드를 경험하면, 롤 모드로 다시 돌아가기가 어렵다.
스로틀 반응도 락 모드가 오히려 편안하다. 조금만 당겨도 시원하게 달려간다. 본격적으로 달리길 원한다면 스로틀을 조금만 더 당겨주면 충분하다. 다만, 느긋한 크루징에는 조금 부담스러울 만큼 승차감이 단단하다. 스로틀 반응과 서스펜션 강도를 각각 조절할 수 있는 커스텀 모드가 아쉽다.
레인 모드에서는 전자 장비 개입이 많아진다. 컨디션 좋은 노면에서는 다소 답답하게 느껴질 만큼 스로틀 반응을 억제한다.
체인이나 벨트가 아닌 드라이브 샤프트로 동력을 전달해 기계적인 멋을 한껏 살려준다. 정작 운전자는 샤프트가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겉으로는 클래식을 추구하지만 편의성은 최신 바이크다. 어댑티브 코너링 라이트부터 ABS, ASC, MSR, 다이내믹 엔진 브레이크 컨트롤, 힐 스타트 컨트롤, 도난 방지 알람 등 각종 전자장비를 품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완소’ 기능은 시동모터를 활용한 후진기어다. 간혹 바이크를 뒤로 빼야할 경우 345kg 무게를 감당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때 후진 기능이 빛을 발한다. 작동법은 간단하다. 안장 왼쪽 아래 위치한 레버를 ‘R’에 두고 스타트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울컥임 없이 꽤나 부드럽게 작동하기 때문에 넘어질 우려도 적다.
다소 쌀쌀한 바람에도 열선 그립을 사용해 손시림을 막을 수 있다. 열선 3단계에서는 맨손으로 만지면 뜨거울 만큼 강력한 발열을 자랑한다. 방한 도구를 어느 정도만 갖춘다면, 초겨울까지도 문제가 없겠다.
계기판 아래 자리한 LCD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지만, 뜻밖에도 연료 게이지를 쉽게 확인할 수는 없다. R18의 연료탱크는 16L, 복합 연비는 17.8km/L다. 약 280km를 주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약 신나게 달린다면 약 200km마다 주유소에 방문할 필요가 있겠다.
BMW 모토라드 R18은 기본형이 3100만원, 퍼스트 에디션이 3370만원이다. 거대한 것은 엔진과 덩치 뿐만이 아니다.
R18은 지금까지 경험해본 BMW 모토라드와 다른 강렬한 개성을 가졌다. ‘정통 크루저 = 할리데이비슨’이란 공식이 지겨운 이라면, 새롭게 등장한 R18을 눈여겨 보자.
※ 해당 차량은 브랜드 및 제작사에서 제공한 시승용 차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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