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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RXH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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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RXH는 지루하거나 둔하게 여겨지는 웨건에 대한 선입견을 떨쳐낸 모델이다. 다양한 편의장비와 강인한 외모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발끝에서 시작되는 풍부한 토크도 인상적이다. 웨건에 대한 인상을 달라지게 할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다시 웨건이기에 국내시장에서 드러나는 한계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많은 고민을 함께 던져 준 푸조 508 RXH의 시승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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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는 2011년 가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508RXH를 처음 공개했다. 스테이션 왜건의 '508SW'를 기반으로 개발 된 크로스 오버 차량이 508RXH는 당시 다른 유럽 브랜드들의 라인업 확대에 가세하며 탄생한 모델이다. 볼보가 'V70'을 기반으로 한 'XC70'을 유럽시장에 선보였고 아우디도 'A6 아반트'를 기반으로 한 'A6 올로드 콰트로', 'A4 아반트‘를 기반으로 한 ’A4 올로드 콰트로'를 준비하고 있던 상황에서 푸조 역시 온오프로드 성능을 겸비한 웨건 모델인 508RHX를 공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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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보면 508SW와 508RXH는 디자인만 조금 다른 모델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508SW의 전장/전폭/전고는 4,830/1,830/1,480mm, 508RXH는 4,830/1,865/1,525mm로 508RXH가 조금도 넓고 높은 차체를 보이고 있다. 수치상의 차이는 운전석에 오르내릴 때부터 차이가 느껴진다. 508SW가 승용세단이라면 508RHX는 SUV와 세단의 중간에 위치하는 시트포지션을 보여준다. 미묘한 차이긴 하지만 운전석에 앉는 과정이나 전방의 시야는 SW모델에 비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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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SW와 디자인에서 다른 점은 18인치 알루미늄 휠이 들어가는 넓어진 팬더와 함께 앞 범퍼의 좌우에 3개씩 배치된 LED 안개등이 눈에 들어온다. 푸조에 따르면,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디자인이라고 한다. SW 모델에 비해 강인한 인상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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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플래그쉽 모델 답게 실내의 고급감도 푸조의 다른 차종에 비해 우월하다. 물론 독일 3사의 동급 모델들이 보여주는 고급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3의 가격에 이 정도의 퀄리티는 충분히 경쟁할 만 하다. 인테리어를 살펴보면 푸조가 노리는 경쟁상대로 독일 메이커들의 크로스오버 모델들을 꼽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마디로 가성비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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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기대치가 높은 만큼 아쉬움도 보인다. 비직관적인 스위치들의 레이아웃은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실내의 플라스틱 소재들도 플래그쉽 모델인 만큼 더 질감에 신경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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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 시트 주변의 공간이나 활용도가 높고 적재공간도 넉넉한 트렁크는 508RXH의 가장 탁월한 장점이다. 유럽에서는 쟁쟁한 공간활용도의 경쟁자들이 득실거리지만 국내시장에서는 독보적이다. 트렁크 공간은 기본 660ℓ, 뒷좌석 상단에 위치한 레버를 통해 시트를 접으면 최대 1865ℓ까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오히려 공간 활용도 면에서는 웨건베이스의 크로스오버 모델이 SUV보다 뛰어나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소수의견’일 뿐이다. 언제쯤 웨건에 대한 가치가 국내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될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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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 RXH의 엔진은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BlueHDi 엔진으로 2000rpm 부근에서 발생하는 최대토크로 실생활 영역에서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시승에서도 탑재된 디젤 파워트레인은 일상적인 사용 영역에서는 문제가 없는, 부족함을 느낄 수 없는 정도긴 하지만, 그렇다고 훌륭하다고 표현할 정도는 아니다. 조합된 6단 자동 변속기도 기어 변속을 주저하는 경향이 있고 아이들링 스탑 시스템도 끈기가 부족하다. 젖은 노면에서는 트랙션 컨트롤의 부족함이 드러난다. 구동력의 제어가 부족에 젖은 노면에서는 휠스핀이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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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속도를 높여가면 갈수록 오히려 장점이 드러난다. 6단 변속기는 토크를 얻기 쉬운 회전 영역으로 적절히 기어를 유지시켜준다. 고속영역에서도 충분히 토크를 뽑아내며 기운차게 추월을 해나간다. 웨건형태의 차체에서는 쉽게 기대하기 어려운 포인트이기도 하다. 분명 1.6리터 디젤 엔진이 탑재된 508SW에서는 절대 이런 만족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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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푸조의 핸들링 성능은 경쟁 모델들보다 한 걸음 앞서 있다. 208, 308 등 해치백 모델들이 보여준 핸들링은 ‘역시 푸조’를 되뇌이게 하는 부분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 508RXH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좌우 차체 롤도 큰 편이고 굴곡이 큰 요철에서의 승차감에서는 정교함이 덜해져 있다. 크루징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다소 거친 승차감이 전해진다. 진동이나 바람소리,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의 처리도 미흡한 편. 하지만, 역시나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측면에서는 점수를 높이주고 싶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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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RXH는 508SW의 크로스오버 버전으로 부르길 바라겠지만 전륜구동 방식인 점, 그리고 시승을 통해 드러난 주행성에서 본다면 오프로드에서의 성능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일상적인 주행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운전의 재미도 느낄 수 있고 특히 무엇보다 가장 뛰어난 가치는 ‘다양한 활용성’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익스테리어는 멋지고, 실내는 넉넉하다. "어떤 차야?"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시승를 위해 곤두세운 긴장을 풀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좋은 차이야"라고 대답할 것이다. 508RHX는 그런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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