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408, "한 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프랑스 감성" [시승기]
컨텐츠 정보
- 860 조회
- 목록
본문
푸조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멋진 크로스오버 408을 탄생시켰다. 같은 프랑스 브랜드지만, 일찌감치 닛산과 손잡고 무척이나 대중적인 차를 만들고 있는 르노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떠오른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이고 매력적이다.
이 차를 처음 본 사람은 전기차로 착각할 수도 있겠다. 기아 EV6 등 최근 많은 브랜드가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 형태의 전기차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08을 시승하는 내내 이 차의 콘셉트는 전기차와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신형 308과 비슷한 전면부는 꽤 인상적이다. 얇고 길게 뻗은 LED 헤드램프와 날카로운 주간주행등의 조합은 408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그래서인지 그릴 부분의 패턴형 디자인이 조금 아쉬웠다. 멋진 측후면처럼 날렵한 면으로 처리했다면 더 잘 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전반적인 패스트백 실루엣은 만족스럽다. 지붕에서 트렁크로 이어지는 기본적인 라인뿐 아니라 창문의 크기와 연결, 캐릭터 라인의 다양한 배치와 조합, 후면부로 이어지는 면 처리의 연속성 등은 새롭게 진화한 푸조 디자인의 정점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후면부는 408급 자동차에서 좀처럼 나오기 힘든 디자인이다. 고작 4000만원대 자동차에 어떻게 이런 디자인 요소와 디테일을 담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공기역학을 고려하면서도 미적 감각을 살린 모습을 보면 왜 람보르기니 우루스가 언급됐는지가 절로 이해가 된다. 푸조 엠블럼이 더 당당하고 멋져 보이는 착각마저 들었다.
실내는 최신 푸조 그대로다. 작은 스티어링휠 위로 드러난 계기판, 그 옆에 자리한 터치형 디스플레이, 길게 쭉 뻗은 공조기 디자인 등 한층 간결하면서 깔끔하게 자리했다. 물론, 기능성에서도 만족스럽다.
특히, 센터페시아의 10인치 디스플레이는 화질뿐 아니라 터치감도 우수했다. 선명해 보기에 편했고, 딜레이 없이 운전자의 지시를 바로 받아들였다. 또, 하단에 자주 쓰는 바로가기 버튼을 배치해 터치로 인한 불편함도 줄였다. 기어노브와 주행모드, 파킹브레이트 등 센터콘솔 부분의 버튼들도 깔끔하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안드로이드 오토)와 무선 충전을 지원하는 점도 편리하다.
다만, 몇 가지 아쉬움도 남는다. 끌 수도 있지만, 계기판에 적용된 3D 그래픽은 아예 없는게 더 좋다는 생각이다. 3D를 넣어야 하는 필요성을 모르겠는데, 괜히 눈만 어지러웠다. 또, 바로가기 버튼을 마련했음에도 조작에 직관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일부 보였다. 드라이브 모드 변경 버튼도 위아래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누르는게 더 편리할 듯하다.
긴 휠베이스만큼 거주 공간에도 여유가 있다. 1열은 물론이고, 2열도 머리공간과 무릎공간이 넉넉하게 확보된다. 패스트백 디자인이지만, 천장을 안쪽으로 파서 허리를 꼿꼿이 펴도 머리가 닿지 않는다. 트렁크는 기본 536리터, 뒷좌석 폴딩 시 1611리터다. 용량 자체는 부족하지 않지만, 차체 구조 때문에 활용성은 다소 떨어질 수도 있겠다.
이 차에서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점은 파워트레인 구성이다. 1.2리터급 3기통 터보 엔진에 8단 변속기가 들어갔는데, 어떤 이유로 이 조합을 넣었는지 정말 궁금할 지경이다. 이 정도 차급이면 기본적으로 4기통은 넣어야 하는게 아닐까 싶다. 물론, 408의 최고출력은 131마력, 최대토크 23.5kgf.m로 숫자만 놓고 본다면 4기통인 현대 아반떼(123마력, 15.7kgf.m)보다 우수하다.
달리자마자 3기통 엔진의 한계가 곧바로 찾아왔다. 특히, 저속에서 진동이 꽤 크게 몸으로 전달됐고,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한참의 딜레이가 생겼다. 130마력을 8단으로 쪼개 써야 하니 확실히 초반 가속이 더뎠다. 고속 주행에서는 이런 결핍이 전혀 안 느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저속 성능에 더 큰 아쉬움이 생겼다. 참고로 해외에 판매되는 408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버전은 1.6리터급 4기통 터보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엔진을 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듯하다. 연료 효율에서도 3기통보다 더 좋을 수 있겠다. 아예 전기차를 내놓는 것도 방법이다.
다행히 저속 구간을 지나면 이런 아쉬움은 사라진다. 드디어 좁고 구불구불한 파리 시내를 휘젓고 다니는 푸조의 진가가 드러난다. 작은 스티어링휠의 움직임에 따라 차체가 민첩하게 움직인다. 푸조 모델 중 휠베이스가 긴 축에 속하지만, 날렵한 코너링과 쫀득한 차체 안정성은 발군이다. 후륜 서스펜션은 토션빔이지만, 웬만한 요철과 방지턱을 지날 때도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안락하다고 말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불편하다 말할 수도 없는 절묘한 줄타기다.
제한속도 이내에서의 고속 주행에서도 숫자를 뛰어넘는 만족감을 선사한다. 순식간에 기어 단수를 바꾸며 빠르게 속도를 높인다. 다부진 스티어링휠과 편안한 시트, 눈앞에 펼쳐진 개방적인 시야 등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불평했던 1.2리터 3기통 엔진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순간 가속력도 준수해 추월 시 불편함도 없다. 동승자는 주행모드에 따른 변화가 없다고 툴툴대기도 했지만, 이 차의 스펙을 고려하면 과욕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예 빼도 무방할 듯하다.
주행보조 및 안전 사양은 다양하게 들어갔지만, 현대기아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썩 만족스러운 이용 환경은 아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매우 안정적이지만,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은 차로 중앙을 유지하기 보다 차선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수준이었다. 또,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연동돼 독립적으로는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웠다. 후방카메라는 360도 어라운드뷰처럼 작동하는데, 작동 로직이 애매해 운전자가 헷갈릴 수도 있겠다.
프랑스는 여전히 난해하다. 언어도 예술도 문화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힘든 과정을 지나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 자신만의 기준을 분명히 지키면서 그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함을 만들어내는 곳이 바로 프랑스다.
이는 자동차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결코 일반적인 차를 만들어내지 않지만, 그렇다고 엄청 이상한 차를 만드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들여 곰곰이 살펴보면 고개를 끄덕거릴,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들을 발견하게 된다. 낯설지만 익숙하고, 새롭지만 친근한게 바로 푸조다.
푸조 408의 국내 판매 가격은 알뤼르 4290만원, GT 4690만원이다. 시승차는 GT 모델이다.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