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3008 1.6 HDi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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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의 크로스오버 3008의 2016년형 모델을 시승했다. SCR(선택환원촉매)를 채용해 유로6를 충족하는 Blue HDi엔진을 탑재한 것이 포인트다. 가격을 300만원 낮춘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코드네임 T84로 개발된 3008은 2009년 3월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공식 데뷔했다. 이후 프레스티쥬를 내놓았고 2011년에는 디젤 하이브리드를 공개했다. 2014년에는 앞 얼굴에 변화를 주고 2.0HDi와 6단 AT를 조합하기도 했다. 푸조 3008 HDi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크로스오버의 열풍 속에서 푸조의 라인업이 보여 주는 색깔은 다르다. 프랑스식 감성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MPV와 SUV의 장점을 조합한 푸조만의 독창성이 보이는 크로스오버다. 크로스오버라는 단어가 이 모든 의미를 포함하고 있지만 푸조의 그것은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유행하는 것과는 선을 긋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낮은 전고이고 4WD 버전이 없다는 점이다. 공기저항계수 Cd치 0.29도 경쟁 모델들보다 우위에 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3008은 푸조의 패밀리 룩을 살리면서도 전형적인 푸조의 디자인과는 선을 긋고 있다. 차만들기에서는 브랜드의 DNA를 살려 내면서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접목된 것이 특징이다. 다만 이런 성격의 독창성이 등장한 지 벌써 6년의 세월이 지났다는 점에서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시대 제품 경쟁력의 핵심인 HMI의 변화는 푸조는 물론이고 모든 브랜드들이 이전과는 다른 속도로 변화를 주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3008은 308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하지만 308 시리즈에는 베이스 모델인 해치백 308을 필두로 왜건형은 308SW, 쿠페 카브리올레는 308CC라고 명명하고 있어 그리 단순하지만은 않다. 3008은 SUV 세단, 모노볼륨, 모노 스페이스를 표방하고 있다. 복잡한 분류이지만 오늘날의 자동차문화가 발달한 시장에서는 그만큼 모델 세분화가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푸조의 라인업 확대 전략은 유럽시장 소비자들의 취향을 잘 반영하고 있다. 유럽시장은 왜건형이 강세를 보이는 시장이다. 그에 반해 미국시장은 전통으로 대형 SUV의 고장이다. 최근에는 유가 폭등으로 크로스오버들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같이 크로스오버라고 해도 미국시장에 통용되는 것과 유럽시장의 그것과는 그 내용이 다르다. 무엇보다 크기에서 큰 차이가 난다.
이 차가 데뷔한 지 6년이 지났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수동변속기의 비율이 80%에 달하는-프랑스는 90% 이상이 수동변속기차다-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시장의 유저들은 미국식 크로스오버도 큰 차로 인식한다. 그래서 모노 볼륨, 또는 모노 스페이스로 분류되는 모델들이 더 각광을 받는다. 선구자격인 모델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A클래스다. 양산 브랜드들도 이어 다양한 형태의 모노볼륨들을 쏟아 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SUV 시장은 미국시장을 따르는 경향이 있어 유럽산 모노 스페이스들에 대한 인식이 높지 않다.
최근 들어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유럽과 미국의 양산 브랜드들은 오히려 지역색이 더 강화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기도 하다.
2007년에 모델 컨셉이 확정된 3008은 푸조의 치프 디자이너인 영국인 케이스 라이더(Keith Ryder)의 작품이다. 해치백 시리즈를 기본으로 볼륨 존을 설정하면서도 컴팩트한 크기의 모델을 창조해 낸 것이다. 상급 모델인 5008도 크기만 다르지 같은 컨셉이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모노 스페이스, 해치백, 그리고 세단의 성격을 갖춘 모델로 인식되어 지기를 바라고 있다.
3008은 출시 첫 해인 2010년 19만대가 팔렸고 2011년에 13만 4,951대가 팔인 이후 2015년에도 14만 521대가 팔리는 등 꾸준한 판매를 유지하고 있다. 누계 판매대수는 86만 7,975대.
데뷔 당시와는 크게 달라진 얼굴이지만 푸조의 8세대 모델이 등장한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중간에 새로운 버전을 추가하면서 변경했는데 그로 인해 전혀 다른 인상을 만들고 있다. 고양이과 동물을 모티브로 한 ‘펠린룩’은 그릴과 헤드램프 보닛의 각도 등으로 인해 푸조 특유의 비율을 만들고 있다. 중간에 헤드램프와 안개등 등에 크롬장식을 추가하는 등 스포티한 터치를 가미했다. 모습으로 변모했다.
측면에서는 A필러의 경사각으로 인해 실루엣이 매끈해 보인다. 투 박스카이지만 그런 느낌이 상쇄된다. 적은 그린 하우스의 비율도 그런 형상에 일조한다. 뒤쪽에서는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 디자인이 처음과는 다르다. 방향지시등이 하단부로 이동했으며 세로방향의 라인이 추가되었다. 사자가 할퀸 형상이라고 한다.
인테리어도 큰 변화가 없다. 대시보드 중앙 윈드 실드 가깝게 설계된 돌출형 디스플레이 창이 어색해 보이는 것은 여전하다. 터치 스크린인데 앉은 상태에서 손을 뻗어 접근하기가 용이하지 않다. 센터 페시아의 구성과 그래픽은 몰개성화되지 않고 푸조만의 컬러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도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시대에 9세대 모델이 기다려진다.
높은 시트포지션은 이런 장르의 차들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이다. 차 앞쪽 시야를 넓혀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SUV와 크로스오버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역시나 시원한 개방감의 프노라마 글라스 루프도 여전하다. 3008의 파노라마 글라스는 햇빛이 강한 날씨에는 어두워지고 흐린 날씨에는 밝아지는 윈드 솔라컨트롤 시스템이 적용된 파노라마 글라스 루프이다.
트렁크 플로어를 올리면 커다란 수납공간이 나타난다. 클럼쉘 방식의 트렁크는 3단계의 적재공간을 가지고 있으며 바닥높이 조절도 가능해 실용성을 극대화했다. 여기에 뒷좌석시트를 평평하게 눕힐 경우 1604리터까지 적재공간이 늘어난다. 이는 실내의 다양한 수납공간과 함께 이 차의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다.
엔진은 작년 말 508에 탑재되어 경험했던 1.6리터 디젤이다. 1,560cc 직렬 4기통으로 명칭이 e-HDI에서 Blue HDI로 바뀌었다. 유로 6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점이 포인트다. 최고출력이 120ps/3,500rpm, 최대토크 30.6kgm/1,750rpm. 출력은 8sp, 토크는 3.1kgm가 증강됐다. SCR(선택환원촉매)과 DPF(디젤입자 필터)를 채용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90%까지 낮추었고 미세입자 제거율은 99.9%까지 높였다. 필터 앞쪽에 설치된 SCR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한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것이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다.
변속기는 6단 AT. 아이들링 스톱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고 508과 달리 패들 시프트는 없다.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은 최신세대의 것이다. 정지 상태에서 발을 떼면 시동이 걸렸다가 다시 밟으면 시동이 꺼진다. 시내 주행 시 약 15% 의 연비 성능 향상과 평균 5g/km의 CO2 배출량 감소 효과를 보인다고.
재미있는 장비가 눈길을 끈다. 2010년 3008부터 추가된 장비인 그립컨트롤(Grip Control)로 실렉터 레버 뒤쪽의 다이얼을 작동하면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창에 Enhanced Traction이라는 문자가 뜬다. TCS(Traction Controle System)의 제어를 달리한 시스템이다. Normal, Sow, Sand, Mud, ESP 오프(ESP Off) 기능이 있어 마치 4WD 시스템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한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으로, 지면 컨트롤 기능을 향상시켜 주는 기능이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은 1,700rpm 부근. 508에서는 1,400rpm 부근이었다. 레드존은 5,200rpm부터. 이 역시 4,500rpm부터인 508과 다르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2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5km/h에서 2단, 70 km/h에서 3단, 100km/h에서 4단, 145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가속시에는 저 배기량의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치고 올라가는 맛이 강력하다고는 할 수 없다. 2.0리터 버전과 뚜렷이 구분되는 대목이다. 변속기의 반응이 세련된 편은 아니다. 발진시는 물론이고 코너링에서 스티어링 휠과 연동도 매끄럽지는 않다.
508과 마찬가지로 고속도로에서의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저회전에서 두텁게 발생되는 토크가 그런 불만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다. 이럴 경우에는 풀 스로틀보다는 가속 페달을 어르듯이 다루면 원하는 가속감을 얻을 수 있는 타입인 것은 같은 특성이다.
소음이 상당히 억제된 것은 최근 등장하는 푸조 모델들의 특징이다. 엔진 자체의 소음으로 인한 효과로 보인다. 풀 가속시의 부밍음도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그 외의 상황에서는 엔진 소음의 실내침입도 고속 역까지 충분히 억제되어 있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
다시 오른 발에 힘을 주면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속을 한다. 공차 중량이 508이 1,610kg, 시승차는 1,590kg으로 20kg 차이가 나지만 가속성능에서 체감할 정도의 차이는 없다. 고회전, 고속역에서의 한계를 감안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같다. 실용 영역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고속도로 최고속도역까지는 필요충분한 파워다.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프랑스차다움이다. 이 역시 프랑스차들이 보여 주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토션 빔. 시스템은 차이가 나지만 댐핑 스트로크가 긴 특성은 같다. 프랑스차 특유의 부드러움은 하체의 세팅에 의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날카로움보다는 여유로운 쪽을 택한다. 그렇다고 롤 각이 큰 것은 아니다.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숙성도의 향상이 느껴진다. 좀 더 세련됐다. 다만 16인치 타이어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508에서는 그런 지적을 받아 들어 17인치로 바꾸었다. 이는 하체가 가볍게 느껴지게 하는데 일조한다. 최근 등장하는 차들이 갈수록 큰 타이어를 장착하는 추세라서 그런 감각적인 차이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
3008은 유럽식 실용성을 중시한 차가 여전히 통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모든 시장에서 같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t System)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에 부응하는 차만들기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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