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08, 잘 팔리는 모델엔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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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6 배기규정을 만족하면서 성능은 물론이고 연비까지 높였다. 그것도 같은 값에
요 몇년 사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장르는 소형 SUV다. 모든 메이커들이 앞다퉈 소형 SUV를 출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수입차 시장을 예로 들면, 지난해 가장 돋보인 브랜드는 푸조였다. 소형 크로스오버 2008을 앞세워 판매가 124% 급신장했다. 소형 SUV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수치다.
물론 소형 SUV라고 모두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잘못된 가격책정이나 떨어지는 상품성 때문에 고전하는 모델도 있다. 잘 팔리는 모델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우선 연비가 좋지 않고서는 대박을 칠 수 없다.
2016년형 2008은 연비가 더 좋아졌고, 출력과 토크도 높아졌다. 게다가 까다로운 유로6 배기규정까지 만족시킨다. 비결은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선택적 환원촉매) 기술이다. 연비를 해치지 않고 질소산화물 처리능력이 뛰어나지만 값이 비싸 대중차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푸조는 2008에 SCR 후처리장치를 달았다. 차값은 그대로다. 올해도 2008의 대박행진이 예상되는 이유다.
가격과 연비가 자동차의 전부는 아니지만, 2008은 볼수록 매력 덩어리다. 키를 높인 SUV로서는 단아한 외모를 갖고 있다. 솔직히 형님뻘인 3008은 페이스리프트를 거치기 전엔 고구마 같았다. 그러나 2008은 다르다. 커다란 창과 푸조의 특징인 파노라믹 글라스 루프는 탁 트인 느낌을 선사한다. 뒷자리에 앉아 앞유리에서 창문과 천장으로 눈길을 옮기다 보면 ‘햇볕 못쬐어 환장한 사람이 디자인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우리는 짙은 틴팅필름으로 꼭꼭 감쌀 테지만.
아이콕핏과 세미 버켓시트가 만나 우락부락해진 실내
실내는 아이디어 뱅크다. 한정된 크기와 자원에서 최대의 효과를 끌어내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운전석에 앉으면 작은 스티어링 휠과 대시보드 위로 올라간 계기판이 눈에 띈다. 운전 중 눈에 딱 들어오는 위치에 있어 시인성이 뛰어나다. 진작에 왜 이런 생각을 못했나 싶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3D 계기판 같은 비싼 기술을 쓰지 않고도 비슷한 효과를 얻었다. 발상의 전환이 가져온 결과다.
계기판이 위로 올라간 탓에 스티어링 휠은 지름이 작아졌으나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이 보조하기 때문에 무겁지 않다. 록투록 3.5의 평범한 조향비지만 스티어링 휠의 지름이 작아 경쾌한 느낌을 준다. 동반석은 글러브박스는 최대한 앞으로 끌어냈다. 동반석 시트를 당기더라도 다리 공간이 여유롭다. 그래도 글러브박스 공간이 광활하다. 대시보드 하단부에 있던 에어덕트를 비롯한 공조장치를 없앤 덕분이다. 에어벤트는 센터콘솔 연결부위 양쪽에 자리한다. 그 덕에 뒷자리 다리 공간까지 넓어졌다.
누가 푸조 아니랄까봐 달리는 맛이 찰지다
달리기 실력도 수준급이다. 우선은 뛰어난 승차감에 놀라게 된다. 2008은 뒤차축에 토션빔을 쓰는 평범한 구성이다. 하지만 편평비 높은 타이어를 끼우고 스프링의 강성을 잘 조율해 뛰어난 승차감을 얻었다. 특히 뒷자리 승차감이 인상적인데, 웬만한 국산 중형차보다 좋다. 서스펜션의 스트로크가 길고 휠 사이즈가 작아 바퀴와 펜더 사이가 휑하지만 SUV인 만큼 그리 흉해 보이지는 않는다.
최고출력 99마력을 내는 디젤 엔진은 평범하다. 진가는 연비에서 나온다. 90km/h로 정속주행할 때 1,500rpm, 100km/h에서는 1,700rpm의 회전수를 보이는데, 이때 순간연비는 25km/L가 넘는다. 4,500rpm 이상에서 자동으로 시프트업이 이뤄지고, 회전수가 1,200rpm 언저리로 떨어져도 연비를 위해 변속하지 않는다. 빠듯한 출력이지만 130km/h 정도까진 힘들이지 않고 편안하게 달릴 수 있다. 170km/h 이상으로 가속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린다.
공회전 제한장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점도 인상적이다. 8km/h 이하에선 차가 완전히 멈추지 않아도 시동을 꺼버린다. 어지간해서는 정차상태에서 시동이 걸리는 법이 없다. 연비에도 도움이 되지만, 디젤 특유의 갤갤대는 소음을 듣지 않아도 되어 만족스럽다. 시동이 걸리는 속도도 매우 빨라 위화감이 없다.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반자동 MCP 변속기다. 수동변속기에서 클러치만 자동화한 변속기다. 개인적으로 수동변속기의 느낌이 남아 있어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내구성이 뛰어나고 유지비가 저렴하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에게는 느린 변속이라는 단 하나의 단점이 크게 부각된다. 모두가 빠르게 달리는 우리나라의 도시에서는 가속페달을 꽉 밟지 않으면 변속할 때마다 뒤차의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1, 2, 3단의 기어비가 짧아 변속이 자주 이뤄지기 때문이다.
푸조 2008은 잘 만든 크로스오버다. 잘 팔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여럿 갖고 있다. 총 775km를 시승하는 동안 평균 18.8km/L의 연비를 보였고 고속도로에서는 어렵지 않게 30km/L를 찍을 수 있었다. 넓은 공간과 뛰어난 승차감도 매력적이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 동급 국산차들과 겨룰 만하다. 이질적인 변속감만 받아들일 수 있다면 푸조 2008을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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