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조 2008의 거짓말은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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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부터 시작된 유로6. 유예기간인 90일을 지나, 2015년 11월 말부터 유로6를 만족하지 못한 디젤엔진 자동차의 판매가 금지됐다. 미리미리 준비했던 메이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메이커도 있기 마련이다. 이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창 바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2015년 푸조에게 2008은 서울대 법대를 수석으로 입학한 막내아들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12월 한 달 동안 유로6 모델이 들어오지 못했고 겨우 올해 1월부터야 다시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3월에야 들어온다고 했었는데, 2개월을 벌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디젤엔진 모델을 원하는 이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 있다. “유로6가 되면 연비가 좋아지나? 가격이 많이 올라갈까?” 엔진과 변속기가 바뀌지 않는 한, 유로6로 바뀌었다고 연료효율이 높아지는 건 아니다. 또한,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SCR 방식’을 쓸 경우 가격은 올라간다.
유로6에는 크게 LNT 방식과 SCR 방식이 있다. LNT 방식은 연료를 이용해 질소산화물을 환원시키기 때문에 당연히 연료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SCR방식은 시스템을 차에 올리게 되면 공차중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연료효율이 좋아질 수 없는 구조다. 여기에다가, 얼마 전 강화된 정부 공동고시연비(신연비)로 인해 동일 조건에 파워트레인을 장착한 자동차도 실제 주행에 근접한 측정방식으로 인하여 연비가 낮아지고 있다.
물론, 기존 판매되던 모델의 경우 유예기간을 두기 때문에 혼란이 생길 수 있겠다. 쉬운 예로 새롭게 출시한 아반떼(디젤)의 경우 신연비 측정으로 리터당 18.4km의 연비를 얻은 반면, K3는 유예기간을 적용받아 구연비 방식으로 표기하기 때문에 리터당 19.1km라는 연비를 얻었다. 두 모델은 파워트레인이 똑같지만 연비는 다르다. 공차중량 또한 K3가 오히려 무겁다.
그런데 2016년형 푸조 2008은 등장과 함께 ‘뻥쟁이’가 되어버렸다. 물론 좋은 의미에서 말이다. 2008은 SCR 방식을 썼음에도 2천690만 원부터 시작되는 가격표는 변함이 없다. 참고로 SCR 방식을 넣으려면 최소 300만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비도 좋아졌다. 신연비를 기준으로 했을 때, 기존 모델보다 연비까지 상승한 것. 기존 연비는 리터당 17.4킬로미터였지만, 유로6 버전임에도 리터당 18.0킬로미터의 성적표를 받아냈다.
결정타는 성능이다. 최고출력이 92마력에서 99마력으로 올라갔다. 최대토크는 23.5kg·m에서 25.9kg·m로 더욱 강해졌다. 경쟁모델인 르노삼성 QM3의 경우 최고출력의 변화 없이 리터당 18.5킬로미터에서 유로6 버전은 리터당 17.7킬로미터로 내려갔다. 사실, QM3가 정상이다.
유로6 모델의 핵심은 후처리장치이기 때문에 외형상 변화는 없다. 다만, 왼쪽 테일램프 아래에 ‘Blue HDi’라는 문구만 새롭게 등장했다. 푸조에서 유로6 엔진을 일컫는 명칭이다. 7마력의 상승을 느끼기는 어렵지만, 한층 두터워진 토크는 확실하다. 암팡진 스티어링 휠은 직경이 짧기 때문에 지체되는 느낌 없이 드라이버가 원하는 대로 민첩한 조향감을 안겨준다.
푸조 모델은 공인인증 연비보다 실제연비가 더 좋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기존 리터당 17.4킬로미터의 연비도 좋은 의미의 ‘뻥 연비’라는 소리가 돌기도 했다. 새로 바뀐 2008 시승 역시 총 383킬로미터를 뛰면서 어느 정도의 연비를 보여줄지 매우 궁금했다. 결과는 리터당 22.7킬로미터. 평균속도는 40km. 그렇다. 고속도로만 주행한 게 아니라 시내주행이 중심이었는데도 이렇게 나온 것이다. 2008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2008은 이전 모델보다 성능과 연료효율은 좋아졌으며, 여기에 환경까지 확실하게 책임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가격 인상이 없다. 2016년에도 그의 꾸준함을 무기로 예전과 다름없는 좋은 성적을 보여줄 게 확실하다.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얼마의 가격인하 효과’라는 문구가 무성하다. 2008처럼 비싼 시스템을 얹었음에도 가격을 동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가격인하 효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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