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제타, 미국 여성들의 아이콘인 이유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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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시내를 걸어봤는데, 폭스바겐 제타의 92%에는 여자가 타 있었어" -시트콤 '더 리그'
"젊고 섹시한 여성들은 제타를 타!" - 영화 '아더 우먼'
'제타 룰(Jetta Rule)' 또는 '제타 이론(Jetta theory)' 이라고 불리는 미국의 신조어를 빗댄 대사다. 캘리포니아의 제타 운전자 중 젊은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신조어까지 회자될 정도로 여성들이 제타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담백함과 곳곳에 숨은 반전
제타 디자인은 화려하진 않다. 그러나 담백하면서도 다부지고, 은근히 날이 선 느낌도 있다. 전면부는 이런 점이 잘 담겨 있다. 일단 화려함과 거리가 먼데, 양쪽 헤드램프를 가로지르는 길쭉한 크롬 정도가 유일한 액세서리다. 대신 범퍼가 차체를 더 넓어보이게 디자인됐고, 보닛에는 울룩불룩한 잔근육을 넣었다.
측면에는 의외로 볼거리가 많다. 헤드램프에서 부터 윈도우로 뻗어나간 라인을 비롯해 휠 아치에서 테일램프를 잇는 캐릭터라인, 조각칼로 파놓은 것 같은 로커패널 등이다. 종이접기를 해놓은듯 예리하게 접힌 라인은 제법 역동적인 느낌까지 준다. 후면부는 디퓨저, 크롬, 블랙 컬러 마감을 통해 전면부와 통일성을 줬다.
실내는 실속있게 구성됐다. 최신 디자인 기조를 반영해 운전자 중심으로 설계했고,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하는 사양들로 꽉 채웠다. 앞좌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을 모두 지원하고, 메모리 기능도 포함됐다.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한 열선 내장 스티어링 휠, 10가지 컬러의 앰비언트 라이트,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 등 필요한 기능들은 거의 다 갖췄다.
공간도 충분하다. 도어 안쪽에 있는 포켓은 다양한 물건들을 넣기에 충분하다. 생수병이나 우산은 물론 화장품이 잔뜩 들어있는 파우치를 넣을 수도 있다. 2열은 왠만한 성인 남성이 앉아도 주먹 한 개 정도 레그룸이 나오고, 열선도 갖췄다. 트렁크는 입구도 크고 깊이도 상당해 다양한 짐을 적재할 수 있겠다.
# 편안하기도, 호쾌하기도
제타의 파워트레인은 1.5리터 TSI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 조합이다. 최고출력은 160마력, 최대토크는 25.5kgf·m, 복합연비는 14.1km/l(도심 12.3km/l, 고속 17.1km/l)다. 아반떼(123마력, 15.7kgf·m, 14.8~15.3km/l)와 비교하면 힘은 세지만, 연비는 조금 떨어진다.
힘이 장사다. 아주 조금만 밟아줘도 회전게이지를 높인 뒤 툭 튀어나간다. 탄력을 받은 이후에는 부드럽고 여유롭게 가속한다. 가다 서는 환경이 많고, 차선 변경이 잦은 도심에서 경쾌하게 움직인다. 초반에 툭 튀어나가는게 부담스럽다면 주행 모드를 에코로 바꾸면 된다.
자동차 전용도로를 70~80km/h로 달려보면 터보엔진의 진가를 경험할 수 있다. 속도가 올라가도 엔진 회전게이지는 1500rpm 수준에서 꿈쩍을 안한다. 낮은 회전수를 유지하니 정숙성은 뛰어나고, 연료 소모는 적은 일석이조 효과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가 포함된 IQ.드라이브가 탑재돼 장거리 주행도 편안하다.
물론 마음만 먹으면 독일차답게 탈 수도 있다.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고, 기어 레버를 아래로 한 번 내리면 경쾌하고 탄탄한 주행 감성을 선사한다. 8단 자동변속기는 DSG 만큼이나 빠르게 반응하고, 지친 기색 없이 꾸준한 가속을 이어간다.
고갯길에서도 즐겁다. 차체가 기울어질 정도로 핸들을 급격히 꺾었는데도 불안한 기색 없이 차분하게 몸을 틀어나간다. 수축된 서스펜션은 어떻게 움직일지 미리 알고 있었는듯 자연스럽고 점진적으로 이완된다. 코너가 반복되는 곳에서도 자신감있게 운전할 수 있었다. 전륜구동 준중형차의 서킷 주행 능력이 궁금해지기는 또 처음이다.
# 합리적인 세단, '이러니 반하지'
제타가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이유는 충분했다. 적당한 크기에 부족함 없는 공간과 적당한 고급감을 갖췄다. 친절하게 달리다가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호쾌한 주행도 가능하다. 우리는 이런 차를 '잘 만든 차' 라고 한다. 여기에 3000만원 초반대에서 시작하는 합리적인 가격까지 겸비했으니 사회에 첫 발을 뗀 젊은 여성들에게 좋겠다. 도입부에서 소개한 '제타 룰'을 나름의 논리로 해석한 미국의 한 네티즌의 평가가 꼭 들어맞았다.
"너무 작지만은 않고, 귀엽지만 스포티하다. 유럽 브랜드임에도 공간이 넉넉하고, 너무 저렴해보이지 않으며, 그렇다고 비싸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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