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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포르쉐 911을 둘러싸고 탯줄 논쟁이 뜨겁다. 자동차 마니아 커뮤니티에서 포르쉐 충성파보다 그런 문제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무리는 찾기 어렵다. 포르쉐가 이따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스포츠카를 만든 업보다. 지난 반세기 남짓동안 뜻깊은 변화가 있을 때마다 논란이 일었다.
996은 수랭식이 도마에 올랐다. 997은 연료 직접분사, 991은 휠베이스 확대와 전기기계식 파워 스티어링이었다. 그리고 지금 새로 나온 991은 경멸할 터보를 달고나와 논란에 휩싸였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 있나? 그럴 만한 이유는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신형 포르쉐와 이전의 자연흡기 991을 정면으로 비교했다. <오토카>는 이 둘을 철저히 비교 분석했다.
한데 앞으로 배꼽 이야기는 접어두기로 한다. 경멸을 당하든 말든 신형 포르쉐는 터보를 달고 나왔다. 그렇다면 새차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그래서 비교 대상으로 재규어 F-타입 R 쿠페를 몰고 나왔다. 2013년 시장에 나왔지만, 2016년형 포르쉐의 매력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중에도 가장 인기있는 911 PDK 박스의 카레라 S는 공정하게 정면대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한데 스펙상 F-타입은 출력만 아니라 출력/무게와 토크/무게 비율에서 뚜렷한 우위에 있다. 포르쉐가 터보를 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출력은 542 vs 414마력.
여기서 다시 포르쉐는 그런 격차를 뒤집기로 유명하다. 포르쉐의 신형 수평대향 6기통과 재규어의 수퍼차저 5.0L V8이 대결했다. 요란한 재규어에 비해 포르쉐는 터보를 추가하여 한결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한데 신형 터보 911을 어떻게 구분할 수 있나? 예상한 대로 포르쉐의 디자인 변화는 섬세했다. 살짝 손질한 프런트 스커트와 확대된 냉각덕트를 가려낼 수 있다면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다. 뒤쪽에서는 변화를 좀더 쉽게 가려낼 수 있었다. 한층 복고적인 공기흡입구, 좀더 넓은 팝업 스포일러와 트윈 인터쿨러의 신형 공기배출구가 눈에 띄었다. 그밖에 포르쉐 스타일은 고전적인 911.
F-타입 R 쿠페는 그와는 지극히 대조적이었다. 재규어의 더 넓고 크고 빵빵한 보디와 한층 부풀어오른 스타일은 한결 강렬하고 근육질적이었다. 아무튼 911보다 틀에 얽매이지 않고 시각적인 스타일에 공을 들였다. 긴 보닛과 패스트백은 클래식 스포츠카를 찬양하는 징표였다. 그와는 달리 포르쉐는 의도적으로 그런 경향을 무시했다. 2년 전이라면 재규어가 한수 위였다. 그러나 지금은 포르쉐 911이 훨씬 우아한 자태로 다가온다.
거주성에서 두 라이벌은 백중세를 보였다. 폭이 더 넓으면서도 F-타입의 실내는 한층 친밀한 콕핏형 감각이 놀라웠다. 포르쉐보다 엉덩이, 무릎과 발꿈치 공간이 바싹 다가있었고, 운전위치가 더 느슨한 느낌을 줬다. 게다가 실내가 한결 호화롭고 느긋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러나 911의 실내도 나름대로 윤택하고 품위가 있었다. 높은 센터콘솔 덕분에 기어 셀렉터의 높이가 편리했다. 매끈한 가죽내장, 단단한 플라스틱과 매력적인 트림이 품위와 차분한 우아함을 자랑한다. 지름이 작은 신형 스티어링은 감촉이 뛰어났고, 더 큰 디스플레이를 갖춘 세련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돋보였다. 따라서 주말의 드라이브에는 재규어가 좀더 상쾌한 공간이었다. 그밖에는 포르쉐의 뒷좌석과 더 큰 짐칸이 한층 쓸모가 있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무엇일까?
뒤이어 두 라이벌을 잇따라 시승했다. 놀랍게도 결과는 예상의 정반대. 출력+토크가 월등한 재규어가 성능에서 포르쉐를 압도했을까? 나아가 F-타입의 대형 수퍼차저 V8이 포르쉐 수평대향 엔진의 주관적 매력을 날려버렸을까? 단연코 노! 두 라이벌의 실력은 백중세와도 거리가 멀었다.
신형 911 카레라는 정말 빠른 스포츠카였다. 이 차에 앞서 포르쉐는 0→시속 100km 가속시간이 4.0초를 밑도는 '정상적' 911(터보나 엉덩이에 GT시리즈 배지를 달지 않은)을 만든 적이 없었다. 새차는 그 타임을 뚜렷이 내려잡았다. 앞으로 완전한 도로시승을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당장 PDK 박스, 스포트 크로노 플러스와 론치컨트롤로 무장한 신형 카레라 S는 믿기 어려운 0→시속 97km 가속시간 3.5초를 기록했다. 그래서 996세대 터보, 나아가 997 GT3 RS보다 빨랐다.
카레라 S 터보의 중회전대 토크는 위력적인 페이스를 설명하는 한 요인에 불과했다. 탁월한 트랙션과 경이적인 자동변속기는 포르쉐의 위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요소였다. 엔진과 기어박스는 최후의 가속력을 끌어낼 때 눈부시게 공동작전을 폈다. 터보는 전회전대의 파워전달에 긴박감과 유연성을 더했다. 아울러 고회전대에서도 비교적 낭비없이 파워와 페이스를 살렸다. 따라서 전속질주 모드에서 카레라 S는 초고속 변환에 예리한 집중력을 과시했다.
한편 F-타입 R은 넘치는 파워와 우렁찬 V8 사운드에도 911보다 훨씬 무거웠다. 힘차게 달렸으나 치열한 페이스에서 포르쉐의 상대가 아니었다. 우리가 직접 측정한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기껏 4.4초. 911의 두터운 토크 웨이브 앞에서 재규어는 약간 허약했다. 3,500rpm까지 올라가야 최대토크가 나왔다. 그와는 달리 포르쉐는 2,000rpm 이하에서 그럴 수 있었다.
이따금 트랙션이 F-타입의 파워를 제한했다. 다른 때 재규어의 8단 자동박스는 포르쉐의 7단 PKD만큼 빠르게 변속할 수 없었다. 동시에 그만큼 완벽한 기어비를 찾는 본능을 갖추지도 못했다. 어느 경우에나 재규어는 으레 독일 라이벌을 따를 수밖에 없는 핑계를 둘러댔다.
F-타입 R은 전속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달리는 재주가 눈부셨다. 쉽사리 유지할 수 있는 장거리 주행력이 상큼한 인상을 줬고, 도로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자세로 비쳤다. 풀스로틀에서 반사회적 사운드의 재규어 V8은 가벼운 변속에도 실내에서 놀랍도록 낭랑한 가락을 울렸다. '장난기' 모드에 맞춘 적극적 반응이었다. 그 이유만으로도 911의 6기통보다 특별하고 폭넓은 여행 스펙트럼을 뽐냈다.
그래서 조금쯤 더 깊은 영혼을 담고 있었다. 심지어 그같은 사운드 경쟁에서도 신형 트윈터보 3.0L 엔진은 911의 이름 높은 기계적 카리스마를 거의 지켜냈다. 911의 장기 오너에게 익숙한 배기노트의 일부가 사라진 것은 확실했다. 그럼에도 엔진은 여전히 직접 비교되는 V6보다 작동영역이 넓었다.
911은 F-타입보다 승차감과 핸들링이 앞섰을 뿐아니라 성능과 쓸모가 더 뛰어났다. 카레라 S의 섀시는 지금까지 어느 때보다 좋았고, 핸들링이 한층 평탄했고 감각은 보다 침착했다. 게다가 나긋한 승차감을 살릴 만큼 상황에 적응했다. 뿐만아니라 스티어링 조작에 대한 반응은 격찬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처럼 다양하고 고차적인 실력을 추구하는 고객들에게 독특한 스로틀 추적형 핸들링 조정력은 경이적이었다. 한 마디로 눈부셨다.
새로 단장한 911의 서스펜션 변화는 실로 폭이 넓었다. 신형 댐퍼에서 안티롤 바를 거쳐 새로운 적응형 댐핑 소프트웨어를 소화하는 보조 스프링에 이르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대목이 있었다. 카레라 S는 발걸음이 가벼우면서도 요철을 유연하고 절제력있게 타고 넘었다. 게다가 단호하고도 균형있게 코너를 공략했다. 이로써 다재다능하고 성숙하며 원만한 스포츠카와 간헐적인 GT가 어떻게 거동해야 하는가를 보여줬다. 재규어를 겨냥한 따끔한 교훈이었다.
재규어는 날카로운 노면에서는 다리가 뻣뻣하고 돌발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다가 뒷바퀴 굴림은 큰 덩치를 제대로 다스리고 노면을 확실히 움켜잡으려면 아주 힘이 들었다. 그와는 달리 포르쉐는 훨씬 나긋했고, 횡그립이 뛰어났으며, 핸들링 반응이 한층 빠르고 정확했다. 보다 가볍고 결연하고 소통력이 뛰어난 스티어링은 회전력이 한층 예리했다. 아울러 코너를 빠져나오며 가속할 때 더 큰 트랙션으로 인해 강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핸들링에서 포르쉐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재규어를 눌렀다. 나아가 어느 포르쉐 이전 모델보다 보디 피칭 조절에 뛰어났다.
F-타입 R은 고속도로에서 한층 안정되었다. 수퍼차저 V8 엔진의 파워 덕분. 그리고 포르쉐를 훨씬 강력하게 몰아붙여야 얻어낼 뒷바퀴굴림 핸들링 조정력을 발휘했다. 하지만 미끄러운 코너에 이어 갑자기 등마루와 노면이 험악한 제동구간이 나타났다. 그러자 911이 한층 뛰어난 실력을 자랑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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