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파나메라 에디션 4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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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 에디션4를 시승했다. 4 도어 그란투리스모, 4인승 스포츠카, 4도어 4인승 스포츠 쿠페 등 다양한 구분이 가능한 모델이다. 911이나 718시리즈와 달리 엔진이 차체 앞쪽에 있는 FR모델이다. 성인 네 명이 여유롭게 탈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다. 수평 대향이 아닌 V형 엔진을 탑재하고 성인 취향의 패밀리 스포츠카를 지향하고 있다. 선택의 폭을 덜 넓혀주기 위해 설정된 파나메라 에디션4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자동차는 사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 달리는 즐거움, 그리고 소유하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일반 양산 브랜드들은 사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까지는 제공할 수 있겠지만 나머지 두 가지 조건은 충족시키지 못한다. 오늘날은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판매대수가 급증하며 소유하는 즐거움이 희석되어가고 있다.
포르쉐의 2015년 연간 판매대수는 2014년보다 19% 증가한 22만 5,121대를 판매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전 세계 연간 판매대수 9,000만대 중 0.5%도 되지 않는 비중을 차지하며 이 차를 소유하는 사용자들에게 선택받은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 희소성은 사는 즐거움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다.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면서 동시에 수익성도 높이고 있다. 2015년 포르쉐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34억 유로, 매출액은 25% 증가한215억 유로에 달했다.
21세기의 포르쉐는 수익성 면에서도 압도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브랜드로도 유명하다. 파나메라의 발표회장을 중국 상해로 잡은 것이 대표적이다. 오토상하이 2009 개최 전날 101층 규모의 상해월드파이낸스센터(SWFC : Sanghai World Financial Center) 94층 발표회 현장에서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포르쉐의 판매대수는 10만대에 채 미치지 못했으나 지금은 두 배가 넘는 2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전 세계 모든 메이커들은 중국시장에서의 판매 증가 여하에 따라 순위가 변동하고 수익성에도 차이가 나는 세상이 됐다.
포르쉐의 2015년 중국시장 판매대수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5만 8,009대로 단일 국가로는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두 번째는 미국으로 2만 1,756대가 팔렸다. 유럽 전체로는 7만 5,354대가 팔렸고 그 중 독일은 2만 8,953대가 판매되어 세 번째로 큰 시장의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속도를 슬로건으로 하는 포르쉐는 라인업을 통해 달리는 즐거움을 세분화해 시장에서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포르쉐의 라인업은 스포츠카와 4도어로 구분된다. 스포츠카는 911과 718 시리즈로 숫자로 표기되며 수평대향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다. 파나메라와 카이엔, 마칸 등 4도어 모델은 직렬과 V형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크게는 5개의 모델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는 다시 스포츠카 시리즈의 경우 B/S/GTS/4/4S/Turbo/TurboS/Cabriolet/Targa 등으로 세분된다. 911에는 GT3도 있다. 여기에 디젤과 S E-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시대에 대응하는 모델도 라인업되고 있다.
판매대수에서는 4도어 모델이 압도적으로 많다. 2015년 기준 마칸이 8만 216대, 카이엔이 7만 3,119대가 팔렸다. 911은 3만 1,350대, 718로 개명된 박스터와 카이맨은 2만 2,663대가 판매됐다. 오늘 시승하는 파나메라는 1만 7,207대로 판매대수에는 가장 적다.
그 포지셔닝 때문이다. 파나메라는 패밀리 포르쉐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스포츠카 브랜드에서 만드는 패밀리카라는 것이다. 그 파나메라는 시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12개의 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시장의 경우 1억 2,350만원의 기본형 모델부터 2억 8,290만원의 터보 S까지 12개가 있다. 다시 그 중에서 에디션 모델은 1억 1,160만원의 베이스 모델과 1억 1,860만원의 디젤, 1억 2,030만원의 4 에디션 등 세 가지가 있다. 시승차는 파나메라4의 에디션 버전인데 가격이 850만원 싸다. 일부 옵션에 차이를 주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포르쉐는 각 모델은 물론이고 한 모델의 베리에이션의 설정에 아주 세심하기로 유명하다. 파나메라에도 기본형 모델부터 최상위 모델까지의 출력과 토크의 차이에 정확한 갭을 설정하고 있다. 그것은 911시리즈를 통해 이미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인식되고 있다. 에디션4도 그런 설정의 기본을 지키며 정확한 포지셔닝 설정의 산물이다. 어떻게 변화를 주어도 ‘속도’를 무기로 하는 ‘달리는 즐거움’이라는 측면에서는 타협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케터들은 자동차산업을 ‘섹시산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혹자는 일부 자동차의 디자인이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해 비판한다. 양산 브랜드들은 대부분 하나의 컨셉을 2세대 정도는 유지한다. 하지만 포르쉐 911은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디테일의 변화만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있다. 핵심은 생명력이다. 시간이 흘러도 시장에서의 반응이 사그라들지 않는 디자인 때문이다. 디자인의 생명력이 있다면 굳이 2세대마다 새 디자인으로 바꿀 필요가 없다.
파나메라는 911이 그렇듯이 데뷔 후 7년째로 충격적이지는 않지만 올드한 느낌도 없다. 전체적인 프로포션은 로 & 와이드(Low & Wide)다. 911과 달리 엔진이 프론트에 탑재되기 때문에 프론트 후드가 길다. 그럼에도 후드가 낮게 설정되어 있다. 측면의 실루엣은 기존 포르쉐 모델들과는 전혀 다른 프로포션으로 인해 이질적이다. 운전석이 리어 액슬 바로 앞에 위치한 전형적인 레이아웃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체의 크기가 더 느껴진다.
루프라인에서 C필러를 지나 트렁크 리드로 이어지는 패스트백 형상의 소위 쿠페 라인은 데뷔 당시와는 달리 이제는 익숙해졌다. 논란이 있었던 부분인데 자리를 잡은 것이다. 항상 그렇듯이 독창성이 강한 디자인이 모델 체인지시에 어떤 변화를 보여 줄지가 궁금하다.
리어의 형상도 우리가 생각하는 포르쉐의 그래픽과는 많이 다르다. 공간 활용성에 많은 비중을 둔 차라는 점을 고려한 설계다. 팝업식 스포일러는 그대로다. 차체 크기는 전장이 5,015mm로 처음 데뷔 당시 때보다 길어졌다.
호화로움과 사치스러움이 주제인 인테리어는 다른 모델들에게 적용의 폭을 넓혀갔다. 이제는 포르쉐의 아이콘이 된 실렉터 레버 주변의 패널은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복잡하다고 지적했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브랜드들도 일부 변형해 사용하고 있다. 복잡할 정도로 많은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시대이기는 하다.
서스펜션 조절과 스포일러 조작 스위치 등 그다지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버튼과 시트 히터의 스위치와 같이 뒤섞여 있는 것은 그대로다. 기능성보다는 디자인을 중시한 결과다. 도어 실 플레이트에 “Edition” 레터링이 새겨져 있고 플로어 매트가 전용이다. 7인치 터치스크린과 함께 오디오,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제공하는 PCM(Porsche Communication Management) 모든 에디션 트림에 기본으로 설정된다.
엔진은3,605cc V6 DOHC로 최고출력 310ps(220kW)/6,200rpm, 최대토크 400Nm(40.8kgm)/3,750rpm을 발휘한다. 토크 수치는 그대로인데 출력이 10ps증강됐다. 이 V6 엔진은 뱅크각 90도의 포르쉐제 V8의 모듈러다. 90도각은 60도 각의 엔진에 비해 더 슬림해 무게중심을 더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엔진과 트랜스미션 시스템을 엔진 룸에서 최대한 후방으로 배치해 각 차축에 실리는 무게가 균형 있게 배분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인 7단 PDK. PDK는 기존 팁트로닉의 편의성과 수동변속기의 장점만을 모았고 자체 중량도 팁트로닉 보다 10kg 가볍다. 포르쉐 PDK는 통상적인 DCT의 단점이 나타나지 않고 자잘한 단차 등도 매끄럽게 타고 넘는 등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무엇보다 발진시, 극저속시의 반응에서 걸리적 거리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발진시의 기어는 통상적으로 2단에서 시작한다. 물론 풀 가속을 하면 1단으로 내려가서 변속을 진행한다. 고속주행시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그 순간 기어가 7단에서 3단으로 내려간다. 그로 인한 충격은 없다. 가속페달을 밟는 속도를 감지해 운전자의 기분을 이해해 기어를 선택한다.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의 반응은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다.
데뷔 당시 아이들링 스톱의 반응이 좀 거칠다고 지적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말끔히 해소됐다. 오늘날 아이들링 스톱 기구는 장르와 세그먼트를 불문하고 연비 성능을 위해 채용되고 있는 추세다.
구동방식은 4WD. 전자식 맵 제어형 멀티 플레이트 클러치를 포함하는 액티브 사륜구동 시스템인 PTM(Porsche Traction Management)이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은 7단에서 1,800rpm 전후. 배기량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레드존은 6,600rpn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하면 6,5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0km/h에서 2단, 65km/h에서 3단, 105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바쁘다는 것은 V8과 같다. 수평대향이 아닌 V형 6기통 엔진이지만 포르쉐다운 가속감은 그대로다. 체감상으로 통상적인 주행에서는 더 부드러운 느낌이다. 풀 가속에 대한 반응도 신형 3.0리터 수평대향 6기통에 비하면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이 차의 성격상 그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만하다. 일반적인 스포츠 세단들과의 차이 때문이다.
발진 가속감은 수치 이상으로 강하게 밀어 붙인다. 고성능 고회전 엔진이라는 개념에 익숙치 않은 유저라면 충분히 포르쉐를 느낄 수 있을 법도 하다.
초고속 영역에서는 포르쉐다운 카리스마가 살아난다. 포르쉐의 브랜드 이미지인 ‘속도’에 비중을 두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중저속 가속감에서는 스포츠카 시리즈와는 차이가 난다. 그렇다 해도 스피도미터의 바늘을 끌어 올리는데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 같은 톤으로 속도계의 바늘은 상승한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로 같다 파나메라 S에서와 마찬가지로 포르쉐라는 브랜드를 감안하면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그래서 과거 벤치 시트에 앉는다는 느낌은 더 이상 없다. 이는 파나메라를 계기로 엄청난 변화를 느끼게 했던 대목이다.
오늘날 수퍼 스포츠카라고 해도 20세기의 스파르탄 감각은 없다. 그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안정된 거동으로 쾌적한 주행을 보장한다. 안락한 승차감을 제공하지 않는 스포츠카는 없다. 물론 럭셔리 세단의 안락감과는 느낌이 다르다. 파나메라는 그런 조건으로 달리다가 가끔씩 질주본능을 충족할 수 있는 성능을 갖고 있다. 여성 운전자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주행성이다.
푸트워크는 911에 비해 경쾌하다. 그래서 고속도로 주행시에는 스포츠 세단 정도의 감각으로 달릴 수 있다. 그런 성격을 감안하면 V6는 훨씬 더 매력적인 조합일 수도 있다. 갈수록 연성화되어 가는 운전 스타일을 고려해도 그렇다. 노면의 요철에 대한 반응은 직설적이지만 다리 이음매 등에서의 거동은 그야 말로 세련됐다. 좀 더 쉽게 다룰 수 있는 포르쉐다.
록 투 록 2.5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거동은 민첩하다.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이다. 조타력은 물론이고 응답성도 911에 비해 경쾌하다.
포르쉐의 라인업 구성은 치밀하다. 모든 모델의 모든 트림의 구분이 세밀하다. 출력의 수치로 등급을 조정하고 장비의 차이로 버전을 설정한다. 에디션4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뺄 것은 빼고 자주 사용하는 것은 추가했다. 그만큼 가격 차이가 있다. 단지 몇 가지의 패키지 옵션으로 선택에 제한을 두거나 하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포르쉐를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한 전략이다. 그렇다고 해도 연간 글로벌 판매대수가 20만대 조금 넘는 희소성이 보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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