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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가다…서킷을 지배한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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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 타는 날’. 다른 수식어는 필요 없었다. 포르쉐로 시작해 포르쉐로 끝나는 이 행사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심장 박동수가 높아지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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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 서킷에서 진행된 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에 참가했다.

포르쉐 행사라는 핑계로 회사차 박스터 GTS를 빌리는데 성공했다. 비록 모터그래프의 모든 기자가 탈 수 있는 '회사차'라고는 하지만 막내 기자입장에선 속편하게 타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회사차를 원없이 타보게 된 것도 뜻밖의 수확이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줄곧 비가 오는 관계로 오픈에어링은 불가능했다. 그나마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굽이굽이 펼쳐진 산골짜기 도로에서 포르쉐 박스터만의 극단적인 코너링 성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말하자면 행사에 앞서 워밍업을 한 셈이다.

마침 지나는 차들도 없었다. 좁고 급격한 코너에서 박스터의 칼 같은 핸들링은 진가를 발휘했다. 젖은 노면에서도 즉각 반응하는 점이나, 의도한 대로 코너 돌아나가는 느낌은 비현실적이다 싶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깔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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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행사 당일엔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렸다. 다행이었다. 이왕 서킷을 달릴 거라면 젖은 도로에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극단적인 오버스티어도 체험해보고 싶었다.

행사장 밖엔 보기만해도 저릿한 포르쉐들이 일렬로 주차돼 있었다. 준비된 모델은 파나메라, 마칸, 911 등 세 개 차종.

박스터, 카이맨, 카이엔 등은 행사에서 빠졌다. 박스터나 카이맨을 서킷에서 타보고 싶었지만 직접 몰고 온 것으로 위안 삼았다. 카이엔은 회사차여서 원없이 타봤기에 아쉬움이 그리 크진 않았다.

포르쉐 파나메라...덩치가 무색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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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메라는 처음이다. 둔할 것 같은 이 차를 서킷에서 타다니 그리 기대가 되진 않았다.

행사 관계자는 비가 내렸기 때문에 사륜구동 모델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옵션이 각기 다른 '파나메라 4' 세 대가 준비됐다. 두대는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들을 미리 세팅해 비교적 저렴한(?) 1억2030만원에 판매되는 '에디션' 모델이었다. 나머지 한대는 1억2880만원에 팔리는 파나메라 4 기본 모델이다.

파워트레인은 3.6리터 가솔린 자연흡기 엔진. 최고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40.7kg.m의 성능을 갖췄고, 7단 PDK가 장착됐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에 걸리는 시간은 6.1초로, 스포츠크로노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은 5.8초까지 단축된다. 제원 성능만 보면 포르쉐라 하기에 좀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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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속페달을 밟으니 기분 좋은 ‘그르렁’ 소리와 함께 차체를 꽤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특히, 노면을 꽉 움켜쥔 것 같은 안정감이 일품인데 완만한 코너에선 묵직함까지 더해져 승차감이 좋았다.

하지만 커브와 오르막이 조합된 구간에선 오버스티어가 나면서 차가 미끄러지는 듯 했다. 사륜구동 시스템을 무작정 믿으면 안된다. 하지만, 눈 깜짝할새 흐트러진 자세를 차가 스스로 바로 잡았다. 전자자세제어장치(PSM)을 켠 상태에서 드리프트 주행은 무리였다. 다른 스포츠카에 비해 개입이 빠르고 재미가 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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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서킷의 짧은 직선구간에서 파나메라 4가 발휘한 최고속도는 시속 170~180km 수준이었다. 시속 200km 돌파를 노렸지만 3대의 시승차를 각각 2~3바퀴씩 타는 동안 끝내 도달하지 못했다.

SUV 스포츠카 마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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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시승한 차는 소형 SUV 마칸이다. 시승차는 마칸 S와 마칸 터보가 준비됐다. 마칸 S는 3.0리터 V6 바이터보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340마력, 최대토크 46.9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5.4초다. 최상위 모델인 마칸 터보의 경우, 3.6리터 V6 바이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56.1kg.m의 성능을 뿜어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4.6초로 제원 수치는 크기를 키운 스포츠카라고 하기에 손색없다.

실내 구성은 포르쉐 특유의 인테리어를 따른다. SUV인 만큼 시트 포지션이 높지만 넓은 시야를 제공해 운전이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특히, 마칸 터보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와 배기시스템 조절 버튼 등 다른 모델에 적용된 주행 설정 모드를 비롯해 오프로드 모드도 더해졌다. 이를 통해 운전자는 마칸을 스포츠카로 세팅할 수 있고, 오프로드용으로도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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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카로 세팅한 마칸 터보를 타고 서킷에 진입했다. 가속페달에 힘을 가해 서킷을 내달렸다. ‘잘 나가는 차’ 만들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포르쉐니 치고 나가는 가속 성능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급격한 코너 구간과 오르막, 내리막이 복합된 서킷에서 마칸은 SUV가 아니었다. 앉은 자세가 높다뿐이지 노면에 ‘착’ 달라붙어 코너를 돌아나가는 느낌은 포르쉐 박스터 등 스포츠카 느낌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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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시트의 서포트도 빵빵해 자세가 한쪽으로 쏠리는 것을 잘 잡아준다. 이보다 출력이 낮은 마칸 S는 터보에 비해 극적이진 않았지만, 기본기가 탄탄해 일상 주행에서 운전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해 보였다. 특히, 서킷 주행에 있어선 길이가 긴 파나메라보다 마칸이 더 재밌었다. 짧은 체구를 갖춘 마칸의 코너링이 더 민첩했고, 미끄러지는 것도 잘 억제돼 오버스티어가 일어나지 않았다. 직선 구간에서의 최고속도도 시속 180~190km 수준으로 파나메라보다 빨랐고, 마칸 터보는 200km를 돌파했다.

화룡정점 스포츠카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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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주행의 피날레는 911이 맡았다. 시승차는 카레라 4 GTS, 타르가 4 GTS, 카레라 4S 카브리올레 등 3개 모델이 준비됐다. 납작한 911에 탑승하면서 느끼는 불편함도 잠시, 적당히 딱딱한 시트 쿠션과 바닥에 앉은 듯 낮은 시트 포지션은 운전자가 차와 한 몸이 된 것처럼 꼭 들어맞았다.

실내는 주행과 관련된 편의장치 외에 다른 편의사양은 전무하다. 센터페시아에는 ‘그 흔한’ 컵홀더조차 없고, 스마트폰을 보관할 마땅한 수납공간도 없다. 오로지 “운전에만 집중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불편하면서도 독특하다. 생각해보면 박스터를 비롯해 포르쉐 대부분 모델에는 이처럼 운전을 방해하는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다. 오죽하면 조수석 콘솔박스 위에 있는 팝업식 컵홀더가 고맙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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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안전 측면에서 따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마트폰, 음료수 등으로 인해 자칫 산만해 질 수 있는 드라이빙은 운전자 뿐 아니라 다른 차들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운전에 방해되는 것들을 제거한 포르쉐의 이 같은 특징은 나름의 안전기술이자 노하우인 셈이다.

시승차의 제원을 살펴보면 카레라 4 GTS와 타르가 4 GTS는 3.8리터 6기통 수평대향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 44.9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각각 4.0초, 4.3초다. 4S 카브리올레는 3.0리터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420마력, 최대토크 51.0kg.m의 성능을 갖췄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도달에 걸리는 시간은 4.2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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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순서로 911을 가장 마지막에 탄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911을 제일 먼저 탔다면 파나메라와 마칸이 시시하게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저음의 낮고 묵직한 배기음을 내며 달리던 911은 급격한 코너 구간에서도 앞서 탄 다른 모델들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빠르게 돌아나갔다.

특히, 카레라 4 GTS의 무게는 1500kg대로, 이날 서킷 시승차 중 가장 가볍지만, 코너를 돌아나갈 때의 묵직함과 그립감은 다른 모델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다. 오죽했으면 파나메라와 마칸을 시승하는 다른 팀을 따라잡아 먼저 추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거푸 벌어졌다. 옆좌석에 앉은 파트너는 “911로만 서킷 50바퀴는 더 타고 싶다”고 말했다.

직선 코스에서 911은 시속 200km를 가뿐히 돌파했다. 직선 구간이 짧은 것은 아쉬웠다. 계기반이 시속 210km를 표시하는 순간에도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지만 브레이크를 밟을 수밖에 없어 짧은 직선 코스가 더욱 원망스러웠다.

명불허전 스포츠카 카이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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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을 마지막으로 서킷 주행 체험은 종료됐다. 다음 코너로는 슬라럼 세션이 마련돼 있었다. 슬라럼 테스트 진행 요령에 대한 인스트럭터의 짧은 교육이 진행된 후 바로 체험에 들어갔다. 슬라럼 시승차는 흰색 카이맨 S가 준비됐다. 이 차는 3.4리터 엔진이 탑재돼 최고출력 325마력, 최대토크 37.8kg.m의 성능을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100km/h 도달에는 4.9초가 소요된다. 공차중량은 1420kg으로 911 카레라보다 가볍다.

슬라럼 테스트는 사전에 배치된 라바콘을 건드리지 않고 정해진 구간을 통과하는 것으로, 지그재그 코스를 얼마나 직선에 가깝게 운전하느냐가 포인트다. 총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지며, 첫 번째 주행은 코스 탐색,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시간 측정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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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포르쉐 카이맨의 핸들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운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오차 없이 코너를 공략했다. 다만, 빼곡한 라바콘 사이를 통과하기엔 스티어링 휠의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워 팔에 꽤 많은 힘이 들어갔다.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는 만족스러웠다. 특히, 코너를 빠져나와 순간적으로 속도를 높여야 하는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밟음과 동시에 치고 나가는 가속 성능은 911 카레라가 부럽지 않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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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나절 넘는 시간 동안 진행된 행사가 끝나니 시승 체험이 한창일 땐 느끼지 못했던 피로감이 몰려왔다. 고성능 스포츠카에 탄다는 짜릿함과 긴장감이 동시에 풀리면서 나른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911 카레라 GTS로 빠르게 서킷을 공략할 때의 여운은 쉽게 잊히지 않아 두 눈은 여전히 서킷을 향하고 있었다.

문득 인스트럭터가 서킷 주행 인솔 중 말했던 퀴즈가 생각났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가 무엇인가를 묻는 퀴즈였다. 정답은 ‘남의 차’. 그러면서 인스트럭터는 시승 초반 비에 젖어 미끄러운 도로와 서킷에 적응 중인 시승자들에게 포르쉐를 믿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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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그대로였다. 포르쉐는 모터스포츠에 근간을 두고 모든 세그먼트에서 스포츠카를 생산한다는 철학을 갖춘 브랜드다. 그러나 포르쉐를 직접 소유한 모든 이들이 도심 주행이나 일반 주행만을 통해 차의 본성을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철학을 공유하기 위해 포르쉐는 오너의 차가 아닌 ‘남의 차’를 서킷에서 마음껏 태워준다며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행사를 통해 포르쉐에 탑승한 사람들은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를 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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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다면 짧은 서킷 주행을 통해 브랜드의 모든 철학을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행사를 통해 내가 타는 차의 성능을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은 멋진 특권이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차 중 하나인 포르쉐를 마음껏 운전해볼 수 있다니 포르쉐 오너들이 부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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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범 mb.kim@motorgraph.com
제공
모터그래프 (www.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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