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 뉴 911 카레라 시승기, 짜릿한 터보 시대 화끈하게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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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세대 911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또 한 번의 엄청난 변신을 이뤘다. 그 동안 자연흡기 엔진만 사용하던 카레라와 카레라 S에 터보 엔진을 적용한 것이다. 공기역학과 터보엔진의 효율을 위해 디자인도 살짝 바뀌었다. 터보엔진은 배기량을 3.0리터로 통일하고 출력은 370마력과 420마력을 발휘한다. 이전보다 20마력씩 높아졌고 토크도 높아졌다. 덕분에 카레라로 이전 카레라 S에 버금가는 달리기 실력을 갖추게 됐다. 터보랙도 거의 신경 쓸 정도는 아니고, 동작은 조금 더 가벼워진 느낌도 든다. 반면 사운드는 조금 심심하다. 감성을 생각하면 자연흡기가 그립긴 하겠지만 그래도 성능을 생각하면 터보다.
911은 오랜 세월 동안 선망의 대상이자 논란의 중심이었다. 물론 한 때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그 당시의 911 역시 아름다웠고 강력했었다. 공랭식 엔진을 버리고, 수냉식 엔진을 이식 받으면서 논란은 극에 달했지만 덕분에 포르쉐는 기사회생했고, 마침내 오늘날의 911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지고 있고, 더 비싼 이탈리안 수퍼카만큼 빠른 성능을 가진 스포츠카로 성장했다. 991의 경우 카레라 S로 302km/h를 기록했고, 터보 모델은 1억 이상 비싼 수퍼카들 만큼 빠르다.
991이 페이스리프트 모델(Mk2)로 진화했다. 최근 자동차 브랜드들이 풀 모델 체인지 때 디자인과 플랫폼을 바꾸고, 페이스리프트 때 파워트레인을 바꾸는 것이 점차 공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데, 이번 991 Mk2도 그 공식을 따라 파워트레인을 바꿨다. 그것도 아주 획기적으로.
포르쉐라는 브랜드는 사실 터보 엔진과 아주 친한 브랜드였다. 브랜드 내 고성능 모델에 터보 엔진을 적용하는데 크게 주저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예 이름에 '터보'를 달아서 고성능 모델의 대명사로 사용해 왔었다. 레이싱카에 가까운 GT3와 GT2의 경우에도 더 강력한 GT2에는 터보 엔진을 얹어 왔었다. 하지만 터보 엔진은 언제나 '특별히 고성능' 모델에만 한정해 왔고,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카레라와 카레라 S에는 허락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시대가 변했다. 환경 규제가 더욱 엄격해 지고, 스포츠카들도 피해갈 수 없게 됐다. 기술도 발전해서 이제는 터보 엔진도 보다 매끄럽게 성능을 뽑아 낼 수 있게 됐다. 경쟁 브랜드들도 앞 다투어 터보 엔진을 적용하고 있다. 때가 된 것이다.
7세대 911(991) Mk2를 선보이면서 마침내 기본형이라 할 수 있는 카레라와 카레라 S에 터보 엔진을 얹었다. 포르쉐 골수 팬들에겐 당연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과거 공냉식 엔진이 수냉식 엔진으로 바뀔 때만큼 큰 논란이 되진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시대가 그렇게 변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제나 그랬듯이 포르쉐다움을 잘 간직하면서 성능이 더 높아지면 논란은 잠시 뒤 사그라지기 마련이다.
몹시도 궁금한 마음을 가지고 991 Mk2 카레라를 만났다. 카레라 S가 아니다. 그 동안 911을 시승하면 시승차는 거의 카레라 S였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레라다. 내심 카레라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내비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승차는 그 동안 쉽게 보지 못했던 그라파이트 블루 색상의 신형 911 카레라다. 첫 눈에도 앞모습 디자인이 바뀐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범퍼 하단 공기 흡입구가 커지고 각진 모양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디자인의 변화가 썩 달갑지는 않다. 911의 디자인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부분은 동그란 헤드램프여야 자연스러운데 이번 911은 공기 흡입구 디자인이 강렬해서 헤드램프에서 자꾸만 시선이 아래 쪽으로 빼앗기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뭐 디자인에 대한 선호는 개인적인 거니까. 하지만 벌써부터 그리 오래지 않아 이 디자인에도 역시 마음을 빼앗길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좌우 공기 흡입구에는 액티브 에어 쿨링 플랩이 적용돼 있어 15km/h가 되면 자동으로 닫히고, 엔진 냉각이 필요할 때마다 자동으로 열린다.
반면 차체 뒷부분 디자인 변화는 마음에 든다. 리어 램프가 입체적인 모양으로 바뀐 부분도 마음에 들고, 지붕을 타고 내려온 공기를 엔진룸으로 들여 보내 주는 공기 흡입구 부분이 세로 핀으로 바뀌고 굴곡이 더해진 부분도 마음에 든다. 리어 스포일러도 면적이 더 커졌다. 범퍼 좌우에는 브레이크를 식힌 공기가 더 쉽게 빠져나가도록 구멍도 뚫었다.
실내는 변화가 더 적다. 전체적인 레이아웃이나 라인은 그대로이고, 918 스파이더에 적용됐던 것과 같은 디자인의 스티어링 휠이 추가됐고,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센터페시아 모니터가 커진 정도가 차이다.
918 스파이더에 장착된 스티어링 휠은 스포크의 전면이 알루미늄으로 덮여 있고, 7시 방향에도 몇 개의 버튼이 더 붙어 있는 것이 이번 911 카레라의 것과 조금 다른 점이다. 스포크에 알루미늄으로 구멍 뚫린 장식을 더하고, 나사 구멍도 노출시켜 기계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것은 같다. 5시 방향에 달린 불룩한 것은 스포츠크로노 패키지를 선택하면 더해지는 것으로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하는 다이얼이 달려 있다. 기존의 스티어링 휠에 비해 직경도 조금 더 작아 역동적인 주행에 잘 어울린다. 신형 911에서는 기존의 스티어링 휠 외에 새로운 이 스티어링 휠을 선택할 수 있다.
센터페시아 모니터는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하고, 한글이 (마침내) 지원된다. 새로운 포르쉐 커뮤니케이션 매니지먼트(PCM)가 적용돼 네비게이션과 애플 카플레이 등 다양한 미디어 활용이 가능하다.
네비게이션은 폭스바겐 그룹에서 독자 개발된 시스템으로 한글을 지원하지만 기본 검색이 주소 우선으로 되어 있어 국내에서 자주 사용하는 건물명이나 상호 검색은 조작이 상당히 까다롭다. 그냥 주소를 확인해서 주소로 검색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편이 훨씬 낫다.
오디오는 기본형이 있고, 옵션으로 보스와 부메스터를 고를 수 있는데 시승차에는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장착됐다. CD 아래 PORSCHE 라고 적힌 커버를 열면 SD 카드를 넣을 수 있고, 센터 콘솔에는 USB 단자가 마련됐다. 아이폰을 SUB에 연결하면 iPod으로 사용할 것인지, 카플레이로 사용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안내가 나온다.
센터터널 기어레버 아래쪽으로 많이 나열되어 있는 버튼들이 시승차에는 많이 비활성화되어 있다. 원래 옵션을 선택하지 않으면 버튼이 막혀있게 되지만 이번에는 드라이브 모드 선택 기능이 스티어링 휠로 옮겨 가면서 예전에 있던 버튼 몇 개가 기본적으로 빠져 버린 것이다.
계기판은 전통적으로 5개의 동그라미가 살짝 포개진 형태로 구성돼 있다. (993까지는 5개의 동그라미가 서로 떨어져 있다가 996부터 포개지기 시작했다.) 계기판의 오른쪽에서 2번째 동그란 게이지는 모니터가 적용돼 있어 다양한 설정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조작은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 다이얼과 버튼들로 조작한다. 그 창에 네비게이션을 띄울 수도 있고, G-Force나 랩타임을 재는 크로노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다.
기본형 시트는 보기에는 좀 빈약해 보이지만 몸을 잡아주는 기능 면에서는 전혀 부족함이 없다. 물론 옵션으로 제공되는 스포츠 버킷 시트를 적용하면 기능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더 멋지고 스포티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늘 그렇듯 키를 운전대 왼쪽에 꽂고 돌려서 시동을 건다. 시동이 걸리자 괜히 어딘가 숨소리라도 다른 데가 없나 귀를 쫑긋 세우고 신경을 집중시켜 본다. 어딘지 목소리가 조금 엷어 진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신형 911은 카레라와 카레라 S에 모두 배기량 3.0리터 수평대향 트윈터보 엔진을 적용했다. 튜닝을 통해 최고출력은 각각 370마력과 420마력을 발휘한다. 카레라 S의 420마력은 2세대 전 911 터보와 같은 출력이다. 그만큼 시대도 변하고 기술도 놀랍게 변한 것이다. 배기량이 3.0리터인 것은 다분히 중국 시장의 세제 등을 고려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시승차는 카레라 쿠페다. 수평대향 6기통 3.0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뒷차축 뒤쪽에 얹고 뒷바퀴를 굴린다.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45.8kg.m/1,750~5,000rpm를 발휘하며, 7단 PDK와 어울려 0~100km/h 가속 4.2초, 최고속도 295km/h의 달리기 실력을 자랑한다. 이전 모델 대비 20마력, 6kg.m 높아지고, 0.2초가 빨라진 수치다. 카레라 S는 3.9초, 308km/h를 기록한다.
가속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경쾌하다. 몸 놀림이 상당히 가볍다. 시승차가 카레라 S가 아닌 카레라임에도 가속감에서 카레라 S의 기운이 느껴진다. 물론 이전 카레라 S보다 살짝 느리긴 하지만 카레라임에도 가속감이 엄청나다. 911 터보와의 차별화를 위해 가변 지오메트리 터빈(VGT)은 적용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초반 터보랙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중고속을 넘어서 최고속 영역까지 뻗어주는 실력도 만만치 않다. 역시나 이전 카레라 S를 무색하게 할 정도의 실력이다.
그런데 어딘가 느낌이 살짝 다르다. 엔진이 가벼워진 탓인지 모르겠지만 몸놀림에서 가벼움이 살짝 전해진다. 단순한 경쾌함 수준이 아니고, 묵직하게 가라 않는 맛이 살짝 줄어든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냥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이런 느낌이 든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다.
스티어링 휠 5시 방향에 있는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전환하면 승차감도 더 단단해지고, 엔진 반응과 변속 속도도 더 빨라진다. 사운드도 더 강렬해 지지만, 가변 사운드는 아니다. 회전수를 한껏 높이면 엔진과 배기 사운드도 무척 강렬해지지만, 그래도 가변 사운드가 살짝 그리워지긴 한다. 스포츠 사운드가 적용되면 배기 파이프가 가운데 두 개의 원형으로 배열되면서 더 강렬한 사운드를 뿜어내게 된다. 엔진 회전수는 이전 자연흡기 엔진일 때 8,000rpm까지 사용했었는데, 터보 엔진으로 바뀌면서 최대회전수가 7,500rpm으로 조금 낮아졌다. 그 때문일 수도 있겠다.
드라이브 모드 변환 다이얼 가운데에는 동그란 버튼이 하나 마련돼 있다. '스포츠 리스폰스 버튼'이라고 부른다. 주행 중 이 버튼을 누르면 즉각적으로 전투모드에 돌입하게 된다. 엔진 응답성이 빨라지고, 변속기도 가장 빠른 변속모드로 바뀌며, 무엇보다 배기 흐름을 터빈을 돌리는데 최대한 집중하면서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파워를 즐길 수 있게 된다. 이 상황이 유지되는 시간은 최대 20초다.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계기판에 20초 타이머가 작동하고, 20초가 지나면 원래 주행모드로 돌아온다. 20초가 되기 전에 원래 주행모드로 돌아가고 싶으면 버튼을 한 번 더 눌러주면 된다.
하지만 부스트 압력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어서 실제로 엔진 파워에서 큰 차이를 느낄 정도로 강력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컴포트 모드로 주행하다가도 간단하게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바로 가장 강력한 전투모드로 돌입한다는 점이 중요한 매력이라고 볼 수 있겠다. BMW M 모델들에 장착된 M 버튼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20초간 강렬한 주행을 즐긴 후에도 약간의 냉각 시간만 확보하면 얼마든지 다시 버튼을 눌러 강력한 성능을 즐겨도 된다. 횟수에 제한도 없고, 충전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산길에서도 911의 달리기 실력은 어김없이 진가를 발휘한다. 코너에서 강하게 밀어 부쳐도 쉽게 슬립이 일어나지 않는다. 911은 늘 그랬다. 마치 레일을 타는 것처럼 그립의 한계가 어디인지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끈적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그래도 카레라는 조금 만만했었는데 이번 카레라는 그 만큼의 만만함 마저 찾아보기 힘들다. 카레라임에도 코너에서 끝까지 밀어 부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엄청나게 빠름에도 여전히 더 밀어 부칠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수동모드에서는 주로 시프트 패들을 사용하게 되지만, 기어레버도 변속 방향이 바뀌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와인딩에 대처할 수 있게 됐다. 먼저 911 GT3에 적용됐던, 위로 밀면 '-', 아래로 당기면 '+'가 되는 방식이 이제 기본 911에도 적용된 것이다. 코너 진입 전 강하게 제동하면서 기어를 내릴 때 몸이 앞으로 쏠리는 방향 그대로 기어 레버를 앞으로 밀면 기어가 내려가는 방식이라 편리하고 안정적이다.
신형 911에는 뒷바퀴도 방향을 돌릴 수 있는 리어액슬 스티어링 기능이 추가됐다. 저속에서는 앞바퀴와 반대방향으로, 고속에는 앞바퀴와 같은 방향으로 뒷바퀴가 살짝 돌아가면서 운동성을 극대화시켜 주는데, 이 기능은 카레라에는 적용되지 않고, 카레라 S에만 옵션으로 제공된다.
포르쉐가 911 카레라에 이어 박스터와 카이맨에까지 터보 엔진을 얹음으로 인해 이제 포르쉐의 자연흡기 시대는 서서히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파나메라나 카이엔, 마칸도 남아 있지만 그들이 터보 엔진을 받아들이는 것은 스포츠카보다 더 쉽다. 결국 911 GT3가 마지막 보루가 되겠지만 그 역시도 끝까지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게 볼 때 새 911 카레라는 다가올, 아니 더욱 확대될 포르쉐의 터보 시대를 예견할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된다. 그리고 새 911 카레라를 통해 본 포르쉐의 터보 시대는 무척이나 밝아 보인다. 사실 포르쉐가 성능을 위해 터보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터보가 아니었더라도 새 911은 그 만큼의 성능 향상을 이뤘을 것이다. 그저 환경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터보를 선택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결과 이제 몸도 마음도 충분히 가벼워졌고, 앞으로 더 힘차게 뻗어나갈 준비를 마쳤다고 볼 수 있겠다.
새 911 카레라는 터보 엔진을 얹음으로 인해 배기량은 낮추면서 쉽게 20마력을 더할 수 있었고, 토크도 더 강력해지고, 더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뿜어져 나온다. 그 결과 카레라로도 이전 카레라 S 못지 않은 강력한 성능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지난 991까지만 하더라도 911 카레라와 카레라 S 중에서 추천은 당연히 카레라 S였다. 그런데 이제는 카레라도 추천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매력적이다. 욕심은 끝이 없다고는 하지만 카레라도 정말 충분히 빠르고 강력하다. 만약 카레라를 선택한다면 가변 사운드 시스템은 꼭 선택하도록 권하고 싶다. (그리고 새 911 카레라 S는 타 보지 않을 것도 권한다. 그것은 911 카레라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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