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트레인 하나 바꿨을 뿐인데... - 푸조 508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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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푸조`의 공식수입원인 한불모터스가 지난 24일부터 플래그십 세단 `508`의 유로 6 모델을 내놓았다. 508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지난 해 11월에 출시된 지 1년 만이다. 푸조 508은 기존 푸조의 40X 세단과 60X 세단 라인업을 통합한 모델로, 현재 푸조의 유일한 세단 모델이기도 하다. 또한, 그간의 푸조와는 다른, 직선적 느낌과 세련된 감각으로 환골탈태한 내/외장 디자인, 그리고 변화된 섀시 설계 및 파워트레인 등을 적용하여 변화하고 있는 푸조의 디자인 언어와 설계 사상과 처음으로 보여준 모델이기도 하다.
지난 해 페이스리프트 이후, 1년만에 새로운 심장까지 얻은 푸조 508은 어떤 매력으로 다시 태어났을까? 새로운 심장을 이식 받은 푸조 508을 시승하며 그 매력을 낱낱이 파헤쳐 본다. 시승한 푸조 508은 1.6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1.6 Lux` 모델로, 현재 508 라인업의 중간에 위치하는 모델이다. VAT 포함 가격은 4,290만원.
푸조 508은 출시 당시부터 2000년대의 푸조와는 완전히 다른 감각의 디자인을 통해, 푸조의 변혁을 온몸으로 알린 바 있다. 과거 푸조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자리 잡혀 있었으나, 그 호오가 심각하게 갈렸었던 `Code in Speed` 컨셉트를 통렬하게 부수고 나타난 푸조 508은 SR1 컨셉트카에서 가져온 `플로팅 디자인(Floating Design)`을 중심으로 하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링을 앞세우며, 호응을 얻었다.
또한, 지난 해 있었던 페이스리프트 이후로, 508의 이미지는 또 한 번 변화했다. 새로운 308이나 2008과도 이어지는 새로운 얼굴을 갖게 된 것이다. 풀 LED를 도입한 새로운 헤드램프를 비롯하여, 플로팅 디자인의 개념을 더욱 본격적인 레벨로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등에서 푸조 디자인의 새로운 조류(潮流)를 유추해낼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 이후의 푸조 508은 보다 말쑥한 이미지와 함께, 플래그십 세단에 어울리는 기품과 완성도를 갖췄다.
말끔하게 다듬어진 508의 외모에서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바로, 페라리를 디자인하는 이탈리아의 카로체리아, `피닌파리나(Pininfarina S.p.A)`의 손길로 빚어졌던 과거의 푸조 모델들이다. 508의 군더더기 없는 단정한 스타일은 절제에서 오는 세련미가 돋보였던 피닌파리나식 푸조 디자인이 눈 앞에 오버랩되는 때가 종종 있다. 또한, 푸조가 508 이후로, 플로팅 디자인 개념을 차기 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속속들이 적용시키면서 이러한 흐름을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있다.
508의 눈에서는 LED 램프가 가장 돋보이는 요소다. 상/하향등은 물론, 방향지시등에 이르는 모든 등화에 LED가 적용된 풀LED 헤드램프는 푸조 508의 세련된 인상을 자아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 다음으로 돋보이는 포인트는 `플로팅 그릴`로 이름 붙여진 라디에이터 그릴이다. 크롬으로 마감된 그릴을 고광택 블랙 페인팅 패널이 둘러싸고 있어, 그릴이 차체에서 분리되어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릴은 직선적인 스타일로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자의 발톱자국을 형상화했다고 주장하는 테일 램프의 모습 역시 인상적. 역시 직선적인 스타일의 면발광 LED 조명을 적용하여 시인성과 세련미를 모두 챙겼다. 제동등을 제외한 나머지 등화는 일반적인 전구를 사용하고 있다.
실내는 데뷔 초기 때에 비해 큰 변화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여전히 세련된 스타일로 만들어진 인테리어임은 분명하다. 실내는 차분한 분위기의 짙은 회색을 바탕으로 고광택 블랙 패널과 패턴이 새겨진 메탈 장식으로 멋을 냈다.
스티어링 휠은 초기 508로부터 변함 없이 3스포크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무난한 그립감을 지닌다. 인스트루먼트 패널은 예나 지금이나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중앙의 디스플레이의 구성도 깔끔한 편이고 시인성이 우수하다. 눈금은 하나하나 도드라져 있고 폰트도 깔끔하여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스티어링 휠 좌측 하단에 위치한 버튼 상자도 그대로다. 여기에는 ESP 및 스톱/스타트 활성화 버튼,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위치 조정 컨트롤러 등의 버튼들이 들어가는데, 시승차의 경우, ESP 및 스톱/스타트 활성화 버튼뿐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어있지 않았기 때문.
508 특유의 접이식 컵홀더도 그대로다. 그 이야기는 곧, 운전석 쪽 컵홀더에 음료를 수납하면 센터페시아 상단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의 조작에 방해가 된다는 점 역시 그대로라는 이야기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지난 페이스리프트 때 변경된 이후로 변함 없다.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차량 주행 정보, 엔터테인먼트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모든 기능은 터치스크린으로 작동한다. 또한, 새로운 PSA 그룹의 모델들처럼, UI의 테마를 변경할 수 있다.
앞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단단하게 만들어져 있어, 급기동 상황에서도 탑승자의 몸을 든든하게 잡아준다. 착석감은 편안함보다는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다. 운전석 8방향, 조수석 6방향의 전동조절 기능을 제공하며, 양쪽 모두 3단계의 열선 기능과 4방향 전동조절식 요추받침이 적용된다.
뒷좌석은 앞좌석에 비해 부드러운 착석감을 지니고 있다. 착좌부의 위치가 다소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머리, 어깨, 다리 전방위로 공간이 넉넉하여, 성인 남성도 충분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가족용 세단으로서 활용하기 좋은 부분이다. 뒷좌석에는 측/후면 선셰이드와 컵홀더 내장 팔걸이, 뒷좌석 전용 공조장치 등의 사양을 제공한다.
차명인 508의 `0`, 정확히는 숫자 0의 안쪽 빈 공간이 버튼으로 되어 있는데, 이를 누르면 트렁크 리드가 열린다. 트렁크는 508에서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 중의 하나로, 545리터에 달하는 대용량을 자랑한다. 이는 동급에서 최대라 할 수 있는 용량인데, 수치상의 용량뿐만 아니라, 길이가 긴 내부 공간 설계를 통해, 골프백 4개를 모두 실을 수 있도록 했다. 넉넉한 트렁크는 골프 모임뿐만 아니라, 가족형 세단으로서도 훌륭한 구성이라 할 수 있다.
2016년을 맞은 508의 핵심 변화는 바로 `파워트레인`에 있다. 신규 파워트레인은 1.6리터 블루HDi 엔진과 2.0리터 블루HDi 엔진에 각각 `EAT6`라는 이름의 아이신 제 6단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두 가지 엔진은 모두 SCR(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ystem, 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와 DPF(Diesel Particulate Filter, 디젤 입자 필터) 기술을 도입하여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90%까지 억제하며, 미세 입자 제거율을 99.9%까지 높였다. 미립자 필터 앞쪽에 설치된 SCR 시스템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한다.
이 덕분에 새로운 엔진들은 모두 유로 6 기준을 만족한다. 이 파워트레인들은 이미 동사의 C세그먼트 해치백인 308과 자매사인 시트로엥의 MPV인 C4 피카소로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시승차의 파워트레인은 1.6리터 블루HDi 엔진과 EAT6 자동변속기를 결합한 구성이다. 직렬 4기통 구조의 1.6리터 블루HDi 디젤 터보엔진은 120마력/3,500rpm의 최고출력과 30.6kg.m/1,750rp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중형급의 세단에 1.6리터급 엔진을 채용한 점은, 현재 배기량 기준으로 세제를 적용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새 심장을 갖춘 푸조 508은 정숙성 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인다. 파워트레인의 정숙성과 회전질감이 개선된 것과 더불어, 페이스리프트되는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 억제에 대한 부분이 강화된 측면이 존재하기에, 정숙성의 향상을 곧바로 체감할 수 있다. 확실히 기존 파워트레인에 비해, 한결 나아진 모습이다. 승차감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느낌이 주류를 이룬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나 굴곡이 큰 노면에서 차체가 절도 있게 자세를 바로잡는 모습에서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운전자에 따라서는 다소 신경질적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노면의 충격을 상쇄하는 과정이 깔끔하고 절도가 있다. 이러한 안정감은 고속도로 등지에서 주행을 하게 되면, 보다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고속 주행 중에도 자세가 쉽사리 흐트러지지 않는 직진안정성까지 지니고 있다.
또한, 파워트레인의 변경과 함께 적용된, PSA그룹의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도 함께 적용되어 있다는 점도 자랑거리다. 0.4초에 불과한 재시동 시간을 자랑하는 PSA그룹의 막강한 3세대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시스템 작동 중의 위화감이 적어,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처음 접하는 운전자에게 위화감이 적으면서도 신속한 작동을 통해, 도심 운행 중의 연비 개선까지 챙긴다.
가속 능력은 1.6리터급 디젤엔진을 품은 중형세단으로는 만족스러운 편이다. 정지 상태에서 1단 출발 후 45km/h에서 2단, 75km/h에서 3단으로 넘어가며 100km/h를 돌파하며, 115km/h까지 가속을 진행해 나간다. 1,750rpm의 극저회전 구간에서 꼭대기에 올라버리는 토크 덕분에, 고회전으로 갈수록 힘이 다소 빠지기는 하지만, 저회전에서의 펀치력은 남부럽지 않다. 또한, 일상적 운행 환경에서는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는 순발력이다. 이는 기존 e-HDi 엔진에 6단 MCP를 탑재했던 기존 508과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사실 508 1.6 모델의 파워트레인 변화에서 진정한 핵심을 꼽는다면 바로, MCP를 밀어낸 EAT6 자동변속기다. 일반적인 유체 클러치 방식의 자동변속기인 만큼, MCP와는 비교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적은 변속충격과 빠른 응답성을 가져, MCP의 변속충격과 답답함, 그리고 변속기에 운전습관을 맞춰야 하는 점 등의 단점을 일소하며, 508 1.6 모델의 매력을 크게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MCP가 갖는 수동변속기 기반의 간단한 구조와 가벼운 중량, 그리고 현저히 적은 구동손실 등의 장점들을 희생해야 하지만, 운전이 편해진다는 점은 무엇보다도 바꾸기 어려운 장점이자 매력이다. 또한, 패들시프트까지 제공하여, 운전을 보다 즐기면서 달릴 수도 있다.
코너링에서는 하체를 비롯한 가볍고 탄탄한 느낌을 주는 섀시 전반과 다소 무겁지만 직결감이 좋은 스티어링 시스템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내는 날렵한 차체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숙련된 조교처럼 조타에 따라 척척 움직여 주는 절도 있는 차체의 움직임은 여전히 508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전륜구동의 중형 세단으로서는 그 움직임이 영민하며, 지나치게 가볍지 않으면서도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파해 나간다. 물론, 헤어핀과 같이, 급격한 곡률의 저속 코너에서는 큰 차체와 구동계에서 오는 한계가 드러난다. 그러나, 여전히 균형감이 좋고 안정적인 몸놀림을 뽐내며 푸조 일가의 맏이임을 당당하게 주장한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에서는 과거부터 핸들링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던 푸조의 진가를 어렵지 않게 체감할 수 있다.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품은 푸조 508은 연비 면에서 지난 모델에 비해 확실히 불리해진 모습을 보였다. MCP 변속기를 탑재했던 지난 모델은 공인연비만 도심 16.8km/l에, 고속도로 20.8km/l, 복합 18.4km/l의 1등급 연비를 뽐내는, 중형 세단 계에서 손꼽히는 `연비 괴물`이었다. 또한, 지난 모델은 시승 중 트립컴퓨터로 측정한 연비가 도심-혼잡 18.4km/l, 도심-원활 21.7km/l, 고속도로 23.4km/l에 달하여,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연비를 보여준 바 있다.
반면,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품은 푸조 508 1.6은 공인연비만 도심 13.3km/l, 고속도로 15.5km/l, 복합 14.2km/l으로, 지난 모델에 비해 도심 3.5km/l, 고속도로 5.3km/l, 복합 4.2km/l가 줄어들었다. 푸조의 모델들이 국내의 공인연비 측정 기관에서 전반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큰 폭의 수치 저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트립컴퓨터를 통해 측정한 연비는 공인연비에 비해, 전반적으로 훨씬 높았다. 연비 측정 중에는 급가속과 급제동을 피하고, 각 구간별 제한 속도에 맞춰 정속 운행하였다. 고속도로는 100km/h로 정속 주행하며 측정했다.
도심의 경우, 혼잡한 상황에서 14.3km/l, 원활한 상황에서 17.1km/l를 기록하였으며, 고속도로에서는 22.8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도심 구간은 출퇴근 시간대의 강남 일대에서 실시했으며, 고속도로 구간은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서해안 고속도로 일대에서 실시했다. 지난 모델의 측정 데이터와 맞비교를 하면, 혼잡한 상태의 도심에서는 4.1km/l, 원활한 상황의 도심에서는 4.6km/l, 고속도로는 0.6km/l가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확실히 도심 구간에서는 연비의 저하 폭이 큰 편이지만, 고속도로에서의 정속 주행에서는 감소 폭이 적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EAT6 자동변속기로의 교체가 연비에 크게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다. 변속기의 교체로 인한 연비의 저하는 수동 변속기를 기반으로 하는 MCP에 비해, 일반적인 토크 컨버터 기반의 자동변속기가 갖는 구조적 한계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통해 한층 개선된 주행질감과 가속 능력, 정숙성을 얻었으므로, 전체적인 상품성, 특히, MCP에 크게 불만을 드러냈었던 한국 시장에서는 충분히 환영 받을 만한 부분이다. 그리고 어떤 환경이건 간에, 공인연비보다는 높은 수치를 보일뿐더러, 아직까지도 경쟁력 있는 연비이기에, 크게 걱정할 만한 부분이라고 보긴 어렵다.
푸조의 플래그십 중형 세단 508은 (1.6리터 모델에 한정하여)국내 시장에서 찬비양론이 갈리며 논란이 되었던 MCP 변속기를 버렸다. 그리고 유로 6 규제를 만족하는 새로운 엔진을 실었다. 개선된 엔진과 일상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자동변속기와의 조합으로 또 한 번 새롭게 거듭난 푸조 508은 그 상품성에서 큰 폭의 향상을 이루었다고 단언할 수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몸이 가장 민감하게 감지하는 부분은 자잘한 편의사양 등속의 변경이 아닌, `운전` 그 자체에서 오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푸조 508에서 바뀐 것은 파워트레인뿐이지만, 그 상승 효과는 실로 크다. 눈으로 인지하는 변화에 비해, 손끝과 발끝으로 느껴지는 변화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가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변속기가 완전히 다른 성격의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체감되는 변화의 폭이 더욱 컸고, 그 방식이 다수가 긍정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여기에 기존 508이 가지고 있었던 장점들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보다 완성형에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겠다.
파워트레인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그 맛은 확실하게 달라졌다. 가장 중요한 요소에서의 변화인 만큼, 체감되는 변화의 정도는 한층 배가된다. 새로운 심장과 변속기로 변화와 함께, 제품으로서의 질적 향상을 동시에 이룬 푸조의 플래그십 세단 508의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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