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볼리, 더 넉넉하게 즐기자 - 쌍용 티볼리 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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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이하 쌍용차)가 자사의 대표 소형 SUV 모델인 티볼리의 차체 연장형 모델, `티볼리 에어`를 지난 3월부터 대대적으로 공개하며 시판에 돌입했다. 티볼리 에어는 소형 SUV가 갖는 `공간`에서의 한계를 극복한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쌍용차 최대의 히트작, 티볼리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또 다른 티볼리, `티볼리 에어`를 시승했다. 시승한 티볼리 에어는 최고 등급인 RX 모델이다.
쌍용차는 티볼리의 차체 연장형 모델에 일순간 항공사를 떠올리게 할 법한 `에어`라는 이름을 붙여 놓았다. 쌍용차는 이러한 거창한 이름을 쓰게 된 연유를 ``공기(Air)가 생명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처럼 SUV 본연의 다양한 활동을 즐기기 위해 넓은 적재공간을 제공하며, 운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다 즐겁게 변화시키는 토대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한다. 단순히 차체만 키운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확보된 공간을 통해 소비자에게 더욱 풍성한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하게 한다는 취지다.
티볼리 에어의 첫 인상, 그 중에서도 얼굴은 오리지널에 해당하는 티볼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은 똑같은데도 말이다. 이러한 차이를 느끼게 되는 이유는 헤드램프 아래에서부터 시작된다. 티볼리는 전반적으로 직선적인 아치형을 그리는 범퍼 디자인을 지니고 있지만, 티볼리 에어는 바벨의 형상을 이루는 디자인으로 빚어져 있다. 또한, 다수의 선을 정리하고, 바벨의 형상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덕분에 티볼리 에어는 티볼리에 비해, 한층 깔끔하고 정돈된 얼굴을 갖는다. 바벨 타입 범퍼는 차체 외장 색상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을 적용되어 더욱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측면으로 시선을 옮기면, 차체 연장형 모델인 만큼, 티볼리에 비해 25cm 길어진 차체가 먼저 눈에 들어 온다. 이 덕분에 티볼리 에어는 중형 이상의 SUV에 가까운 차체 형상을 갖는다. 이러한 디자인은 꽤나 의도적인 부분이다. 쌍용차가 티볼리 에어로 기아 스포티지 등의 준중형 SUV들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때문에 디자인 과정에서 정통 SUV의 프로포션을 빚어내기 위한 비례를 면밀히 연구하여, 지금의 스타일링을 완성한 것이다.
얼굴 이외의 스타일링에서는 전반적으로 지난 제네바 모터쇼에 출품했던 SUV 컨셉트카인 `SIV-2(Smart Interface Vehicle)`의 모습을 차용한 느낌이 강하다. 뒷모습에서는 날개 형상의 테일램프와 큼지막한 로고 엠블럼, 그리고 선택사양으로 제공되는 대형의 후방 안개등이 눈에 띈다.
실내는 전반적으로 티볼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특유의 대시보드 주변을 비롯하여, D-컷 스타일 스티어링 휠, 색상을 변경할 수 있는 계기판, 다양한 형태의 기발하고 유용한 수납공간 등은 여전히 개성적이면서도 매력적인 구성이다. 적어도 운전석과 조수석 둘레에서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와의 차이점을 잡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소재와 색상의 선택에 있어서 티볼리와는 사뭇 다른, 차분하고 블랙 톤을 주로 사용하여, 티볼리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앞좌석은 세미 버킷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착석감은 적당히 부드러운 편이고 사이드 볼스터가 착좌부에 비해 단단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어, 몸을 지지해 주는 느낌을 준다. 운전석 한정으로 6방향의 전동 조절 기능 및 통풍 기능이 마련되어 있으며, 급격한 차체의 움직임 아래서도 운전자의 몸을 그럭저럭 잘 잡아 주는 편이다. 하지만 티볼리와 같이, 운전석조차 허리 받침이 적용되지 않은 점은 실로 아쉬운 부분이다.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가 결정적으로 차이가 드러나는 부분은 뒷좌석에서부터다. 티볼리만해도 뒷좌석의 공간만 놓고 보면 동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지만 티볼리 에어는 그보다 한층 만족감이 커진다. 뒤로 25cm나 길어진 차체 덕분에 뒷좌석의 머리 공간이 더욱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신장 180cm 이상의 성인 남성이 승차해도, 체급에 비해 부족하지 않은 거주성을 갖추게 되었다. 32.5도까지 눕힐 수 있는 뒷좌석의 등받이는 덤이다.
늘어난 차체가 가져다 준 이점은 또 있다. 바로 트렁크 공간이다. 이 공간이야말로, 티볼리 에어와 티볼리 사이의 핵심적인 차이를 만든다. 기존 소형 SUV 소비자들이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인 `트렁크 공간`의 불만족을 해결했다는 점이 바로 티볼리 에어의 존재 의의라고도 할 수 있다. 선반을 제거했을 때의 기본 용량만 해도, 티볼리의 423리터보다 300리터 가까이 증대된 720리터의 공간을 제공하며, 6:4 분할접이식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총 1,440리터에 달하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트렁크의 짐을 가려주는 스크린식 선반과 탈거하여 트렁크 공간 내에 수납이 가능하다. 트렁크 바닥 패널도 접어서 트렁크 공간 내에 수납하거나, 높낮이를 조절할 수도 있다. 가장 아래쪽의 바닥재를 들어 내면 OVM공구 및 타이어 수리 키트가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티볼리 에어는 1.6리터 e-XDI160 디젤 엔진과 아이신제 자동6단 변속기로 파워트레인을 구성한다. 현행 티볼리의 디젤 모델에 탑재된 것과 같은 파워트레인이다. 최고출력은 115마력/4,000rpm, 최대토크는 30.6kg.m/1,500~2,500rpm이다. 아울러 시승차는 독립식 후륜 서스펜션과 세트로 구성된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파워트레인의 동력이 네 바퀴 모두에 전달된다.
티볼리 에어의 정숙성은 디젤 엔진을 사용하는 티볼리와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쌍용차가 경쟁상대로 지목한, 한 체급 위의 차들과는 1:1로 비교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티볼리 디젤이 그랬듯, 동급에서는 소음과 진동의 유입이 억제가 가장 잘 된 편이다. 특히,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차단하는 능력이 인상적이다. 승차감은 안정감과 안락함 사이에서 적정한 수준의 타협점을 찾으려 노력한 흔적이 있었던 티볼리와는 달리, 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노면 요철을 부드럽게 거르려고 하는 성향을 보인다. 이러한 점은 가족용 SUV로서의 가치에 더욱 역점을 두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가속 페달을 밟았을 때의 반응은 티볼리 디젤과 다른 점이 없다. 반절 정도만 조작해도 회전 수가 가파르게 상승할 정도로 민감하다.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 특성도 역시 티볼리와 같아서, 이쪽도 민감한 편이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조금만 밟아도 스로틀의 반 이상이 개방된다는 이야기고, 제동력 또한 다소 이른 시점에서 대부분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실제 가속감은 더 무거워진 차체 때문에 그다지 시원스럽지는 못하다. 게다가 시승차의 경우에는 상시4륜구동 시스템까지 물려 있어서, 가속이 더욱 더디게 느껴진다. 주행 모드를 파워 모드로 바꿔봐도, 딱히 체감할 만한 변화는 느끼기 어렵다. 물론, 티볼리 디젤이 그랬듯, 초기에는 비교적 생기 있는 느낌을 주지만, 딱 거기까지다. 고속으로 올라갈수록 힘은 빠지고 엔진이 힘겨워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가족을 위한 자동차로 사용하기에 부족한 성능은 아니라고 본다.
티볼리 에어는 티볼리 보다 더 커지고 무거워졌으며, 무게중심도 다소 변화했다. 승차감 단락에서도 언급했듯이, 서스펜션의 설정과 감각도 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준다. 가족형 SUV로서의 활용을 더욱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선 주로에서의 고속 주행 안정감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지만, 코너가 줄줄이 이어지는 산악도로에서는 확실히 티볼리보다 한 수 아래의 안정감과 조종성을 보인다. 회전 시 발생하는 롤이 큰 편이고, 차체 후방의 움직임이 다소 둔해졌다. 코너에 진입하고 탈출하는 모든 과정에서 대체로 경쾌한 소형차의 움직임에 가까웠던 티볼리에 비해, 보다 전형적인 SUV에 가까워진 느낌이다. 상시4륜구동을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 안정감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으며, 빗길이나 눈길, 혹은 비포장 도로를 운행하는 데에도 큰 도움을 준다.
연비는 상시 4륜구동계를 탑재한 시승차를 기준으로 도심 11.9km/l, 고속도로 15.5km/l, 복합 13.3km/l이다. 그러나 트립컴퓨터를 통해 기록한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먼저, 출퇴근 시간 대의 도심에서는 8.5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고, 심야나 오후 등의 한산한 시간대의 도심에서는 공인연비인 11.9km/l의 평균 연비를 기록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서울춘천 고속도로에서 크루즈컨트롤을 이용해 100km/h로 정속 주행을 하며 기록한 상/하행 총 평균 연비는 18.8km/l로, 공인 연비인 15.5km/l를 넘어 섰다.
티볼리 에어는 사양과 트림에 따라, 1,949만원~2,449만원의 가격이 설정되어 있다. 시승차는 최고 등급인 RX(2,449만원) 모델로, 독립식 후륜 서스펜션과 세트로 구성된 전자식 상시 4륜구동 시스템(177만원), 하이패스 및 ECM 룸미러(25만원), 7인치 쌍용 AVN 시스템(108만원), 프리미엄 시트 패키지(69만원)이 추가되어 있다. 여기에 후방 안개등, 운전석 통풍 기능, 2열 좌석 열선, 스크린식 트렁크 선반, 스크린식 트렁크 선반, 2열 선팅 등이 포함되는 특별 패키지인 RX 플러스 패키지(79만원)도 더해져 있다. 또한, 전 차종 추가 선택 품목으로 마련된 전후 스키드 플레이트(26만원), 좌우 사이드 실 세트(22만원), 카본 아웃사이드 미러 커버(14만원), 카본 C필러 커버(11만원), 스포츠 페달(2만 8천원), LED 조명 내장 도어 스커프(10 만원)까지 더해져, 상기 선택 사양을 모두 포함한 시승차의 차량 가격은 2,982만 8천원에 이른다.
티볼리 에어를 경험해 보면, 왜 쌍용차가 스스로 더 큰 세그먼트의 모델들을 노리고 있다고 했는가에 대해 알 수 있게 된다. 티볼리 에어는 B세그먼트급의 소형SUV들이 갖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색채를 띄고 있기 때문이다. 경험하면 경험할수록 티볼리와는 다른 차라는 것이 실감된다. 기본적으로, 경제성이나 소형차에 준하는 주행질감 면에서는 기존의 소형SUV들보다는 다소 이질적인 모습을 보인다. 늘어난 덩치와 몸무게, 그리고 변화한 섀시 설정 등의 변화 때문에 기존 소형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쾌함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넉넉한 공간과 부드러운 승차감 등을 통해, 체급 이상의 안락하고 넉넉한 가족용 자동차를 지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형 SUV의 특징 몇 가지를 상실, 혹은 희석한 대신, 가족용 운송수단으로서의 가치를 크게 끌어 올린 것이다. 소형차에 필적하는 경제성과 주행 질감 등의 요소가 주가 되는 이 세그먼트에서 `공간`으로 승부수를 띄운 티볼리 에어는 현재 티볼리와 함께 쌍용차의 판매를 앞장서서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공간에 대한 아쉬움이 존재하는 한, 티볼리 에어는 소비자들에게 있어서 꾸준히 고려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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