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고성능 모델들: MERCEDES-AMG C63 S & BMW M4 CONVERTI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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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C63 S 에디션1과 BMW M4 컨버터블. 여기 고성능을 그저 부수적인 요소로 사용하고 있는 두 대의 차가 있다. 이들에게 담겨 있는 가치가 필요 이상이든 아니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둘 다 아주 특별하다는 사실은 틀림없으니까.
용납할 수 있는 잉여들
잉여 스펙. 요즘 들어 많이 쓰이는 말이다. 사회 곳곳에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몸값을 높이기 위해 실력을 키우지만, 이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당장은 쓸모없더라도 능력을 키워 둔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의견과, 불필요한 시간낭비라는 비난이 대립의 각을 세운다. 양쪽 다 일리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 편을 들기는 힘들다. 그저 상황에 따라 판단해야 할 뿐이다.
자동차 시장은 잉여 스펙이 난무하는 곳이다. 이동에 초점을 맞춘다면 경차만으로도 충분하다. 크게 잡아 2.0L 중형 세단만 돼도 자동차 생활을 영위하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그렇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 이상의 차들이 차고 넘친다. 강한 차를 타고 싶은 욕구, 남들보다 좋은 차를 탄다는 과시, 평범한 것은 거부하는 희소성 추구 등 이런저런 이유들이 잉여 스펙의 양산을 부추긴다.
고성능 차는 잉여 스펙의 대표주자다. 일상에서 그렇게 강력한 힘을 제대로 누리며 탈 수 있는 경우는 1년 365일 중 며칠에 불과하다. 또한 성능을 100% 끌어낼 수 있는 실력을 지닌 운전자는 극히 드물다. 제대로 즐기려면 서킷 같은 곳에 가야 한다. 이래저래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하는 불편한 차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성능 차에 열광한다. 역동적인 감성에서 비롯된 흥분과 희열이 일반 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고성능은 그저 거들 뿐
여기 잉여에 잉여를 더한 두 차가 있다. 고성능 오픈톱 모델 BMW M4 컨버터블과 고성능 세단 메르세데스 AMG C63 S 에디션1이다. 컨버터블은 일상용 차와는 거리가 멀다. 혼자 또는 둘이서 탄다면야 크게 문제 될 일 없지만 가족용 차로 쓴다면 엄청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그리고 1년 중에 루프를 열고 타는 날이 과연 며칠이나 될까? 톱 오픈 기능은 근사하지만 몇 번 작동하지 않을 잉여 스펙이다. 컨버터블은 탑승인원도 적고 트렁크공간도 있으나 마나 해 활용도가 아주 낮은 잉여 자동차다. M4 컨버터블은 여기에 M이라는 고성능 배지까지 달았으니 잉여에 잉여가 아닐 수 없다.
C63은 C 클래스의 고성능 모델이다. 게다가 시승차는 ‘S’가 하나 더 붙고 그것도 모자라 ‘에디션1’까지 더한 ‘특별+특별판’이다. 넘치는 힘은 둘째 치고 화려함에 눈이 멀 지경이다. ‘일반’ C 클래스의 고급스러움과는 차원이 다르다.
뚜껑 열리는 것만으로도 잉여 기질이 강한데 성능까지 막강한 M4 컨버터블. 고성능만으로는 부족해서 화려함으로 최고를 추구하는 C63 S 에디션1. 과연 이런 잉여에 잉여가 필요할까? 두 대의 차를 타는 내내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고민 없이 받아들이면 깔끔하게 끝나지만 자동차란 물건이 어디 그런가? 큰 돈 들여 선택하면 떠나보내기 전까지는 지속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이 기능도 있었으면 싶고, 저 기능도 갖고 싶다. 이렇게 생각하다가도 ‘굳이 두 가지 특성이 필요할까?’라고 반문하게 된다.
M4 컨버터블은 0→시속 100km 가속을 4.4초 만에 끊는다. 루프를 열고 가속하다가 머리카락이 다 뽑혀나갈지도 모를 가속력이다. 다행히 최고시속은 250km로 제한해 놓았다. 컨버터블은 지붕을 열면 속도감이 두세 배 커진다. 그런데 오픈 에어링의 감성을 즐기기에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 컨버터블은 ‘낭만 자동차’이기 때문이다. 유유자적 여유롭게 달리며 오픈 에어링의 참맛을 느끼는 차다. M4의 딱딱한 서스펜션과 격렬한 배기음(컴포트 모드는 그나마 좀 낫지만 일반 모델에 비하면 그다지 편하지도 않다)은 낭만을 방해하는 요소다. 게다가 시승차는 M퍼포먼스 배기 시스템 사양이라 더더욱 심했다. 국내 판매 모델 기준으로는 428i만 되어도 컨버터블의 낭만을 즐기기엔 충분하다.
하지만 ‘낭만+격렬함’이라는 상반된 요소만으로 이 차를 평가하는 건 너무 편협한 시각이다. ‘역동성 배가’ 측면에서 본다면 이만한 차도 없다. 지붕을 열어젖힌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트릭을 써서 배기음을 더 크게 조절하듯, 루프를 여는 행위를 통해 일반적인 움직임이 한층 더 격렬한 몸짓으로 바뀐다. 물론 이건 착시효과다. 컨버터블은 쿠페에 비해 무겁고 무르기 때문에 역동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지붕을 열면 쿠페보다 더 격한 역동성을 체감할 수 있다. M4를 뛰어넘는 ‘MMM4’ 정도의 성능 체감지수 상승효과가 생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M4 컨버터블은 꽤 쓸 만한 잉여다.
C63 S 에디션1은 초고성능 세단이다. 일반 C63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463마력, 66.3kg·m인 데 반해 C63 S는 510마력, 71.4kg·m다. 0→시속 100km 가속은 4초 만에 해치운다. 다른 것 다 제쳐놓고 가속 성능만으로도 100% 만족을 주는 차다. 순수 스포츠카는 비움을 미덕으로 삼는다. 오로지 달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기능을 과감히 생략한다. 그런데 C63은 비움의 미덕은커녕 꽉꽉 눌러 담고 화려함으로 치장했다. 온갖 기능이 다 들어 있고 소재와 분위기는 고급스럽기 그지없다. C클래스 중에서는 물론 동급 경쟁자 중에서도 최고다.
이 차를 보고 있으면 고성능차에 고급성을 더한 건지, 고급차에 고성능을 추가한 건지 헛갈린다. 그 말이 그 말이지만 분명 차이는 있다. 고성능차에 고급성을 더했다면 잉여에 잉여다. 잘 달리기만 하면 되는 차를 굳이 고급스럽게 치장해서 차 값만 더 비싸졌다. 예전 AMG는 스포티한 실내 분위기로 차별화를 꾀했다. 하지만 지금의 AMG는 고급차에 고성능을 추가한 모델이라고 봐야 한다. 최고급차는 성능까지 최고를 지향한다. C200을 더 고급스럽게 꾸민다고 해서 최고급차로 보지는 않는다.
M4 컨버터블과 C63 S 에디션1은 고성능을 컨버터블로 만들었다거나 고성능을 고급스럽게 치장한 차가 아니다. 컨버터블에 고성능을 더해 체감 역동성을 극대화한 모델이고, 최고급 D세그먼트 세단이 되기 위해 이에 걸맞은 고성능을 녹여 넣은 모델이다. 고성능을 차의 주요 특성이 아닌, 부수적인 용도로 쓴 것이다. 두 가지 특성이 합해져 잉여 중의 잉여라는 인상을 풍기지만 이런 성격이라면 충분히 용납할 수 있는 잉여다.
자극적인 고성능과 미래지향적인 고성능
미안하지만 동의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있든 없든 M4 컨버터블과 C63 S 에디션1이 잉여들이라니. 이들은 고성능 모델이라는 자신의 성격에 지극히 충실했을 뿐이다. 어차피 고성능 모델은 스포츠카를 동경하는 동시에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을 위한 물건. 스포츠카만큼 즐거우면서 더 쾌적해야 한다. 게다가 이 둘은 몸값도 비싸다. 분명 성능 이외의 가치에도 더 충실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들이 조금 지나친 차들이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이제 대중차 브랜드의 사륜구동 해치백도 0→시속 100km 가속을 5초 언저리에 끊는다. 프리미엄 브랜드로 넘어오면 4초대의 해치백도 적지 않다. 아울러 경쟁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렉서스, 캐딜락, 재규어, 인피니티 등이 이 시장을 보며 군침을 흘리는 중이다. 최근에는 숨죽이고 있던 알파로메오도 이 대열에 끼어들었다.
별 수 없다. 제 아무리 대표주자들이라고 해도 변화를 꾀할 수밖에. M4 컨버터블과 C63 S 에디션1은 이런 변화의 정점에 있는 차들이다. M4 컨버터블은 경쟁자 중 가장 자극적이고, C63 S 에디션1은 가장 고급스럽고 미래지향적이다. 이런 변화의 바탕에는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상반된 가치를 하나에 담아내는 것.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방향, 강점 강화와 새 기준 제시
BMW는 고성능 D세그먼트 컨버터블의 선두주자다. 1982년의 첫 M3(E30)부터 오픈톱 버전을 선보였다. 운전의 즐거움을 핵심 가치로 삼는 BMW에게 ‘오픈 에어링+고성능’은 아주 매력적인 조합이었을 것이다. M3의 컨버터블 버전은 E36, E46, E93 등 그 명맥을 쉬지 않고 이어왔다.
M4 컨버터블은 이전 세대처럼 접이식 하드톱을 사용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하드톱 컨버터블은 톱 오픈 여부에 따라 운전감각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앞뒤 무게배분을 목숨처럼 여기는 BMW, 그것도 M 디비전이 왜 이를 선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쿠페와 컨버터블 사이를 완벽하게 넘나들 수 있어서다. 무게(소재)를 다루는 실력이 늘고 차체 강성 확보에 대한 자신이 생겼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M4 컨버터블은 한마디로 더 완벽해졌다. 알루미늄 패널, 카본 프로펠러 샤프트 등으로 무게를 덜어내고(-60kg) 댐핑 변화 폭을 늘려 톱 오픈 여부가 운전 감각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줄였다. 루프를 열었을 때 무게가 조금 뒤로 쏠리긴 하지만 불안한 기색은 전혀 느낄 수 없다. 그저 조금 여유가 생기는 정도. M3/M4를 위해 설계된 직렬 6기통 3.0 트윈 터보 엔진의 과격한 힘을 마음껏 꺼내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
강점 강화에 집중한 BMW와는 달리 메르세데스 벤츠는 고성능 D세그먼트 시장의 기준을 다시 세우려 하고 있다. BMW가 M3로 오랫동안 지배해온 바로 그 시장에서 말이다. 벤츠는 C63 S 에디션1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고성능 D세그먼트는 원래 이렇게 고급스럽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C63 S 에디션1은 눈부시게 화려하다. 그간의 D세그먼트와는 차원이 다르다. 한 급 위에서도 경쟁자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백미는 실내 분위기. 버킷시트, D컷 스티어링 휠, 카본 패널 등으로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촉촉한 가죽과 격자 패턴 스티치, 알루미늄 패널 등으로 이 차가 그저 그런 고성능 모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IWC 시계와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의 역할도 같은 맥락이다.
편의 및 안전장비는 S클래스 수준이다. 인텔리전트 라이트, 360도 카메라, 차선유지 어시스트 등은 물론 앞차를 따라 스스로 달리는(부분적인 자동 운전을 경험할 수 있는) 디스트로닉 플러스와 스티어링 어시스트도 갖춘다. 독립공조장치까지 마련된 편안한 뒷좌석과 넉넉한 트렁크, 그리고 뛰어난 정숙성도 이 차의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M4 컨버터블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오픈 에어링과 M 특유의 짜릿한 운전 재미다. 머리 위를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칼 같은 스티어링 반응과 경쾌한 가속 감각을 즐기다보면 그 어떤 고성능 모델이나 스포츠카가 부럽지 않다. 트랙 랩타임이야 M4 쿠페만 못하겠지만, 즐거움만큼은 M4 컨버터블이 훨씬 크다. 아쉬운 게 있다면 사운드 정도. 예전 직렬 6기통 자연흡기처럼 섹시하지도, V8만큼 터프하지도 않다. BMW 코리아가 M4 컨버터블에 M 퍼포먼스 배기 시스템을 추가하기로 결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C63 S 에디션1 역시 마찬가지다. 절대적인 성능은 곧 데뷔할 C63 S 쿠페에 못 미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일반도로에서는 이 이상이 필요 없을 정도로 자극적이다. 특히 폭력적인 가속 감각은 중독성이 아주 짙다. 사운드는 황홀한 수준. 고성능 V8 사운드의 표본이라 할 만큼 생동감이 넘친다. 그러나 피가 끓어오를 때쯤 한 번씩 찬물을 확 끼얹는 보수적인 자세제어장치는 다소 불만이다. 차의 성격을 생각하면 조금 더 느슨해도 좋겠다.
BMW는 M4 컨버터블을 통해 자신들의 핵심 가치인 운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고 있다. 센터콘솔에 자리잡은 핸드 브레이크와 MDM(M 다이내믹 모드)으로 어느 정도의 외도를 허락하는 자세제어장치가 이 차의 성격을 대변한다. 부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정적인 세팅을 고집하는 경쟁자들과는 달리, M4 컨버터블은 언제든 화끈하게 밀어붙일 수 있다. 즉, 낭만만 추구하는 오픈톱 모델이 절대 아니라는 이야기. M4 컨버터블은 온전히 4명이 탈 수 있는 ‘오픈카’ 중 가장 짜릿한 차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게 바로 M4 컨버터블의 존재 당위성이다.
만약 C63 S 에디션1의 운동 성능이 이전 C63과 비슷한 수준이었다면 우리는 쉴 새 없이 불만을 늘어놨을 것이다. 우리가 입 다물고 이 차의 다른 부분에 집중할 수 있었던 건 파워트레인, 스티어링, 서스펜션 등 운동 성능과 관계된 모든 부분이 눈부시게 진화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요소간의 팽팽한 균형이 인상적이다. 엔진이 전체를 주도하던 이전 C63과는 확연히 다르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제시한 새 기준의 방향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설득력이 높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한 시간 가량 이어지는 와인딩 로드를 정신없이 달린 후 바로 올라탄 고속도로에서 디스트로닉 플러스의 도움으로 운전대에서 양손을 모두 떼었을 때, ‘미래의 고성능 모델이 바로 이런 걸까?’라는 엉뚱한 상상까지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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