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시승기] 레이스트랙 누빈 스트리트파이터, 스즈키 GSX-S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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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X-S1000의 심장은 트랙에서 나왔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GSX-R의 엔진을 그대로 가져와 튜닝한 것이기 때문이다. 스트리트에서 달리는 레이스 머신이라는 말도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역으로, 스트리트 머신 GSX-S1000을 다시 트랙으로 가져가 봤다.
레이스 머신 GSX-R 심장을 가진 스트리트 파이터로 다시 트랙을 달렸습니다. 인제 스피디움을 질주한 GSX-S1000 트랙 시승기 입니다.
레이스 바이크를 스트리트 머신으로 바꾼 이 모델을 역설적으로 다시 트랙에 가져다 놓으니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볼 최대 성능은 트랙에서 아니면 확인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이를테면 최대 가속력이나 최고속도, 풀 브레이킹을 얼마나 잘 해내는지 등은 일반 도로에서 경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승 장소였던 인제 스피디움은 고저차가 심한 서킷이다. 우리가 달린 A코스는 하프코스로 대부분이 우코너로 집중돼 있다. 메인스트리트는 내리막을 타고 꽤 길게 뻗어져 있으며 그에 이은 1코너는 하드 브레이킹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또 곧바로 오르막 헤어핀 등 테크니컬 서킷이라 말해도 부족치 않다.
걸걸한 4기통 음색을 즐기며 코스인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이제 나름대로 S1000에 익숙해졌다고 느껴서다. 주로 나오는 토크가 어디쯤이며, 서스펜션이나 브레이크 답력 등을 대강 몸으로 숙지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다. 단지 트랙 특성상 큰 고저차에 의해 차체가 급가속/감속에 어떻게 반응할지가 관건이었다.
타이어는 금방 데워졌다. 스포츠 타이어치고 요즘 제품들은 금방 열이 올라 본격적으로 달리는 데까지 시간을 허비할 일이 거의 없다. 일단 스트레이트 코스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5단에서 레브 리미트가 걸릴때까지 쏘아붙이자 금새 브레이킹 포인트가 다가왔다. 브레이크를 끝까지 쥐어보니 서스펜션 한계가 어딘지 알것 같았다. 리어 그립이 슬슬 희미해질 때쯤 속도가 두 자리수로 줄어들었다.
긴 오르막에서도 2단과 3단을 반복해 사용했다. 아무래도 배기량이 넉넉하고 토크가 저회전부터 나오는 특성이 인제에서도 잘 맞아떨어졌다. 굳이 고회전을 돌리지 않아도 어느정도 템포를 이어가기 충분했다. 레이스라면 모르지만, 어디까지나 테스트용도로 주행하는 것이니 다양한 기어를 사용하며 실용 토크를 체크하는 편이 좋았다.
나중에는 대부분 코너에서 3단을 유지했는데, 커버리지가 상당히 넓다고 느꼈다. 4,000rpm만 넘으면 꽤 힘이 넘쳤다. 4기통 엔진은 폭이 넓어 2기통에 비해 니그립이 어렵다고들 하는데 가죽 슈트를 입으니 그런건 문제가 안됐다. 거대한 연료 탱크에 몸을 맡기기 오히려 수월한 부분도 있었다. 대부분 연속코너가 이어져 S1000의 두툼한 토크가 빛을 발했다. 이 점에서는 오히려 나란히 달린 슈퍼스포츠들 보다도 유리했던 것 같다.
직선 구간에서 다시 한번 최고속도를 갱신하고자 했다. 속도가 정점에 다다랐을 때 정확히 숫자를 보지 못했지만 엔진이 최고 회전수에서 걸려 더 이상 가속이 안된 것은 확실했다. 인제스피디움의 스트레이트 구간은 내리막으로 시작해 최고속도 마크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대신 직선 구간 끝의 브레이킹 구간이 약간 부담스럽다.
브레이크는 일반 도로에서 느낀 것과 또 다르다. 부드럽게 느껴졌던 특성이 오히려 풀 브레이킹을 하니 컨트롤하기 편했다. 서스펜션이 마지막부분까지 다 눌린 상태에서도 답력을 조절하기가 훨씬 쉬워서 한계치까지 조절하는 것도 간단했다. 이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절대적인 제동력 면에서 결코 슈퍼바이크에 밀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스포츠 주행성에 걸맞은 세팅이 돋보인 앞뒤 서스펜션 또한 트랙에서 부족함없이 성능을 냈다. 레이서라면 모르지만 일반 라이더가 트랙데이에 참가해 즐기기에는 한계성능이 무척 높아서, 오히려 성능의 극을 달리는 슈퍼바이크에 비하면 훨씬 여유있고도 즐겁게 달릴 수 있다는 점이 맘에 들었다.
라이딩 포지션이 공기저항을 많이 받아 몸이 괴로울지도 모른다는 선입견도 대부분 기우였다. 막상 달리니 순식간에 지나는 스트레이트 구간 빼고는 오히려 상체가 일어서 시야가 다른 슈퍼바이크보다 높은 점이 강점으로 발휘됐다. 한 코너를 더 앞서 볼 수 있을정도로 시야가 넓은데다, 잠시 그립을 잃어도 파이프 타입 팻 바 핸들은 작은 힘으로 흔들림을 교정할 수 있다.
앞/뒤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팻 바 핸들의 운용성도 적극 활용했다. 기자는 팔 길이가 조금 짧아 몸 쪽으로 약간 핸들을 비틀어 좀 더 자연스러운 포지션을 만들었다. 허용치 안에서 움직였는데도 상체포지션이 꽤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넓은 크기의 핸들 폭은 오버페이스로 균형을 잃어도 탑 브릿지에 짧게 바짝 붙어있는 슈퍼바이크용 세퍼레이트 핸들보다 아무래도 컨트롤하기가 쉽다. 이런 '쉬움'들이 모여 '즐거움'으로 연결됐다.
기자와 함께 트랙을 달린 바이크 중 GSX-S1000F 오너는 "주행풍이 적어 직선구간에서 부담이 없었다"고 한다. 또 "트랙에서 이만큼 잘 달려줄지 몰랐다며 역시 혈통은 GSX-R"이라며 감탄했다. 도심에서, 교외 도로에서, 와인딩에서 솔직했던 핸들링 특성은 한계 성능을 내야했던 트랙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서스펜션은 스포츠 주행에 딱 맞는 듯 인제스피디움의 매 경사 구간에서도 바닥을 드러내는 일 없이 여유로웠다.
도심에서는 편안하게, 와인딩에서는 짜릿하게, 트랙에서는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리터급 경량 네이키드 바이크. S1000은 전천후 스포츠 라이딩을 선호하는 라이더에게 아주 좋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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