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튀는 비타민, 시트로엥 C4 칵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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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로엥 C4 칵투스가 드디어 나왔다. 항상 외국 사이트에서만 흘깃 보던 독특하고 발랄한 차가 직접 내 눈앞에 서 있으니 감회가 새롭다. 사실 칵투스는 작년 서울모터쇼에서 국내 처음 공개됐다. 그리고 하반기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세계적인 인기로 물량 공급이 원활해지는 지난달 공식 출시하게 됐다.
보면 볼수록 아리송한 이 차가 세계인의 인기를 한 몸에 받은 이유가 뭘까? 3박 4일 동안 시승하고 나서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개성 가득한 디자인은 바라만 봐도 흐뭇하고, 곳곳에 숨어있는 아이디어는 나도 모르게 웃음 짓게 한다. 여기에 실용적인 연비와 알찬 공간, 합리적인 가격은 덤이다. 여러모로 운전자에게 활력을 주기에 부족함 없다. 무미건조한 도로에 상큼한 비타민처럼 다가온 차가 시트로엥 C4 칵투스다.
어느 별에서 왔니?
시선을 훔친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걸음을 멈추게 하고 운전자는 사이드미러로 차를 흘깃 쳐다본다. 그 만큼 칵투스는 지금껏 보지 못했던 너무나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단순히 둥그런 차체, 발랄한 유채색 컬러 때문은 아니다. 곳곳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에어범프의 역할이 컸다. 부드러운 특수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에어범프는 자잘한 상처를 입기 쉬운 차체 곳곳에 붙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일반적인 도장 면에 비해 상처에 대한 부담이 적고, 10조각으로 나뉘어 있어 필요한 부분만 교체할 수 있다. 비용도 9만 원 정도로 저렴한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색깔 조합을 통해 나만의 차를 만들 수 있다. 멋과 기능, 효율을 한 번에 잡은 셈이다. 이 외에도 독특한 디자인의 17인치 휠, 게슴츠레 떠 있는 얇은 LED 주간운행등, 두툼하면서 멋을 부린 루프랙, 검은색 가로줄을 그려 넣어 포인트를 준 C필라 등이 차의 성격을 강조한다.
센스 있는 실내 구성
C4 칵투스는 엄연히 소형 SUV다. 사진상으로는 크게 보였는데 실제로는 다소 작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제원표상 숫자만 봐도 알 수 있다. 길이 4,160mm, 너비와 높이도 각각 1,730mm, 1,530mm로 르노삼성차 QM3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문을 열고 실내에 들어가보면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불필요한 버튼과 구성을 최소화하고 곳곳에 숨은 아이디어로 실내공간을 넓혔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글러브 박스를 빼놓을 수 없다. 에어백을 천정으로 옮겨 달아 앞이 부쩍 넓어졌다. 자연스레 수납공간도 깊어졌고 활용성도 높아졌다. 센터페시아는 매우 간결하다.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포함한 모든 기능을 7인치 터치스크린 안에 넣었다. 또, MCP 특성을 살린 버튼식 변속기를 장착해 공간을 최소화했다. 간결한 구성은 넓고 큼직한 수납공간이 차지했다. 도어포켓은 2리터 페트병이 들어가고 남는 정도의 크기를 가졌고, 밑으로 깊게 파 놓은 트렁크 공간과 뒷좌석 공간도 불만이 없다.
일체형 소파 시트는 호불호가 많이 나뉠 것 같다. 클래식보다는 복고에 가까운데 가죽 시트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래도 옆 사람과 바짝 붙어 이야기 하거나 기대기에는 좋을 것 같다. 또, 모두 다 눕혀놓고 잠을 자도 될 정도로 편안하다. 감각적인 색깔 조합으로 저렴한 느낌이 없다. 시트뿐만 아니라 투톤으로 마감한 스티어링 휠, 가방 끈을 연상케 하는 문 손잡이, 곳곳에 마무리가 돋보이는 금속 소재와 블랙 하이그로시 등이 인상적이다.
여유를 갖고 즐기는 성능
둥그런 보닛 속에는 아담한 1.6리터 블루HDi 디젤 엔진이 들어 있다.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를 내며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을 때 앞으로 나가는 감각은 무난하다. 아주 빠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굼뜨거나 답답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MCP 변속기 특유의 반박자 느린 행동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예전 푸조-시트로엥 모델들처럼 심하게 밀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반 자동변속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주행에서만큼은 조금만 여유를 갖고 차를 움직일 필요가 있겠다.
반면, 고속에서는 오히려 숨을 고르게 쉬며 상쾌한 주행 감각을 제공한다. 시속 150km까지 시원하게 가속하고 99마력이라는 숫자를 금세 잊게 한다. 코너에서도 수준급이다. 묵직한 느낌은 덜하지만 낮은 시트포지션과 작은 차체가 만나 제법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실제 푸조 2008보다도 무게중심이 낮고, 해외에서는 날렵한 운동성능으로 해치백 범위까지 포함될 정도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연비다. 공인연비 기준 리터당 17.5km(도심 16.1km, 고속 19.5km)를 보여주는데 실제 몸으로 느끼는 실연비는 그 이상이다.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해 일정 시간 정속 주행하면 리터당 20km를 가뿐히 넘겼고, 급가속과 급제동을 반복하며 거칠게 운전해도 공인 연비 밑으로 내려가기란 쉽지 않았다. 오랜 시간 PSA그룹이 추구해온 좋은 디젤차 만들기의 결과물이 파워트레인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자꾸만 끌리는 매력
몇몇 아쉬운 부분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오토윈도우, 천정 에어백 때문에 사라진 조수석 햇빛가리개 거울, 수동 조절 시트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이 차는 이것저것 따지고 재면서 타는 차는 아니다. 오히려 칵투스는 개성을 표현하고 내가 가장 아끼는 물건이 될 수 있게끔 차를 만들었다. 여기저기서 샘솟는 아이디어는 물론 시선을 훔치는 디자인, 실용적인 공간과 연비효율 같은 현실적인 부분도 꼼꼼히 챙겼다.
물론 뚜렷한 개성을 가진 칵투스에게 선뜻 다가가기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번 관심을 갖게 되면 자꾸만 끌리는 묘한 매력이 생긴다. 실제 반응도 나쁘지 않다. 초기 물량 200대 사전계약이 완료됐고 인기에 힘 입어 빠르게 추가 물량을 들여오고 있다. 이제 시작이다. 이 차가 푸조 2008의 영광을 재현하며 크게 성공할지 조용히 사라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 한편으로는 '크리에이티브' 브랜드 슬로건에 맞춰 도전적인 차를 선보인 시트로엥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남들과 다른 매력으로 시선을 끌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차, 삭막한 도로에서 활기를 불러일으키는 차가 시트로엥 C4 칵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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