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4세대 프리우스 시승기, 지금껏 경험해 보지 못한 연비 42.67k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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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의 역사를 연 선구자 프리우스가 4세대로 진화했고,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수소연료전지차 미라이에 이어 신형 프리우스까지 최신 친환경 모델에 대한 토요타식 디자인에 대한 거부감이 크게 일었고, 40.8km/L를 달성한 일본기준 JC08모드 연비가 주목을 끌기도 했던 모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을 선보이면서 프리우스를 경쟁자로 지목하고, 아이오닉이 프리우스보다 연비가 더 높을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논란과 함께 4세대 프리우스는 또 한 번 이목을 끌었다.
아이오닉과 프리우스의 연비 비교는 4세대 프리우스 등장 때까지 연기가 된 셈인데, 드디어 신형 프리우스가 국내에 출시됐으니 이제 진검 승부를 펼쳐볼 때가 됐다. 물론 이는 아이오닉과 프리우스의 국내 시장에서의 상품성 경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수입차인 프리우스가 국내에서는 약 천만 원 가량 더 비싸기 때문에 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직접 경쟁모델이 될 수는 없다. 그저 더욱 개선된 프리우스가 어느 정도의 연비 향상을 이뤘는지, 프리우스보다 더 뛰어난 연비를 달성했다고 했던 현대차의 공언은 과연 사실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신차 발표회를 통해서 프리우스 실물을 만나보고 이틀 만에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서 다시 만났다. 이제 제대로 프리우스를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내연 기관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는 실제 도로 주행에서 많은 에너지가 손실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 낭비되는 에너지를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발된 것이 하이브리드이고, 프리우스는 그 하이브리드를 이 세상에 처음 선보인 모델이다. '선구자'라는 어원을 가진 '프리우스'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
이후 2, 3세대를 거쳐 4세대로 진화한 프리우스는 이전 세대와는 확실히 구별되는 변화를 거쳤다. 바로 플랫폼이 바뀐 것이다. 1세대 프리우스가 등장할 당시 토요타는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개발해 프리우스를 만들었고, 2, 3세대 프리우스는 그 플랫폼을 개량하면서 진화했다. 하지만 4세대 프리우스는 하이브리드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닌, 미래 토요타의 핵심이 될 통합 플랫폼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TNGA는 향후 토요타 전체 모델의 절반을 커버하게 될 전략 플랫폼이고, 4세대 프리우스는 TNGA가 적용된 첫 번째 모델이 되었다. TNGA가 적용되면서 차체 강성이 대폭 향상됐고, 주행 안정성이 크게 개선됐다.
또 다른 변화는 디자인이다. 얼핏 보면 기존 프리우스의 실루엣이 그대로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기저항을 더욱 줄이기 위해 지붕은 더 낮아지고, 루프라인도 더욱 예리하게 깎았다. 물론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 등 세부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국내 많은 대중들은 첫 눈에 약간 거부감을 느낄 정도로 생소한 모습으로 변했다. 기자도 그 대중 중의 한 명이다.
그런데 사진으로 워낙 크게 실망한 후여서 그런지 실물을 보면 조금은 나아 보였다. 날렵한 옆모습에 은근히 매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연비를 비롯해 새롭게 개선된 많은 부분에 대한 기대감이 디자인까지도 조금은 부드러운 눈으로 보게 만들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모든 램프류에는 LED가 적용됐고,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의 형상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으로 개성이 강하게 묻어난다.
실내 디자인의 변화는 더 크다. 스티어링 휠이나 센터 미터, 변속 레버 등에서 기존 프리우스의 잔상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전체적인 라인이 더욱 우아해졌고, 공간 활용성도 크게 좋아졌다. 무엇보다 데시보드를 비롯한 여러 곳의 재질이 무척 고급스러워졌다. 이제야 좀 제대로 자동차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그러면서 여전히 "난 친환경차야." 라는 이야기를 실내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흰색 욕조를 닮은 센터터널 디자인은 컨셉트카에서 바로 가져온 듯한 분위기다. 데시보드 상단의 디스플레이는 기존 단색에서 풀컬러로 바뀌어 보다 화려하고 정교한 그래픽이 돋보이며, 4.2인치 디스플레이 2개로 구성된 트윈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보다 다양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컬러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됐다.
시트도 이제 좀 진짜 자동차 같다. 특히 닛산에서 선보인 저중력시트와 유사한 기능을 도입해 몸 전체가 편안하게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아, 도어 여닫는 느낌도 상당히 묵직한 느낌이 나면서 역시 이제 좀 진짜 자동차 같다. 시트에는 아쉽게도 통풍기능은 적용되지 않았다. 대신 스티어링 휠은 자동으로 최적의 온도를 유지해주는 스마트 스티어링 휠 기능을 채용했다.
트렁크쪽에 있던 배터리가 2열시트 아래도 내려오면서 화물공간도 상당히 넓어졌다. 502리터 였던 것이 56리터가 더 늘어났다. 2열시트는 자세는 편안한데 지붕까지 낮아지다 보니 머리 위 공간에서 살짝 아쉬움이 남긴 한다.
파워트레인은 1.8리터 앳킨슨 사이클 가솔린 엔진과 2개의 모터 제너레이터, 그리고 유성기어 세트가 적용된 e-CVT 구성이 기존과 같다. 하지만 가솔린 엔진은 거의 새로 개발하다시피 개선을 거쳐 열효율이 기존 38.5% 수준에서 40% 수준으로 향상됐다. 전기모터와 배터리 매니지먼트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키고, 또 효율적으로 전기모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밀한 튜닝을 거쳤다. 엔진은 최고출력 98마력, 전기 모터는 72마력, 시스템 합산 출력은 122마력을 발휘한다. 수치로만 보면 3세대의 시스템 출력 136마력에 비해 오히려 낮아졌다.
가장 큰 관심사항인 연비는 국내 기준으로 3세대 프리우스의 21km/L보다 소폭 향상된 21.9km/L(15인치 타이어 적용)를 기록한다. 애게, 겨우 0.9? 그리고 현대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22.4km/L(15인치 타이어 기준)보다도 낮다. 이 정도면 아이오닉의 판정승인가?
하지만 지난 번 시승을 통해 경험한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의 실연비와 그 동안 여러 차례 경험한 프리우스의 실연비를 비교해보면 프리우스의 실연비가 훨씬 높았던 만큼 이번 4세대 프리우스도 실연비에서는 아이오닉을 앞설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
이번 시승은 연비에 가장 큰 초점을 두고 진행했다. 토요타 측에서는 연비 뿐 아니라 이제는 주행성능과 운전재미도 크게 향상됐다고 강조했지만 그래도 관심은 연비였다. 특히 일본 기준으로 발표된 40.8km/L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보통은 연비 측정을 위한 시승을 하더라도 아주 일반적인 주행패턴으로 시승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에는 극강 연비모드로 주행해서 과연 최대 얼마의 연비까지 나올 수 있는지 시험해 봤다. 예전 프리우스의 경우 30km/L를 조금 넘기는 수준을 충분히 달성했었고, 아이오닉 경우에도 28km/L 전후의 연비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시승은 잠실 제2롯데월드에 있는 토요타 문화공간 커넥트 투에서 강변북로와 제2자유로를 거쳐 김포에 있는 한 카페까지 편도 약 50km를 왕복하는 구간에서 진행됐다. 지나친 저속 주행을 하지 않도록 편도 주행을 80분 내에 마치도록 제한 시간도 뒀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최대의 연비를 얻을 수 있도록 50~60km/h 전후의 속도로 주행한 구간이 많았다. 가속은 최대한 부드럽게, 제동은 최대한 멀리서부터 탄력주행을 하면서, 상당히 따뜻한 날씨였지만 에어컨을 켜지 않고, 창문도 열지 않고 주행했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면서 EV모드를 최대한으로 유지하도록 했고, 시승 후반부 거의 평지 구간에서는 50~60km/h 정도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배터리가 최저 수준에 이르면 엔진에 시동이 걸리고 발전을 해서 배터리를 충전했고, 배터리가 3칸 정도 충전이 되면 다시 EV모드를 최대한 사용하기를 반복하는 형태로 주행했다. 즉 오르막 내리막이 없어서 자연스러운 충전이 이뤄지지 않는 구간에서는 엔진 사용을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상황에서는 엔진 구동 충전을 통해서 전기를 확보하고, 이후 EV모드를 적극 사용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달성한 연비는 무려 2.4L/100km, 변환하면 41.67km/L를 기록했다. 믿기지 않는 수치다. 그리고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수치다. 30km/L 대를 기록한 적은 많았지만 40km/L대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기자 뿐 아니라 달인 수준의 연비 운전을 하는 몇몇 동료 기자들 역시 처음으로 40km/L가 넘는 연비를 이번에 경험하게 됐다. 이번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서 총 80여명의 기자가 참가해서 약 20여명의 기자가 40km/L가 넘는 기록을 달성했다.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다.
물론 이 수치는 현실적인 수치가 아니다. 최대의 연비를 달성하기 위해 일반도로에서 주변 차량의 흐름보다 낮은 속도로 주행해서 얻은 결과다. (하지만 도로 허용 최저속도 이하로 주행한 것은 아닐 것이다.) 기대했던 4세대 프리우스와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에 이런 테스트를 한 것이고, 앞으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프리우스의 실연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오늘 결과로 추측해 본다면 4세대 프리우스는 일상적인 주행에서 평균적으로 25km/L 수준 이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연비운전에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30km/L에 육박하는 연비를 평소에 감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4세대 프리우스는 연비 이외의 부분에서도 큰 개선이 이뤄졌다. TNGA 적용으로 차체 강성이 크게 향상됐고, 전기모터 활용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예전보다 상당히 다이나믹한 주행도 가능해졌다. 주행 안정성과 승차감도 크게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현대 아이오닉과 대등한 수준이거나 안정성면에서 조금 나을 수도 있는 수준이다.
실내 정숙성도 크게 개선됐다. 특히 출발 시 전기모터의 '위~~잉'하는 소리가 많이 줄어들었고, 주행중 노면 소음과 풍절음도 크게 줄었다.
편도 약 80분 정도의 구간에서 이뤄진 시승이었지만 4세대 프리우스가 보여 준 발전은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외관 디자인에 대한 실망을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로 여러 면에서 매력을 선보였다. 연비는 물론이고 주행감각이 무척 세련되어 진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모든 부분에 걸친 보다 자세한 리뷰는 다음 개별 시승을 통해서 진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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