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미라이, 수소에너지를 준비하는 일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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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초, 기자는 일본 도쿄 도 코토(江東) 구 소재의 `메가웹(MEGAWEB)`과 이와타니 산업(岩谷産業)이 운영하는 도쿄의 수소 충전소 시설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이 날, 토요타의 아주 특별한 차 한 대를 두 장소에서 모두 만날 수 있었다. 이 차의 이름은 미라이(Mirai, みらい). 일본어로 미래(未來)라는 의미를 품은, 토요타의 첫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Fuel Cell Vehicle, FCV)다.
미라이는 그 파격적인 스타일의 외모 때문에 첫 만남에서부터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최근 들어 토요타가 렉서스는 물론, 자사의 내수시장용 모델에 파격적인 디자인을 대대적으로 도입하고는 있지만, 미라이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LED로 속을 채운 가느다란 헤드램프부터 쩍 벌어진 입 같은 느낌을 주는 양측 에어인테이크, 공중에 떠 있다는 느낌을 주는 보닛과 루프, 굵직하고 우람한 측면의 선과 면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미라이의 파격적인 스타일링 요소들은 4세대 프리우스에도 대대적으로 적용되어, 전례 없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완성된 바 있다. 하지만 프리우스와는 상당한 부분이 다른 모습이다. 프리우스의 경우, 기존과 같은 해치도어를 장착한 테라스해치백에 가깝지만, 미라이는 제대로 된 트렁크리드를 달고 있는 세단이다. 그 때문에 트렁크 리드의 높이가 더 낮고, 차체도 더 길게 뻗어 있는 형상이다. 요컨대, 전반적인 형상 면에서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디자인으로 완성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실내에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로 가득하다. 프리우스와 같이, 대시보드 상단 중앙부에 계기반이 배치되어 있으며, 밝은 컬러의 내장재 적용으로, 실내에서 산뜻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차내의 각종 편의장비들의 제어에는 터치패드를 대량 채용하여, 더욱 깔끔한 느낌이다. 변속기 레버는 프리우스와 같으며, 작동법도 유사하다. 다만, 실내의 조립 품질 등은 프리우스에 비해 한층 치밀하다.
좌석은 총 4개가 구비되어 있으며, 앞/뒷좌석 모두 독립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뒷좌석 중앙부에는 팔걸이를 겸하는 콘솔이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4인승 구조는 주로 편의장비를 대량으로 탑재하는 고급 세단이나 SUV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미라이가 이러한 좌석 구성을 택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뒷좌석 하부에 2개의 고압 수소 가스 탱크 및 이를 제어하는 기기들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트렁크 공간도 일반적인 자동차들에 비하면 다소 작은 편이다.
트렁크 내부에는 미라이의 수소연료전지를 이용하여 외부로 전력을 제공할 수 있게 하는 장치가 탑재되어 있다. 이는 지진 등의 천재지변이 잦은 일본의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전용의 장비를 이용하여, 긴급 상황 시에 유용한 전력 공급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형태의 장치는 토요타 외에도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한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혼다 등의 제조사에서도 연구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당연하게도, 전기 모터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전기 모터는 수소연료전지 스택으로부터 구동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받는다. 수소 연료전지 스택은 상술한 2개의 고압 수소 탱크로부터 수소를 공급받고, 이 수소를 산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 에너지로 변환, 전지에 저장한다. 이 덕분에 미라이가 동력계통에서 배출하는 물질이라곤 `물`뿐이다.
미라이의 수소 탱크는 최대 700기압에 달하는 고압 탱크이기 때문에, 토요타 측에서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제작했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미라이의 수소 탱크는 누출 방지 설계는 물론, 카본파이버를 대량으로 사용하여 가벼우면서도 강건하게 만들어진다. 또한, 충돌 사고 등으로 인하여 탱크에 손상을 입은 경우에는 센서가 이를 감지하여 신속하게 전량 자동 배출시키는 장치 또한 마련했다. 이는 인간이 발견한 원소들 중 가장 가벼운 원소인 수소의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미라이는 수소연료전지차이므로, 당연히 연료에 해당하는 수소를 외부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그러므로, 수소연료전지차를 운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차량용의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수소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토요타는 이와타니 산업 등, 자국인 일본 내의 에너지 업계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날 기자는 이와타니 산업이 운영하고 있는 수소 충전소에서 미라이가 어떻게 연료를 공급받는지를 직접 볼 수 있었다. 이와타니의 수소 충전소는 액화수소의 형태로 수소를 저장하며, 기화된 수소 가스의 형태로 주입한다. 일본의 수소 충전소는 안전 확보를 위해 엄격한 설비 기준을 적용하며,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설명회를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하며, 주민들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수소 가스의 충전은 수소 취급 분야의 실무경험과 함께, 면허에 상응하는 국가 자격증을 취득한 직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충전 과정에서 과열로 인해 수소 가스가 불안정해질 것을 대비하여, 영하 40도의 온도로 충전시킨다.
미라이의 고압 수소 탱크에는 약 2kg~3kg 사이의 압축 수소 가스가 충전되며 대략 3분 정도면 완전충전이 가능하다. 이는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자동차의 재급유 시간과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또한, 1회의 수소 가스 완전 충전으로 약 650여km를 주행 가능하다. 현재 일본에서는 압축 수소 가스 1kg의 가격이 1,100엔(한화 약 12,200원) 가량이기 때문에, 연료 비용에 대한 부담이 가솔린 엔진보다 적다.
미라이의 시승은 메가웹에서 진행했다. 메가웹은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 토요타가 세우고 직영하고 있는 대규모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메가웹은 토요타의 대규모 쇼룸 외에도 어린이에게도 교통법규를 배울 수 있는 공간과 자동차의 역사를 보고 배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Ride One`이라 불리는, 1.3km의 특설 시승코스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승을 진행한 장소는 이 특설 시승코스다.
1.3km의 시승코스 입구에 등장한 미라이의 운전석에 올랐다.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전기차와 완전히 같은 수준의 조용함이다. 사실 수소연료전지자동차는 연료전지를 탑재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실질적인 구동은 전기모터로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전기차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전기차와의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바로 상기한 연료, 혹은 에너지의 공급 방식에 따른 차이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라이는 설계 상 중량이 무거운 부품들을 최대한 차체 하부에 몰아 넣어, 낮은 무게중심을 갖는다. 또한, 프리우스에 비해 한층 꼼꼼한 조립품질과 방음 설계 덕에, 외부로부터 불쾌한 소음의 유입을 충분한 수준으로 억제하고 있다. 승차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도 놓치지 않은 모습이다. 시승 코스 내에 마련된 포석도로 구간을 통과할 때에도 큰 불편함을 안겨주지 않았다. 그야말로 일상을 위한 승용차로서 하등의 부족함이 없다.
구동 최초부터 최대토크가 발생하는 전기모터의 특성이 그대로 살아 있는 미라이는 초기 가속력이 우수하다.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발에 힘을 주는 순간, 경쾌하고 힘차게 노면을 지치고 나아간다. 시승 코스가 짧아, 고속까지 내몰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일상적 운행에서는 충분하고도 남는 순발력을 내어 준다.
급가속을 시도하게 되면 굉장히 큰 소음이 차내로 들어오는데, 이 소음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부분이다. 내연기관을 장착한 자동차가 회전수가 높아질수록 소음이 커지는 것을 의도적으로 연출한 것이다. 이러한 연출은 내연기관 자동차에 익숙한 운전자를 배려한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와 유사한 감각을 주어, 위화감을 줄이고 차에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게 하려 함이다.
시승코스에 마련된 슬라롬 구간에서는 미라이가 갖는 저중심 설계가 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작이 느리지도, 서투르지도 않으며, 운전자의 의도에 잘 따라준다는 느낌을 준다. 전기모터로 구동되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에서는 신형의 프리우스와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한다. 스포츠카처럼 날카롭지는 않지만, 일상을 위한 자동차로서, 기본기는 확실히 갖춰졌다는 느낌이다.
토요타 미라이의 일본 내수시장 내 현지 판매 가격은 723만 6천엔(한화 약 7,98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친환경차를 위한 각종 세제 혜택을 통해, 가격을 현실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라이에 적용되는 일본 정부의 세제혜택으로는 총 21만엔(한화 약 232만원)가량의 `친환경차 감세(자동차 중량세 및 자동차취득세 포함)`, 2만 2천엔(한화 약 24만원) 가량의 자동차 그린 감세, 그리고 최대 202만엔(한화 약 2,228만원)에 달하는 일본 정부의 `그린 에너지 자동차 등의 도입촉진 대책 보조금`을 통해, 최대 225만 2,900엔(한화 약 2,485만원)의 세제혜택을 받게 되어, 도합 4,98만 3,100(한화 약 5,495만원)엔의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량으로 보급하기에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일본 내에서도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보급이 진행되고 있다.
토요타의 첫 수소연료전지차인 미라이는 비록 그 방식과 구조는 지금까지 우리가 이용하고 있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판이하게 다르다. 그렇지만 전기자동차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는 달리, 우리의 일상을 개변시키지 않는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미라이가 우리의 삶에 녹아 들 준비가 되어있는 자동차라는 것을 알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물론, 미라이가 우리의 삶에 완전히 녹아 들기 위해서는 수소 공급 인프라의 확보는 물론, 가격의 현실화와 같은 과제들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은 이 과제들을 수행하기 위해 자동차 회사와 에너지 회사, 그리고 정부가 모두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서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을 위한 일본의 활발한 움직임은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를 만든 나라의 국민으로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근래 들어 다시금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기 시작한 수소 에너지에 대한 그들의 적극적인 접근법을 자국에서부터 실행해 나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자동차 시장에도 좋은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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