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토요타 라브4, 1000km 달리며 재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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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황정민(일광)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영화의 내용보다 한국에 저렇게 멋진 길이 있었나 싶어서다.

인터넷에는 이 길에 대한 정보가 난무한다. 지리산 정령치라는 얘기가 가장 많고 영화 제작사는 로케이션 담당자가 없다며 그 길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알려 주지 못했다. 수소문 끝에 전북 완주군에 있는 모래재길이라는 것을 알았다.

토요타 라브4의 1000km 시승 첫 경유지로 그곳을 잡았다. SUV가 자동차 시장의 대세로 자리를 잡았고 디젤차는 미세먼지를 뒤집어쓰면서 인식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 맞춰 가솔린 하이브리드 SUV에 대한 재탐구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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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영종도를 거쳐 300km를 달려 도착한 모래재길은 영화 곡성의 잔상 때문인지 괜스레 음산했다. 그러나 기대했던 절경은 보이지 않았다. 영화는 영화일 뿐, 잎새를 잔뜩 키운 나무들에 일광이 등장했던 그 길은 간신히 윤곽만 보였다.

모래재길 꼭대기에서 차를 돌려 다시 여정을 시작했다. 전남 담양, 그곳에서 다산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전남 강진의 사의재(四宜齋)와 지리산 횡단도로를 종주하고 서울로 되돌아오는 코스로 1000km의 여정을 마쳤다.

디젤 부럽지 않은 하이브리드 SUV 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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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경유지인 모래재길은 전북 완주군 진안 면에서 시작한다. 굽잇길은 짧지만, 굴곡의 난도가 제법 높다. 정상에 있는 터널을 지나가면 일광이 갔던 그 길보다 더 멋진 메타세콰이아 길이 나타난다.

라브4는 매끄럽게 고갯길과 굽잇길을 타고 넘는다. 여기까지 자동차 전용도로와 고속도로를 타고 평탄하게 달려왔을 때 라브4의 평균 연비는 18km/ℓ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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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재길을 거칠게 타고 오르면서 17km/ℓ로 떨어졌지만 가솔린 중형 SUV인 라브4는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디젤 승용차 수준의 연비를 기록했다.

여기에서 방향을 돌려 첫날 숙소로 잡은 곳은 전남 강진 사의재, 모래재길에서 205km를 더 달리는 내내 한적하고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이어진다. 사의재는 유배를 온 다산 정약용에게 아무도 거처할 곳을 내주지 않자 주막집 노파가 배려해 준 곳이다.

사의재는 이곳에서 4년을 지낸 다산이 생각과 용모, 언어와 동작 네 가지를 항상 살피고 자제해야 한다는 의미로 지었다. 사의재 옆 한옥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 서울로 되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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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도착했을 때 라브4의 총 주행거리는 정확하게 1000km를 돌파했다. 운전을 한 시간만 16시간 가까이 됐고 이렇게 달린 라브4의 평균 연비는 16.8km/리터를 기록했다.

라브4가 1000km를 달리고 기록한 연비는 배기량이 낮은 디젤 SUV도 따라잡기 힘들다. 수입 디젤 SUV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리는 폭스바겐 티구안도 2.0ℓ급 배기량에 12.7km/ℓ 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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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속 주행을 하고 연비 운전을 하면 달라지겠지만, 배기량을 계산에 두고 따져보면 효율성이 더 좋다고 자신한다. 트립 컴퓨터에 표시되는 연비를 미심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제조사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주행거리와 ECU의 연료 분사량을 계산한 만큼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는 있지만 실주행 상태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정보라는 얘기다.

대체 불가한 정숙성, 기대 이상의 E-f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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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브4에는 전기모터로 구현되는 사륜구동 방식 E-four가 사용됐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연료 효율성을 잡고 동시에 달리는 성능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토요타만의 특별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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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our의 장점은 독립된 전기모터가 후륜을 굴리기 때문에 민첩하게 반응하는 데 있다. SUV 차종의 특성상 견뎌내기 힘들 것으로 보이는 모래재길과 지리산 횡단도로의 와인딩을 무리 없이 받아들인 것도 E-four의 구조적 장점 덕분이다.

또 모터의 즉각적인 응답과 프로펠러 샤프트 등 동력을 전달하기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단순한 구성으로 최대의 동력 성능을 안정적으로 뽑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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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ℓ 가솔린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로 발휘되는 정숙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완벽하다. 최고출력은 6000rpm에서 179마력이 나오고 최대토크는 4100rpm에서 23.8kg.m가 발휘된다.

제원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초기 반응이 만족스럽지는 않다. 2톤에 가까운 공차중량(1935kg)를 단박에 밀어내지 못하지만, 탄력이 붙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중속에서 고속으로 내딛는 힘이 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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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성은 그 어떤 SUV도 따라잡을 수 없는 차원이 다른 수준을 보여준다. 맥퍼슨 스트럿과 더블 위시본으로 전, 후 서스펜션을 승차감 위주로 구성한 탓에 노면 상태에 민감한 것은 있지만 1000km를 달리는 동안 특별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라브4 하이브리드의 가격은 4WD 기준 3960만 원이다.

김흥식 기자 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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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헤럴드 (www.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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