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와 출력은 더 이상 잣대가 아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C200 쿠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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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C클래스에 쿠페 라인이 추가되었다. 세단의 뒤 도어를 날려버리는 평범한 접근 대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아름다운 쿠페. 더 놀라운 것은 그 달리기의 방식이다. 엔트리급 C클래스 사상 최강의 스포티한 핸들링을 만났다.
요즘 메르세데스 벤츠는 C나 E, S와 상관없이 모두 비슷비슷하다. 앞모습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각도에서 봐도 그러하다. 비 오는 저녁 도심 정체길, 얼핏 C클래스가 아닐까 싶었던 옆 차가 실은 S클래스였음을 깨닫고 당황한 적도 있다. 클래스에 따라 분명한 디자인 차별을 두던 회사가 이런 일을 벌이는 것이 단지 패밀리룩 때문일 리가 없다. 작은 것이 싸고 커질수록 비싸진다던 상품 논리에서 벗어나 이제는 필요에 따라 크기를 결정하라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메시지로 들린다. 뭘 골라도 메르세데스 벤츠라는 이 오만한 자신감 앞에서 딱히 덤벼들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 세계의 맹주가 새로 내놓은 C클래스 쿠페 앞에서 이런 생각은 확신에 가까워진다.
세단과는 분명히 다른 길
C200 쿠페는 구조적으로 C클래스 세단과 완벽하게 동일한 차다. 엔진은 C200의 2.0L 터보 엔진을 그대로 쓰며, 변속기는 각 단의 기어비는 물론 최종감속비까지 똑같다. 심지어 길이와 너비, 휠베이스는 1mm도 다르지 않다. 쿠페이기 때문에 높이만 25mm 낮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단과는 단 한 장의 보디패널도 공유하지 않는다. 원가절감을 이유로 기존 부품을 차용하는 방식 대신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인 결과물은 확실히 분명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C클래스 세단에서는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일상의 자취를 깨끗이 걷어낸 자리에는 S클래스 쿠페에서나 기대할 법한 글래머러스함으로 가득 채웠다. 기다란 보닛, 흐르듯이 떨어지는 루프 라인, 세단과는 전혀 다른 최신 메르세데스 쿠페의 디자인을 그대로 차용한 뒷모습에 AMG의 익스테리어 패키지까지 더한 이 차의 모습은 여유 넘치는 고급 쿠페의 모습 그 자체다.
실내로 들어서도 이 고급감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는다. C클래스 세단과 파츠를 공유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소재는 분명한 차이를 두는 것으로 훌륭하게 차별화했다. AMG 인테리어 패키지로 들어간 베이지색 가죽과 알루미늄 가니시, 블랙 애시우드 트림의 품질감은 상급 모델인 E나 S클래스에 비해 조금도 꿀리지 않는다. C클래스 세단에서는 상급 스포츠모델에나 들어갈 AMG 전용 D컷 스티어링 휠이나 스포츠 페달, 전용 계기판까지 달려 있어 럭셔리와 스포츠를 훌륭하게 버무려 놓았다. S클래스 쿠페를 사려 했지만 그 거대한 덩치가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는 디자인과 품질감이다. 구분 안 가는 디자인에 스며든 자신감까지 납득할 수 있을 정도다.
발군의 달리기 실력
이 차에 올라간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0L 가솔린 터보와 7단 AT. 신형차라 9단 변속기가 들어갈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다. 184마력에 30.6kg·m의 토크는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차들 사이에서 충분한 출력이라 하기는 어렵다. 이것은 등급 구분을 위한 다분히 의도적인 세팅으로 타사의 최신 2.0L 터보 수준의 출력은 C250이라는 상급 모델에 따로 마련해 놓았다(아쉽게도 한국에는 들어오지 않는다). 강성 확보를 위해 세단보다 85kg 정도 무거워졌기 때문에 무게는 1,590kg에 달한다. 정지가속을 시작하면 얼마간은 1.6톤에 달하는 무게를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크 밴드 안에서의 출력은 숫자에 걸맞은 힘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중속 이상에서의 가속감은 200마력 중반대의 엔진이라 해도 믿을 정도. 토크감이 좋고 변속기로 인한 딜레이가 거의 없어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힘이 모자라다는 생각은 빠르게 사그라진다. 엔트리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차의 성격을 바꿔주는 다이내믹 셀렉트를 달아 놓아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C450이나 C63처럼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각 모드별 차이는 또렷하게 전달된다. 컴포트 모드에서의 편안하고 조용한 달리기는 의심할 바 없는 안락한 벤츠이지만, 최고 레벨인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제법 성격이 바뀐다. 스티어링은 무거워지고 하체는 바짝 죄여지며 보디 롤을 빨아들인다. C450이나 C63만큼은 아니지만 변속 때마다 바라락~ 배기음을 토해내는 것까지 구현해 놓았다. 이 상태로 와인딩을 달리기 시작한 차의 움직임은 C200 세단과는 도저히 비교불가 수준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정도일 것이라곤 상상하지 않았다. 분명히 같은 메커니즘을 사용한 차임에도 불구하고 C200 세단과는 거동 특성이 완전히 다르다. C200은 일상 영역에서는 뛰어난 차이지만 무른 하체가 와인딩을 덤벼들기에는 부담스러운 차다. C450과 C63 세단의 경우는 좋은 차임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고출력에 따른 피곤함도 감내해야 하는 차들이었다. 과한 출력에 날뛰는 차를 달래가면서 코너를 돌아가는 과정이 매번 즐거울 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차의 184마력은 ‘통제 범위 내의 출력’을 다루면서 달리는 즐거움이 있다. 이 출력에는 조금 과한 게 아닌가 싶던 19인치 피렐리 P제로 타이어는 달리면서 그 명성만큼의 성능을 여지없이 드러낸다. 타이어와 하체의 한계가 높은 탓에 어지간히 몰아붙여도 전자제어 시스템이 개입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작은 조작에도 스티어링은 또렷하게 반응하고, 뒷바퀴는 흐트러짐 없이 앞바퀴를 따라 깨끗한 궤적을 그리며 달린다. 디스크가 벌겋게 달아오를 지경까지 달렸지만 브레이크는 페이드를 일으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두 체급 위의 스포츠 모델과 함께 달려 보았지만 직선에서만 뒤처질 뿐 코너링 스피드만큼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았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핸들링과 흐트러짐 없는 거동에서 이 차의 달리기에 어마어마한 신뢰감을 느끼게 된다. 엔트리급 벤츠에서 이런 찰진 코너링을 느끼는 것은 처음이지 않을까?
아름다움과 성능을 겸비한 쿠페
찰진 코너링. 이건 솔직히 경쟁사의 대명사로 통해오던 이미지다. 반대편에 선 메르세데스 벤츠는 오랫동안 중도를 벗어나지 않는 브랜드로 이미지를 쌓아온 회사였고 이건 핸들링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런 메르세데스 벤츠가 수년 전부터 Agility(민첩성)을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과거의 경쟁사에 필적하는 ‘즐거운 코너링’을 차에 집어넣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금씩 바뀌어온 변화의 현 단계는 C200 쿠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쿠페는 그저 예쁘기만 한 차가 아니며 그 스타일에 걸맞은 달리기 실력도 지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차는 세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비일상적인 아름다움에, 상급차를 넘보는 품질감, 그리고 뛰어난 달리기 성능까지 갖추었다. 출력? 더 있으면 좋겠지만 딱히 모자라지도 않는다. 출력은 차를 판단하는 수많은 기준 중 하나라는 것을 C200 쿠페는 자신의 달리기로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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