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기는 줄었으나 성능은 높인, BMW 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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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는 늘 기대를 갖게 만드는 자동차 브랜드 중 하나다. 운전의 즐거움이라는 그들의 캐치프레이즈를 외면하긴 어렵다. 때로는 그 이상을 바란다. 언제든 함께할 수 있으면서도, 매력적인 스타일과 실용성을 갖춘 차를 바라기 때문. 그래서 BMW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를 고민한 적이 있다. 디자인이 좀 유별나긴 해도 일상을 함께하기에는 충분하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세대로 거듭난 BMW X1을 보고 맘이 싹 바뀌었다. "바로 이거야!"
일단 도시형 SUV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스타일부터 맘에 든다. X시리즈 전체의 패밀리룩을 X1에 맞춰 재해석해 담아낸 모습이 작고 당찬 소년 같다. 특히 시승차는 M-스포트 팩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모델. 공기흡입구를 크게 드러낸 범퍼와 사이드 스커트, 18인치 휠 등이 맞물려 강한 이미지를 만든다. 실내도 기본형 모델에 비해 더 산뜻한 기분이다. 알루미늄 트림, 푸른색 선과 스티치가 밝은 분위기를 만든다. 검은색 가죽, 플라스틱과도 잘 대조를 이룬다. 시트는 기존 모델에 비해 조금 더 높게 달려 자세 잡기가 편하고 시인성도 좋다. M 스포츠 스티어링 휠은 손에 꽉 들어찬다. 이리저리 휘젓기 좋지만 크루즈 컨트롤, 패들 시프트 기능이 없다는 것은 옥의 티다. 전반적으로 기존 모델에 비해 한층 편안하다. 실내공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존 모델과 비교하면, 앞좌석 공간은 36mm, 앞좌석과 뒷좌석 사이는 66mm, 뒷좌석 무릎 공간은 37mm 늘어났다. 키 180cm의 성인 남성이 앞좌석에 앉아 편하게 시트를 맞춰도 뒷좌석에는 충분한 다리 공간이 남는 정도다. 그래서 차체가 커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2세대 X1의 길이와 휠베이스는 1세대 모델에 비해 짧다. 후속 모델은 무조건 몸집을 불리는 관행에서 한 발 비켜난 셈이다.
이는 새로운 뼈대인 UKL2 플랫폼의 적용으로 가능했다. UKL2 플랫폼은 BMW 소형 라인업과 미니를 위한 플랫폼.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의 두 가지 구동계 중 얹을 수 있다. 플랫폼 변경의 자유도가 높아 다양한 모델을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다. 예를 들자면, X1, 2시리즈 액티브 투어러, 미니 클럽맨은 모두 다른 성격의 모델이지만 UKL2 플랫폼을 같이 쓴다. 앞서 두 모델을 시승하며 느낀 부분이지만, BMW 그룹의 소형 라인업을 책임지는 플랫폼인 만큼 완성도가 아주 높다는 생각이다.
BMW X1 x드라이브 20d M-스포트에는 최고출력 190마력의 직렬 4기통 2.0L 디젤 엔진이 달린다. 최대토크는 40.8kg·m다. 신형 엔진을 달면서 성능을 소폭 끌어올렸다. 현재 양산형 2.0L 디젤 엔진의 최고출력이 약 180마력 선에서 유지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BMW는 소폭이지만 성능 강조를 위한 수를 던졌다는 생각이다. 물론 성능뿐만 아닌 친환경성 또한 더했다. 복합 연비는 14km/L, 고속 연비는 16.2km/L지만 쉽게 넘길 수 있다.
시동을 걸고 살짝 기다릴 것도 없이 엔진이 빠르게 제 컨디션을 찾는다. 다만 꼼꼼하게 엔진음을 막았다고 하지만 공회전 상태에서는 디젤 특유의 엔진음이 들린다. 방음에 대한 독일 제조사들의 철학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모든 소리를 완전히 지우려들지 않는다. 전체적인 소리를 낮추고, 듣기 싫은 소리를 최대한 걸러내는 쪽에 가깝다. 소리 또한 운전에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X1의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의 음색은 매력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달릴 때는 딱히 의식할 일이 없었지만 고회전에서는 좀 둔탁한 소리가 난다.
소리와는 달리 엔진의 질감은 아주 매끄럽다. 디젤 엔진에 따라붙는 투박함이란 편견은 지워도 좋겠다. 가속페달을 밟는 만큼 정확히 힘을 내주는 감각도 좋다. 저회전부터 충분한 토크를 끌어내기에 힘주어 달릴 일은 거의 없었다. 각단 기어비를 최대한 좁힌 자동 8단 변속기는 부지런히 윗단으로 변속을 이어나간다. 시속 80km에서 8단을 물릴 수 있으니, 시속 10km 오를 때마다 변속이 가능한 수준이다. 일반적인 주행에서 엔진회전수가 2,000rpm이 넘지 않는 이유다. 회전수를 높게 쓰지 않으니 절로 조용해진다. 다만 타이어와 노면 소음이 좀 들리는 편이다. 다른 부분이 조용하니 더 크게 들리는 것도 있지만 약간은 아쉬운 부분이다.
고속도로를 계속 달릴 생각이라면 컴포트 모드보다는 에코프로 모드로 달리는 것이 낫다. 컴포트 모드에서 엔진회전수는 8단 기준 시속 100km에서 1,500rpm, 시속 130km에서 2,000rpm이다. 회전수를 낮춰 달려도 힘 부족은 느껴지지 않는다. 빠른 순항이 대부분인 독일 고속도로에 맞춰진 느낌. 에코프로 모드를 추천하는 이유는 타력 주행(코스팅) 기능 때문이다. 구동저항을 줄이기 위해 수시로 기어를 중립 상태로 바꿔 달린다. 고속연비 16.2km/L는 가볍게 뛰어넘을 비책이다.
스포츠 모드로 바꿔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7.6초. 빠릿한 엔진의 반응이 흥분을 돋군다. 회전수에 관계없이 언제나 균일한 반응과 힘을 끌어내는 세팅 덕분에 고회전을 유지하며 달리기 편했다. 엔진이 힘을 중점적으로 내는 구간을 '토크 밴드'라고 하는데, 이 토크 밴드를 상당히 넓게 유지하는 엔진이다. 다만 4,000rpm 이후로 힘이 옅어진다. 그래서 빠르게 달리고 싶을 때는 3,000~4,000rpm 영역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좋겠다.
고속에서든 저속에서든 상당히 안정적인 세팅이 돋보였다. 스포티한 감각과 안락함이라는 두 가지 특성 사이에서 BMW가 어떤 고민을 했는지 드러나는 부분이다. X1의 서스펜션은 다른 콤팩트 SUV에 비해 단단하다. 하지만 BMW의 다른 모델들에 비하면 살짝 무르다. 가족을 위한 콤팩트 SUV니까 편안함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승차감은 살짝 단단한 편이지만, 노면 충격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800km 넘는 거리를 달렸음에도 피로감은 크지 않았다. 안정감이 뛰어나서다.
네바퀴굴림 구동계가 주는 안정감 또한 서스펜션과 시너지를 이룬다. 주행의 안정감과 역동적인 움직임 모두를 잡아냈다. 빠르게 속도를 높여 달릴 때도 차분하게 도로를 붙들고 달린다. 코너링 중 구동력 변화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침착하게 궤적을 유지하지만, 적극적으로 방향을 바꿀 때 작동해 뒷바퀴에 보내는 힘을 바꿔 코너 안쪽으로 좀 더 파고들 수 있게 해준다. 마치 살아 움직이듯 적극적으로 운전자의 의지를 따라오는 느낌이 좋다. 코너링을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기대했던 발랄한 운전 실력만큼이나 편의장비 구성도 좋다. 파노라마 루프, HUD, 풀 LED 헤드램프, 전동 트렁크 등 비슷한 차급의 콤팩트 SUV 이상의 장비를 빼곡히 담았다. 하지만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X1에 푹 빠졌다고 하더라도 가격표를 꼼꼼히 보고 비교할 필요는 있다. 시승차의 가격은 5천810만원. SUV 스타일을 원한다면 730만원 더 들여 X3 x드라이브 20d를 택할 수 있고, 적재공간이 필요하다면 5천730만원에 3시리즈 투어링 M-패키지를 고를 수 있다. 작고 실용성 좋은 차를 바란다면 액티브 투어러 조이가 4천150만원이다. 물론 X1은 이 3개 모델의 특징을 한 번에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기자는 X1에서 눈을 떼기가 참 어렵다. 최신 모델이 갖는 이점인 뛰어난 완성도와 뛰어난 패키지 구성, 손에 딱 맞는 주행감각 등 여러 가지 이점을 갖추고 있어서다. 게다가 지금 등장한 따끈따끈한 2세대 모델이니 모델 체인지까지 아직 한참 남았다는 장점도 있다.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을 것이란 예상이 든다. 2009년 1세대 X1이 첫 등장한 이후로, 지금까지 약 80만대 넘는 X1이 팔렸기 때문. 비싸다는 세간의 평에도 꾸준하게, 많이 팔렸다는 생각이다.
2세대 X1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현재로는 콤팩트 SUV에서 가장 뛰어난 모델이라는 생각이다. X1이 선도한 시장인데다, 가장 최신의 모델로 거듭났으니 당분간 적수가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2세대 X1이 세계적으로 커다란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데 한 표를 던진다. 국내시장의 반응도 기대해볼 만하다. 적어도 이 급에서는 최강자다. 크기는 줄었지만 모든 것이 늘었다는 말이 딱 어울리는 자동차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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