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미국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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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번째 CTS-V다. 디자인은 캐딜락 최신모델답게 미래지향적이다. 하이라이트는 최고출력. 648마력은 국내에서 만날 수 있는 세단 가운데 가장 높은 출력이다. 네 바퀴가 아닌 뒷바퀴에만 엄청난 출력을 모두 보낸다.
휠하우스를 가득 채운 19인치 휠. 차체가 바닥에 닿지 않을까 조심스럽기만 하다. 주차장을 내려가거나 과속방지턱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아니나 다를까 시승 전 범퍼 아래쪽에 손을 넣어 만져보니 상처투성이다. 그래도 흔히 말하는 ‘한 자세’ 나온다.
▲ 버튼류의 터치는 개선되야겠다. 차라리 일반적인 버튼이 낫다
실내는 ‘사이버틱’ 그 자체. 센터페시아에 자리하고 있는 많은 버튼이 터치방식이지만 반응성은 그다지 좋지 않다. 세게 만져도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잦고, 반대로 살짝 스치기만 해도 반응하는 등 어째 자기 맘대로다. 꼭 개선되어야 할 부분.
▲ 엄청난 출력을 내지만, 변속기와의 궁합은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V8 배기사운드는 언제 들어도 설렌다. 실내에서 들리는 사운드는 생각보다 조용하다. 밖에서도 그다지 크지 않는 걸 보면 방음이 좋다기보다는 세팅 자체를 조용히 했나 보다. 본래 6월에 출시 예정이었던 CTS-V지만, 소음 문제로 출시가 연기됐었는데 그 영향인 것 같다. 기어레버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위쪽에는 ‘M’모드가 자리한다. 패들을 이용해 수동으로 조작할 수도 있다.
복잡한 시내를 빠져나가는 도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핸들이 오른쪽으로 틀어졌다. 핸들을 똑바로 잡으면 차는 왼쪽으로 간다. 차 자체의 문제가 아닌 평상시 점검·정비를 소홀히 한 탓이다.
시내에서는 보통 세단의 느낌이다. 특별히 고성능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런 점은 마음에 든다. 야누스처럼 두 가지 모습을 가진 모델이야말로 진정한 ‘고성능 세단’이다. 한적한 시외에 접어들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놓으니 한결 배기음이 커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지만 바로 발에서 힘을 빼야 했다. 0→시속 100km 가속은 3.7초. 머릿속 피가 한쪽으로 쏠리는 느낌이 너무 강해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했다. 크게 숨을 들이키고 다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정말이지 가속감 하나는 끝내준다. 어느 영역에서나 운전자의 주문에 따라 무섭게 튀어나간다. 배기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엔진을 쥐어짤 필요는 없다. 레드존은 6천500rpm. 수퍼차저 가솔린엔진이지만 배기량이 큰 디젤엔진의 엄청난 토크로 밀어버리는 느낌이다. 조금만 더 엔진회전수를 올릴 수 있으면 좋았겠다. 8단으로 쪼개버린 변속기는 배기사운드가 고조되기 시작하자마자 이내 변속을 해버리는 바람에 약간의 아쉬움을 남긴다.
고속에서의 주행안정성은 당연히 좋아야 하지만 노면을 심하게 탄다. 매끄러운 아스팔트에서는 그나마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구간에서는 스티어링이 휙휙 돌아갈 만큼 순간 이동해버린다. 한 손으로 운전하다가 큰일나겠다.
서킷에서 엄청난 괴력을 보였다는 소문에 코너를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뛰어들었다.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느껴지더니 차체가 살짝 요동치며 자리를 잡는다. 돌덩이처럼 느껴지는 섀시는 서킷에서 잘 달리겠다는 느낌을 충분히 심어준다. 하지만, 엄청난 힘과 8단 자동변속기는 연속된 굽이에서 실망을 준다. 분명 한 박자 늦은 변속기 반응,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속타이밍도 느려지는 느낌이다. 수동모드에서는 조금이라도 괜찮아지지 않을까 싶었지만, 신속함이 떨어지기에 차라리 자동모드로 다니는 편이 낫다. 뉘르부르크링 같은 고속서킷에서는 성적이 좋았을지 모르지만, 한국의 굽이길에서는 왠지 맥을 못추는 느낌이다.
브레이크 성능에도 문제가 있다. 아니, 성능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이것 역시 정비의 문제다.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한계에 가까운 고문을 받았을 게 분명하다. 브레이크페달을 밟으면 디스크에 열변형이 일어났기 때문인지 스티어링이 떨고 ‘웅~’하는 소음까지 전해진다. 앞·뒤 각각 6, 4피스톤의 브렘보 브레이크시스템이 너무 아깝게 느껴졌다.
서킷에서는 CTS-V의 평판이 좋지만 일반도로에서는 로켓 같은 추진력을 제외하면 와닿는 부분이 없었다. 아, 시내주행에서는 나긋나긋한 느낌이 매우 좋았다. 경쟁차로 지목한 E 63과 M5, RS7 등은 도로에서 자주 보이는 반면 CTS-V(1, 2세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적이 없었다. 물론, 문화에서 오는 차이를 무시할 수는 없다. 넉넉한 배기량으로 넓은 도로를 누비는 자동차를 유럽식 고성능 모델과 비교한다는 거 자체가 잘못된 접근방법일 게다.
▲ 생각보다 단순한 실내구성이다. 드라이브모드 버튼은 고성능의 꽃이지만 초라하다
CTS-V가 한국시장에서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 고성능 세단은 디자인과 출력으로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디자인과 출력은 기본이고, 여기에 자동차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고객까지…, 삼박자, 혹은 사박자가 맞아야 고성능 세단 영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정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다시 CTS-V를 만났으면 좋겠다.
LOVE
우주왕복선이 이륙하면 이런 느낌일까?
HATE
터치방식의 버튼들, 몸에 맞지 않는 시트
VERDICT
AMG와 M을 따라잡기에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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