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공개] 포르쉐 신형 마칸! 강력하고 매력적이고 멀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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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가 싱가포르에서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스포츠카와 더불어 SUV 전기차를 내놓기로 한 것이다. 첫 주인공은 마칸이다. 포르쉐는 이미 타이칸으로 전기차에 대한 기술력과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좀 더 엄밀히 말해 포르쉐에 있어 타이칸은 캐쉬카우가 아니었다. 물론 브랜드 입장에서 수익 좋은 모델이면 더없이 좋겠지만 그게 최종목표는 아니었다는 의미다. 포르쉐는 타이칸을 통해 전기차 기술력을 세상에 알렸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마칸은 다르다. 세계적으로 카이엔 다음으로 잘 팔리는 인기 모델이 마칸이기 때문이다. 그런 마칸이 전기차로 영역을 확장해 등장했다. 과연 순수전기차로 등장한 마칸이 어떤 디자인과 상품성을 갖췄는지 싱가포르 현지에서 미리 만나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잘 팔릴 것 같다.
#누가 봐도 포르쉐, 혁신과 전통의 만남
2세대 마칸을 실제로 보면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강인하면서도 부드럽고 거부감 없이 미래적인 느낌이 물씬하다. 전체적으로 커진 덕에 왜소한 느낌도 사라졌다. 1세대 마칸이 카이엔의 동생 느낌이었다면 2세대 모델은 카이엔과 선을 달리하는 새로운 SUV 이미지가 강하다.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포르쉐 가족이라는 점은 보다 더 명확해졌다. 한마디로 ‘있어 보인다.’
부분적으로 촘촘히 살펴보자. 앞모습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램프의 변화다. 마칸에 처음 적용한 분리형 램프는 타이칸 눈매와 닮았다. 상단 램프는 주간주행등과 방향지시등 역할을, 하단 램프는 메인 조명으로 쓰인다. 구성에 따라 상대 차에 눈부심을 전달하지 않으면서도 먼 거리를 비출 수 있는 매트릭스 LED가 탑재된다.
범퍼 디자인도 달라졌다. 거대했던 공기흡입구는 최소화됐다. 그마저도 상황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액티브 플랩 방식의 공기흡입구로 대체됐다. 범퍼 양 측면을 넓게 부풀리고 에어커튼도 숨겨 제원보다 더 넓어 보이는 시각적 효과와 에어로다이내믹 성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일명 '프렁크'로 불리는 앞 트렁크도 갖췄다. 범퍼 위쪽에 센서를 넣어 키를 들고 앞 범퍼를 쓸어내리면 바로 열린다. 프렁크 용량은 84리터. 타이칸(87리터)과 거의 비슷한 수치다. 기내 반입용 트렁크나 보스톤 백, 자잘한 자동차 용품 등을 수납할 수 있어 실용적이고 쓰임새가 좋겠다.
옆에서 보면 비율이 더 좋아졌다. 늘씬하게 빠진 지붕선이 쿠페형 SUV를 강조하는 2세대 마칸의 디자인 콘셉트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휠베이스를 늘리고 최대 22인치의 거대한 휠타이어 조합을 통해 콘셉트카를 보는듯한 착각도 일으킨다. 프레임리스 도어로 군더더기를 덜었고 전자식 개폐 방식을 도입한 덕에 살짝만 당겨도 쉽게 열린다. 충전구는 타이칸처럼 좌·우측에 두 개가 자리 잡았다. 왼쪽은 급속, 오른쪽은 완속 충전을 지원한다.
뒤에서 마칸을 보고 있으면 키 커진 911이 떠오른다. 한 개의 줄로 간결하게 표현한 리어램프 덕분이다. 카이엔에서 볼 수 있었던 3D 램프 효과를 통해 입체적인 이미지도 더했다. 타이칸을 연상시키는 뒷범퍼 디자인을 통해 포르쉐 전기차의 디자인 통일성도 엿볼 수 있다. 주행속도에 따라 움직이는 가변 리어 스포일러는 리어램프 위에 숨겨놨다.
기존 마칸과 비교하면 더 길고 넓어졌다. 특히 휠베이스는 카이엔(2895mm, 국내 기준)과 유사한 2893mm(해외 기준)에 이른다. 덕분에 더 넓은 실내, 특히 뒷좌석 공간을 기대할 수 있다. 차는 더 커졌지만 공기저항계수는 낮아졌다. 0.25Cd로 기존 마칸(0.35~0.36Cd)과 비교해 큰 폭으로 줄었다.
이렇듯 신형 마칸은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지만 누가 봐도 포르쉐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요소로 가득했다. 전통적인 포르쉐 DNA에 혁신을 더했다. 그리고 멋있어졌다.
#젊은 세대에게 어필하기 위한 포르쉐의 변화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한 화면들이 반긴다. 신형 마칸은 2개에서 최대 4개까지 디스플레이 모니터들이 장착된다. 계기판은 12.6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 사양이다. 타이칸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정보들을 그대로 볼 수 있다. 화면 전체를 내비게이션으로 띄울 수도 있고, 간결하게 최소한의 정보만 남겨둘 수도 있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하면 계기판에서 애플 지도나 구글 지도도 볼 수 있다. 확장성이 크게 좋아진 것이다.
10.9인치의 시원한 인포테인먼트 모니터는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바탕으로 개발돼 한층 빨라졌다. 서드파티 앱 설치도 가능해졌고 전체적인 UI는 비슷하게 유지됐다. 옵션 선택을 통해 조수석에도 10.9인치 디스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는 유튜브와 같은 동영상 시청도 가능하다. 물론 운전자는 볼 수 없도록 조수석만 보기 기능도 지원한다.
큰 변화 중 하나는 헤드 업 디스플레이다. 계기판 너머로 커다란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시선을 압도한다. 10미터 앞에 87인치 크기의 커다란 화면을 보는 느낌이다. 글씨 크기가 클 뿐 아니라 선명하고 초점도 잘 맞는다. 여기에 증강현실 기능을 더해 차로와 차간 거리 확인은 물론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진행 방향까지 보여준다. 물론 표시 정보를 운전자가 설정할 수 있다.
실내의 많은 부분을 화려한 디스플레이가 차지했지만 포르쉐라는 점은 여전히 명확하다. 포르쉐 그 자체인 스티어링 휠 디자인과 구성, 대시보드 위에 자리한 크로노그래프도 포르쉐임을 드러낸다. 시트도 마찬가지다. 탄탄하고 든든하게 자세를 다잡아 주는 스포티함에 편안한고 안락한 포르쉐 특유의 감각이 물씬하다.
운전석에 오르면 수치보다 더 낮게 느껴지는 시트 포지션이 흥미롭다. 시트 높이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구형과 달리 신형 마칸은 딱 원하는 수준으로 시트를 낮출 수 있다. 기존 대비 28mm 낮아진 수치보다 몸으로 느껴지는 체감이 더 크고 확실하다.
뒷좌석도 마찬가지다. 이전보다 더 낮고 안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여기에 무릎과 머리 공간도 더 넓어졌다. 센터 터널도 거의 없기 때문에 시각적으로 여유로워 보인다. 물론 엄격하게 보면 대단히 광활하다고 할 수는 없다. 분명 카이엔보다는 좁으니까. ‘마칸’이라는 급의 한계는 분명하지만 기존보다 확실히 크고 넉넉해져 공간 활용성이 커졌다.
뒷간는 마칸 4가 540리터, 마칸 터보가 480리터로 차이가 좀 난다. 터보 모델에는 뒷공간 아래에 우퍼 스피커가 추가된 탓이다. 뒷시트는 완전히 평평하게 접히지 않지만 그렇다고 각도가 너무 서있지도 않기 때문에 공간 활용성 면에서 부족하지 않다.
#빠르고 강력하고 멀리간다
구체적인 스펙도 공개됐다. 신형 PPE 플랫폼과 실리콘 카바이드 인버터, 새로운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탑재가 중심이다. 새로운 배터리 적용도 흥미롭다. 흔히 하이니켈 배터리라고 불리는 NCM811 구성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채택한 것. 용량은 100kW, 실제 가용 용량은 95kW로 약 5%의 버퍼 용량을 남긴 형태다. 아직은 소폭 보수적인 설정에 해당한다.
신형 마칸은 빠르고 강력하고 멀리 달릴 수 있는 전기차다. WLTP 기준 마칸 4는 613km나 주행할 수 있다. 고성능 사양인 마칸 터보는 591km에 이른다. 국내에서 인증을 받아도 500km 이상은 무난할 정도다. 빠르게, 그리고 반복 가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고성능 전기차가 500km 이상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포르쉐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출력을 낮추는 ‘꼼수’를 쓰지도 않았다. 마칸 4는 최고 출력 408마력과 66.3kgf.m의 토크를 낸다. 정지상태에서 100km/h까지 5.2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최고속도는 220km/h. 마칸 터보는 최고 639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115.3kgf.m라는 강력한 토크를 발휘한다. 0-100km/h 가속은 3.3초면 충분하고 최고속도는 260km/h다 . 포르쉐에 있어 '터보'라는 단어는 전기차에서도 여전히 강력하고 특별하다.
동력 성능만큼 충전 성능도 인상적이다. 800V 시스템을 활용해 최대 270kW 충전이 가능하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1분으로, 배터리 용량을 감안하면 꽤나 짧은 수준이다. 400V 충전기를 사용하면 135kW 충전이 가능한데, 배터리를 두 개로 나눠 400V를 병렬로 충전하는 새로운 기술도 추가했다. 뿐만 아니라 회생제동 시스템을 통해 최대 240kW로 에너지 회수가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신형 마칸의 공개 현장에서는 다양한 기술과 기능들이 풍성하게 공개됐다. 2밸브 시스템이 추가된 새로운 에어서스펜션 시스템, 후륜을 최대 5도로 조향할 수 있는 후륜 조향 시스템, 토크벡터링 시스템 등이 마칸에 탑재된다. 실제 주행 시 어떤 만족감을 전달할지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들이다.
#김선웅 기자의 감상평
어느 때보다 전기차 회의론이 높은 시기다. 값비싼 전기차는 얼리어답터들에 의해 모두 팔렸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며, 이제 전기차 대중화를 위해 저렴한 전기차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글쎄? 과연 그럴까? 비싼 전기차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비싼 값을 지불해서라도 구입하고 싶은 매력적인 전기차가 사라진 것은 아닐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한 업체는 더 이상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고급 브랜드는 막상 국산 전기차와 비교해 수천 만 원 이상 지불해야할 이유를 찾기 어렵고 설득력 부족한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싼 전기차가 잘 팔리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납득시킬 만한 강력한 매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 포르쉐 마칸이 등장했다. 대중이 좋아할 많은 것들을 갖췄다. 많은 이들이 동경하는 ‘포르쉐 배지’를 품었다. 고급스럽고 강인해 보이는 첫 인상. 화려한 실내 구성으로 젊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요소도 강하다. 200km대 전기차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보기 좋게 떨궈낼 500~600km대 주행거리로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다. 포르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은 기본이자 덤이다.
관건은 가격이다. 독일에서 마칸 4는 8만4100유로(약 1억 2215만 원)부터, 마칸 터보는 11만4600유로(약 1억 6650만 원)부터다. 만약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된다면 내연기관 마칸보다 무려 2천만 원 가량 비싸진다. 물론 전기차라는 특성을 감안해야 하지만 대중은 그렇게 여유롭거나 이해심이 크지 않다. 하지만 가격 인상 폭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라면? 카이엔이 포르쉐 대중화에 큰 공을 세웠던 것 이상으로 신형 마칸이 신선한 반향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만큼 신형 마칸은 흡입력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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