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승기

최고의 로드스터 대결, 박스터 vs F-타입 vs MX-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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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은 오픈톱 스포츠카에게 빛나는 한해였다. 악마의 화신처럼 눈부신 신형 마쓰다 MX-5가 나왔고, 신형 포르쉐 박스터 스파이더가 등장했다. 물론 네바퀴굴림의 위력을 자랑하는 재규어 F-타입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 비교시승에는 지난해를 빛낸 이 로드스터 3인방을 모았다. 그런데 시승 당일, 당장 비가 내릴 것 같은 날씨 탓에 소프트톱을 단단히 죄어야 했다. 디스플레이에 비라도 맞으면 큰일이니까. 하지만 박스터 스파이더는 예외다. 무게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스크린을 빼버리고, 그 대신 센터콘솔에 큼직한 컵홀더 2개를 놓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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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터 스파이더는 성능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실용성을 희생해왔다. 때문에 루프도 수동식이다. F-타입의 전동식이나 MX-5의 폴딩 방식을 따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서 줄어든 무게는? 그다지 매력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대신 그보다 훨씬 마음을 사로 잡는 3.8L 수평대향 6기통 엔진이 있다. 911 카레라에서 가져온 엔진은 370마력의 출력을 내며, 카이맨 GT4와 함께 사용한다.

3인방 중 가장 비싸고, 가장 무거운 재규어 F-타입은 네바퀴굴림 방식에 'R' 배지를 달았다. 재규어는 무게가 1,750kg'부터'라고 겸연쩍게 밝히고 있다. 따라서 드라이버와 연료를 합친 시승차의 무게는 2톤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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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550마력의 V8 슈퍼차저 엔진 덕분에 F-타입 R의 0→시속 97km 가속시간은 3.9초에 불과하다. 그리고 더욱 인상적인 것은 주위를 뒤흔드는 우렁찬 굉음과 침착한 트랙션이다. 어쨌든 가속력은 굉장하다. 하지만 강성이 미흡한 F-타입은 승차감에 허점이 있고, R 역시 이를 물려받았다. 다만 다이내믹 모드에서는 한결 안정감을 찾는다. 적응형 댐퍼는 보디의 출렁임을 약간 누그러뜨리고, 페이스는 최적수준을 넘어선다.

MX-5는 일본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넘어왔다. 그럼에도 컴브리언 1차선 도로에서 영국 태생의 F-타입보다 더 잘 어울렸다. 실내는 F-타입에 비해 호화롭지 않지만, 다락방 같은 아늑함이 있다. 특히 루프를 비롯해 모든 것이 손이 닿는 곳에 있어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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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잉글랜드의 산맥을 따라 320km 이상 달려 스코틀랜드에 들어섰다. 가장 험준했던 그 구간에서 MX-5는 편안하게 주름을 펴나가는 재주를 부렸다. 한층 스포티한 빌슈타인 옵션이 달려있었음에도 서스펜션은 굉장히 너그럽고, 편안한 승차감은 언제나 흔들리지 않는다. 160마력을 내는 자연흡기 4기통 엔진의 음색도 무척 감미롭다.

포트 윌리엄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나는 드디어 MX-5의 풀석한 스포츠 시트에서 박스터 스파이더의 허세없는 버킷시트로 옮겼다. MX-5의 수더분하고 자유로운 쓰임새는 마치 고어텍스로 만든 가벼운 워킹슈즈와 같다. 그에 비해 박스터 스파이더는 맨발의 크로스컨트리 트레이너를 연상시킨다. 땅바닥까지 내려앉은 박스터 스파이더는 지난해 시승한 어떤 차보다도 자연스럽고 중립적이며, 인상적인 기계적 기능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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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무게를 줄이는 손질 이외에는 대체로 박스터 그대로다. 하체도 마찬가지다. 강화된 안티롤바와 광폭 타이어가 GTS와 차별화된 전부. 하지만 승차감은 그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패시브 서스펜션에 20인치 휠을 신은 스파이더는 누구보다도 당차고 드라이버 친화적이다. B급 도로의 거친 노면에서도 박스터는 발아래의 지형 변화를 치밀하게 살피면서, 덜컹거리는 가운데서도 큰 충격 없이 현란하게 코스를 요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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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크로스 도로의 해발 626m 오르막은 그림엽서 속의 절경이다. 마치 눈으로 표백된 알프스의 고갯마루를 연상시킨다. 물론 아주 좋은 드라이브 코스는 아니란 말이다. 하지만 군살을 빼고 폭발하는 신형 엔진을 얹은 스파이더는 거침없이 연속된 코너를 공략했다. 가파른 오르막은 3.8L 엔진의 한계를 시험했고, 3단 이상을 쓸 기회가 없었다. 사실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2단에서 암벽을 튕기는 우렁찬 사운드는 삶의 환희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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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맨 GT4처럼 스파이더는 상당한 테일 트랙션을 뽐낸다. 1단으로 달릴 때 스파이더는 카메라 앞에서 짜릿한 연기를 펼쳤다. 리미티드 슬립 리어 디퍼렌셜과 미드십 밸런스가 코너정점의 90° 앵글에서 스로틀-앵커링의 묘기를 연출했다.

MX-5는 뒷바퀴굴림 방식의 장점을 현란하게 살리며 날렵하게 엉덩이를 흔든다. 알맞은 무게와 덩치도 한몫을 한다. 마치 방에서 헬륨 풍선으로 축구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더불어 경쾌하고 상냥한 6단 수동변속기의 변환은 재빠르다. 그밖에도 정교한 스티어링, 침착한 섀시를 바탕으로 MX-5는 느긋한 주행에서도, 급격한 가속에서도 활력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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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액슬이 풍부한 토크를 끌어내는 F-타입은 트랙션 컨트롤이 필요없다. 하지만 MX-5의 발빠른 왈츠를 경험한 뒤였던터라, 직선구간에서 헤비급의 F-타입은 훨씬 버거운 느낌이 들었다. 스티어링은 감각이 뒤쳐졌고, 노즈를 자신있게 다스리지 못했다. 그러나 전방이 트인 코너가 찾아오자 R의 매력이 마침내 살아났고, 훌륭한 크루징 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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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론을 내릴 때다. MX-5는 저렴한 가격에 커다란 즐거움을 주고, F-타입은 빠르고 화려하다. 둘 모두 장점이 있고, 나름대로 목적에 맞는 개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마지막 몇킬로미터를 남기고 다시 박스터 스파이더에 올랐다. 2015년 최고의 로드스터는 사운드와 폭발력에서 F-타입을 앞섰고, 어느 속도에서나 몰입할 수 있는 능력에서 MX-5를 눌렀다. 더불어 전통적인 타협에 얽매이지 않는 포르쉐다운 일관성을 보여줬다. 게다가 B급 도로에서도 결코 불만이 없었다. 시가지에서는 쉽게 다룰 수 있었고, 고속도로에서는 거칠 것이 없었다. 어쩌면 시간이 지난 뒤, 당대 최고의 로드스터로 기억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닉 캐킷 (Nic Cackett) c2@iautocar.co.kr
사진
루크 레이시 (Luc Lacey)
제공
오토카 코리아 (www.iautoca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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