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21세기형 오프로더.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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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펜더 90을 시승했다. 5도어 모델 110에 이어 3도어 모델 90이 상륙한 것이다. 정통 오프로더의 성격이 훨씬 강한 것이 특징이다. 3.0리터 직렬 6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과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조합으로 성능과 환경을 양립한 것도 새로운 것이다. 여전히 피비 프로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감각이 강조되어 있다. 랜드로버 디펜더 90 D250 SE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랜드로버 디펜더와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 그리고 지프 랭글러는 정통 오프로더라는 이미지만으로는 광속으로 전기차화되어 가는 이 시대의 트렌드와는 맞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세상일은 보이는 것과는 다른 경우가 많다. 메르세데스 벤츠 G클래스는 2024년 배터리 전기차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고 아예 메르세데스 AMG나 메르세데스 EQ처럼 메르세데스 G로 별도의 하위 브랜드로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
지프 랭글러도 2020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에 대한 소식이 등장했었다. 지난 3월에는 배터리 전기 컨셉트카 마그네토(Magneto)를 미국 유타주에서 개막하는 2021 모압 이스터 지프 사파리(Moab Easter Jeep Safari)에 공개했다. 마그네토는 지프 랭글러 루비콘을 베이스로 하는 배터리 전기 컨셉트카로 6단 수동변속기를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축전용량 70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최고출력 285hp, 최대토크 37.7kgm를 발휘한다.
랜드로버 디펜더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시대적인 흐름을 따르면서도 아이덴티티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선 데뷔 1년 만에 라인업을 재정비했다. 디펜더 최초로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P300 X-Dynamic SE와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적용해 배기가스 저감을 실현한 신형 직렬 6기통 인제니움 디젤 엔진을 라인업한 것이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았지만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 엔진을 베이스로 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 P400e도 추가됐다. 시스템 최대출력 404마력, 0-100km/h 가속성능 5.6초다.
CO2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또 하나의 모델로는 1.5리터 직렬 3기통 엔진과 4기통 베이스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 등을 라인업한 디펜더80(?) 이라는 더 작은 차가 2022년 출시를 목표를 개발 중이다. 차명에 대해서는 L860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연료전지 버전도 개발하고 있다. 디펜더를 비롯해 다른 모델에도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2019년 3월부터 수소 및 연료전지 부서의 새로운 책임자를 임명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수소 연료전지 기술에 대해 BMW와 제휴를 맺고 있다.
이는 영국 정부가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발표에 따른 것으로 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할 수 있는 SUV에는 배터리 전기차와 함께 선택지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수수위원회 이니셔티브는 2030년까지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가 전 세계적으로 약 1,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미래의 파워트레인은 배터리 전기차와 수소 연료전지 전기차가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지난 2월 리이매진(Reimagine) 로드맵을 통해 2025 년부터 무공해 자동차 브랜드가 되어 2039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재규어 브랜드는 2025년까지 모두 배터리 전기차로 바꾸고 랜드로버는 전동화 모델의 수를 60%로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랜드로버는 향후 5년 이내에 6개의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며 2025년 말까지 모든 재규어랜드로버 모델에 전동화 모델을 라인업한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는 2039년까지 공급망, 제품 및 운영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제로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일환으로 미래에 맞혀 대형차의 연료 전지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Exterior
디펜더는 프레임 섀시 구조에서 모노코크 구조로 변경되었다. 롱 휠 베이스 5도어 110과 숏 휠 베이스 3도어 90 두 가지 차체 타입이 있다. 110이 SUV의 성격이 더 부각된다면 90은 오프로더 지향의 모델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전폭×전고가 110이 5,018x1,996x1,967mm, 휠 베이스 3,020인데 비해 90은 각각 4,583×1,995×1,970mm, 2,585mm다. 90의 전장은 485mm, 휠 베이스는 435mm 짧아 통상적인 세단의 그것보다 차이가 크다. 전체적으로는 톨 보이 느낌이 강하다. 전장이 짧고 전고가 높은 것으로 인한 것이다. 앞뒤 짧은 오버행으로 오프로더로서의 접근각(31.5°)과 이탈각(35.5°)을 구현한 것도 특징이다. 차체가 짧은 만큼 최소회전 반경에도 이점이 있다.
선대 모델에 비하면 라운드화가 강조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수평과 수직의 선만으로 디테일을 완성하고 있다. 앞 얼굴에서의 반원형 헤드램프와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랜드로버 엠블럼 등으로 패밀리 룩을 만들고 있다. 측면에서는 짧은 전장으로 인해 이보크처럼 오픈톱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웃도어 라이프에 어울릴 것 같다.
뒤쪽에서는 110과 마찬가지로 옆으로 열리는 테일게이트와 그 뒤에 부착된 스페어타이어로 성격을 표현하고 있다.
Interior
인테리어도 전장만큼의 차이가 있다. 3도어 형태인 만큼 도어의 크기가 5도어보다 200mm 길다. 실제로 5인승을 염두에 둔 설계가 아니라 보조석 개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디지털 감각이 도드라진다.
무엇보다 LG전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HMI 아키텍처를 베이스로 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피비 프로(Pivi Pro)가 바이어스 포인트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오토모티브 플랫폼을 채용하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라이드는 조합에 따라 레벨2+ 수준의 주행 보조부터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5까지 지원하는 모듈형 솔루션이다. 이는 700TOPS라는 엔비디아의 최신 제품의 200TOPS보다 훨씬 빠를 뿐 아니라 130W라는 저전력으로 구동한다.
피비 프로는 자체 배터리가 있어 시스템이 항상 켜져 있고 시동시 즉시 응답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내비게이션은 운전자가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지연 없이 새로운 목적지를 설정할 수 있다. 시승차의 내비게이션은 히어(HERE)제가 아니라 SK의 T맵이 채용되어 있다.
5G 시대로 들어서며 디지털 기기의 속도가 또 한 기술의 진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세계 최초로 듀얼 eSIM 커넥티비티가 채용된 것도 포인트다. 커넥티비티를 위해 두 개의 내장 LTE 모뎀이 장착된 첫 번째 차이며 새로운 피비 프로 터치스크린 인포테인먼트는 독창적인 디자인과 최신 스마트폰과 전자 하드웨어를 공유한다. 당연히 무선 업데이트 기능인 SOTA(Software-Over-The-Air 채용되어 있다.
시트는 5인승. 하지만 리어 시트는 보조석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리어 시트는 도어를 열고 탑승하는 것부터 여유롭지는 않다. 통상적인 3열 시트와 달리 3인승을 상정하고 있지만, 공간에 한계가 있다. 그 아래에 구동장치가 있어 포지션도 높다. 트렁크 적재용량은 297리터를 기본으로 1,263리터까지 확대할 수 있다. 110리터는 786~1,875리터. 플로어 깊이도 300mm 짧다. 차라리 리어 시트를 제거하고 밴 형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듯하다.
Powertrain & Impression
디펜더의 파워트레인은 2.0리터 직렬 4기통 가솔린과 3.0리터 직렬 6기통 디젤+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BMW제 V형 8기통 엔진까지 다양하다. 특히 110에 처음으로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 스크롤 터보 가솔린 엔진을 추가한 것도 새롭다.
지난번 시승한 5도어 모델110은 2.0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을 탑재한 D240이었고 오늘 시승차는 3도어 모델 D250으로 2,996cc 직렬 6기통 DOHC 터보 디젤로 최대출력 249마력(가솔린은 400마력), 최대토크 58.1kgm를 발휘한다.
부품 공유율이 최대 60%에 달하는 모듈러 엔진인 인제니움 엔진의 특성답게 재규어랜드로버의 직렬 6기통 엔진도 가솔린과 디젤에 많은 부품을 공용화한다. 또한 낮은 비용으로 효율성을 높이는데 효과를 인정받고 있는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조합했다. 발레오제 전동 과급기와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 등 듀얼 과급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성능과 연비를 양립하고 있다.
이 엔진의 실린더 블록 등은 직렬 4기통과 직렬 3기통 인제니움 엔진군을 직렬 6 기통화한 것이다. 보어×스트로크는 4기통과 같은 83mm×92mm로 롱스트로크 타입이다. 연료 분사 시스템은 포트분사와 직접 분사를 병용하고있다.
48V 대응 BSG (벨트식 스타터 겸 발전기)의 18kW/1,000rpm, 55Nm/1,500rpm을 더하면 성능은 더 높아진다. 정상 주행시 BSG의 토크가 10% 정도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연비 향상과 CO2저감에도 기여하며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 등 통상적인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의 이점을 모두 발휘한다.
변속기는 ZF제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AT. 구동방식은 풀 타임 4WD로 110과 같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700rpm부근. 레드존은 4,500rpm부터.
정지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레드존 직전에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5km/h에서 2단, 65km/h에서 3단, 95km/h에서 4단, 120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110 D240은 발진 감각이 약간 묵직한 느낌이었는데 시승차는 가볍다. 공차중량도 125kg 정도 가볍기 때문이다. 오프로더로서의 성격상 굳이 고출력이 필요하지 않지만, 중량이 덜 나가는 것은 장점이다.
부밍음도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대체로 조용하다는 인상이 강한 재규어랜드로버의 인제니움 엔진 특성 그대로다. 고속역에서는 더 조용해진다.
다시 오른발에 힘을 주면 속도계의 바늘이 빠르게 상승한다. 출력과 토크의 차이가 뚜렷하다. 여기에 BMW제 4.4리터 V8 엔진을 탑재하면 몬스터가 될 것 같다. 낮은 회전역에서부터 두터운 토크와 변속기와의 부드러운 매칭으로 중량을 의식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더블 위시본, 뒤 인테그랄 멀티 링크의 에어 서스펜션. 댐핑 스트로크는 110보다 더 짧게 느껴진다. 새로 개발한 모노코크 구조의 D7x 플랫폼의 특징으로 인해 전체적인 거동은 매끄럽다. 이 차체는 기존 프레임 타입보다 강성이 3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디스커버리보다 승차감이 더 좋은 것 같다. 그러니까 정통 오프로더의 터프한 이미지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면 한 번 시승해 볼 만하다. 하이퍼 스포츠카가 그렇듯이 오프로더도 연성화됐다.
록 투 록 2.7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약 언더. 110이 약 오버였던 것과 달리 통상적인 네바퀴 굴림방식의 전형이다. 다만 CP지점을 지나고 나서는 미세한 오버 스티어 현상이 발생한다. 요즘은 이런 장르의 차들도 온로드에서의 주행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특징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스티어링 휠의 응답성은 날카로운 편은 아니다. 파워 스티어링의 무게는 적절하다. 착좌 위치만으로 보아도 무게중심이 높은 것은 분명한데 그것을 의식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그보다는 험로 주파를 위한 터레인 리스폰스와 연동하는, 보닛 아래를 투명하게 비춰 전방 아래쪽 시야를 확보해 주는 클리어 사이트 그라운드 뷰와 센서를 통해 물의 깊이를 파악하고 피비 프로에 정보를 보여 주는 도강 수심 감지 기능이 더 부각되는 기능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데뷔 시에 처음 선보였던 것으로 이 부분에 오랜 노하우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보쉬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으로 네 개의 넓은 190도 시야각을 제공하는 3D서라운드 HD 카메라 시스템으로 인한 것이다. 14개의 초음파 센서와 융합된 이 기술은 운전자에게 차 아래쪽의 평면도 및 완벽한 투시도를 포함한 전방 시야를 제공한다.
ADAS장비는 ACC와 차선 이탈 방지장치는 있지만,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은 없다. 웨이드(Wade) 센싱 기술, 첨단 견인 보조기능 등을 포함해 오프로더만의 장비도 채용하고 있다ACC를 ON한 상태에서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놓으면 10초 후에 경고 메시지가 뜨고 그래도 잡지 않으면 차선 이탈방지 기능만 해제된다. 다시 스티어링 휠을 잡으면 활성화된다.
분명 스타일링과 인테리어 등은 110과 큰 차이가 없는데 정작 시각적으로 또는 거동에서는 전혀 다른 차로 느껴진다. 스프린터의 탄탄함이 강조되어 있다. 오프로더 주파성에 대해서는 글로벌오토뉴스 영상 시승기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랜드로버는 디펜더에 대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이라는 시대적인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험로 주파성이라고 하는 본연의 자세도 살리면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강조하고 있다. 무슨 제품이든 전장제품은 기술적인 차이보다는 그것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자동차에서는 스타일링 디자인과 브랜드 고유의 DNA가 그것이다. 디펜더 90은 디스커버리가 크로스오버의 성격으로 바뀌면서 정통 오프로더로서의 랜드로버의 성격을 더욱 강조하고 있는 모델이다.
주요제원 랜드로버 2세대 디펜더 90 D250 SE
크기
전장×전폭×전고 : 4,583x1,996x1,974mm
휠베이스 : 2,587mm
트레드 (앞/뒤) : 1,704/1,700mm
최저지상고 : 291mm
공차 중량 : 2,380kg
트렁크 용량(리터) : 297~1,263
연료탱크 용량(리터): 85
엔진
형식 : 2,996cc 직렬 6기통 DOHC 트윈 터보 디젤
보어×스트로크 : 83.0/92.4mm
최고출력: 249ps/4,000rpm
최대토크: 58.1kgm/1,250~2,500rpm
변속기
형식 : 8단 자동
기어비 : 4.717/3.143/2.106/1.667/1.285/1.000/0.839/0.667/후진 3.317
최종감속비 : ----
부변속비 (H/L) : 1.000/2.930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더블 위시본/인테그럴 멀티 링크
브레이크 (앞/뒤) : V.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 255/60R 20
구동방식 : 4WD
성능
0~100km/h 가속 : 8.0 초
최고속도 : 188km/h
최소회전반경 : 5.3m
연비 : 복합: 10.2m/리터(도심 9.5/고속 11.2)
CO2 배출량 : 190g/km
시판 가격
D250 S : 8,4,20만원
D250 SE : 9,29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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