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2016 푸조 508 1.6 BlueHDi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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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 508의 2016년형 모델을 시승했다. 2011년 여름 407과 607의 후속 모델로 8세대 모델이 등장했고 2014년 하반기에 부분 변경 모델이 나왔었다. 이번에는 파워트레인을 개량해 유로6 기준을 충족시킨 것이 포인트다. 글로벌화 속에서 강한 독창성을 살리고 있는 프랑스차 특유의 기질이 살아 있다. 부분적으로 세계화의 흐름을 쫓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개성이 남아 있다. 푸조 508 1.6 BlueHDi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프랑스차를 만나면 다운사이징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 오른다. 프랑스 메이커들은 애초부터 대 배기량차를 만들지 않는다. 프랑스 시장은 전장이 4미터 이하 차량의 비율이 50%를 넘는다. 기름값이 비싸지면서 그런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자동변속기의 비율도 유럽 전체가 20% 가량인데 비해 프랑스는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실용성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 환경이 그런 차를 나오게 했다.
그래서 에너지와 환경 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기름을 덜 먹고 이산화탄소를 덜 내뿜는 자동차가 주목을 끌었다. 그러자 프랑스차의 부상 가능성을 점쳤던 적이 있다. 미국 시장도 21세기 초 8기통의 점유율이 48%에 달했던 것이 이제는 15%대로 떨어졌다. 대신 4기통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 배기량 중심의 프랑스차가 주목을 끄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는 생각을 가졌었다.
그동안 시장은 적지 않게 변했다.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6리터의 배기량을 4리터 대로 낮추었다. 여전히 크고 강한 차들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다운사이징' 된 것은 분명하다. 일본은 워낙에 경차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특별한 변화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프랑스차의 존재감은 독일이나, 미국, 일본, 한국차에 비해 높아지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를 거론하고 있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글로벌화에 뒤진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글로벌화란 생산의 현지화를 비롯해 디자인의 세계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차체 실루엣이 같아지는 등 디테일을 제외하면 점차 그 차별성이 희석되어가고 있는 것 등이 그것이다.
프랑스차는 적어도 그런 논쟁에서 나름대로 독창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늘 시승하는 508이 처음 등장했을 때 푸조의 DNA를 포기했다고 할 지 모를 정도로 획기적인 변화라고 표현했었다. 그 점에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위 모델들과 같은 자리에 세워 놓고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자동차회사가 뉴 모델을 주기적으로 내놓을 때 디자인 컨셉을 매 번 바꿀 수는 없다. 적어도 2세대 모델 정도는 지나서 새로운 변신을 한다. 그것을 에볼루션(Evolution; 진보), 레볼루션(Revolution : 혁신)이라고 구분한다.
508은 후자다. 6세대와 7세대가 진보인데 반해 8세대는 혁신적인 변화를 추구했다는 것이다. 이는 마케팅 차원에서 극적인 변화를 원하는 유저들을 위한 당연한 변신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도 글로벌 플레이어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푸조는 프랑스만의 독특한 컬러를 유지하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세분화 시대에 독창성은 강력한 세일즈 포인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프랑스차는 여전히 상승을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공개된 볼보의 플래그십 S90도 2리터 직렬 4기통 엔진을 베이스로 원하는 파워를 모두 제공한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저 배기량 중심의 푸조 라인업은 노력 여하에 따라 시장 침투 여지가 많다고 할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제품 문제가 아닌 네트워크의 문제가 존재감을 높이는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다. 프랑스차는 미국시장에서 철수한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재 진출을 하지 않고 있다. 자동차는 중국화가 진행중이지만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는 글로벌화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작은 차인 피아트 500이 미국시장에서 예상보다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점은 푸조를 비롯한 프랑스차에게도 기회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비즈니스는 시장이 좌우한다. 시장이 변하면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사의 자세도 변해야 한다. 작은 차가 통하는 미국, 환경 문제로 갈수록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강화해 가는 중국이 프랑스차의 글로벌 전략에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세상은 바뀐다. 스스로 바뀌는 예보다는 외부의 환경에 의해 달라지는 것이 세상이다.
현행 508은 차체 비율의 두드러진 변화가 가장 큰 포인트다. 롱 휠 베이스 숏 오버 행이라고 하는 스포츠세단의 전형적인 문법을 택한 것이다. 프론트 오버 행이 길었던 것이 매력으로 평가받았던 407과 구분되는 대목이다. 우아함(Elegance) 대신 공격성을 전면에 내 세우고 있다. 그것을 글로벌화라고 표현했다.
변화는 했지만 밸런스는 살리고 전체적으로 매끄러운 라인이 주제였다. 그것이 2014년 부분적으로 각을 부여 하며 좀 더 정리된 느낌으로 바뀌었다. 앞 얼굴에서의 변화가 가장 컸다. 로고가 보닛 위에서 그릴로 내려왔다. 푸조 차 중 그릴 가운데 로고가 들어간 것은 508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처음이었다. 2014년 부분변경 때 헤드램프를 비롯해 주간주행등, 안개등, 방향지시등 등에 LED를 적용했다.
508의 인테리어는 넓고 쾌적하며 간결하고 차분한 것이 주제다. 2016년형에서는 전체적인 질감 향상을 위한 흔적이 보인다. 내비게이션, 오디오, 블루투스 등 차량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7인치 풀 터치스크린을 새로 적용했다. 순간연비, 누적연비, 평균속도 등 차량에 대한 모든 정보도 확인 가능하다. 여기에 정밀 시계 제조 분야의 기술로 제작된 계기판과 가죽 시트 및 가죽으로 감싼 스티어링 휠도 질감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글로벌화라는 이름으로 독창성을 희석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었는데 이제는 익숙해진 듯하다.
508은 데뷔한 지 1년만에 센터페시아 가운데 있던 내비게이션 모니터를 맨 위로 올렸었다. 한국시장의 지적을 받아 들여 유럽 사양을 적용한 것이다. 데뷔 당시 시승기에서 지적했었는데 금새 반영이 되었었다. 1년만에 바꾸었던 것은 또 있었다. MCP 대신 6단 AT를 조합한 것이다. MCP의 반응은 적지 않은 지적을 받아왔다.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한국의 유저들에게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고 그것을 수용해 신속한 대응을 한 것이다. 시트의 히팅 및 쿨링 기능이 없는 점과 시계 위치 판별 등을 지적했었는데 그것도 바꾸었다. 2014년 페이스리프트 때 시계는 AV모니터에 숫자로 표기되었고 시트 히팅 기능이 추가했다.
글로벌화를 했지만 소프트웨어에서는 일부 푸조만의 고집이 살아 있다. 스마트키의 버튼 타입 시동키 위치가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 있는 것은 하드웨어라기보다는 소프트웨어다. 다른 메이커들과 다른 점은 시동을 끄지 않거나 키를 차 안에 둔 채 도어를 열면 경고음이 아주 시끄럽다.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아도 정말 시끄럽게 울어댄다.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조용해지는 다른 모델과 확실하게 구분된다. 매 시승기마다 언급했지만 이것이 옳다. 우리나라의 엠뷸런스와 소방차의 경고음은 선진국에 비하면 너무 적다.
A 필러에 설계된 작은 센서는 실내 공기의 움직임과 차의 견인 상태, 실내에 있는 애완동물이 움직이는 것도 감지한다. 2014년 부분 변경 때 발견한 것인데 공간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트렁크 공간은 대형 세단보다 더 넓게 느껴진다. 특히 좌우폭이 넓어 골프백을 비교 대상으로 하는 한국시장에서는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국내 사양의 엔진은 2.2리터 버전이 없어졌다. 1,560cc 직렬 4기통과 1,997cc 직렬 4기통 직분 터보 디젤은 변함이 없지만 명칭이 e-HDI에서 Blue HDI로 바뀌었다. 2.0리터 사양은 최고출력이 163ps에서 180마력으로, 최대토크는 34.6kgm에서 40.8kgm로 크게 향상됐다. 연비는 13.0km/리터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3g/km에서 150g/km로 오히려 늘었다. 측정 방법의 변화에 의한 수치이다. 유로 6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점이 포인트다. SCR(선택환원촉매)dhk DPF(디젤입자 필터)를 채용해 질소산화물 배출을 90%까지 낮추었고 미세입자 제거율은 99.9%까지 높였다. 필터 앞쪽에 설치된 SCR은 모든 주행 조건에서 작동한다. 이 부분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것이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다.
오늘 시승하는 차는 1.6리터 사양으로 최고출력이 120ps/3,500rpm, 최대토크 30.6kgm/1,750rpm. 출력은 8sp, 토크는 3.1kgm가 증강됐다.
변속기는 6단 AT. 아이들링 스톱 시스템이 채용되어 있고 패들 시프트도 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은 1,400rpm. 1.6리터 엔진에서 이 정도로 낮은 회전수를 실현한 예가 극히 드물다. 이는 최고출력과 최대토크 발생 회전수와 함께 이 차의 전체적인 특징을 보여 준다. 레드존은 4,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2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5km/h에서 2단, 70 km/h에서 3단, 100km/h에서 4단, 145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가속시에는 저 배기량의 한계가 보이는 듯하다. 치고 올라가는 맛이 강력하다고는 할 수 없다. 2.0리터 버전과 뚜렷이 구분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의 정속 주행 상황에서는 저회전에서 두텁게 발생되는 토크가 그런 불만을 어느정도 해소해 준다. 이럴 경우에는 풀 스로틀보다는 가속 페달을 어르듯이 다루면 원하는 가속감을 얻을 수 있다.
소음 억제 정도가 상당 폭 개량됐다. 풀 가속시의 부밍음도 크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다. 그 외의 상황에서는 엔진 소음의 실내침입도 고속 역까지 충분히 억제되어 있다. 노면 소음과 풍절음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도 없다.
다시 오른 발에 힘을 주면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속을 한다. 고회전, 고속역에서의 한계는 감안할 수밖에 없다. 실용 영역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고속도로 최고속도역까지는 필요충분한 파워다. 실용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프랑스차다움이다. 이 역시 프랑스차들이 보여 주는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프랑스차 특유의 부드러움은 하체의 세팅에 의한 것인데 기본적으로 날카로움보다는 여유로운 쪽을 택한다. 그렇다고 롤 각이 큰 것은 아니다. 시스템의 변화보다는 숙성도의 향상이 느껴진다. 좀 더 세련됐다.
이는 핸들링 성능을 우선으로 하는 프랑스차 특유의 거동과 조화를 이룬다. 푸조 등 프랑스차는 핸들링 우선의 차만들기로 정평이 나 있다. 흔히 하는 표현대로 타이어 그립을 남김없이 쓰는 것 같은 느낌이나 리어의 정확한 추종성 등으로 인해 달리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와인딩이 연속인 국도에서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부드럽게 롤링이 억제된 상태로 빠져 나갈 때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기존 모델 시승시 16인치 타이어가 조금 과감한 도전을 하기에는 부족하고 지적했었는데 이번에는 17인치로 바꾸었다. 그럼에도 장시간 운전해도 피로감이 적은 것은 푸조차의 장기이다.
갈수록 몰 개성화 되어가는 글로벌 플레이어들 모델 들 중 푸조 특유의 분위기는 여전히 살아있다. 버튼의 배열과 숫자 표기 등은 물론이고 디테일한 부분에서 고집을 버리지 않고자 하는 의도가 느껴진다. 볼보가 스칸디나비안 팩터를 강조하듯이 푸조도 프랑스 팩터를 놓지지 않고 장점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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