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2016 렉서스 ES 300h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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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서스 ES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시승했다. ES는 브랜드 내 유일하게 앞바퀴 굴림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ES는 GS와 달리 럭셔리성에 비중을 두고 있다. 2012년 6세대로 진화하면서 차체가 커졌으며 처음으로 하이브리드 버전이 추가되기도 했었다. 2016년형 모델은 내외장을 일신하고 하체를 강화한 것이 포인트다. 렉서스 ES 300h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자동차회사는 뉴 모델을 먹고 산다. 그런데 그 뉴 모델이 소비자들의 눈에 띄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에는 한정된 미디어만을 통해 소개된 적도 있었다. 오늘날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미디어들이 순식간에 개발 및 생산, 출시 소식을 쏟아낸다. 그런데 그런 정보의 수량만큼 소비자들이 모두 알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생각하는데로 듣고 아는 만큼만 본다. 스마트폰이 정보의 민주화라는 위대한 업적을 했지만 벌써 게임폰으로 전락하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
이제는 너무 많은 정보가 소비자들에게는 스트레스다. 제품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무언가 다른 대책이 필요하다. 오늘날의 미디어가 신뢰성을 상실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포털의 클릭수가 많다고 그만큼 많은 사용자가 그 컨텐츠를 읽거나 실했다고 할 수 없다. 인터넷을 통해 배설하는 악플러들이 아닌 실수요자들에게 공급자가 원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런 대책을 자신들만의 철학으로 실행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렉서스는 제품보다는 브랜드를 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나이키가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이라는 문구로 운동화가 아닌 브랜드의 정신을 판매한 것처럼 지금 토요타와 렉서스는 제품을 넘어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는 판매 서비스 연계라는 정책으로 영업사원과 서비스 센터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더불어 판매대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데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고 있다.
2009년 미국시장에서 리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토요타의 소비자들은 뉴스를 무시하고 토요타를 변호한 것은 유명한 사건이다. 그에 대해 브랜드 비즈니스(원제 What Great Brands, 2015년, 데니스 리욘, 더난 출판 刊)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강력한 브랜드는 반복해서 구매하게 하고, 가격에 둔감하게 할 뿐 아니라, 일이 잘못되었을 때 충성을 다 해 변호하게 한다. 일이 잘못될 수 있는지 여부가 아니라 '언제' 잘못될 지가 문제인 요즘 같은 시기에 정서적으로 이끌린 고객 기반은 위기가 발생했을 대 동원할 수 있는 강력한 방어 세력이 될 수 있다."
리콜 사태를 겪고도 토요타 브랜드는 미국 내 신뢰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렉서스 브랜드는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5 자동차 브랜드리포트 카드(Car Brand Report Cards)’에서 최고점수를 받아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J.D 파워의 내구 품질 조사에서도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인터브랜드 순위도 자동차업계 1위다.
그것은 판매 증가라는 결과로 입증된다. 렉서스의 올해 1~7월 미국 판매는 작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8만 8,600대였다. 고급차 부문 올해 누계 판매는 BMW보다 6,900대, 메르세데스보다는 3,800대가 적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렉서스는 브랜드가 런칭된 이후 꾸준하게 모델 가짓수를 늘려 왔다. LS부터 시작해 지금은 10개의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고성능 버전의 수도 크게 늘어났다. 렉서스의 새로운 목표로는 고객 연령층을 낮추는 것이다. 기존의 전략을 고수할 경우 더 이상의 성장은 힘들다는 생각에서다.
6세대 ES의 슬로건은 "Progressive Luxury"다. 이를 기본으로 `네오 럭셔리, 네오 스마트`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의 유저를 끌어 들이기 위함이다. 북미 중심이 아니라 아시아 시장의 유저들까지 고려하고 있다. GS가 유러피언 주행성을 강조한 것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선대 모델에서도 ES는 ‘다이나믹’ 이라든가 ‘유러피언 스포츠 세단’을 지향한다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러니까 ES는 렉서스의 브랜드 이미지인 ‘품격 있는 스타일링과 인테리어 디자인, 고급스럽고 안락한 승차 공간, 탁월한 주행 안정성과 안락한 승차감 실현’이라는 것을 그대로 계승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6세대 ES는 그런 그들의 컨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표현방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엔진 배기량을 증대해 파워 측면에서도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ES는 출시 이후 현재까지 175만대 이상의 누적 글로벌 판매를 기록했다. 2014년 렉서스 글로벌 판매대수는 58만 2,615대였으며 그중 ES가 13만 9,454대로 24%, RX가 26%를 차지했다. 특히 ES300h의 경우 3만 6,000여대 판매대수 중 한국시장에서 11.9%인 4,600대가 팔렸다. 4,600대 중 300h가 90%로 압도적으로 많다.
렉서스도 BMW가 키드니 그릴의 높이와 넓이에 변화를 주는 것처럼 스핀들 그릴을 중심으로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버전의 진화를 표현한다. 2016년형은 스핀들 그릴이 상하 좌우로 커졌다. 안쪽으로는 날카롭게 바깥쪽으로는 부드럽고 둥그럽게 처리했다. 헤드램프 안쪽에 화살촉 모양의 주간 주행등을 설계해 인상이 더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NX때부터 렉서스의 공격성은 강화되고 있다. 주간주행등이 가운데 부터 시작해 그릴쪽으로 뻗어있고 헤드램프도 HID에서 LED로 바뀌었다. 상급 모델은 안쪽 하이빔, 바깥쪽 로 빔의 두 개의 프로젝터가 설계되어 있다. 안개등 그래픽도 NX와 같은 컨셉이다.
측면에서는 그릴이 커진 만큼 코가 좀 높아졌다. 범퍼의 형상 변경으로 인한 측면에서의 변화도 보인다. 휠은 17-18인치로 기존 3가지에서 4가지로 많아졌다. 뒤쪽에서는 L형 헤드램프의 그래픽이 크게 달라져 있다. 트렁크 가니시의 선이 클리어 렌즈까지 이어져 차폭을 넓게 보이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300h는 일체형 스포일러가 설계되어 있다. 스크레치 복원 페인트를 채용한 것도 눈길을 끈다. 머플러의 크기도 늘어났다.
인테리어는 질감 향상을 위한 변화가 시도되었다. 우선 부츠 타입의 실렉터가 보인다. 유행이다시피 한 내용이다. 렉서스 브랜드의 아이콘인 리모트 컨트롤 인터페이스 디자인도 달라졌다. Enter 기능을 추가해 사용편의성을 높였다. 오늘날 품질 결함은 기계적 고장보다는 이런 사용편의성에 관한 것이 주가 되어 있다. 도어 스위치 패널도 월넛 트림을 시마모쿠 우드트림으로 바꿔 고급스럽게 처리했다. 메탈트림 테두리를 적용했다. 모든 것들이 프리미엄성을 높이기 위한 시도다. 계기판 내 4.2인치 컬러 TFT 다중정보 디스플레이가 채용되어 있다.
파워 트레인은 3.5리터 V6 가솔린과 2.5리터 직렬 4기통 베이스의 하이브리드 두 가지로 변함이 없다. 시승차는 300h로 2,494cc 직렬 4기통 DOHC VVT-i 엣킨슨 사이클 엔진이 베이스다. 최고출력 158ps/5,700rpm, 최대토크 21.6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245볼트 의 니켈 수소 (NiMH) 배터리 팩을 사용한 143ps/4,500rpm의 전기모터를 더해 시스템 출력은 203ps.
변속기는 수동모드가 있는 CVT. 발진시의 감각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 배터리 잔량이 충분할 때는 전기모드로 주행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저속에서도 엔진이 돈다. 하지만 그 엔진이 도는 것을 귀로 느끼기가 쉽지 않은 것은 렉서스차의 특징이다. 느낌상으로는 매끄럽게 전진한다. 이는 렉서스가 생각하는 안락성과 쾌적성을 위한 중요한 포인트다.
ES300h는 데뷔 당시 브랜드 내 다른 모델들에 비해 EV모드의 주행 비율이 더 증가했다. 고속 주행 중 엑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1,000rpm까지 떨어진다. 그때 에너지 흐름도의 그림에는 전기모터만 구동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하이브리드카용 엣킨슨 사이클 엔진은 배기음에서 뚜렷하게 차이가 났었다. 직렬 4기통이기 때문에 V6 엔진 사양과 동시에 시승할 때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배기음이 컸던 기억이 있다. 가속시의 부밍음이 억제됐다. 풀 가속을 해도 엔진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하지 않다.
가속감이 파워풀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하지도 않다. 날카롭게 속도계의 바늘을 끌어 올리는 타입도 아니다. 역으로 가속 페달을 달래는 식으로 다루면 충분한 파워로 속도계의 바늘을 끌어 올릴 수 있다. 이런 특성은 여유 동력을 중시하는 미국시장에서 숙성된 차라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운전자들도 오늘날에는 훨씬 부드러운 주행을 하는 추세다. 경부고속도로 서울 천안 구간에서의 주행속도가 수년 전에 비해 평균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것이 입증한다. 그런 주행특성에서 ES300h는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이브리드카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물론 연비 성능이다. 1년여 전에도 미디어들을 대상으로 한 시승회가 있었다. 당시 서울에서 강원도 평창까지 왕복하는 구간에서 기자들에 의해 기록된 ES300h의 연비는 최저 9.9~21.6km/리터였다. ES300h의 공인연비는 16.4km/리터다.
이번에는 서울 잠실 롯데몰에서 경기도 가평 베네스트 CC까지의 왕복. 최저 11.4km/리터에서 최고 29.4km/리터까지의 기록이 나왔다. 도로 조건에 따라 편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작년 코스보다 업다운이 심하지 않는 코스 때문이었는지 작년에 21.6km/리터를 기록했던 같은 운전자가 이번에는 29.7km/리터를 기록했다. 해당 운전자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비기록을 위한 시승에서 최고 기록을 보여오고 있다.
ES300h는 정숙성과 쾌적성을 바탕으로 한 고급성을 중시하는 모델이다. 도심 16.1km/L, 고속도로 16.7km/L로 도심에서보다 고속도로에서의 연비가 더 좋다는 점도 하이브리드가 정체가 심한 도심에서만 연비효과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 유저들에게는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03g/Km도 큰 장점이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듀얼 링크 타입. 데뷔 당시에 이어 다시 쇽 업소버의 최적화를 통해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다고 주장한다. 그만큼 하드한쪽으로 약간 이동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렉서스의 관점에서 그렇다. 안락하고 편안한 쾌적성을 중시하는 모델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공략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선입견 때문인지 그보다는 여유있는 자세를 취하게 된다. 유러피언 세단들의 하드한 감각보다는 여유롭고 느긋한 쪽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댐핑 스트로크도 진화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약간 짧아진 듯하다. 아니 그보다는 롤각을 좀 더 억제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듯하다. 대신 댐퍼의 응답성이 더 예민해졌다. 어떤 형태로 발전을 하든 토요타는 렉서스를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주행성의 본질, 즉 렉서스의 DNA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ESC의 개입 포인트는 CP포인트 전에 시작되어 안정되게 유지된다.
EPS의 스티어 특성은 뉴트럴 지향. 와인딩 로드 등에서 과감한 공략을 할 때는 초기에 약 언더 특성이 나타나는 것은 그대로. 록 투 록은 3.2로 유격이 있는 편이다. 날카롭게 반응하지 않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전체적인 주행 특성에서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과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원하는 만큼의 변화로 거동의 안정성을 유지해 준다.
브레이크 성능은 현행 모델 데뷔 당시 너무 예민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세련되게 바뀌었었다. 가솔린 버전에 비해 약간의 유격이 느껴지는 것도 그대로다. 전체적으로는 여전히 정숙성과 쾌적성에 비중을 둔 렉서스다움이 더 부각된다. 스포티한 성능을 강조하는 GS가 좀 더 하드코어한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면 ES는 럭셔리성을 중시하는 특성을 중심으로 한 존재감을 상대적으로 더 공고히 했다고 할 수 있다.
페이스리프트 모델인데도 구조용 접착제의 적용을 확대하는 등 강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차체 강성을 향상시키고 고장력 강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오늘날의 트렌드다. 리어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변경 등 적지 않은 부분에서 업그레이드된 것은 고속 주행시 직진안정성과 와인딩에서의 거동의 세련됨으로 나타난다.
안전장비로는 EBD ABS를 비롯해 BAS, ESC, TCS, VSC(Vehicle Skid Control) , HAC(경사로 밀림방지장치), AL-TPWS(오토 로케이션 타이어 공기압 감지 시스템) 등이 기본. 프론트 듀얼 및 무릎, 앞 뒤 사이드 임팩트, 커튼 타입 등 10개의 에어백은 여전히 ES의 장기. 프론트 에어백은 투 챔버 타입으로 상체 부분의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있다. 주차 보조 모니터도 있다.
2016년형 렉서스 ES 300h는 스타일링 디자인과 편의성, 그리고 렉서스만의 DNA를 더욱 강조한 것에서 한 걸음 더 주행성을 강화한 것이 포인트다. 그렇다고 스포티한 주행을 내 세우지는 않는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선진성으로 구축한 강한 독창성을 바탕으로 이제는 그들 식으로 유러피언 프리미엄 브랜드들과의 경쟁에 적극성을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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