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2015 메르세데스 벤츠 E220 블루텍 9단 AT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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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의 E220블루텍 9단 AT를 시승했다. 메르세데스는 2013년 가을 E350블루텍을 통해 세계 최초로 뒷바퀴 굴림방식 토크 컨버터 9단 AT 버전을 선보였다. 연비성능 향상,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 외부 및 실내 소음 저감, 운전 편의성 증대 등 다양한 효과를 노리고 있다. 이 시대의 화두인 에너지 소비 저감과 이산화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엔지니어링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E220블루텍 9단 AT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출력 전쟁에 이어 이제는 변속기 다단화 전쟁이다. 전동화 시대에 대한 전망이 기대치를 밑도는 가운데 내연기관의 발전이 눈부신 것이 2010년 이후의 현상이었다. Efficiency라는 용어가 자동차업계를 지배한 지 10년이 다 되어 간다. 그 사이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대부분 다운사이징을 실현했다. 그러면서도 출력은 더 좋아졌다. 그때문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고유가 시대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는 변속기 전쟁이다. 현대기아차그룹과 폭스바겐 그룹이 10단 AT 개발을 진행 중에 있다. GM은 포드와 공동으로 9단과 10단 AT를 개발하고 있다. 변속기는 대부분 전문 업체로부터 공급 받는 것이 추세인데 현대자동차는 자체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다.
현재 세계적인 변속기 업체는 독일 ZF와 일본 아이신 및 아이신 AW가 있다. ZF는 주로 뒷바퀴 굴림방식용 변속기를 생산해 왔다. 최근 크라이슬러에는 앞바퀴 굴림방식용 9단 AT도 공급하고 있다. ZF는 2011년 세계 최초로 앞바퀴 굴림방식용(가로배치 엔진용) 9단 AT를 개발해 크라이슬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3년에는 뒷바퀴 굴림방식용(세로배치 엔진용) 9단 AT를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를 시작으로 랜드로버 등에 공급하고 있다.
한국시장에는 FCA의 지프 체로키를 통해 9단 AT가 처음 소개됐고 이어서 크라이슬러 200을 통해서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뒷바퀴 굴림방식용 9단 AT는 오늘 시승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E220블루텍이 처음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내에서 9단 AT를 처음 채용한 것은 2013년 9월에 출시된 E350블루텍, 그러니까 6기통 디젤엔진부터였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9단 AT 도입은 엔지니어링 측면에서의 발전이 우선이지만 그에 대해 모델 다양화에도 기여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가솔린과 디젤을 비롯해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그리고 연료전지전기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동시에 하고 있다.
거기에 4매틱을 추가하고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라는 그레이드만 조합해도 예를 들어 E클래스에 90개가 넘는 트림이 있다. 물론 거기에는 세단과 쿠페, 왜건, 카브리올레라는 가능한 차체 타입을 모두 동원한 것도 키게 기여하고 있다.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동원해 시장에 따라 공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9G트로닉
9G-트로닉은 뒷바퀴굴림용으로 개발된 첫 9단 자동변속기이다. 252마력의 E 350 블루텍에 가장 먼저 탑재됐으며 장기적으로는 7G-트로닉을 대체한다. 9G-트로닉은 메르세데스의 7세대 자동변속기에 해당된다. 9G-트로닉이 적용된 E 350 블루텍의 공인 연비는 18.87km/L로 향상됐고 외부 소음은 4 dB이 감소했다. 기어비를 늘여서 정속 주행 시 엔진 회전수를 낮췄기 때문이다. 최대 기어비는 9.15까지 벌렸다. 9단으로 120km/h를 주행할 경우 엔진 회전수는 1,350 rpm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변속 시간과 반응도 빨라졌다. S 모드와 수동 모드에서는 더욱 빨라진다. 9G-트로닉에는 에코와 스포트, 매뉴얼 3가지 모드가 있다. 변속 품질을 높이는 것에도 개발의 초점이 맞춰졌다. 새롭게 적용된 다이렉트 컨트롤 시스템은 변속 시간을 줄이는 것은 물론 변속 충격을 대폭 완화시켜 준다. 토크 컨버터에는 트윈 터빈 비틀림 댐퍼도 추가됐다. 9G-트로닉은 뒷바퀴굴림이 기본이지만 4매틱과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까지 지원하며 4기통부터 12기통 엔진까지 적용이 가능하다.
9G-트로닉의 최대 대응 토크는 101.8kg.m이다. 높은 대응 토크와 7G-트로닉 대비 기어가 2개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사이즈는 비슷하다. 그리고 무게는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토크 컨버터의 하우징은 알루미늄, 오일팬은 경량 마그네슘 알로이로 제작했다. 투 피스 하우징 디자인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9G-트로닉은 유성 기어의 수도 최대한 줄였다. 메르세데스에 따르면 4개의 유성 기어 세트만 적용되고 여기에는 링 기어와 베어링 등이 포함돼 있다. 4개의 유성 기어로 최대 1000Nm(101.8kg.m)의 토크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 유성 기어 세트는 특허로 등록됐다.
각 기어는 3개의 다판 디스크 클러치와 다판 디스크 브레이크와 연결된다. 다판 디스크는 토크를 전달하며 3개의 속도 센서가 변속기의 전반적인 상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한다. 그리고 리턴 스프링이 토크 컨버터 록업 클러치와 통합된 것도 처음이다. 이전에는 다판 록업 클러치가 유압식으로 컨트롤 됐다. 이전보다 낮은 회전수에서도 안정적으로 리턴 압력 스프링이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토크 컨버터의 효율도 높아졌다. 메르세데스는 토크 컨버터 내 유압 서킷을 새로 디자인하면서 효율이 92%까지 높아졌다고 밝혔다. 연비 향상의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2003년에 나온 7G-트로닉은 효율이 85%에 그쳤다. 이와 함께 변속기 오일 쿨러를 통해 낭비되는 손실도 줄였다. 별도의 추가 라디에이터가 필요 없는 것도 장점이다.
오일 공급 시스템도 개선됐다. 변속기 오일은 2세대 합성 제품으로 바뀌었으며 이 역시 연비를 높여주는 요소이다. 2개의 펌프가 적용되면서 이전보다 작동도 안정됐다. 2개의 오일 펌프는 이전 대비 사이즈도 줄었다. 기계식 메인 펌프는 엔진이 작동할 때 전자유압식으로 오일을 공급하며 별도의 보조 펌프도 마련돼 있다. 윤활유와 냉각수는 온 디맨드 방식을 채용했고 하이브리드에서는 세일링 기능도 지원된다. 스톱 스타트가 작동하면서 엔진이 꺼져 있을 때는 보조 전기 펌프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오일 공급 시스템이 9G-트로닉의 연비 향상에 차지하는 부분은 54%이다.
변속기 샤프트도 큰 혁신이 있었다. 메인 변속기 샤프트의 길이는 550.9mm로 현존하는 변속기 샤프트 중 가장 길다. 거기다 윤활과 냉각, 컨트롤 기능까지 수행한다. 냉각에 필요한 윤활유도 크게 줄었다. 기어 변속과 컨트롤 프로세스, 윤활 등을 변속기 하우징에 통합해 품질과 신뢰성도 더욱 높일 수 있었다.
9G-트로닉에는 엔진 회전수와 가속 페달 포지션, 스티어링 앵글, 측면 가속도는 물론 ABS, BAS 플러스, 디스트로닉 같은 정보도 긴밀하게 통신된다. 이를 통해 변속의 품질을 더욱 높였다. 이와 관련된 모든 소프트웨어는 MTC(Mercedes-Benz Technology Center)에서 직접 개발했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2,143cc 직렬 4기통 DOHC커먼레일 터보 디젤 엔진이 탑재되어 있다. 최고출력 170마력/3000~4200rpm, 최대 토크 40.8kg,m/1,400~2,800rpm을 발휘한다. 차명 220이 말해 주듯이 250보다 낮은 수치이다. 수치만 다른 것이 아니라 발생 회전수도 차이가 난다. SCR 시스템이 채용된 블루텍 계열이다.
변속기는 9단 AT인 9G-Tronic. 7G-Tronic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6g/km 저감됐다. 외부소음도 4dB이 줄었다. 아이들링 스톱(스톱&고)도 채용되어 있다. 연비 성능도 공차 중량이 1,445 kg인 C250블루텍과 같은 15.5km/리터다. 시승차의 공차 중량은 1,735kg.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9단 1,200rpm. E350블루텍은 120km/h에서 9단으로 올라가고 그때의 엔진회전은 1,350rpm이다. 우선은 2,143cc 직렬 4기통 엔진회전이 이렇게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엔진회전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연료소모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소음도 줄고 배기가스도 덜 배출한다.
레드존은 4,200rpm부터로 이것은 반대로 낮다. 250계열의 경우 5,000rpm부터인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설정이다. 효율성을 우선한 것도 있겠지만 변속기의 동력 전달 성능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것은 결과적으로 운전편의성 향상과도 연결된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3단까지는 4,200rpm에서, 그 이후부터는 4,6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고단에서는 파워가 높은 250계열의 수치와 같다. 35km/h에서 2단, 65km/h에서 3단, 90km/h에서 4단, 120km/h에서 5단, 165km/h에서 6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 감부터 전체적으로 매끄러움이 우선이다. 엔진 회전상승감도 그렇지만 변속감도 지극히 부드럽다. 이미 변속 충격에 대해서는 과거와는 비교가 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해 있지만 9G-tronic은 한 단계 더 진보했다.
그보다 더 압권인 것은 85km/h에서 벌써 8단으로 들어간다는 것, 그리고 100km/h에서 9단으로 시프트 업 된다는 것이다. 8단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500rpm으로 여기까지만 해도 낮은 수치이다. 9단에서도 오른발을 급작스럽게 조작하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속도계를 유지하거나 끌어 올려 준다. 이는 같은 9단 자동변속기를 채용한 크라이슬러 200과 큰 차이이다. 매핑 기술력에서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MTC(Mercedes-Benz Technology Center)에서 직접 개발한 소프트웨어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가속감도 250계열보다 토크가 낮다는 것을 의식하지 못할 정도의 수준이다. 중저속에서의 치고 올라간 맛은 그렇다 해도 초고속역에서 꾸준히 속도계의 바늘을 끌어 올리는 감각은 최근 등장하는 디젤엔진의 성능 향상과 9단 AT의 동력 전달 성능의 조합의 결과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실내로의 소음 침입도 줄었다. 엔진 자체, 변속기 등에서의 소음 저감은 차음 장치와 관계없이 실내의 정숙성을 높여 준다. 물론 그것을 20세기 사고방식으로 생각한다면 속도감이 없어졌다고도 할 수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에서 초고속역으로 올라가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가 계기판 속도계를 보고 놀랐다. 좀 더 파워풀한 주행을 원한다면 ECO모드를 해제하고 변속기 옆의 C/S 전환 버튼을 사용해 Sport모드로 달리면 된다. S모드에서는 엔진회전이 400rpm정도 높게 유지된다. 9단에서 풀 스로틀을 하면 5단으로 시프트 다운이 된다. 그때의 감각도 아주 부드럽다.
이런 점이 효율성 최우선인 다운사이징 시대에 여전히 내연기관이 주류의 자리를 오래 지킬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단 변속기의 효율성에 대한 논란이 존재한다. 8단이 처음 나왔을 때 6단이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제기됐었다. 지금은 중대형차에서는 8단의 비율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거기에 10단까지 나온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다단 변속기를 매칭 시킬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력에 있다. 9단에 대한 의구심이 메르세데스 벤츠에 의해 해소되지 않을까 싶다.
주요제원 메르세데스 벤츠 E 220 BlueTec
크기
전장×전폭×전고 : 4,880×1,855×1,470mm
휠베이스 : 2,875mm
트레드 앞/뒤 : 1,598/1,614mm
공차중량 : 1,735kg
트렁크 용량 : 490리터
연료 탱크 용량 : 80리터
엔진
형식 : 2,143cc 직렬 4기통 커먼레일 터보 디젤
보어×스트로크 : 83.0×99.0mm
압축비 : 16.2:1
최고출력 : 170마력/3000~4200rpm
최대 토크 : 40.8kg,m/1,400~2,800rpm
변속기
형식 : 9단 자동(9G 트로닉)
기어비 : 5.50/3.33/2.31/1.66/1.21/1.00/0.86/0.72/0.60/R 4.93/N.A
최종감속비 : 2.47
섀시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V.디스크/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45/45 R 17, 245/45 R 17
구동방식 : FR
성능
0→100km/h 가속 : 8.2초
최고속도 : 230km/h
연비 : 15.5km/리터(복합)
이산화탄소 배출량 : 116g/km
시판가격
E 220 BlueTec 아방가르드: 6,350만원(부가세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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