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혼다 5세대 오딧세이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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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의 미니밴 5세대 오딧세이를 시승했다.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캐빈 토크(CabinTalk™)와 캐빈 와치(CabinWatch™), 동급 최초로 탑재된 2열 매직 슬라이드 시트와 전자 제어식 10단 자동변속기, 진공청소기, 혼다 센싱(Honda Sensing) 등 다양한 신기술로 무장해 ‘가족’을 캐치 프레이즈로 한 것이 포인트다. 미니밴끼리의 경쟁은 물론이고 크로스오버들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혼다의 생각이 묻어나는 차다. 혼다 5세대 오딧세이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미니밴이라는 장르가 등장한 것은 1983년. 리 아이아코카가 크라이슬러를 살려내는데 지대한 역할을 한 보이저가 그 시조다. 미국시장에서는 닷지 그랜드 캬라반과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혼다 오딧세이, 토요타 시에나 등이 연간 12~14만대를 판매하며 엎치락 뒤치락 1위 자리를 번갈아 가며 차지하고 있다. 기아 세도나(국내명 카니발)도 10만대가 넘는 판매대수를 보이며 선전하고 있다. 닛산 퀘스트도 있지만 위 모델들과 경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미니밴 시장은 2000년 137만대를 정점으로 2004년에는 110만대로 하락했다. 당시만해도 전문가들은 연간 100만대 전후의 시장이 유지될 것으로 보았다. 일부 자동차 메이커들은 소위 Y세대들-1977년부터 1994년 사이에 태어난 7천만명 정도의 유저들-이 2010년까지 이 세그먼트의 수요를 살릴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런 기대와는 달리 판매는 더 떨어져 2010년대 들어서는 40만대를 조금 넘기는 수준에 그쳤다. 1/3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2016년 기준으로 55만대 가량의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크로스오버에 밀려 위세가 약해진 탓도 있다. 경쟁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SUV, 크로스오버와 성격이 겹쳐 미니밴을 라인업에 추가하는 브랜드가 늘지 않기 때문이다. 피플 무버, 즉 승합차로서의 활용성을 무기로 했다가 레저용으로의 사용을 원하는 사용자를 위한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크게 빛을 발하지는 못했다. 럭셔리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한다.
미니밴의 장기는 다인승이라는 점과 다양한 시트 베리에이션으로 인식되어 있다. 영업용으로 사용할 때는 7~8인승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상황에 따라 3열 시트를 접거나 분리할 수도 있다. 2열 시트 중 하나를 탈거해 공간을 활용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SUV의 돌풍과 함께 미니밴만의 독창성이 강하게 어필되지 않으면서 시장에서 존재감을 잃어갔다. 가장 큰 이유는 패밀리카로서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그래서 혼다는 5세대 오딧세이를 출시하면서 ‘가족’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 세웠다. ‘가족을 위한 편안한 공간’, ‘가족을 위한 안전한 공간’, ‘가족을 위한 즐거운 공간’이 그것이다. 영업용 시장은 큰 증폭은 없지만 일정한 수요는 보장하기 때문에 패밀리카로서의 수요를 창출해 전제적인 판매 확대를 노린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갈수록 ‘혼족’이 늘어나는 시대에 그 전략이 어떻게 받아 들여질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미니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세계 최대 시장 중국을 노린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중국시장은 2016년 SUV 판매는 50% 가까이 늘었고 미니밴도 18% 가량 증가했다. 세단 판매가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중국시장에서 미니밴의 증가를 점치는 것은 1자녀 정책의 폐지가 배경이다 앞으로 20여년간 중국의 인구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자동차 시장에서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10%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미니밴이나 7인승 SUV 등 실용성이나 가족들이 모두 탈 수 있는 다목적 차량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얘기이다.
오디세이는 1994년 10월 어코드 왜건을 베이스로 초대 모델 등장했다. 1999년 2세대부터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시장에 따른 최적화 정책에 의해 오디세이도 북미용과 일본 내수용이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3세대부터는 모델체인지의 시차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2003년, 미국에서는 2005년에 모델체인지를 했고 4세대 모델은 일본이 2008년 10월, 미국은 2010년으로 시차가 있다. 이번에 한국시장에 들어 온 모델은 4세대와 마찬가지로 미국 앨라배마 링컨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Exterior
어떤 장르이든지 선과 면의 조합에 의해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노치백이든 해치백이든 그것이 세단의 범주에 들면 강한 독창성을 인정한다. SUV도 그런 점에서는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런데 미니밴 장르로 국한하면 스타일링 디자인에 대한 논의가 많지 않다. 1.5박스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경쟁이 치열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모두 같은 스타일링은 아니다. 각 브랜드가 가진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한다. 오딧세이도 신세대 혼다의 선과 면을 사용해 변화의 폭이 크다. 무엇보다 시빅에서 보여 주었듯이 무난한 선보다는 좀 더 날카로워졌고 강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앞 얼굴의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램프의 그래픽은 약간 차이가 있지만 날개형이라는 원형은 유지하고 있다. 액티브 셔터 그릴이 채용되어 있다.
측면에서는 실내 공간을 중시하는 모델다운 비율이라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도어 패널 부분의 억양과 캐릭터 라인으로 엑센트를 주고 있다. B필러와 C필러를 차체와 다른 검정색으로 처리하는 것은 SUV나 크로스오버의 유행을 따르고 있다. D필러와 어깨선 등을 사용해 볼륨감을 살린 것도 마찬가지이다. D필러 아래 부분을 페이드아웃 처리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렇게 해서 오딧세이만의, 더 정확히는 혼다만의 색깔을 표현해 내고 있다.
뒤쪽의 그래픽은 세단이나 SUV가 그렇듯이 안정된 선과 면을 사용하고 있다. 리어 컴비내이션 램프의 그래픽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달라지지만 그것이 아주 특별한 이미지를 만들지 않는 것은 다른 브랜드들과 대동소이하다. 플랫폼은 혼다 파일럿과 어큐라 MDX 등에 사용되는 것과 같다.
Interior
혼다의 인테리어 구성은 통일성을 강조하는 독일 브랜드들과는 달리 모델마다 모두 다른 레이이웃과 그래픽을 채용한다. 대시보드의 구성이 대칭형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센터페시아의 구성이 각 모델마다 다르다. 부분적으로 버튼을 공유한 흔적은 보이지만 공조 시스템의 배치와 다이얼, 스위치, 에어벤트의 그래픽까지 모두 다르다. 같은 모델도 미국과 유럽, 일본 버전을 차별화해 온 혼다만의 차만들기가 보인다.
센터 페시아 상단의 터치 스크린 방식 디스플레이창은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가족을 위한 차라는 것을 강조한 새로운 기술들이 눈길을 끈다. 2, 3열 탑승 공간의 영상을 디스플레이 오디오를 통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캐빈 와치(CabinWatch™)와 1열 승객의 목소리를 2, 3열의 스피커 및 헤드폰으로 들려주는 캐빈 토크(CabinTalk™) 가 그것이다. 적외선 카메라를 사용하기 때문에 조명과 관계없이 뒷좌석 탑승자를 운전자가 확인할 수 있다. 계기판도. 오늘날 트렌드를 따라 컬러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시장에 따라 LTE 또는 와이파이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에 대응한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무선 스트리밍도 가능하다. 시승차에는 애플 카플레이의 앱만 있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도 있다.
실렉터 레버 대신 누르고 당기는 P, R, N, D/S 버튼을 센터 페시아에 배치한 것도 변화다. 4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오른쪽에 ACC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원형 클러스터가 아닌 숫자로 모든 정보가 표시된다.
시트는 7인승. 운전석 8웨이, 조수석 4웨이 전동 조절식이다. 미니밴의 활용성을 강조한 아이디어가 새롭다. 앞뒤뿐만 아니라 좌우 이동이 가능한 2열 매직 슬라이드 시트(Magic Slide Seat)가 그것이다. 동급 최초로 적용한 것으로 3열 승하차가 쉬워졌다. 3열 시트는 60 : 40 분할 접이식이다. 2열 루프에 위치한 모니터는 10.2인치로 기존 모델보다 더 커졌다. 블루레이(BluRay), DVD 등 CD 형식의 멀티미디어는 물론 HDMI, USB연결도 지원한다.
공간성에서는 일본의 경차가 그렇듯이 지면을 차지하는 만큼 위쪽으로도 최대한 활용하는 일본차답다. 트렁크 측면에는 진공청소기를 탑재한 것도 눈길을 끈다. 기존 모델에도 있었지만 장착된 채로 국내 출시되는 것은 처음이다. 높이 조절과 핸즈프리 개폐 기능이 포함된 파워 테일게이트 등이 기본이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3,471cc V형 6기통 직분사 i-VTEC가솔린으로 최고출력 284ps/6,000rpm, 최대토크 36.2kgm/4,700rpm을 발휘한다. 주행 환경에 따라 3기통과 6기통으로 변환하는 가변 실린더 제어 기술(VCM: Variable Cylinder Management)이 적용되어 있다. 시승 중 이 기능이 작동되는 것을 체감해 보지는 못했다.
변속기는 혼다 자체 개발의 전자 제어식 10단 자동변속기가 미니밴 사상 처음으로 조합됐다. 매핑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타입이다. 아이들링 스톱 기능과 미끄러운 노면에 대응할 수 있는 ‘스노모드’가 적용됐다. 구동방식은 앞바퀴 굴림방식. AWD는 옵션으로도 없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400rpm. 레드존은 6,8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0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70km/h에서 3단, 115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선대 모델보다는 분명 가속감이 향상됐다. 2톤이 넘는 차체를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 달린다. 변속감은 아주 매끄럽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약간 밋밋하게 느껴지는 가속감이다. 상대적인 비교다. 시내 주행에서는 토크가 특별히 부족하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SUV들이 토크 중시의 엔진 특성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가속감이 강력하지는 않다. 장르의 성격상 당연한 것이다. 그보다는 효율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정속 주행을 하면 100km/h가 넘으면 9단으로 올라가는데 10단으로 올라가는 것을 경험하기가 쉽지가 않다. 특별히 시프트 히스테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오른발에 조금만 힘을 주면 6~7단으로 시프트 다운된다. 시프트 다운된다는 느낌이 없이 부드럽게 전환된다.
당연히 소음은 충분히 억제되어 있다. 4세대 모델부터 채용했던 ANC(Active Noise Controle)기능도 그대로다. 풀 가속을 할 경우가 많지 않은 차이기 때문에 부밍음이 신경 쓰이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 내용보다는 캐빈 와치 기능으로 뒷좌석을 확인하는 것이 더 재미있게 다가온다. 윈도우를 통해 차 외부도 보이기 때문에 골목길 등에서 탑승자와 주변을 살피는 데도 유용한 장비인 것 같다. 캐빈 토크 기능을 통해 뒷좌석 탑승자들과 큰 소리 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아이디어다. 아이들이 있는 가족뿐 아니라 다인승 모델로 사용될 때도 재미있게 받아 들일 것 같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트레일링 암.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상대적으로 선대 모델보다는 좀 더 단단한 느낌으로 바뀌었다. 당연히 무게 중심이 높은 차인 만큼 거동이 세단과는 다르다. 그래도 롤 각이 생각보다는 크지 않다. SUV와 뚜렷이 다른 점이 이 대목에서의 거동과 승차감이다. 특히 AWD 시스템을 채용한 크로스오버등과 비교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주행성보다는 패밀리카로서의 안락함과 쾌적성에 더 비중을 둔 차라는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
핸들링 특성은 약 언더. 스티어링 휠의 조작에 대해서 차체의 반응은 의외로 둔하지 않다. 물론 날카롭게 반응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ESP의 개입 포인트는 빠르지 않고 방해하지도 않는 점도 그대로다. 선대 모델에서는 조금은 긴 승객석이 있는 차라는 것을 고속역에서는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점에서 거동이 좀 더 자연스러워졌다.
안전장비는 풍부하다. 차세대 ‘에이스 바디(ACE: Advanced Compatibility Engineering™ Body)’를 적용하고 최초로 적용된 조수석 무릎 에어백을 포함, 8개의 에어백이 탑재됐다. 혼다 센싱(Honda Sensing)도 채용됐다. 차간거리 유지, 차선 유지, 사고 방지, 충격 완화 등을 위한 적극적 안전 제어 시스템이다. 능동형 정속 주행 장치 (ACC),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 (CMBS/), 차선 이탈 경감시스템 (RDM/), 사각 지대 경보 시스템(BSI) 등 ADAS장비의 채용도 많아졌다.
오딧세이 4세대 모델이 들어왔을 때는 토요타 시에나와 함께 럭셔리성을 강조했다. 워낙에 SUV 전성시대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사용자에게 먹히지 않았다고 생각한 듯하다. 5세대 오딧세이는 가족에 포인트를 맞추고 있다. 그것이 SUV와 어떤 차별화로 받아 들여질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영업용 다인승 모델보다는 가족이라는 포인트를 내 세운 마케팅이 먹혀 들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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