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포르쉐 718 박스터 S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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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의 718 박스터를 시승했다. 차명을 718시리즈로 카이맨과 통합하면서 부분 변경한 모델이다. 6기통 자연흡기 대신 4기통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한 것이 포인트다. 911시리즈가 모두 3리터 6기통 직분 터보차저로 바꾸며 라이트사이징을 표방한 것과 같은 변화다. 세상이 달라진 데 대한 포르쉐가 내놓은 이 시대 스포츠카의 해법이다. 포르쉐 718 박스터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차만들기를 달리하며 소비자와 소통해 온 포르쉐의 행보는 현행 911시리즈와 718시리즈의 파워트레인 변화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 배기량 고성능 엔진이 당연시되는 스포츠카라는 장르가 연비와 이산화탄소 등 배기가스 규제를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잘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 시대적인 요구에 따라 효율화의 진화와 성능의 양립을 위해 자연흡기를 포기하고 직분 터보차저화했다.
이는 포르쉐 엔진의 성능에 매료되어 온 사용자들에게는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자연흡기 엔진이 주는 자극적인 사운드와 직결성 등을 감안하면 스포츠카로서의 특성이 피해를 보았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포르쉐는 변화를 통해 사용자들과 소통했고 시장은 반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미 여러 번 언급했지만 1990년대 초 포르쉐는 연간 판매대수가 1만 5,000여대로 존폐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것을 극복한 것이 993 보디의 911 시리즈에 자동변속기를 조합한 것이다. 986 박스터와 911시르즈가 993에서 996으로 진화할 때 공냉식 엔진을 수냉식으로 바꾼 것 또한 혁신이었고 4WD를 채용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외적으로는 카이엔이라는 SUV를 만들었을 때도 세상은 시끄러웠고 파나메라라는 세단을 내놓았을 때도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논란을 불러 일으켰었다. 이번 직분 터보차저화는 공냉식에서 수냉식으로 바뀐 것 만큼이나 파격적인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 사이 연간 판매대수 20만대를 돌파했고 대당 판매 수익률이 가장 높은 하이 엔드 브랜드로서의 포지셔닝을 공고히 했다.
단순히 터보차저화가 아니라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다운사이징이라는 표현 대신 라이트사이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최적화한 파워트레인임을 강조하고 있다. 라이트사이징은 그동안의 배기량을 낮춘 직분 터보차저화가 저부하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고부하에서는 크게 떨어지는 효율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다. 포르쉐를 비롯해 아우디와 폭스바겐 등이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포르쉐의 라인업은911과 718시리즈를 스포츠카로 분류하고 세단인 파나메라와 SUV 카이엔과 마칸이 있다.
스포츠카로 분류되는 911과 718시리즈는 크기의 차이만이 아니라 레이아웃이 다르다. 911의 엔진은 뒤 차축 뒤쪽에 있는데 반해 718시리즈는 뒤 차축 위에 탑재되어 있다. RR(Rear Engine Rear Drive)과 MR(Midship Engine Rear Drive)로 표현한다.
미드십 레이아웃을 포르쉐가 처음으로 채용한 것은 550시리즈와 그 파생 모델로 1957년에 등장한 718시리즈가 시작이다. 4기통 엔진을 탑재한 레이싱카였다. 태생적으로 레이싱 모델인 이들은 당시 공도 레이스와 내구 레이스에서 활약해 1,000회가 넘는 우승을 차지했다. 이 후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아우토우니온의 의뢰로 만들었던 레이싱카 P바겐이 있고 914도 있으며 카레라 GT와 최근 전동 스포츠카로 분류되어 한정 생산된 918스파이더도 미드십이다. 그 미드십의 역사를 718시리즈로 다시 쓰고 있다.
포르쉐의 모델체인지는 풀 체인지인지 페이스리프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그만큼 변화의 폭이 크다. 오늘 시승하는 차는 2012년 등장한 모델의 부분 변경 버전인데 내용은 풀 체인지에 가깝다. 소프트 톱과 트렁크 리드 외에는 모두 바꾸었다고 한다. 하지만 911이은 718이든 포르쉐 팬이 아니라면 세대 변화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스타일링의 기본 컨셉을 유지하면서 디테일로 진화를 표현하기 때문이다.
앞 얼굴에서는 방향 지시등이 에어 인테이크에서 범퍼 쪽으로 올라왔다. 네 개의 LED 마킹을 사용한 헤드램프와 어울려 기존 모델에 비해 약간 날카로워진 맛을 풍긴다. 가운데 부분이 막혀 있는 것은 엔진이 뒤쪽에 탑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앞뒤에 트렁크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랄 수도 있다. 앞쪽이 150리터 뒤 280리터.
측면 뒤 펜더 앞쪽에 있는 에어 인테이크는 위치는 카이맨과 같지만 디자인은 다르다. 두 모델은 뿌리는 같지만 차별화를 위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브레이크 캘리퍼를 빨간색으로 해 엑센트로 활용하고 있다.
인테리어에서는 사각형 에어벤트의 카이맨과 달리 원형으로 처리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런치컨트롤 와치의 위치가 윈드실드 쪽으로 올라간 것도 다른 점이다. 직경 360φ의 스포츠 스티어링이 옵션으로 설정된 것과 패들 시프트가 오른쪽이 시프트 업, 왼쪽이 시프트 다운으로 바뀐 점 등이 포인트다. 드라이브 모드가 기존 센터페시아에서 스티어링 스포크 위의 로터리 스위치로 바뀌었다.
헤드레스트 일체형 하이백 스포츠 시트는 2인승이다. 앞으로 젖힐 수는 있는데 사실은 퍼스널카라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조수석 쪽을 앞으로 당겨 작은 손가방 정도를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나온다.
엔진은 박스터 S의 3.4리터가 2.5리터로, 박스터의 2.7리어가 2리터로 바뀌었다.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고효율과 고성능을 양립한 라이트 사이징이다. 718 박스터의 4기통 엔진은 911 카레라 시리즈와 커넥팅 로드와 크랭크샤프트의 베어링, 직분 인젝터, 흡기 밸브, 타이밍 벨트, 가변 밸브 리프트 기구 등은 기본적으로 공통 부품을 사용한다. 터보등의 크기는 다르지만 기술적인 설계 개념은 같다. 보어X스트로크는 911 카레라와 같다. 박스터 S는 보어를 확대해 2.5리터로 했다. S의 차이점은 터보차저의 터빈부에 가변 지오메트리 기구를 채용했다는 것이다. 엔진 응답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으로 VTG의 효능이 있어 응답성이 좋다.
차축 뒤쪽에 탑재하는 911과 달리 차축 위에 엔진을 올려 놓아야 하는 718시리즈는 흡기와 냉각용 공기 유입구를 차체 측면에 확보해야 한다. 그로 인해 공간의 제약이 생기는데 축소된 2기통만큼의 공간에 배기 매니폴드를 앞쪽으로 빼고 촉매와 터빈을 나란히 배치하고 있다. 그로 인해 배기 매니폴드는 갈이가 달라졌다. 이에 대해서는 상당한 검증을 거쳐 최고의 성능을 얻었다는 것이 포르쉐측의 설명이다.
시승차는 박스터 S트로 2,497cc 수평대향 4기통 DOHC 싱글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257kW(350ps)/6,500rpm, 최대토크 420Nm(42.8kgm)/1,900~4,500rpm을 발휘한다. 기존 3.4리터가 325마력/7,400rpm, 37.8kgm/4,500~5,800rpm이었다. 카이맨 GTS의 340마력/7,400rpm, 38.7kgm/4,500~5,800rpm보다 4기통 터보차저의 절대 수치가 더 높다.
변속기는 7단 PDK.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 엔진회전은 1,550rpm 부근. 레드존은 7,3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7,400rpm 부근에서 시프트업이 이루어진다. 여전히 고회전형 엔진이다. 60km/h에서 2단, 110km/h 에서 3단, 160km/h 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감에서는 4기통 특유의 미세한 진동이 전달된다. 회전이 올라가면 금새 두터운 토크감으로 압도한다. 터보차저의 힘이 느껴진다. 다만 매끄러운 가속이라는 측면에서는 6기통 자연흡기쪽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취향의 차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으로 보인다.
레드존까지 밀어붙이는데 주춤거림 없이 뻗어 준다. 공차 중량이 1.4톤 전후라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한다. 중량 대비 출력이 중요한 스포츠카의 특성이다. 가속페달의 미세한 조작에도 예민하게 응답해 주는 감각도 같은 맥락이다. 터보래그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뻗어 주는 맛이 일품이다. 기존 엔진과는 다른 맛이지만 부족함없이 밀어 붙이는 감각이다. 다이나믹 부스트의 채용도 일조하고 있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선택시에는 중앙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최대 부스트 모드를 20초간 유지할 수 있다. 최대토크 발생지점이 1,950rpm 부근으로 저중속에서도 항상 튕겨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0-100km/h 가속성능도 4.2초로 카이맨 GTS의 4.9초보다 빠르다. 이럴 경우 6단 MT 사양의 스티어링 휠을 잡아 보고 싶어진다. 포르쉐 7단 PDK의 성능은 이미 정평이 있지만 그래도 운전자가 원하는 만큼만 달리고 싶을 때는 MT가 더 좋을 때도 있다.
다만 중저속에서의 음색은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 ‘따르르르~~’하는 듯한 부밍음이 그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자연흡기 6기통에 익숙한 유저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야성적인 배기음이 자극적인 카이맨 GTS와 구분된다. 이 역시 세상이 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받아 들일 수 있는 수준이다.
카이맨 GTS의 시승기에서 이렇게 말했었다. “속도가 생명인 스포츠카이지만 그것이 반드시 고속이 아니어도 좋다. 옆 차와 속도를 맞추며 달리면서도 스포츠 주행이 가능하다. 그것이 20세기 스포츠카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자극적인 사운드와 가속감, 정확한 핸들링, 그리고 낮은 자세로 인한 민첩한 거동이 주는 즐거움으로 같은 속도로 달리면서도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런 감각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FF는 물론 RR과도 뚜렷이 다른 MR의 거동을 이해하고 달린다면 그 맛은 배가 될 것이다. 그래도 아우토반에 가면 최고속도에 도전해 보고 싶은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서스펜션은 앞 뒤 모두 스트럿 타입으로 시스템 자체는 그대로다. 다만 리어 서스펜션에 래터럴 멤버를 추가해 리어 서브 프레임을 강화했다. 이와 함께 앞뒤 쇽 업소버의 피스톤과 실린더 튜브를 키웠고 리어 휠도 0.5인치 와이드화했다. 최적화를 위한 조처다. 그만큼 롤 량이 억제됐다. 거동이 훨씬 민첩해 진 배경이다. 카이맨 GTS와 같은 자리에서 비교해 보고 싶은 정도다.
이는 포르쉐가 자랑하는 전자제어 댐퍼 PASM으로 거동을 제어한다. 스티어링 스포크상의 로터리 스위치로 노멀이나 스포츠로 주행 모드를 바꾸면 그 뚜렷한 거동의 차이가 오른발을 자극한다. 대부분의 움직에서 차체를 플랫하게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PASM을 처음 만났을 때와 지금의 포르쉐를 탈 때의 자세의 차이를 실감한다. 평범하게 달릴 때는 쾌적성을 중시한 세단이 된다. 물론 톱을 열었을 때는 다른 얘기이다. 바람 들이침은 100km/h 정도까지는 대화를 나누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록 투 록 2.5회전의 스티어링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약 언더. 응답성은 더 예민해졌다. 전동 파워 스티어링의 조타 응답성을 10% 높였다.
성능의 향상에 걸맞게 브레이크도 718박스터에는 선대 박스터 S의 것을, 718박스터 S에는 911카레라의 새로운 4피스톤식 캘리퍼와 두께를 늘린 브레이크 디스크가 채용됐다. 멀티콜리션 브레이크도 2차 충돌시의 피해를 경감시켜 준다. 역시 멈출 수 있어야 달릴 수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해 주는 대목이다.
그런 모든 이야기를 가능하게 한 것은 차체 강성의 향상이다. 이는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데도 일조한다. 오픈카라는 것을 의식하지 않고 달릴 수 있다.
세상이 달라져서 그에 맞춘 스포츠카를 만들까, 아니면 새로운 성격의 차만들기를 통해 사용자들의 인식을 바꿀까? 포르쉐의 진화를 보면 그에 대한 답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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