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패밀리카로서의 여유, 지프 5세대 그랜드체로키 L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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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5세대 그랜드체로키를 시승했다. 진화한 디지털 기술을 채용하는 등 신세대 지프의 차만들기와 SUV의 원조로서의 존재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포인트다. 3열 시트의 6인승과 7인승 모델로 미니밴으로의 사용을 어필한 것도 특징이다. 고급감을 주제로 한 인테리어도 세일즈 포인트다. 지프 5세대 그랜드체로키 L 서밋 리저브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 /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지프는 디트로이트 빅3였던 크라이슬러 그룹에 속했었다. 크라이슬러는 다임러와 합병했다가 피아트 산하로 들어갔었으나 규모의 경제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지금은 미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연합체인 스텔란티스에 속해 있다.
2021년 초 합병 당시 미디어들이 세계 4위 업체라고 했으나 올해 연초에 발표된 실적은 538만대로 6위에 머물렀다. 집계방식을 달리하면 중국 상하이자동차의 546만대보다 적다. 같은 연합체인 르노닛산미쓰비시는 768만대를 판매해 토요타와 폭스바겐에 이어 3위에 랭크됐다. 2021년 실적은 많은 애널리스트들과 미디어들의 지적과는 달리 토요타와 현대는 선전했고 합병으로 시너지를 노렸던 그룹은 스텔란티스는 부진했다.
20세기 말부터 합병을 통한 시너지효과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한 예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프랑스와 일본의 연합체인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가 공통 플랫폼 하나 완성하는데 15년 이상의 시간을 소비하면서도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것도 그중 하나고 2021년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스텔란티스도 전용 전기차 플랫폼 계획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고 있지만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를 끌어모으든 제품 판매를 늘려 영업이익을 높여야 하는데 오늘날 미국식 주주 자본주의에 매몰되어 전통적인 자동차회사들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당장에 핵심은 제품에 있다. 최근 애널리스트들과 미디어들은 100년 만의 대 전환이라는 화두에만 매몰되어 현재와 미래를 구분하지 못했다. 2021년 그 어려운 상황에서 판매가 증가한 업체는 토요타와 현대차그룹, BMW 정도다. 테슬라를 제외한다면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었으나 결과는 달랐다. 당장에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는 제품 라인업 확대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는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냈는지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하락한 업체에 속하는 스텔란티스의 지프는 당장에 판매될 제품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준 브랜드 중 하나다. 다만 그룹 차원에서의 실적과는 관계없이 지프는 자동차 왕국 미국은 물론 중국과 유럽에서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사람들은 아직은 당장에 내가 필요한 모델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지프 브랜드에서 그랜드체로키는 랭글러와 함께 미국시장에서만 연간 판매 20만대가 넘는 플래그십이자 볼륨 모델이다. 2021년 그랜드체로키는 26만 4,444대, 랭글러는 20만 4,609대가 팔렸다. 램 픽업을 제외하면 스텔란티스 그룹 내에서 10만대가 넘는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그랜드체로키의 존재감은 절대적이다.
지프는 지난 2018년 전 세계 시장에 156만대를 판매하며 정점을 찍었으나 이후 그룹 차원의 문제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20만대를 넘었던 중국시장에서의 부진도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시장에서는 2019년과 2021년 만대를 넘었다. 그래서 독창성이 강한 그랜드체로키는 물론이고 왜고니어를 부활시켜 새로운 반전을 노리고 있다.
그랜드체로키는 지난 30년간 4세대에 걸쳐 700만대 이상이 판매됐다. 최근에는 미국 전용 모델에서 세계적으로 높은 입지를 구축하며 디지털화가 화두인 시대에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Exterior
SUV의 원조로 여겨지고 있는 지프는 독창성이 강하다. 양산 브랜드로 분류되는 브랜드이지만 적어도 그랜드체로키와 랭글러만 보면 프리미엄으로 분류해도 무방할 만큼 아이덴티티가 강한 스타일링 디자인에서 나름의 아이콘을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 모티프는 1963년에 데뷔한 풀사이즈 SUV인 왜고니어다. 2021년에 부활한 왜고니어는 그랜드체로키와 함께 프리미엄 SUV의 원조를 강조하며 SUV가 대세인 시대에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 강화를 노리고 있다.
5세대 그랜드체로키는 먼저 출시된 왜고니어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 앞 얼굴에서는 지프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세븐 슬롯의 비중이 작고 아래쪽의 에어 인테이크가 크다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디테일이다. 지프의 아이콘인 세븐 슬롯 그릴 디자인이 선대 모델보다 좌우로 넓어졌다. 액티브 그릴 셔터도 채용되어 있다. 헤드램프도 두 개의 직선을 사용해 간결한 이미지를 살리고 있다. 노즈를 가파르게 처리한 소위 ‘샤크 노즈’를 형상화해 전체적인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좌우 에어 인테이크 위에 LED 방향 지시등을 채용해 빛을 디자인 소구로 하는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지프 고유의 사다리꼴 휠 아치와 3열로 길어진 휠 베이스가 새로운 프로포션을 만들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크다는 느낌이 우선이다. 원조 왜고니어를 모티브로 한 길고 낮은 코가 특징이다. 루프 라인과 어깨선은 거의 수평으로 전체적으로는 완고한 느낌이 강조되어 보인다.
뒤쪽에서도 직선으로 처리된 테일램프가 앞 얼굴과 유기적으로 어울리며 간결함을 강조하고 있다. 범퍼 좌우에 5각형 배기구를 설계한 것도 새롭다. 전체적으로는 부분적인 디테일이 더 강조된 것이 특징이다.
차체 크기는 전장이 5,200mm 로 선대 모델보다 300mm 이상 길다. 휠 베이스도 3,090mm 로 길어졌다.
Interior
인테리어는 변화의 폭이 아주 크다. 우드와 메탈드림의 조화로 고급감과 질감을 강조하는 것은 시대적인 트렌드이지만 미국적 감성이 더해져 있다. 대시보드 레이아웃이 완전히 바뀌었다. 센터페시아의 위쪽에 에어벤트를 설계하고 있으며 그 아래 디스플레이창은 디지털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태블릿 PC 크기의 10.1인치 터치스크린은 5세대 유커넥트 시스템으로 인포테인먼트와 커넥티비티의 진화를 보여 준다. 그 안의 아이콘도 지프 브랜드만의 것으로 다양하다. 내비게이션은 T맵이 사용된다. 다만 스텔란티스 컴페니언 앱을 다운받아야 가능하다. 물론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대응하기 때문에 스마트폰과 연결해서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그 아래에는 에어컨 조절 스위치와 시트 관련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다.
센터 스택에 자동변속기 실렉터가 지프 브랜드 최초로 로터리 타입으로 바뀐 것이 눈길을 끈다. 선대 모델에는 주행 모드를 전환하는 로터리 스위치가 실렉터 레버 뒤에 있었다. 실렉터 주변에는 도로 표면 조건에 따라 드라이브 모드를 변경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과 차고 조절하기 위한 스위치가 있다. 4륜구동 기능 관련 조작 스위치가 별도로 있다. 중저음을 강조하는 세팅의 맥킨토시 오디오가 탑재되어 있다.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의 그래픽도 패드 부분의 지프 로고가 원형에서 각형으로 바뀌었다. 좌우 리모트 컨트롤 버튼의 배치도 달라졌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도 풀 디지털이다. 표시하는 내용도 다양하다. 특히 네바퀴 굴림방식의 상황을 보여 주는 그림과 나이트 비전이 눈길을 끈다. 룸미러는 카메라 방식이 채용되어 있다. 레버를 당겨 통상적인 거울로 바꿀 수도 있다. 두 개를 직접 비교해 보면 일반 거울이 더 시인성이 좋다.
시트는 3열이 기본으로 2+3+2 벤치 시트와 시승차처럼 버킷 타입인 2열 시트도 2인승인 6인승 서밋 리저브가 있다. 시승차에는 프리미엄 팔레르모 가죽 시트가 채용되어 있다. 시트 포지션이 외형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에는 마사지 기능이 있다. 마사지 강조가 강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다시 장착이 느는 추세다.
3열 시트도 의외로 넉넉하다. 성인이 타도 무릎과 머리 공간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답답하기도 한다. 2열 시트 어깨의 레버를 당기면 시트 전체가 앞으로 기울어지며 3열 시트로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다. 3열 시트는 시트 옆과 트렁크 오른쪽에 있는 별도의 버튼을 통해 전동으로 젖히고 세울 수 있다. 실용성을 고려한 설계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3.6리터 V형 6기통 24V VVT 가솔린으로 최대출력 286ps, 최대토크 35.1kgm(344 Nm)을 발휘한다. 미국에는 5.7리터 버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도 있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 8단 AT로 ZF제이지만 크라이슬러가 라이선스 생산하는 것이다. 구동방식은 쿼드라 트럭 II 4WD 시스템.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 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600 rpm 부근. 레드존은 6,3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레드존 포인트를 넘어 6,5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55km/h에서 2단, 85km/h에서 3단, 125km/h에서 4단으로 변속기 진행된다.
통상적인 발진시의 감각은 무리가 없는데 오른발의 조작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속도가 올라가면 언덕길이 아닌데도 시프트 히스테리가 발생한다. 성격이 급한 운전자라면 가속감이 좋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약간 거친 반응이다. 오프로드도 감안한 장르의 모델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의외의 세팅이다.
토크감이 두터운 것이 인상적이다. 2.3톤에 가까운 차체 무게를 거의 느끼지 못할 정도이며, 이로 인해 도심에서도 파워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거의 없다. 가속시 부밍음은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멀티링크 타입이다. 초대 모델은 오프로드 성능이 강조됐었지만 3세대 모델부터 도심형을 감안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그런데도 머드 가드 등 디테일로 오프로더라는 것도 어필하고 있다. 속도를 올리면 무게 중심고가 높은 대형 SUV의 거동이 나타난다. 고속에서의 안정성은 하위 모델들하고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핸들링 특성은 약 오버. 통상적인 네바퀴 굴림방식 모델의 거동이라기보다는 전장이 길어졌는데도 미세한 오버 스티어 현상이 있다. 물론 신경 쓰일 정도는 아니다. 차체 강성이 높아진 것은 느낄 수 있다.
ADAS 장비는 스톱&고 기능이 있는 ACC를 비롯해 레벨 1.5 수준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채용하고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를 감지할 수 있는 충돌 손상 완화 브레이크가 채용되어 있다. 차로 유지 지원과 야간 시야 기능도 있다.
ACC를 ON한 상태에서 손을 떼면 약 5초 후에 경고음이 울린다. 이때는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이 작동되지 않았을 경우다. 그래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차선 이탈방지 장치가 작동하며 경고음을 울리지만, 속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차로 중앙 유지 기능이 작동되었을 경우는 5초 후에 경고 메시지가 뜨고 다시 8초 후에 경고음이 울린 후 속도 기능을 제외하고 해제된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 스포크상의 스터어링 휠 버튼을 누르면 다시 활성화된다. 이 부분은 수년 동안 대부분의 메이커가 큰 진전은 없다. 기술적인 진전이 없다기보다는 실제 도로에서의 안전을 고려한 것이 가장 크다.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채용 여부가 다르다.
그랜드체로키는 전형적인 미국형 대형 패밀리 SUV이다. 여기에 3열 시트를 채용해 6인승 모델을 만들어 미니밴의 성격도 가미했다. 야외에서의 사용 빈도가 증가하는 시대를 반영한 것이다. 패밀리카로서의 여유 있는 공간과 다목적성을 모두 어필하고 있어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프 5세대 그랜드체로키 L 4서밋 리저브
차체 크기
전장×전폭×전고 : 5,200×1,980×1,815mm
휠베이스 : 3,090mm
공차 중량 : 2,285kg
엔진
3,604cc V6 DOHC 24 밸브 가솔린
압축비 :
최대출력: 286PS (210kW)/6,400rpm
최대토크: 344N•m(35.1kgf/m)/4,000rpm
변속기
형식 : 8단 자동 E-시프트
기어비 : --
최종감속비 : --
섀시 :
서스펜션 앞/뒤 : 멀티링크/ 멀티링크
브레이크 앞/뒤 : 디스크
스티어링 : 랙 & 피니언
타이어 앞/뒤 : 265/60R18// 265/60R18
구동방식 : 4WD
성능
0→100km/h 가속 : --초
최고속도 : --km/h
최소 회전반경 : --
연비 : 7.7 (5등급) (도심: 6.7 / 고속: 9.4)
이산화탄소 배출량 : 220g/km
적재 용량 : 800/1,689리터
시판 가격
오버랜드 : 7.980만원
서밋 리저브 : 8,980만원
(작성일자 : 2022년 2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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