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아우디 A1 스포츠백 30 TDI S라인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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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의 엔트리카 A1 스포츠백을 시승했다. 프리미엄 소형차를 표방하는 것이 미니와 같다. 2010년 데뷔했으며 이번에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국내에 들어왔다. 캐치 프레이즈는 '스스로의 가치를 중시하는 어번 에고이스트를 위한 프리미엄 컴팩트카'다.국내에는 디젤 엔진만 들어왔지만 독일에서는 처음으로 1.0리터 직렬 3기통 가솔린 엔진이 탑재되는 등 등급에 걸맞는 행보로 주목을 끌고 있다. 양산 메이커들의 주전장에서 그 세를 넓혀가고 있는 아우디 A1 스포츠백 30 TDI S라인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그러고 보니 요즘 도로에서 3도어 모델 보기가 어렵다. A/B세그먼트의 모델에 주로 라인업되었는데 3도어 모델을 시승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큰 차를 선호하는 한국시장의 특징이려니 했는데 작은 것을 지향하는 일본시장에도 3도어 모델을 많지 않다.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올랐을 때도 그랬다. 경제성과 합리성을 따진다면 3도어 해치백이 이론적으로 가장 현실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실상은 다르다. 그렇다고 뒷좌석 탑승을 고려하는 모델도 아닐텐데 적어도 한국과 일본시장에서는 3도어보다는 5도어 모델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경차로 분류되는 기아 레이와 모닝, 쉐보레 스파크도 5도어 모델 뿐이다. 현대 엑센트와 기아 프라이드도 국내에 시판되는 것은 5도어밖에 없다. 그 이유는 3도어 모델의 경우 도어가 커 다루기가 번거롭다는 생각도 작용했다.
A/B세그먼트로 분류되는 수입차 들 중에도 3도어는 찾아보기 어렵다. A1이 경쟁 상대로 표방하고 있는 미니가 그렇고 푸조 2008과 폭스바겐 폴로, 피아트 500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보면 3도어와 5도어 해치백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이 굳이 뒷좌석 탑승성이 아니더라도 리어 도어가 있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왕성한 활동을 하는 실용적인 사용자가 자잘한 짐들을 가지고 이동할 때 앞 시트를 앞으로 젖히고 짐을 싣는 것이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는 얘기이다. 해치 도어를 열고 리어 시트를 접은 상태로 하고 다닐 정도로 큰 짐이 없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결혼을 해 아이가 있다면 뒷좌석에 어린이용 시트를 고정하고 다닐 때도 3도어보다는 5도어가 더 좋다는 결론을 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유럽시장에는 여전히 3도어 모델에 대한 존재감이 강하다. 아우디 A1은 물론이고 시트로엥 DS3, 스마트 포투, 기아 리오(프라이드 수출명), 피아트 500, 푸조 208, 폭스바겐 up!, 포드 피에스타, 토요타 아이고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렇게 본다면 실용성에 대한 사고의 차이라기보다는 자동차 문화의 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유럽시장은 전통적으로 해치백과 소형차가 강세다. 남부 유럽으로 갈수록 작은 차가 잘 팔린다. 프랑스만 해도 전장이 4미터 이하의 차가 50% 가량 팔린다. 이태리는 경차의 천국이다. 도심 주차장에서 중대형 세단을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점은 프랑스만 해도 자동변속기차의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한다. 가장 많은 독일도 25%를 약간 넘는 정도다. 이런 차이는 환경으로 인한 것이다. 일본과 한국에서 자동변속기가 100%에 가까운 이유는 오르막 내리막길이 많고 정체가 심한 도심의 도로 환경 때문이다. 미국은 끝없이 계속되는 도로에서 잦은 변속이 필요 없는 상황이 자동변속기를 선호하게 만들었다. 지금은 다단화로 발전해 있지만 초기에는 3~4단만으로도 충분했다.
아우디 A1은 3도어와 5도어 버전 스포츠백을 라인업하고 있다.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세분화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A1은 앞서 언급한 주로 양산 브랜드들의 소형차와 경쟁해야 한다. 20세기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감안하면 격이 맞지 않는다. 그래서 BMW가 미니를 프리미엄 소형차를 표방하는 것처럼 A1도 고급 소형차라는 점을 내 세우고 있다. 그것은 A1이 폭스바겐 폴로와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부터 시작된다. 같은 그룹 내 플랫폼과 부품을 공유하는 모델과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A1은 스포티함과 프리미엄성을 내 세우고 폴로는 사용 편의성을 중시한 기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A1은 아우디의 엔트리카다. 처음 자동차를 구입하는 사용자에게 아우디의 정체성을 알려줘야 하는 임무를 띤 모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가 소형차라고 양산차 수준의 차만들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앞 얼굴에서 싱글 프레임으로 아우디임을 표현한다. 표현은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실은 브랜드의 힘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전측후의 비율만 보면 A3와 다를 바가 없다. 앞쪽에서 그릴과 헤드램프 등의 디테일에서는 차이가 없고 범퍼 아래쪽 안개등이 원형에서 직사각형으로 바뀌어 있다. 3도어와 5도어 스포츠백의 차이가 없다. 약간 각을 틀어 45도 각도에서 보면 A3와는 다른 자세가 나온다. 이 각도에서는 A3와 차별화가 된다.
측면에서는 A필러에서 C필러로 이어지는 루프 아치가 포인트다. 3도어 모델은 아치 부분만 별도의 컬러로 처리하고 있지만 5도어 스포츠백은 아치와 루프 전체의 컬러가 같은 색이다. 아우디 라인업 중에서 이런 컬러링 기법을 도입한 것은 A1이 처음이다. 도어의 크기에서도 물론 차이가 난다. 3도어에 비해 5도어 앞쪽 문짝이 240mm 짧다. 수치보다 더 차이나 보인다. 6라이트 윈도우도 5도어 모델의 포인트. 이런 세그먼트의 차는 휠의 위치를 가능한 바깥쪽으로 밀어 내는 것은 통상적인 수법. 주어진 조건에서 실내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뒤쪽의 그래픽 역시 A3를 그대로 옮겨놨다. C필러의 각이 좀 더 세워져 있는 정도가 눈에 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 도로 위에서 체감하는 크기는 다를 수 있다. 그 역시 디자인의 힘이다.
3도어 모델의 크기는 3,985×1,740×1,425mm, 휠 베이스 2,465mm, 5도어인 스포츠백은 3,985×1,745×1,440mm, 휠 베이스 2,465mm. 크기는 전고에서만 약간 차이가 난다. 전장은 1세대 모델보다 15mm 길어졌다. 시승차인 S라인에는 스포츠 패키지인 스포츠 서스펜션, 스포츠 시트, 15인치보다 큰 16인치 휠 등도 설정되어 있다. 스페셜 버전은 17인치도 있다.
인테리어는 대시보드 레이아웃에서 A3와 차이가 있다. 경량 모델 A2가 단종된 이래 공백이었던 B세그먼트에 투입된 모델인 만큼 중점을 둔 것은 소재의 충실이다. 대시보드는 수평 기조.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브랜드의 일관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네 개의 에어벤트 패널 부분을 알루미늄 느낌의 도금으로 감싼 것이 눈길을 끈다. 비행기 제트 엔진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기본 컨셉은 심플함이다. 상급모델에 익숙한 유저라면 허전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A3와 달리 대시보드 상하를 구분하는 알루미늄 트림이 없다. 대시보드는 수지제 플라스틱 질감으로 고급성을 표현하고 있다.
MMI 시스템을 위한 터치패드 조그셔틀 다이얼은 없다. 오디오와 6.5인치 HDD 내비게이션을 통합한 MMI는 전 그레이드에 표준이다. 한글형 내비게이션과 서브우퍼가 있는 10스피커 시스템 등이 표준으로 장비된다. USB포트가 보이지 않는다.
수동 틸팅&텔레스코픽 기능의 3스포크 천연 가죽 스티어링 휠은 S라인 전용으로 D컷 타입. 휠 직경도 작고 림이 조금 두껍다. 스포티함을 표현하기 위한 수법이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도 마찬가지이다. 레이아웃은 A4등과 같지만 회전계의 숫자, 속도계의 숫자 등은 A3와 같다. 가운데 LCD 디스플레이 창의 매뉴 내용이 특이하다. 예를 들어 ESC를 안정화 제어장치라고 표기하고 있다. 자동차 기능 부문에서는 능률 프로그램이라는 용어도 나온다. 한글을 배운 독일인이 번역한 것 같다.
P, R, N, D/S에 수동 모드가 있는 부츠 타입의 실렉터 레버 주변은 간결하다. 앞 시트 가운데 콘솔박스도 암 레스트와 겸해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시트는 4인승. 당연히 수동 조절식. 이제는 전동 조절에 익숙해 있지만 그래도 수동 조절식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레저와 직물이 혼합된 구성인데 착좌감은 전형적인 아우디. 리어 시트는 40 : 60 분할 접이식. 앞으로 젖히면 완전히 편평하지는 않다. 루프 부분이 3도어모델보다 5mm높였지만 머리 공간이 폴로보다는 약간 좁은 느낌이다. 트렁크 용량은 270리터. 플로어 커버를 들어 올리면 임시 타이어가 보인다. 차체 중량이 1,290kg이라서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
A1의 엔진은 데뷔 당시에는 1.4 TFSI가 기본이었다가 이번 페이스리프트 버전에는 1.0리터 직렬 3기통 엔진이 처음으로 탑재되었다. 물론 국내에는 1.6리터 디젤 버전만 들어 온다.
1,598cc 직렬 4 기통 디젤 직분사 터보차저로 최고출력 116마력/3,500~3,800rpm, 최대 토크 25.5kg.m/1,500~3,200rpm을 발휘한다. 국내에는 폴로와 A1에만 탑재되어 있다. 폴로에서는 90마력, 23.5kgm의 성능이다.
변속기는 7단 S트로닉. 아이들링 스톱이 표준 장비다. 재시동시의 진동이 약간 있는 편이다. 구동방식은 콰트로는 없는 앞바퀴 굴림방식. S1으로 가면 콰트로가 채용된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750rpm. 레드존은 4,6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2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30km/h에서 2단, 52km/h에서 3단, 80km/h에서 4단, 160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 감각은 부드럽다. 그런데 2단과 3단에서 가속 페달이 조금 무거운 느낌이다. 통상적인 주행을 할 때는 별 차이가 없으나 풀 가속을 하면 약간은 힘을 주어야 엔진회전이 반응을 한다. 2.0TDI의 느낌과는 차이가 난다.
시내 주행에서는 특별히 부족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오른발을 부드럽게 조작하면 원하는 토크감은 추출할 수 있다. 가감속하는데 걸리적거리지는 않는다. 물론 2.0TDI 정도의 자극적인 느낌은 없다.
중속에서의 가속감은 저속에서보다는 토크감이 느껴진다. 5단으로의 변속이 진행된 이후에는 약간 호흡을 가다듬으며 가속한다. 변속기의 반응은 매끄럽다. 엔진 사운드도 예상보다는 억제되어 있다. 물론 차의 등급을 고려하면 상급 모델보다 엔진 사운드의 실내 침입 정도가 큰 것은 어쩔 수 없다.
아우디 드라이브 셀렉트’로 엔진 반응속도, 기어변속 타이밍, 스티어링 감도 등을 선택할 수 있다. 다이내믹, 이피션시, 오토의 3가지 모드가 있다. 다이나믹 모드와 이피션시 모드의 반응 차이는 뚜렷하다.
서스펜션은 앞 스트럿, 뒤 토션 빔 타입. 댐핑 스트로크는 A3보다 약간 길게 느껴진다. 독일차로서는 승차감이 상대적으로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다. 현대적 감각으로는 조금 하드한 정도인 것은 A3와 비슷한 특성이다. 다리 이음매 등을 타고 넘을 때는 약간 허풍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같다. 하지만 착지 후에는 차체 강성으로 인해 거동이 금새 안정이 된다. ESC 의 개입 포인트는 중간 수준. 푸트워크는 해치백 특유의 경쾌함. 그러면서 안정감을 준다.
록 투 록 2.5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언더 스티어 경감을 위해 코너링시에 앞 휠 안쪽에 가볍게 브레이크를 거는 전자제어 액슬 디퍼렌셜 록을 채용한 ESP덕이다. 기동성과 민첩성이 생명인 해치백의 거동은 이 핸들링 특성으로 빛을 발한다.
한참을 달리다 보면 미니(Mini)가 떠 오른다. 스타일링에서 뚜렷한 개성의 차이가 있지만 추구하는 바가 그렇다. 이 역시 다양화와 세분화를 추구한 결과다. 프리미엄 브랜드의 A/B세그먼트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물론 시장에 따라 다르다. 한국시장에서 비슷한 가격대의 그랜저를 타는 중년이 A1을 어떻게 볼지는 유럽의 그것과 다르다. 하지만 미니를 타는 머리 희끗한 장년층의 광고에서 보듯이 세상은 갈수록 세분화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매스(Mass)의 시대를 거부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A1은 그런 시대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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