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쉐보레 크루즈 1.4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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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보레의 준중형 2세대 크루즈를 시승했다. 차체를 키우고 주행성을 높이면서도 효율성 향상에도 공을 들인 것이 포인트다. 독일 오펠이 개발을 주도한 새로운 아키텍처를 통해 무게를 120킬로그램 감소시키고 74.6%의 광범위한 부분에 초고장력과 고장력 강판 적용해 차체 강성을 높인 것이 포인트다. 쉐보레 크루즈 1.4리터 가솔린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한국시장에서 준중형은 애매한 세그먼트의 모델이다. 한 때는 볼륨 모델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지만 갈수록 ‘큰 것’만을 좋아하는 소비 성향으로 인해 지금은 중형과 준대형보다 존재감이 약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실제 판매대수보다는 자동차회사들이 수익성 높은 중대형 모델에 더 집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장에서 2011년 준중형차의 점유율은 15.3%였으나 2013년에는13.4%, 2015년 10.8%, 2016년에는 9.7%로 하락했다. 그만큼 SUV 시장이 늘었다. 물론 이 시장 역시 현대 아반떼와 i30가 50%, 기아 K3가 20% 가량 판매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모델이 크루즈를 비롯해 르노삼성 SM3 등이 있으나 존재감이 강하지 못했다. 그 구도를 깨려면 비장의 카드가 필요하다.
쉐보레는 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형 크루즈에 크기와 성능을 내 세우고 있다. 역사적으로 큰 차는 미국차의 장기이다. 거대한 자연환경에서 태어난 모델답게 미국산 차들은 차체 크기가 과장되어 있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컸다. 그런데 그런 크기가 한국시장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수입차 시장에서 포드 토러스나 크라이슬러 300 등 대형 모델이 있지만 이들 모델의 차체 비율은 애매하다. 전장은 5미터가 넘어 E2 세그먼트에 속하지만 휠 베이스는 3미터가 되지 않는 E1세그먼트에 속한다. 그래서 비슷한 크기의 독일차에 비해 현저히 낮은 판매 가격으로 인한 것이다.
그런데 쉐보레가 2016년 말리부를 내놓으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말리부는 흔히 2리터급 중형차로 분류되지만 전장이 5미터에 육박하고 휠 베이스도 한국식 분류로 준 대형급에 속한다. 말리부의 차체 크기가 전장이 4,925mm, 휠 베이스 2,830mm로 국내 동급 모델 중 가장 크다. 현대 그랜저가 각각 4,920mm, 2,845이므로 비교가 된다. 스타일링 디자인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런 차체의 크기가 신형 말리부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했을 수 있다.
이번에 선 보인 크루즈 역시 크기가 남다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아반떼 AD의 차체크기가 4,570×1,800×1,440mm, 휠 베이스 2,700mm인데 크루즈는 4,665×1,805×1,465mm, 휠 베이스 2,700mm로 전체적으로 반 치수 정도 위다. 상급 모델과는 차이가 있지만 동급 모델 중에서는 우위에 설 수 있는 수치이다.
또 하나의 어필 포인트는 차체 강성이다. 선대보다 무게를 120kg 저감하고 74.6%의 광범위한 부분에 초고장력과 고장력 강판 적용해 차체 강성을 높였다. 알루미늄 충격 흡수 범퍼시스템과 차량 사이드 측면의 경우도 충격이 분산되도록 프레임 구조로 설계했다. 후면부의 경우도 연료탱크, 베터리 보호를 위해 고장력 강판 범위를 확대 적용했다. 기존 모델에 비해 차체 강성을 27% 증대 시켰다는 설명이다.
최근 캐딜락과 쉐보레 모델들은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 배경이 차체 강성이다. 강성이 확보되어야 서스펜션 세팅의 여유도가 높아지고 부드러우면서도 안정감있는 하체를 확보할 수 있다.
선대 모델들에서는 그 좋은 차체에 하체의 세팅을 매끄럽게 하지 못해 아쉽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현행 말리부부터 그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크루즈도 그런 흐름에서 등장한 모델이다. 차체 강성이 좋은 것은 이 시승기(First Impression)처럼 짧은 주행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장기간 사용하게 되면 우열이 뚜렷이 드러난다.
쉐보레 브랜드의 크루즈라는 차명으로는 2세대이지만 GM대우의 누비라와 라세티 등까지 포함하면 현재의 모델은 4세대가 되는 셈이다. 오늘날은 많은 자동차회사들이 세대 구분을 차명보다는 세그먼트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선대의 보수적인 터치에서 공격적인 분위기로 바뀐 것이 포인트다. 이 세그먼트의 소비자층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전환이 옳다고 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 경향이 말해 준다. 선과 면의 조합인 스타일링 디자인은 디테일의 변화만으로 이처럼 큰 변화를 이끌어 낸다.
앞 얼굴에서는 신세대 쉐보레의 듀얼 포트 그릴이 중심을 잡고 있다. 말리부와 레이아웃은 같지만 디테일에서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위 아래 그릴의 크기와 돌출량이 다르고 범퍼에 있던 엠블럼이 위쪽 그릴 가운데로 이동했다. 그 좌우로 헤드램프를 연결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날카로운 이미지를 살리고 있다. 낮은 후드가 강조되어 보이는 것도 포인트다. 이 분위기는 쉐보레 볼트(Volt)와 비슷하다. 프로젝션 헤드램프와 LED 주간 주행등을 채용하고 있다.
측면에서는 말리부와 비슷한 쿠페라이크한 루프 형상이 전체 분위기의 역동감을 살려내고 있다. 필러를 중심으로 앞뒤 필러의 경사의 미세한 차이로 인해 세단이라기보다는 쿠페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로 노즈 하이 데크(Low Nose, High Deck)의 공식에 따른 프로포션이 측면의 캐릭터 라인과 어울려 풀 웨지 형상의 스프린터를 표현하고 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날렵한 이미지가 젊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인치업을 할 수 있는 휠 하우스의 크기도 당당한 자세를 위한 조건이다. 앞 펜더 위의 캐릭터 라인과 A-필러에 만들어진 삼각형 보조 유리창, 그리고 레이싱 머신 이미지의 깃발 형태 사이드 미러 등도 스포티한 분위기를 위한 요소들이다.
뒤쪽에서는 높은 엉덩이에 차체 일체형 스포일러를 설계해 스포티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아래쪽 비율이 큰 범퍼도 그런 분위기를 강조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범퍼 좌우에 별도의 캐릭터 라인을 삽입한 것은 밋밋함을 없애기 위함으로 보인다.
인테리어도 익스테리어처럼 분위기가 젊어졌다. 말리부와 마찬가지로 커진 차체만큼 선대 모델에 비해 공간의 여유도가 높아진 것이 우선 눈길을 끈다. 대시보드를 낮게 설정한 때문에 개방성도 신세대 쉐보레 모델들에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대시보드의 레이아웃도 말리부와 일맥상통한다. 가운데 8인치 크기의 터치 스크린을 중심으로 좌우에 에어벤트를 세운 것이 그렇다.
터치 스크린 정전식 모니터에 대부분의 버튼을 통합하고 주변은 간결하게 처리했다. 아래쪽 통합 버튼과 다이얼, 그 아래 공조 컨트롤 패널을 배열하고 있다. 스파크가 애플 카플레이를 국내 최초로 적용했었는데 크루즈에도 채용되어 있다. USB포트로 연결하면 애플카플레이 앱이 표시되고 그 앱을 터치하면 디스플레이되는 것이 약간 다른 방식이다. 최근 등장하는 GM그룹의 모든 모델들은 같은 방식이다.
틸팅&텔레스코픽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말리부의 것을 그대로 옮겨놨다. 스포크 뒤쪽에 오디오 컨트를 버튼이 있는데 처음에는 쉽게 손이 가지는 않지만 익숙해지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레이아웃은 말리부와 같으나 디테일에서 약간 다르다. 가운데 4.2인치 수퍼비전 클러스터를 통해 대부분의 차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실외 온도가 표시되지 않는 것이 의외다.
실렉터 레버의 디자인이 바뀌었다. 노브 상단에 자그마한 버튼이 없어지고 위아래도 레버를 밀거나 당기는 통상적인 타입이다.
시트는 5인승. 6웨이 전동 조절식으로 넓다는 느낌이 우선이다. 랩어라운드 디자인으로 인한 것은 물론이고 실제 공간에 여유가 있다. 중형 세단 부럽지 않다. 리어 시트는 5인승으로 60 : 40 분할 접이식. C필러의 각으로 인해 머리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주먹 하나가 가까스로 들어간다. 좌우와 무릎공간은 충분하다.
수치상으로는 뒷좌석 레그룸은 899mm에서 917mm로 넓어졌고 헤드룸은 앞좌석 뒷좌석 모두 13mm 이상 낮아졌다. 뒤좌석에도 시트벨트 미착용을 경고하는 시스템이 동급 최로로 적용됐다. 트렁크가 의외로 깊고 넓다. 플로어 커버를 들어 올리면 스페어 타이어는 없고 수리공구와 수납공간만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수납공간은 SUV 수준이다.
엔진은 1,399cc 직렬 4기통 DOHC VVT 직분사 터보차저로 최고출력 153마력/5,600rpm, 최대토크 24.5kgm/2,400~3,600rpm을 발휘한다. 기존 1.4리터 엔진의 토크는 20.5kgm였다. 출력은 동급 1.6리터 사양이 132마력 정도다.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비 효율은 높이면서도 파워는 크게 올렸다. 2016년, 2017년 워즈 오토 세계 10대 엔진에 2년 연속 선정된 유닛이다.
변속기는 3세대 6단 AT. 전자제어식 6단 하이드라매틱 자동변속기로 아이들링 스톱 기능도 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900rpm 부근. 낮은 배기량인데도 2,000rpm이하로 내려왔다. 레드존은 6,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5,700rpm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75km/h에서 3단, 120km/h에서 4단, 155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의외의 가속감이다. 뻗어 나가는 맛이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자연흡기 2리터급 엔진에 맞먹는 가속감이다. 중저속에서의 토크감도 디젤차 버금가는 수준이다.
더 좋은 것은 고회전역에서 출력이 사그라 들지 않고 살아난다는 점이다. 시내 주행에서 토크 영역이 2,000rpm 전후라는 점이 상위 배기량과의 차이를 말해주는 정도다. 전 영역에서 고른 파워 추출감으로 인해 차의 등급이 중형이라고 착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전 시승했던 메르세데스 벤츠 E400은 3리터 엔진으로 4리터급을 능가하는 성능을, BMW 신형 5시리즈는 2리터 엔진으로 3리터급보다 더 좋은 파워를 추출하고 있다. 직분사와 터보차저의 상성이 만든 다운사이징의 효과다. 다만 고회전에서의 효율 저하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미국시장은 20세기 말 50%에 육박했던 8기통 엔진이 10%대로 떨어지고 지금은 4기통 엔진의 비율이 70%에 육박할 정도로 다운사이징이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서도 시끄럽지 않다. 부밍음도 충분히 억제되어 있고 로드 노이즈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차음과 소음 모두 이 등급으로는 수준 이상이다. 대시보드 부분의 방음을 비롯해 방진 패드의 적용, 사운드 업소버 적용 등에 의한 것이다.
다운 힐 모드도 개선됐다. 경사도 5% 이상의 급격한 내리막길에서 저절로 감속하는 기능인데 과거에는 그로 인해 위화감이 있었다. 부자연스러웠다는 얘기이다.
서스펜션은 앞 맥프슨 스트럿, 뒤 토션 빔 타입. 댐핑 스트로크는 짧게 느껴진다. 차체 강성이 확보되니까 이렇게 짧게 해도 체감상으로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노면의 요철에 대한 반응도 아주 좋다. 다리 이음매를 타고 넘을 때 착지감이 좋다. 전체적으로 거동이 진중하게 느껴지게 하는데 서스펜션의 역할이 크다. 이 부분은 가속감과 함께 크루즈의 세그먼트를 넘는 수준이다.
록 투 록 3.0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하는 핸들링 특성은 약 언더. 응답성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부족하지 않다. 보쉬제 R-EPS 시스템의 반응은 섀시 전체의 특성과 마찬가지로 진중하다. 랙 타입의 전동 파워스티어링은 앞바퀴를 조향하는 랙(Rack)을 직접 제어하는 타입으로 조향 안정감이 좋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안전장비로는 6개 에어백을 비롯해 전방 충돌 경고 시스템을 비롯해 전방 거리 감지 시스템,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차선 이탈 경고 및 유지 보조 시스템, 스마트 하이빔 등이 만재되어 있다. 이 중 차전 유지 보조 시스템은 좌우로 시소 하는 타입으로 1세대 장비이다. 졸음이나 순간적인 부주의로 인한 위험을 막아주는 장비라는 점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상위 모델들은 차로 중앙을 유지해 준다.
신형 크루즈는 크기와 성능만으로 보면 중형에 가까운 모델이다. 데뷔 당시 1,800만원대에서 시작하는 가격 설정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실제 이 등급 소비자들은 대부분 1,800~2,000만원대의 모델을 구입하게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도 있다. 배기량의 차이로 자동차 세금의 혜택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는 상당히 단순하다. 구입하기 전 가격표의 수치만으로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점을 극복하고 크루즈만의 장점을 어떻게 어필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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