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미니 쿠퍼 SD 컨트리맨 All4 시승기 |
컨텐츠 정보
- 616 조회
- 목록
본문
미니 2세대 컨트리맨 쿠퍼SD를 시승했다. 지난 봄 한국시장에 상륙한 모델이다. 컨트리맨은 BMW가 규정한 SAV라는 장르에 포함되어 크로스오버로서의 성격을 표방하고 있다. 독창성이 강한 모델들이 그렇듯이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세대 변화를 표현하고 있다. 미니 쿠퍼 SD All4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컨트리맨이 처음 등장했을 때 미니(Mini)가 아니라 맥시(Maxi)라고 했었다. 그만큼 크다는 얘기였다. 지금은 또 다른 차원에서 미니가 보인다. BMW 미니가 처음 데뷔했을 때는 아주 강한 독창성을 가진 스타일링 익스테리어 때문에 모델체인지 때 어떻게 변할까를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후 다양한 보디 베리에이션을 창조하며 미니만의 세계를 만들어 냈다. 3도어 해치백 모델부터 5도어 해치백, 쿠페, 컨버터블, 로드스터, 페이스맨과 클럽맨 SAV인 컨트리맨까지 8가지나 됐었다. 페이스맨과 클럽맨, 컨트리맨 등 소위 ‘맨’시리즈는 세분화에 대한 아이디어가 돋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기자는 10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세분화가 정점에 달했을 때 미니 브랜드에는 루프와 휠의 컬러 선택에서부터 시작해 익스테리어에서 300가지, 인테리어에서 370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출고된 모델 10만대당 똑 같은 모델이 하나도 없었다는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옵션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포르쉐와 같은 수준의 세분화는 미니의 가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런데 또 기자의 예상과는 달리 라인업을 정리했다. 쿠페와 로드스터, 페이스맨등이 라인업에서 사라졌고 3도어와 5도어 해치백, 컨버터블, 클럽맨, 컨트리맨 등으로 정리됐다. 중국시장을 위한 세단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더 작은 미니를 개발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물론 미니측에서는 개발과 생산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그런 소문을 일축했다.
대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인 SE가 추가됐으며 BEV인 미니 일렉트릭도 있다. BMW 전동화차 개발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했던 미니에도 전동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JCW 버전은 여전히 강력한 주행성과 희소성을 무기로 강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물론 여전히 쿠퍼, 쿠퍼 D, 쿠퍼 S, 쿠퍼 SD, 그리고 각각 4WD인 ALL4가 설정되어 세분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
미니가 BMW 그룹에서 부활한 것이 2001년이니까 벌써 1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처음 만난 것은 한국시장에 수입되기 전인 2004년이었고 2005년 정식 수입된 이래 모든 모델을 시승하면서 기자는 자동차회사의 라인업 전략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미니를 통해 공부를 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모델을 창조해 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폭스바겐 비틀이 그렇듯이 미니가 가장 많이 팔리는 시장은 본국인 영국이고 그 다음이 일본, 그리고 미국이다. 미국시장에서는 2012년 6만 6,123대, 모델 말기인 2013년에도 6만 6,502대가 팔렸다. 2016년은 4만 7,000대 수준으로 하락했다. 네 번째로 많이 팔리는 중국에서도 판매가 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중국의 미니 수요자 중 여성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BMW 미니가 처음 데뷔했을 때 연간 판매 10만대 목표를 설정했으나 2013년 30만대를 넘었다. 2016년 글로벌 신차 판매대수는 2015년보다 6.4% 증가한 36만 233대였다. BMW 미니는 2016년 12월 2일 영국 누계 생산대수 300만대를 돌파했다. 로버 미니를 인수해 BMW 그룹이 생산하기 시작한 미니는 2001년 이후 영국 옥스포드 공장에서 생산을 해왔으며 2006년 2세대, 2013년에 3세대로 진화했다. 옥스포드제 미니는 전체 생산의 약 80%가 수출된다. 300만대째의 모델은 클럽의 JCW(존쿠퍼워크스). 로버 미니는 2000년 9월까지 538만 7,862대가 생산됐었다.
3세대 미니 시리즈는 BMW 1시리즈와 2시리즈에 유용하고 있는 UKL2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고 있다. 컨트리맨은 차체가 한 단계 커졌다. 크로스오버 붐에 대응한 것이다. 미니 3도어 해치백은 유럽 기준 B세그먼트에 해당한다. 그에 비해 컨트리맨은 C세그먼트의 크기이다. 하나의 모델이 두 세그먼트를 넘나드는 것이다. 크기만 다른 것이 아니라 크로스오버 열풍에 대응하고 전동화도 추구하는 등 만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새로운 컨트리맨은 이전 모델에 비해 전장은 200mm 길어졌고 전폭은 30mm가 넓어졌으며 전고는 50mm 높아졌다. 또한 휠 베이스는 80mm 확대되었다. 차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폭스바겐 골프와 아우디 Q3 등 이 격전을 벌이고 있는 C세그먼트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고 있다. 전장×전폭×전고 4,299×1,822×1,557mm.
미니도 강한 독창성을 바탕으로 디테일의 변화를 통해 세대의 진화를 표현하고 있다. 차체가 커진 만큼 볼륨감이 더 강해졌다. 미니의 아이콘 중 하나인 헤드램프의 그래픽과 라디에이터 그릴도 변화를 주었다. 어댑티브 LED 헤드램프와 LED 안개등이 채용되어 있다. 미니 라인업 중 유일하게 루프 레일이 표준이다.
센터 페시아 가운데 커다란 원형 모니터가 중심을 잡는 것은 변함이 없다. 커다란 화면인 만큼 분할 스크린도 가능하다. 계기판이 커지고 좌우에 보조 미터류가 추가되는 등 적지 않은 변화를 추구했다. 에어벤트가 원형에서 타원형으로 바뀐 것은 원을 위주로 해 온 그동안의 문법을 생각하면 큰 변화다.
기존 모델의 토글 스위치에 있던 주행 모드 변경은 기어노브를 감싸고 있는 원 부분으로 옮겨졌다. 토글 스위치는 크롬 도금으로 고급감을 살리고 있다. 미니 내비게이션과 함께 작동하는 추돌 경고 어시스트 시스템이 추가됐다. 차량의 주행 방식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운전자가 운전에 집중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면 센터페시아 화면에 경고 그래픽을 띄운다. 내비게이션 화면 오른쪽 연비와 차량 정보 등을 스마트폰으로 스와이프 조작할 수 있다. 다이얼로도 조작이 가능하고 손으로 글씨를 입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수준의 작동감은 아직 아니다.
2세대에 처음 채용된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스티어링 휠 뒤쪽에 팝업 타입의 글래스에 투영하는 방식이다. 글씨가 스티어링 휠 약간 오른쪽으로 보인다. 높이와 각도를 설정할 수 있다. 조작 스위치 변경 등에서의 변화의 폭이 넓고 운전자의 시각적인 인지 향상에 도움을 주는 사항들이다. 계기판 좌우에 엔진회전계와 연료 게이지가 설계된 것이 시각적으로는 가장 큰 변화다. 수동식 주차 브레이크가 전동식으로 바뀐 것도 새롭다.
길어진 휠 베이스로 뒷좌석 공간이 넓어졌다. 뒷좌석의 히프 포인트가 앞좌석보다 높다. 적재공간은 기본적으로 450리터지만 리어 시트를 접으면 1,309리터까지 확대된다. 이전 모델보다 220리터가 늘어났다. 플로어 아래 수납공간도 넉넉하다.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손대지 않고 열 수 있는 전동 테일 게이트가 옵션이다.
미니 컨트리맨은 1.5리터 직렬 3기통 트윈 터보 가솔린엔진의 쿠퍼를 기본으로, 쿠퍼 S와 존쿠퍼 웍스는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가솔린엔진이 탑재된다. 쿠퍼 D 및 SD 는 2.0리터 직렬 4기통 트윈 터보 디젤엔진이 탑재된다. 여기에 첫 PHEV 미니 쿠퍼 SE에는 1.5리터 직렬 3기통 트윈 터보 가솔린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다. 7.6kWh의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되며, EV모드로 40km 주행이 가능하다.
시승차는 1,995cc 직렬 4기통 DOHC 트윈파워 터보 디젤로 최고출력 190마력/4,000rpm, 최대 토크 40.8kg.m(400Nm)/1,750-2,500 rpm을 발휘한다. 모듈러 엔진 시리즈다. 출력과 토크 수치는 쿠퍼 D와 다르지만 발생 회전수는 같다.
변속기는 8단 AT. 구동방식은 4WD로 필요에 따라 뒷바퀴에 100% 토크를 배분하는 타입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뒷바퀴가 스핀하는 경우도 있다. 시승하는 날 눈발이 날린 탓도 있을 것이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 회전은 1,500rpm 부근. 레드존은 5,3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000rpm을 막 넘으면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상황에 따라서는 5,000rpm가까이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35km/h에서 2단, 60km/h에서 3단, 90km/h에서 4단, 120km/h에서 5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더 매끄러워진 변속감이다.
발진감이 한층 두터워졌다. 쿠퍼 D보다 90kg 무겁지만 저중속에서의 토크로 충분히 커버한다. 그로 인해 느낌상 고카트를 표방한 해치백 모델과는 전혀 다르다. 이미 다른 모델들에서도 그런 변화가 있었지만 2세대 컨트리맨은 플랫폼의 변화와 함께 그 성격이 정숙성과 쾌적성을 중시하는 쪽으로 더 진화했다. 진동이 줄어든 것도 한 몫을 한다. 고속도로로 올라가면 그런 특성이 한층 두드러진다. 로드 노이즈나 풍절음도 잘 억제되어 있다. 외부에서는 디젤차임을 알 수 있는 엔진음이 들리지만 실내에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고 표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미니의 성격상 그렇다는 얘기이다. 와인딩에서의 반응은 살아있다. 그러면서 승차감은 부드럽다. 노면의 요철에 대한 흡수력도 좋다. 차분하고 온화해진 주행성이 특징이다. 이전 세대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이는 젊은층의 패밀리카로서도 어필할 수 있는 대목이다.
록 투 록 2.5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약 언더. 응답성이 날카롭지는 않지만 빠른 편에 속한다. 저속에서는 오프로드를 감안한 거동을 보이기도 한다. 서스펜션과 어울린 조타감은 선대 모델보다는 약간 무거워진 느낌이다. 패밀리카로서의 용도와 오프로드 주행에서의 미묘한 컨트롤을 감안한 세팅으로 보인다. 미니의 모델들을 시승할 때 가끔씩은 BMW 미니로 등장했을 때의 고카트 감각을 느껴 보고 싶은 충동이 있었으나 컨트리맨에서는 더 이상 그런 생각은 나지 않는다.
컨트리 타이머로 오프로드 주행을 감지해 그 시간을 적산하는 것도 재미있는 발상이다. 컨버터블의 오픈 타이머와 같은 맥락이다. 험로에서는 차량의 좌우 진동이나 기울기 등을 측정해 화면 오른쪽 하단의 비트레이트가 올라간다. 오프로드에서의 가벼운 진동에는 40~50의 박동수가 표시되지만, 45도 기울기의 경사로에 왼쪽 바퀴만 걸치고 주행하는 코스에서는 130대까지 빠르게 수치가 올라갔다. 여기에 차량의 높이가 점점 높아지고 바퀴가 커지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얼마나 자극적인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고 있는지 표시해 준다.
오늘날의 미니 모델들은 센터페시아의 디스플레이창을 보면 디지털 감각에 충실하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은 아날로그적인 성격이 우위에 있다. 스타일링과 디자인으로 더 눈길을 끌면서 시대적인 트렌드를 접목하는 것은 다를 바가 없는데 미니만의 독창성이 여전히 먹힌다는 것이 힘이다. 라인업의 다양화를 했다가 다시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시장과의 대화를 통해 시대적인 흐름을 읽어 낸다. 그 작은 차체를 베이스로 크로스오버 영역에까지 확대할 수 있는 것은 브랜드 파워다.
관련자료
-
링크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