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메르세데스 AMG C63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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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AMG C63을 시승했다. AMG라는 브랜드가 말하듯이 이미지 리더로서의 절대 우위를 강조하기 위한 차만들기가 특징이다. 그것은 수퍼리치들의 욕구 충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경쟁모델보다 절대 수치에서의 우위를 중시하는 메르세데스의 전통은 여전하다. BMW M3와 함께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독창성을 강화하며 주행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독일식 스포츠 세단이 갖추어야 할 디테일을 통해 감성적인 면도 강조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AMG C63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오랜 만에 8기통 차다. 다운사이징의 시대에 대 배기량 차를 탈 기회가 많지 않다. 대 배기량이라고 하지만 4리터다. 이는 BMW M3의 직렬 6기통 등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진다. 세상은 알게 모르게 많이 바뀌었다. 시대적인 요구인 연비와 배기가스 저감이라는 과제를 충족시키면서 더 강력한 힘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직분사 시스템과 터보차저의 덕이다.
고가의 럭셔리, 고성능 모델들의 판매가 일취월장하고 있다. 20세기의 상식과 21세기의 그것이 많이 달라져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모델들은 희소성을 강조하며 판매를 제한했었다. 메르세데스와 BMW 등은 60만대의 판매대수를 목표로 한 적도 있다. 지금은 200만대에 육박해 있고 400만대의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그러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급'이라는 이미지의 손상에 관한 것이다. 그에 대해 메르세데스는 그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2%에 불과하다며 희소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판매대수가 그런 우려를 씻어 내고 있다. 최대 격전장인 미국시장에서 2015년 8월까지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의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해왔다. 아우디로 12%, 메르세데스 벤츠 7.3%, BMW는 5.3%씩 각각 증가했다. 유럽시장에서는 아우디, BMW 또는 메르세데스의 월간 판매량이 양산 브랜드인 시트로엥, 피아트, 토요타보다 많다. 이들 세 개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년 전에는 10%였는데 2014년에는 17%로 증가했다.
그 배경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 새로운 모델, 중산층의 감소 등 사회적인 현상에 적절한 대응이 있다. 앞바퀴 굴림방식 소형차 라인업 확대로 전체적인 볼륨을 늘렸다는 것이다. 메르세데스는 지난 5년 간 컴팩트카의 모델 수가 2개에서 5개로 늘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를 충족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것들이 새로운 모델로 소비자들을 끌어 들였고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4년에는 33%에 달했다. 2025년에는 42%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퍼 차이나의 수퍼 리치 급증도 판매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에는 수십억 달러의 자산가 700명, 백만장자는 150만명에 달한다. 미국 다음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라, 맥주와 와인 세계 최대 시장, 세계 최대의 악기 시장이 중국이다. 구찌의 베이징 매장 수가 뉴욕보다 세 배나 많다. 중산층이 5억명에 달한다는 수치는 서양식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 중국시장에서 메르세데스의 2015년 상반기 중국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14만 5,141대였다. 아우디, BMW와의 차이가 좁혀졌다. 내년에는 중국이 메르세데스의 최대 시장이 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아우디의 중국 판매는 26만 8,666대로 18%, BMW는 22만 5,035대로 23%가 늘었다. 메르세데스는 판매 증대를 위해 올해에만 100개의 딜러십을 오픈한다. 올해 말까지 200개 도시에 440개의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그런 판매 증가를 뒷받침하는 것은 브랜드 파워다. 다임러가 메르세데스 AMG라는 하위 브랜드를 다시 정리한 것도 그 일환이다. 지금까지는 C63 AMG라는 차명을 사용했지만 이제는 메르세데스 AMG C63이다.
우선 내 세우는 것은 엔진 성능의 절대 수치다. 최강 버전 C63S에는 510ps/700Nm, C63에는 476ps/650Nm의 4.0리터 V8 DOHC 트윈 터보가 탑재된다. BMW M3의 3.0리터 직렬 6기통은 431ps/550Nm이다. 메르세데스는 항상 모든 세그먼트에서 경쟁 모델보다 절대 수치에서의 우위를 지키는 자세를 견지해 왔다.
그런 자세는 도전하는 경쟁 모델들을 의식한 면도 있다. 최근 등장한 재규어의 D세그먼트 모델 XE를 비롯해 아우디 S4/RS4 등 유럽 브랜드는 물론이고 렉서스의 IS시리즈와 캐딜락 CTS 도 커져 가는 럭셔리카 시장 공략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당장에 이들과 직접 비교되지는 않을지라도 시장에 따라 다른 양상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C클래스를 베이스로 차이지만 AMG의 옷을 입혀 놓은 것 만으로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에어로파츠로 인한 시각적인 것도 있겠지만 V8 turbo라는 로고와 19인치 휠 등은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19인치 휠에 편평률 35의 광폭 타이어로 인한 자세는 압권이다. 복잡한 디테일을 넣지 않고도 이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가운데 바가 하나라는 것은 메르세데스의 스포츠 라인업을 표현하는 것이고 트렁크 리드에 설계된 검정색 맆 스포일러도 AMG만의 디테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3와 비교하면 보수적인 색채가 더 강하다.
앞쪽에는 V8엔진의 냉각을 위해 개구부를 키운 A윙이라고 부르는 앞 범퍼와 에어 인테이크가 있다. 측면에서는 베이스 모델보다 좌우 펜더는 15mm, 오버 행은 60mm 연장되어 있다. AMG 강화 브레이크 시스템은 디스크 로터 직경이 앞 390mm, 뒤 360mm. 캘리퍼가 S버전은 붉은 색인데 베이스 모델은 실버. 뒤 범퍼 아레에는 배기 파이프 끝과 일체화된 디퓨저가 장비되어 있다.
인테리어 역시 AMG 전용 트림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대시보드의 레이아웃은 그대로이지만 전용 스티어링 휠과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 클러스터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트림에 따라서는 빨간 바늘땀 처리를 한 것도 있지만 시승차는 바늘땀 처리가 같은 색으로 처리되어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그립부에 흡습성이 좋은 DINAMICA 소재의 이 스티어링 휠의 촉감은 여전히 좋다. 나파 가죽으로 감싼 림은 엄지가 들어가는 부분과 다른 손가락이 닿는 부분에 각을 주어 그립감이 좋다. AMG 전용의 붉은 색 바늘과 테두리로 처리된 블랙 카본 미터 패널은 스포티함을 표현하면서 시인성도 좋다.
리틀 S클래스를 지향하는 센터 페시아를 AMG에서 보는 것도 새롭다. 신세대 메르세데스의 아이콘인 다섯 개의 원형 에어벤트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그보다는 스마트폰 감각으로 조작할 수 있는 터치 패드를 중심으로 간결성으로 높은 질감을 표현하는 디테일은 여전히 좋아 보인다. 다양한 하이테크 장비를 채용하고 있지만 시각적으로 복잡하지 않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그것을 기능성과 예술성의 균형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가운데 아날로그 시계는 스위스 IWC 제.
이 시대의 스포츠카는 돌출형 8.4인치 디스플레이를 통해 커맨드 시스템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조작은 터치 스크린이 아닌 콘솔박스 앞의 다이얼로 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사용된다. iOS와 안드로이드와 블랙베리용 시스템 등 시장에 따라 적용된다. 컨트롤러 좌우에 주행모드 선택 버튼이 설계되어 있다.
시트는 5인승. 나파 가죽이 표준이다. 헤드레스트에 AMG 로고가 엠보싱 처리되어 있다. 이 역시 트림에 따라 쿠션과 등받이 부분을 붉은 색으로 투 톤 처리한 것도 있다. 시승차는 연갈색으로 다이아몬드 퀼팅 처리로 고급감을 표현하고 있다. 착좌감은 부드럽다. 장르를 생각했을 때 그렇다. 세단에 비하면 조금은 하드한 편이다.
리어 시트는 40 : 20 : 40 분할 폴딩식. 선입견 때문인지 베이스 모델보다 공간이 좁게 느껴진다. 그것은 커다란 선루프가 해소해 준다.
AMG C63에는 C63과 C63S가 라인업되어 있다. C63S는 510ps/700Nm으로 베이스 모델보다 출력/토크가 34ps/50Nm 더 높다. 시승차는 C63으로 3,982cc V8 DOHC 트윈 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476ps/5,500-6,250rpm,최대 토크 66.3kg.m/1,750-4,750rpm을 발휘한다. 2012년형 C63 AMG는 6.2리터 V8에 451마력이었다. 대폭 다운사이징을 했지만 성능은 오히려 증강됐다. D세그먼트의 차체에 강력한 엔진을 탑재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한다고 하는 캐치프레이즈를 내 세우는 배경이다.
사운드가 중요한 장르인 만큼 배기관 내에 연속 가변 플랩을 설계해 상황에 따라 사운드를 달리 표출한다. C63 S에는 3종류의 사운드가 설정되어 있다. 주차장이나 주택가, 고속도로의 정속 주행, 그리고 스포츠 주행시의 사운드를 달리할 수 있다.
변속기는 듀얼 클러치인 AMG 스피드 시프트 MCT. 토크 컨버터가 아닌 습식 다판 클러치를 채용했다. 여기에 다이나믹 실렉터 스위치로 인디비쥬얼, 컴포트,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등의 전환이 가능하다. S버전에는 레이스 모드가 하나 더 있다. 엔진의 응답성부터 댐퍼의 강도, 변속기, 배기음, ESP의 세팅까지 바뀐다. 그런데 이런 기능보다 실렉터 레버가 칼럼식인 것은 아쉽다. 스포츠카답게 플로어 시프트로 해 오른 손에게도 동참하는 즐거움을 제공했으면 좋을 성 싶다. 패들 시프트가 있지만 아무래도 아날로그 감각도 원하는 이런 장르의 유저들에게는 필요한 요소다.
ESP는 별도로 On, S, Off로 세팅이 가능하다. On상태에서부터 통상적인 모델에 비해 아주 빨리 개입한다. 노면의 그립 상태를 예민하게 감지해 대응하는 느낌이다. S에서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개입이 늦어진다. Off 모드 주행에는 사전에 숙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바퀴 굴림방식차에만 익숙한 운전자들은 더 그렇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600rpm 부근. 배기량을 감안하면 약간 높은 설정이다. 레드존은 7,0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6,500rpm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95km/h에서 3단, 150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시에는 가속 페달을 조금만 강하게 밟으면 휠 스핀이 발생한다. 토크 스티어는 없다. 이 순간 이 차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 아 C클래스가 아니었지? 과격하다, 폭력적이다 하는 표현을 사용해 본지 오래됐는데 AMG C63이 다시 상기시켜 준다.
다시 오른 발에 힘을 주면 거의 같은 톤으로 첫 번째 벽을 돌파한다. 이후로도 별 다른 생각없이 가속이 이루어진다. 0-100km/h가속성능은 물론이고 중고속에서도 거침없이 바늘을 끌어 올린다. 터보차저의 작동 포인트를 생각할 겨를 없이 치고 올라가며 상대적으로 가벼운 차체를 농락한다. 변속기와 엔진의 궁합이 빼어나다. 그야 말로 동력 손실 없이 있는 그대로를 노면에 전달하는 느낌이다. 펀치력이라는 단어가 다시 떠 오르는 순간이다. 언제나 하는 이야기이지만 이런 성격의 차를 만나면 서키트에 들어가서 도전해 보고 싶어진다.
서스펜션은 앞 4링크, 뒤 멀티링크. 댐핑 스트로크는 짧다. 노면의 요철은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다리 이음매를 타고 넘을 때는 그 댐퍼의 세련성을 확인할 수 있다. 분명 요철은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순간적으로 진동은 사라진다. 차체가 솟았다가 가라앉는 속도가 아주 빠르다. 다이나믹 실렉트 스위치를 Sport로 바꾸면 일시에 차의 거동과 사운드가 달라진다. 컴포트와 스포츠 모드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 차이가 200rpm 정도 차이밖에 나지 않는 것에 비해 체감상의 감쇄력 변화는 뚜렷하다.
분명 앞쪽에 엔진이 있고 뒷바퀴를 굴리는 타입인데 엔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코너링시에 엔진 룸 내에서 엔진 블럭으로 인한 자세 변화가 없다.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하는 핸들링 특성은 뉴트럴. 응답성은 즉답식이다. 거의 1 : 1로 차체가 원하는 만큼 따라온다. 다만 헤어핀의 연속인 와인딩에서는 타이어가 미세하게 앞서간다는 느낌이 든다. 19인치 광폭 던롭 타이어는 접지력을 우선한 선택이다. 노면을 잡고 가는데는 뛰어난 타이어이지만 광폭에서는 종종 앞서간다. 그렇다고 턱인 현상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뒤쪽에 밀어 붙여 앞 코가 더 먼저 꺾이는 현상은 없다.
특히 이런 경우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깊이 밟아야 한다거나 강하게 푸시를 할 필요가 없다. 체감을 해 보지 않고는 감을 잡을 수 없다. "달리고 돌고 멈추고"에서 멈추고가 되지 않으면 나머지는 별무 소용이다. "달리고 돌고 멈추고"는 기본이 아니고 궁극의 성능이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멈추는"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AMG C63은 차체 크기에 비해 과한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넘치는 파워를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바로 그 점이 메르세데스 AMG가 C63을 통해 노리는 점이다. 폭력적인 파워로 이 시장의 절대 강자 M3를 넘겠다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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