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마세라티 기블리 3.0 디젤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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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 기블리 디젤을 시승했다. 100년 역사의 마세라티 사상 최초의 디젤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다. 이탈리아 VM모토리제 디젤 엔진은 콰트로포르테에도 탑재된다. 같은 엔진인데도 콰트로포르테는 정숙성에, 기블리는 스포츠성을 표현하려 했다. 6기통 가솔린보다 25kg의 중량 증가에 그친 것 등으로 인한 것이다. 마세라티 기블리 3.0 디젤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 특이한 현상이 한 두 가지 아니다. 급작스러운 증가세와 프리미엄 대형 세단의 판매대수가 세계 4위에 달한다. 벤틀리와 포르쉐, 마세라티 등 하이엔드 니치 프리미엄 브랜드들의 급증세도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디젤차 점유율 70%라고 하는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유래를 찾을 수 없을 정도라고 하는 점도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들여다 보면 이해가 가능하다. 마세라티의 2014년 글로벌 판매 대수는 3만 6,500대로 전년 대비 136%가 증가했다. 2014년 마세라티는 페라리 산하였던 1998년보다 100배, 2005년보다 10배가 많이 팔렸다. 이는 볼륨이 급증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보다 희소성이 높은 브랜드를 찾는 유저가 증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한국시장에서도 수입차라는 '같음'을 추구하는 속에서도 '다름'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마세라티는 새 엔트리 모델 기블리의 투입과 콰트로포르테의 3세대 모델이 주효했다. 기블리는 마세라티의 첫 E 세그먼트로 모델로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의 인기가 좋았다. 전체 판매대수 중 기블리가 2만 3,500대였다. 시장별로는 미국이 110% 증가한 1만 4,690대로 가장 많았고 중국은 148% 상승한 9,400대였다. 유럽은 153%가 가장 상승 폭이 컸다. 유럽은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 디젤이 판매를 주도했다. 중동은 2,050대로 144%가 뛰었다.
그런 마세라티가 올 들어 판매가 줄어 들면서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의 생산을 축소했다. 이탈리아 그루글리아스코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마세라티는 7월까지는 2교대로 낮추었고 일부 라인은 잠시 가동을 중지하기도 했다. 2014년 출시 예정이었던 SUV 레반테도 2016년으로 다시 1년 미뤘다. 다른 추측을 할 수도 있다. 모 회사인 FCA는 2014년에 마세라티의 글로벌 판매를 7만 5,000대로 제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한 것이다.
당초 피아트 산하였던 마세라티는 1997년 경영권이 경영권이 페라리로 넘어갔다가 2005년 다시 피아트로 넘어갔다. 이 때부터 모던 마세라티를 기치로 내걸었고 2세대 콰트로포르테의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 그 시점에서 판매대수는 98년의 10배 이상인 5,659대였다.
지금은 2015년 판매 목표를 5만대로 설정하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나 희소성이라는 하이엔드 프리미엄 브랜드의 가치를 위해 판매대수 제한을 거론할 정도로 너무 잘 나가고 있다.
그 잘 나가는 마세라티의 판매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기블리다. 기블리는 출시 직후 2만대가 넘는 주문이 밀린 마세라티 전무의 히트작이다. 기블리는 콰트로포르테의 숏 버전이다. 거기까지는 시대적인 추세이기에 특별할 것이 없다. 하나의 플랫폼을 다양한 모델들을 생산하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주목을 끄는 것은 100년 마세라티 역사상 처음으로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과거 GM의 산하에서 지금은 피아트 100% 자회사화된 이탈리아의 엔진 서플라이어 VM모토리와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100년이라는 다채로운 마세라티의 역사를 감안하면 지금의 판매대수는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긴 역사에 디젤이라고 하는 단어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장에 따라 70%의 차가 디젤 엔진이 탑재되어 판매되고 있다. 내년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 SUV 레반테도 디젤 버전이 나온다.
이는 각 국의 배기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하기 위한 전략이다. 당장에는 판매대수가 적어 규제 제한에 걸릴 가능성이 낮지만 지금의 상승세라면 충분히 염려할 수준이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디젤 엔진 금지법'이 있는 일본시장에도 콰트로와 기블리 디젤 엔진을 투입한다. 최근 만나는 일본의 자동차 전문기자들은 물과 수년 전만 해도 '설마 일본에도 디젤차가?' 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메르세데스와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뛰어 들고 있다고 한다.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는 S클래스와 7시리즈를 경쟁 상대로 표방하는 양산 하이엔드 럭셔리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고 있다. 그에 비해 기블리는 E클래스와 5시리즈, A6 등에 해당한다. 마세라티 라인업은 이외에 그란투리스모와 그란 카브리오 등이 있다.
마세라티는 역량있는 레이싱 컨스트럭터였던 점, 그리고 반세기 이상 스포츠와 럭셔리카를 표방한 모델이라는 독창성이 지금에 와서야 빛을 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언급해왔듯이 세분화라는 시대적 화두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사용자들의 원하는 바가 더욱 다양해지고 그런 가운데 희소성 높은 브랜드들이 주목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기블리는 기본적으로 리틀 콰트로포르테라고 할 수 있다. 차체 크기가 전장×전폭×전고가 4,970×1,945×1,455mm, 휠 베이스 2,998mm로 휠 베이스와 전장은 콰트로포르테보다 짧지만 전폭은 콰트로포르테의 1950mm와 비슷하다. 기본 구성은 콰트로포르테와 거의 공통이라는 얘기이다.
스타일링 익스테리어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마세라티 패밀리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삼지창을 중심으로 한 마세라티 그릴과 앞 펜더 뒤쪽의 세 개의 에어벤트, 쿠페라이크한 루프 라인, 뒷바퀴 굴림방식의 전형적인 차체 비율 등이 그것이다.
앞 얼굴에서는 바이제논 타입 헤드램프의 그래픽이 뚜렷이 차이가 난다. 헤드램프의 위치가 통상적인 모델들에 비해 낮은 위치에 설정되어 있다. 일체형 프로젝터 렌즈에 LED 주행등을 채용하고 있다. 범퍼 아래쪽 에어 인테이크는 좌우로 크게 입을 벌린 형상이다. 차체를 낮고 넓어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측면에서는 낮은 코의 위치가 전체 이미지를 주도한다. 롱 노즈 하이 데크라고 하는 스포츠 세단의 전형은 콰트로포르테와 같다. C필러 부분의 쿠페라이크한 루프라인만을 분리하면 오늘날 유행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린하우스가 좁은 것도 마찬가지이다. 앞 휠 하우스 끝에서 시작해 앞 뒤 도어를 거쳐 뒤 휠 하우스쪽으로 꺾어지는 라인과 대퇴부 위쪽의 캐릭터 라인이 역동감을 표현하고 있다.
뒤쪽에서는 스포일러 일체형 설계의 트렁크 리드와 좌우로 길게 뻗은 LED 테일 램프가 차체를 넓어 보이게 한다. 측면에서는 캐릭터라인으로 보이는 것이 뒤쪽에서는 어깨선의 볼륨감을 표현하고 있다. 범퍼 아래에는 듀얼 트윈 파이프가 차의 성격을 주장한다.
실내에서는 검정색과 자주색 투 톤 레저가 화려하다. 크라이슬러에서 보았던 전자장비가 부분적으로 보이는 것이 과거와는 다른 점이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 등 수지류의 질감이 뛰어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디자인으로 그 약점을 상쇄하고 있다. 합성 가죽으로도 그런 효과를 내고 있다.블랙과 레드 투 톤으로 처리된 것이 스포츠세단으로서의 성격을 말해준다. 시동 버튼 위치가 포르쉐처럼 스티어링 칼럼 왼쪽에 있다.
센터 페시아에는 맨 위쪽에 자그마한 타원형 아날로그 시계가 도드라져 보인다. 그 아래 8.4인치 마세라티 터치 컨트롤(Touch Control) 디스플레이가 중심을 잡고 있다. 이것은 크라이슬러의 인포테인먼트 터치 스크린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다시 에어컨 컨트롤 패널은 듀얼존 시스템인데도 간결하게 아날로그식으로 처리되어 있다.
전동 틸팅& 텔레스코픽 기능의 레저로 감싼 3스포크 스티어링 휠은 스포츠 세단으로는 좀 커 보인다. 스포크 뒤에 크라이슬러차에 있는 오디오 볼륨 버튼이 있다. 패들 시프트는 칼럼 고정식이고 그 뒤로 방향지시등 조작을 위한 레버가 좀 멀게 느껴진다. 그 안으로 보이는 계기판은 원뿔형. 가운데 7인치 TFT DIC(driver-information center) 스크린에는 디지털 속도계부터 연비, 오디오 등 각종 정보가 표시된다.
실렉터 레버는 BMW가 처음 시작한 타입으로 바이 와이어 방식이다. 그 왼쪽에 변속기와 다이나믹 시스템 모드를 위한 버튼이 있다. 통상적인 상황에서는 아무런 표시가 없는 Normal 상태이고 Manual, Sport, I.C.E((Increased Control Efficiency)모드가 있다. I.C.E 모드는 버튼을 누르면 오른쪽에 하얀 불이 들어 온다. 콘솔 박스 안에 USB단자가 있다.
시트는 5인승. 6웨이 전동 조절식으로 자주색 컬러가 자극적이다. 시트백의 지지성은 좋은데 쿠션은 약간 미끄럽다. 착좌 위치가 기대했던 것보다 낮지 않다. 리어 시트는 60 : 40 분할 접이식. 공간은 여유있는 편은 아니다. 운전석의 커다란 왼 발 풋 레스트는 이 차의 성격을 잘 말해 주고 있다.
엔진은 2,987cc V6 DOHC 커먼레일 터보 디젤. 레이아웃은 뱅크각 60도로 가솔린과 같다. 인젝터는 2000바로 고압이다. 이 엔진은 피아트 산하 엔진 제조업체인 VM모토리제. 최고출력 275ps/4,000rpm, 최대토크 61.2kgm/2,000~2,600rpm을 발휘한다. BMW의 3리터 직렬 6기통 디젤이 258ps/ 57.1kgm이다.
변속기는 ZF제 8단 AT. 가솔린 버전 S Q4에는 AWD가 있으나 디젤에는 없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m/h에서 엔진회전은 1,400rpm 부근. 레드존은 4,500rpm부터로 오늘날 디젤 엔진으로는 낮은 설정이다.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4,500rpm직전에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0km/h에서 2단, 65km/h에서 3단, 105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발진 감각은 I.C.E 모드는 부드럽지만 M과 S모드는 터프하다. 가변 지오메트리 터빈에 의해 처음부터 두터운 토크로 밀어 붙인다. 특히 S모드로 하면 아예 전기차처럼 강한 토크가 살아난다. 처음부터 S모드로 시작하면 놀랄 수도 있다. 스로틀 개도와 변속 응답성의 제어를 스포츠 주행용으로 최적화한 세팅에 의한 것이다.
이처럼 파워풀한 성능은 가솔린보다 25kg밖에 무겁지 않으면서 5리터 자연흡기에 맞먹는 최대토크로 인한 것이다. 그래도 1,835kg의 차체 중량이 가볍다고는 할 수 없다.
가속을 해 나가면 모드에 따라 시프트 쇽이 미세하게 나타난다. 엔진음은 외부에서는 디젤 특유의 소음이 들리지만 실내에서는 아이들링 상태에서의 소음은 동급 엔진의 평균 수준으로 조용하다. 그런데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자극적인 배기음이 귀를 자극한다. 이게 뭐지? 하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음질이 다르다. 이것은 소음이 아니라 사운드다. S모드에서는 이그조스트 시스템도 경로 변경에 따라 스포티한 사운드를 울린다.
마세라티하면 V8의 폭발적인 파워와 고회전의 미성을 내는 것이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사운드로 자극성을 표출하는 것이 마세라티다움이라는 얘기이다. 시승차도 머플러 공명특성을 액튜에이터로 변화시키는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의 효과에 의해 디젤이면서 가솔린 V6에 가까운 자극적인 사운드가 인상적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가솔린보다 오히려 스포츠성이 좋다고 할만도 하다. 다만 외부 풍절음이 침입하는 점은 아쉽다.
서스펜션 앞 더블 위시본, 뒤 멀티링크. 요즘 대부분의 자동차에 채용되어 있는 가변 댐퍼 타입이 아니다. 이를 두고 아날로그 서스펜션이라고 한다. 그런 탓인지 댐핑 스트로크는 긴 편이다. 그러면서도 노면의 요철을 제법 솔직하게 전달한다. 그렇다고 통통 튕겨 내지는 않는다. 가변댐퍼의 스카이 훅 서스펜션도 옵션으로 장착 가능하다.
I.C.E모드로 달리면 쾌적하고 안락한 세단 느낌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M이나 S모드로 와인딩을 공략을 때는 전자제어 방식에만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위화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거의 대부분의 거동을 전자제어 장비로 제어해 주는 차와는 다른 손 맛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는 사용자가 이 차를 다룰 때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말해준다. 그저 에코모드로 편하게 탈 것인지 스포츠 모드로 좀 더 적극적으로 마세라티를 즐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트랙션 컨트롤이 개입해 자세를 전자적으로 제어 해 주는 타입에 익숙해 있는 기자도 몇 차례 의외의 상황에 당황했다.
통상적인 주행에서는 노멀이나 에코로 달리면 충분하다. 파워가 부족하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와인딩을 공략할 때 스포츠 모드로 좀 더 적극적인 주행을 하면 좋다. 물론 그런 때는 타이트한 하체의 거동이 인상적이지만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서키트 주행도 경험해 보는 것이 이 차의 진가를 아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시승차는 워낙에 다양한 운전자들이 거칠게 다룬 탓인지 타이어가 심하게 마모가 되어 있어 본격적으로 즐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차에 채용되어 나오는 ACC(Active Cruise Control), 사각지대 경보장치, 차선 이탈방지장치, 후방 경고 시스템 등 적극적 안전장비가 거의 채용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 기블리는 B필러가 두꺼워 사각지대가 더 크다. 사각지대 경보장치가 일반화되어가는 추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기블리는 이태리차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차다. 성능에서는 가속성을 최우선으로 하며 자극적인 사운드도 무기이다. 수입차 판매가 급증하는 추세에서 수입차라는 '같음'을 추구하는 것에서 벗어나 '다름'을 원하는 유저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브랜드다. 강한 독창성과 스포츠 세단으로서의 이미지를 세일즈 포인트로 희소성도 중요한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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