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르노삼성 SM5 Nova LPG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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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SM5 Nova를 시승했다. 플래티넘에 이은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르노삼성 전 라인업의 얼굴을 통일하고 SM7에 채용했던 스마트 미러링 시스템을 채용하는 등 상품성을 강화한 것이 포인트다. 특히 택시와 렌터카, 장애우용차로 사용되는 LPG 차의 연료 탱크 설계를 새롭게 해 공간 활용성을 높인 것이 눈길을 끈다. 르노삼성 SM5 Nova LPLi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이 고객의 마음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수많은 미디어를 동원해 광고를 하더라도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자신만의 개성 추구에 더 비중을 둔다. 국민 소득 2,000만 달러를 넘어서면 그런 현상이 트렌드가 된다고 마케터들은 주장한다. 스탠퍼드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 가치는 고객이 정한다. 고객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업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는지는 전혀 관심이 없다. 세계 최초라든가, 천재적인 발명도 관심이 없다. 고객 자신이 원하는 것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시장에서 심각한 상황에 빠졌던 르노삼성자동차의 판매대수가 2014년에 전년 대비 33.3% 증가한 8만 3대를 판매한 것은 그야말로 예상 외의 사건이었다. 영업이익도 2천억 이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2010년 내수 15만 8,561대를 포함해 27만 5천여대를 생산했던 실적에는 한 참 미치지 못했지만 반전에 성공했다는 점은 평가할만 하다. 르노삼성은 한 걸음 더 나아가 2016년에는 내수시장에서 현대, 기아 다음으로 3위 자리를 노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무엇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을까? 상품의 3대 요소인 제품과 가격, A/S라는 구태의연한 도식만으로는 해석할 수 없다. 오늘날 양산 메이커의 제품성 차이는 크지 않다. 디자인도 선호에 따른 것일 뿐이다. 가격은 적어도 한국시장에서는 현대기아가 만들어 놓은 놀이터(르노삼성측의 표현)에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A/S 문제는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갈 수 있는 이슈로 부상해 있다.
르노삼성은 지금 그들만의 놀이터를 만들어가고자 하고 있다. 분명 라인업 구성에서는 현대기아는 물론이고 수입차에게도 밀린다. 그런데도 최악의 상황에서 30%가 넘는 성장률을 보였다는 것은 이유가 있다. 1920년 듀란트 대신 GM을 이끌게 된 알프레드 슬론의 전략이 떠 오른다. 1920년 미국산 자동차의 60%가 포드제(당시 전 세계 자동차 생산의 82%가 미국산)였던 것이 1933년에는 포드 32만대, 크라이슬러 40만대, GM 65만대로 대 역전해 지금까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알프레드 슬론은 철옹성이던 포드의 모델 T를 잡기 위해 다른(Different) 방법을 찾았다. 저가가 무기였던 모델T보다 높은 상품성과 다양한 라인업을 내 세워 시장을 공략한 것이 성공 요인이었다. 차별화를 내 세웠던 것이다.
그 때와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흐름면에서 "Better & Different" 를 내 세운 르노삼성의 전략은 일단 주목을 끌었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이 더 좋은지는 아직까지는 확실치 않지만 지금까지의 라인업 전략과는 좋고 나쁨을 떠나 다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르노삼성은 2013년 말 QM3라는 수입차를 들여오면서부터 지금까지와는 다른 행보를 시작했다. 수입차라는 것을 내 세우며 한국차로 판매한 것이다. 목표보다 1만대가 많은 1만 8천대를 팔았다. 이어서 2014년 2월에 QM5 Neo를 비롯해 5월에는 SM3 Neo, 9월 SM7 Nova 등을 쏟아 냈다. 분명 풀 체인지가 아니고 Neo나 Nova라는 수식어에 상품성 개선 정도이지만 시장은 반응했다. 이번에 선 보인 SM5도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다. 회사 사정상 풀 모델체인지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편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풀 모델체인지의 개념이 과거와는 많이 다르지만.
시장이 반응을 보인 것은 다른 것을 찾는 분위기 탓이 가장 크다. 쏠림에서 개성 추구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만인이 원하는 차가 주는 믿음도 물론 중요하지만 희소성이 주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수입차의 판매 증가도 그런 측면에서 해석할 수 있다. 2014년 25.5%나 증가한 수입차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젊은 층이라는 점이 그것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2014년 수입차시장은 중소형, 디젤, 젊은 소비자가 이끈 한 해였다.
르노삼성이 만들고자 하는 그들만의 놀이터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진정성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끈기가 있어야 한다. 그 배경은 소비자를 진정으로 존중하는 자세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요건 중에서 A/S가 앞으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매 네트워크 살려내야 한다. 지금 국내 자동차회사들은 판매 네트워크, 즉 세일즈맨의 역량보다는 마케팅에 의존하고 있다. 소비자와 접점에 있는 판매망에서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어느 업체든지 이걸 먼저 실행에 옮겨야만 흔히 말하는 지속가능한 사업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르노삼성이 SM5를 통해 보여준 다른 점은 LPG 모델의 연료 탱크 설계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전례를 따라 만들어 오던 탱크를 환형으로 설계해 트렁크 플로어 아래에 수납했다. 공간 측면에서의 혜택에 더해 LPG 탱크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사용자들의 주목을 끌고자 한 것이다. 그것도 새 해 첫 월요일 아침에 미디어 대상 발표회를 하면서 시선을 끌어 모으고자 했다.
Exterior & Interior
스타일링 디자인에서의 변화는 얼굴이다. 르노삼성 라인업 중 마지막으로 신세대 라디에이터 그릴이 적용됐다. 앞 얼굴을 바꾸면 전체 이미지가 달라진다. 그것이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프론트 엔드의 힘이다. LED 주간 전조등이 새로 채용되었다.
SM5의 기본 컨셉은 우아함(Elegance)과 세련됨, 신중함이다. 어그레시브(Agressive)하지 않고 보수적(Conservative)이지 않다는 얘기이다. 이것은 차이이다. 날카로운 직선을 사용해 공격적인 이미지를 표출하는 모델들은 생명력이 길지 않을 수 있는데 반해 SM5나 현행 기아의 스타일링은 오래 갈 수 있다. 와이드 & 로(Wide & Low)라고 하는 프로포션이면서도 안정적인, 균형을 중시하는 차만들기로 공격적이라기 보다는 우아함을 표현하고 있다. 휠 베이스 대비 전장이 길다. 또 전장에 비해 프론트 오버행이 긴 프로포션이 만들어 내는 이미지다. 프론트 오버행이 긴 만큼 보닛도 전체 비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인테리어는 레이아웃의 변화보다는 내용의 진화가 SM5 주제다. SM7에서 처음 선보였던 미러링 기능이 추가됐다. 안드로이드 폰으로는 스마트 커넥트를 다운받으면 간단하게 사용이 가능한데 비해 아이폰은 별도의 앱을 또 하나 다운 받아야 한다. SK사용자는 T맵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KT 사용자는 비용이 필요하다. 처음 구매시 5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지원을 해 준다. SM7의 타겟 마켓 연령층이 높아 반응이 좋지 않았던 것을 SM5에 적용해 연령층에 따른 차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다. 40대는 디지털 원주민이 아니라 유목민이다. 그들이 최근 모바일 시대를 맞아 새로운 고객층으로 떠 오르고 있다. 동승석 시트에도 전동 조절 장치가 추가됐다. 고급 트림에는 통풍 시트도 추가됐다.
센터 페시아의 `퍼퓸 디퓨저`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은 아직까지 계량화되어 발표되지 않았다. 처음 데뷔 당시에 많은 이야기거리를 낳았으나 그것이 곧 상품성의 제고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 같다. 일관성있게 소비자들에게 강조하지 않은 탓이다.
SM5 Nova LPLI는 트렁크의 변화가 포인트다. 내연기관 용의 경우 트렁크는 차체의 프로포션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크다. 그에 비하면 도넛(Donut)이라고 명명된 환형 탱크로 인한 플로어가 조금 높다. 그래도 LPG 탱크가 없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상당히 다르다. 거부감이 없어졌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개량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소구 포인트다.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탱크의 재질 경도를 높이고 가벼운 강판을 사용해 탱크의 두께를 15% 늘렸다. 탱크 무게는 10% 저감됐다. 기존의 밸브 모듈 대신 일체형 멀티 벨트 시스템을 채용한 것도 변화다.
Powertrain & Impression
SM5의 파워트레인은 판매대수에 비해 다양하다. 1.6TCE를 비롯해 1.5 dCi 디젤, 2.0 가솔린, 그리고 2.0 LPG까지 네 개. 시승차는 1,998cc 직렬 4기통 DOHC LPG로 최고출력 140ps/6,000rom, 최대토크 19.7kgm/3,700rpm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6단 수동모드가 있는 무단변속기. 발진시 약간 과민 반응을 보인다. 앞머리가 미세하게 들린다는 얘기이다. 풀 가속을 하면 6,000rpm 부근까지 바늘이 순간적으로 올라가며 가속한다. 출력과 토크 수치가 가솔린과 비슷하지만 오른발에 느껴지는 감각은 약간 다르다. 약간은 매끄러운 느낌이다. 중속역에서 가속을 하면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바쁘게 움직이며 오르내린다. 시프트 히스테리까지는 아니어도 가솔린 및 디젤과는 차이가 난다.
시내 주행에서는 별 생각없이 달리게 해준다. 평소 택시를 탔을 때의 느낌보다는 파워가 느껴지지만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CVT의 동력 전달 감각도 불만이 없다. 닛산의 자회사인 자트코제 CVT는 이미 그 숙성도를 평가받고 있다.
통상 주행에서는 특별히 파워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2,200rpm으로 조금 높은 편이다. 고속도로 영역에서는 의외로 토크감이 느껴진다.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3,000~4,000rpm 사이에서 놀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연비에서는 손해를 볼 수 있다.
초고속역으로 올라가기 위해 풀 가속을 하면 부밍음이 가솔린이나 디젤과는 다르다. 노이즈가 크기보다는 성질이 다르다. 풀 가속을 하면 엔진회전계의 바늘이 순간적으로 레드존까지 올라간다. 그렇다고 그만큼 파워가 추출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가속 페달을 통상적인 감각으로 조절하면 특별히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150km/h까지는 무난하게 이후로는 반동으로 가속이 된다. 택시나 장애인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별 문제가 없는 내용이다.
연료탱크 구조 변경으로 인한 거동의 변화는 감지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는 무게 중심이 더 낮아지고 뒤 액슬 위가 아니라 뒤쪽에 탑재되어 있어 앞뒤 중량 배분에서 좀 더 이상적인 쪽으로 변했을 수는 있다. 그에 대한 데이터는 발표되지 않았다.
발표연비는 9.6km/리터로 가솔린이나 디젤에 비해 낮다. 실제 시승을 위한 주행을 마친 후 계기판에 표시된 것은 7.0km/리터. LPG는 열효율이 낮은 한계로 인해 상대적으로 좀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연료의 세제 혜택으로 인해 시승 당일 리터당 988원이라는 가격이 장점이다.
사실 이 연비는 다른 LPG차와 상대적인 비교에서 큰 차이가 없다. 그보다는 앞서 언급한 트렁크의 도넛 환형 연료탱크 설계가 세일즈 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에서 언급했듯이 트렁크 내의 연료 탱크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자 창출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렌터카 사용자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체의 거동은 큰 차이가 없다. 핸들링 성능을 우선하는 르노삼성의 주행 특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서스펜션의 특성도 부드러운 쪽을 지향한 것을 그대로 유지했다. 시대적인 트렌드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차별화를 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실 수요자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불만을 얼마나 잘 듣느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원천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르노삼성은 2015년 벽두 SM5를 들고 전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라인업이 부족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전략 추구를 선언했다. 그 하나가 판매 네트워크와 A/S의 강화다. 어찌 보면 현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일 수 있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해 소비자들에게 믿음을 얻는다면 2010년의 실적을 넘어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르노삼성차의 대표 모델 SM5는 그래서 중요한 임무 수행을 부여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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