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석 | 또 다른 스타일의 픽업트럭, 지프 글래디에이터 시승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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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의 픽업트럭 글래디에이터를 시승했다. 1992년 단종된 지프 코만치에 이어 27년 만에 지프 브랜드에 라인업된 픽업트럭이다. RAM 브랜드 픽업트럭의 노하우를 반영한 모델이지만 그보다는 랭글러의 픽업트럭 버전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모델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시장 출시도 예고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FCA그룹의 글로벌 전략의 일환이기도 하다. 지프 글래디에이터의 시승 느낌을 적는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FCA에 관한 이슈는 미국이라는 국가적인 상황과 PSA그룹과의 합병에 관한 것이다. 합병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다른 시승기와 칼럼을 통해서 했다. 지금은 흔들리는 최강대국 미국의 상황이 더 관심사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일반인들도 소위 말하는 레거시 미디어들의 정보가 아닌 실질적인 상황을 자신들의 관점에서 보게 됐다. 무엇보다 많은 반응은 우리가 미국을 너무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민주주의가 그렇게 미화되어온 이유에 대해 반문한다.
이는 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자동차산업의 현실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자동차산업은 세계 무역 흐름의 1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비중이 크다. 지금은 현대기아차는 물론이고 토요, 닛산, 혼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등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유럽 메이커들의 미래와도 연결되어 있다. 이들은 대부분 트럼프 정권 이전에 멕시코에도 공장을 건설했다. 이런 상황에서 NAFTA 재협상을 통해 USMCA라는 새로운 조건을 만든 트럼프 정권의 전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느냐가 중요한 관심사였다.
트럼프는 해외, 특히 유럽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었다. 특히 연비규제완화정책을 추진해온 트럼프 정권은 전동화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트럼프는 화석연료와 환경문제를 연결하는 것을 반대해왔다. 무엇보다 미국 내에 있는 해외업체들의 공장에 더 많은 투자를 압박해왔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이다. 이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표현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뿐 미국 우선주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세계 경제는 크게 요동을 질 수 있고 그 와중에 자동차산업의 향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들이 앞장서 온 금융 자유화로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했지만, 트럼프 정권 들어 세계 대부분의 국가와 척을 지는 구도를 만들어왔다. 그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자동차산업의 미래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어쨌거나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 지프는 미국 메이커들의 달러박스인 SUV와 픽업트럭의 라인업을 늘리고 있다. 특히 크라이슬러는 세단 라인업에 대한 존재감이 약하기 때문에 수익성 높은 라이트 트럭에 비중을 두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영국의 시장조사회사 IHS마킷은 2050년에도 가솔린차가 2/3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의 넘치는 배터리 전기차에 관한 뉴스와 달리 오랜 시간 사용자들에게 익숙해 온 내연기관차의 존재감은 그리 쉽게 약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배경이다.
지프 브랜드의 픽업트럭은 1947년 윌리스 오버랜드(Willys Overland)가 CJ 2A 기반에 사륜구동 방식을 구현한 1톤 트럭인 지프 픽업이다. 1957에는 FC-150이라는 모델이 있었고 1963년에는 글래디에이터가 등장해 1971년까지 판매됐었다. 그리고 1981년 스크램블러에 이어 1986년 코만치가 출시되어 1992년까지 팔리다가 지프 브랜드에서 픽업트럭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리고 다시 27년 만에 픽업트럭을 지프 브랜드에 라인업한 것은 우선은 수익성을 고려한 것이고 전동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생각했을 것이다. 미국 메이커들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채용을 늘려가고 있고 허머 EV에서도 보듯이 대형차의 배터리 전기차 버전이 늘어나고 있다.
Exterior
지프 브랜드의 볼륨 모델은 그랜드체로키이지만 이미지 리더는 랭글러다. 오프로더로서의 강한 성격은 시대가 변해도 그대로다. 글래디에이터는 그 랭글러에 뒤쪽의 짐칸이 있는 모델처럼 보인다. 독창성이 강한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처음 접하는 사용자들에게는 앞 얼굴만으로는 구분이 쉽지 않다. 전체적인 이미지는 직선이 중심이며 범퍼와 펜더 등의 처리가 오늘날 유행하는 도심형 크로스오버와는 거리가 멀다.
앞 얼굴에서는 7개의 세로 슬롯을 중심으로 원형 헤드램프가 지프라는 강한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살리고 있다. 다만 슬롯이 랭글러보다 약간 더 넓다. 그렇다고 이미지가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앞으로 과하게 돌출된 범퍼를 비롯해 바깥으로 노출된 도어 힌지 등은 이미 랭글러를 통해 경험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용자는 편리한 자동 기능을 선호하겠지만 아날로그 감각의 장비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 사람도 분명 존재한다.
측면은 미국식 용어로 더블 캡과 짐칸 등 3박스 구조다. 굵은 펜더 플레어와 거대한 휠 하우스, 그리고 대형 타이어가 이 차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도어 패널 아래 강철로 가드바를 만들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미국식 픽업트럭의 전형이라는 점은 같지만, 디테일을 통해 브랜드의 독창성을 살리고 있다. 루프는 하드톱으로 나사를 제거하고 분리하는 것은 랭글러와 같다. 마찬가지로 필러나 프레임 등은 그대로 있는 상태에서 루프만 별도로 분리하는 것은 선루프 등에만 익숙해 온 한국의 사용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뒤쪽에서는 짐칸(베드라고 표현한다)의 구조로 인해 SUV와는 다른 이미지다. 물론 탑승하기 위한 발 받침대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봐도 터프함이 묻어난다. 때문에 패밀리 트럭의 이미지라기보다는 오프로드용으로서의 용도를 먼저 떠 올리게 된다. 랭글러는 스페어타이어가 뒤쪽에 수직으로 탑재되지만, 글래디에이터는 베드 아래에 있다.
차체 크기는 휠 베이스가 랭글러보다 300mm 더 길다.
Interior
인테리어는 랭글러를 베이스로 하고 있다. 대시보드는 그대로 옮겨놨다. 전체적으로 이 시대의 화두인 디지털 감각보다는 아날로그 느낌이 강하다.
수평 기조의 대시보드 가운데 터치스크린 방식의 5인치 모니터(랭글러는 8.4인치다)는 HMI(Human Machine Interface)를 지향하는 이 시대 디지털화와는 거리가 있다. 그래도 2003년 처음 선보인 크라이슬러 유커넥트의 4세대가 채용되어 있다. 통신과 내비게이션, 엔터테인먼트, 각종 커넥티드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4세대에는 4G-LTE에 접속하며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에 대응한다.
랭글러가 그렇듯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트랜스퍼 레버다. 말 그대로 기계식이다. 작동감도 투박하다. 기존에는 2H, 4H, 4L밖에 없었으나 랭글러 사하라와 마찬가지로 풀 타임4WD로 4H AUTO와 4H PART TIME이 추가되어 있다. 실렉터 레버를 P에 위치한 상황에서 작동해야 한다.
시트는 5인승. 우선은 높은 히프 포인트에 더해 역시 직선적인 선들이 눈길을 끈다. 리어 시트는 랭글러보다는 넓지만 그렇다고 넉넉한 편은 아니다. 드라이브 라인으로 인해 가운데 돌출된 부분이 있는 것은 뒷바퀴 굴림방식 모델들의 특징 그대로다. 시트 쿠션을 들어 올리면 별도의 수납함이 있다. 역시 나사를 풀어 수납함 자체를 분리할 수도 있다.
루프는 소프트 톱이 표준으로 시승차는 하드톱이다. 글로브 박스에 있는 공구로 분리할 수 있는데 2열 부분의 루프는 혼자서는 어렵다. 추가로 단열 패키지도 선택할 수 있다. 짐칸에는 별도의 커버가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알루미늄 테일 게이트는 가볍게 여닫을 수 있다. 와이어 스트램을 사용하면 베드 플로어와 편평하게 고정할 수 있다.
Powertrain & Impression
엔진은 3,604cc V6 가솔린으로 최고출력 284마력, 최대토크 36.0kgm를 발휘한다. 랭글러의 2.0리터 엔진이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와 비교가 된다. 여기에 3.0리터 V6 터보 디젤도 추가될 예정이다. 견인력은 7,650파운드.
변속기는 8단 AT와 6단 수동변속기를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는 8단 AT. 구동방식은 셀렉트렉 풀타임 4WD. 정확히는 풀 타임 온 디맨드 4WD다. 뒷바퀴 굴림방식을 베이스로 전자제어되는 다판 클러치를 채용한 하우징을 매개로 필요에 따라 구동력을 앞 바퀴로 보내는 시스템이다. 트랜스퍼 레버 앞쪽에 별도로 Rear Only, Front/Rear라는 토글 스위치가 있다. 파트 타임 4WD도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다.
네바퀴 굴링방식은 다시 4H와 4L로 트랜스퍼 레버를 통해 전환할 수 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4H Auto만으로도 험로 주행은 별문제가 없을 듯하다. 사실은 세상의 변화로 인해 이런 차를 시승할 때도 별도의 시승 코스를 찾기가 쉽지 않다. 간단하게 임도를 달려 봤지만, 트랜스퍼 레버를 4H 등으로 바꾸지 않고도 별문제 없이 주파가 가능했다.
우선은 기어비 점검 순서. 100km/h에서의 엔진회전은 1,700rpm. 레드존은 6,500rpm부터.
정지 상태에서 풀 가속을 하면 5,500rpm 부근에서 시프트 업이 이루어진다. 45km/h에서 2단, 75km/h에서 3단, 115km/h에서 4단으로 변속이 진행된다. 기어비가 랭글러 2.0과 비슷하다. 파워는 비슷한데 공차중량이 랭글러 사하라가 2,210kg, 시승차는 2,305kg으로 200kg정도 무겁다. 그래서인지 가속시 엔진음이 조금은 버거워하는 듯하다. 하지만 일단 가속을 하면 매끄럽게 전진하다. 중속역을 넘어서면 의외로 두터운 토크감이 느껴진다. 가속시 부밍음이 오늘날 크로스오버에 익숙한 사용자들에게는 거슬릴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아날로그 감각을 강조하는 차라는 점을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매력일지도 모른다.
서스펜션은 앞뒤 모두 5링크로 역시 랭글러와 같다. 댐핑 스트로크는 길다. 그래서 롤 각도 큰 편이다. 통상적인 SUV와는 다르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 차의 용도를 감안한 세팅일 수도 있다. 고속역에서 전고가 높은 차의 특성이 나타난다. 미세한 요잉이 느껴지기도 한다.
록 투 록 3.1회전의 스티어링 휠을 중심으로 한 핸들링 특성은 2H 상태에서는 오버 스티어로 전형적인 뒷바퀴 굴림방식차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응답성도 여유가 있다. 일반 도로에서의 응답성도 조금은 느린 편이다. 과격한 코너링을 하면 타이어가 비명을 지를 수 있다. 물론 이 차의 성격이그처럼 과격한 주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ADAS장비는 아직 본격적으로 채용되지 않았다. 크루즈 컨트롤과 주차 보조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등 정도가 있다. 자동 비상제동장치와 ACC는 옵션이다. 에어백도 4개밖에 없다.
픽업트럭 라인업 확대는 미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수익성을 내는 데는 더없이 좋다는 것이다. 다만 글래디에이터는 포드의 F-150이나 램 브랜드의 픽업과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 스타일링 디자인으로 독창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드코어를 강조하고 있다. 이런 성격의 차들은 그만큼 수요의 폭은 넓지 않겠지만 충성도 높은 사용자가 많을 수도 있다.
주요제원 지프 글래디에이터
크기
전장×전폭×전고 : 5,600×1,935×1,850mm
휠 베이스 3,490mm
트레드 전/후 : 1,635/1,635mm
공차중량 : 2,305kg
연료탱크 용량 : 83.2리터
트렁크 용량 : 1,005리터
엔진
형식 : 3,604cc V6 터보차저 가솔린
보어 x 스트로크 : 84 x 90 mm
압축비 : ---
최고출력 (PS/rpm) : 284 /6,400
최대토크 (kg.m/rpm) : 36.0/4,000
구동방식 : 풀타임 4WD
트랜스미션
형식 : 8단 AT
기어비 : 4.714/3.143/2.106/1.667/1.285/1.000/0.839/0.667/R 3.295
최종감속비 : ---
섀시
서스펜션 : 앞/뒤 5 링크/5 링크
브레이크 : V. 디스크
스티어링 : 볼 스크류 타입
타이어 : LT255/75R 17
성능
0-100km/h : ---
최고속도 : ---
연비: 복합6.5km/ℓ(도심 : 5.9km/ℓ, 고속도로 : 7.3km/ℓ)
CO2 배출량 : 269g/km
시판 가격
루비콘 : 6,990만원
(작성 일자 2020년 11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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